지난주말
11월5일 우리친구
17명이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육지의 날씨가 싸늘해서
그곳도 추우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했고
평균 낮기온은 20도
역시 제주도는 따뜻했고
돌아오기 싫었습니다~!~~"~
동기밴드에 올린
권옥희 후기를 담아왔 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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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버무리다
- 동무들과 함께한 삼다도 여행기
권 옥 희
모처럼 여행이니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동무들과 수다도 떨고 즐기다 오셔~^^♡
우리 신랑이 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가면서 남긴 문자다.
깨복쟁이에서 어느새 흰머리 나고 주름 몆개 훈장처럼 달고 떠나는 고향 친구들과의 2박 3일 꿈 같은 제주여행이 김포공항에
들어서면서 실감났다.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처럼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들어서니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시장통이 따로 없다.
대구의 두종이랑 분자와 조희는 여덟시 반 비행기를 탈 것이고
우리는 일곱시 오십분 에어부산 비행기에 탑승하면 된다.
함께 가기로 한 열네 명의 친구들이 모두 공항에 모이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고도를 높혀 제주를 향해 날았다.
비행기 밑은 온통 하얀구름, 아이들 동화책에 나오는 것마냥
저 구름 위를 뒹굴며 그냥 놀고 싶어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그냥 내 눈에 잡힌 한 점.
그 세상이라는 곳에서 우리는
숨 쉰다는 조건으로 수많은 세월을 아둥바둥 살아냈다.
아홉시쯤 되자 비행기는 무사히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대구팀도 열시쯤에 도착했다. 우주에서 우주인들이 도킹하는 것마냥 우리는 만나서 반갑고 함께 여행하며 즐길 기대에 서로 얼싸안고 좋아라 했다.
첫날
마라도탐방(최남단 등대~억새밭~마라분교~장군바위)-러브랜드
여행 첫날의 일정은 우리나라 최남단, 지도의 끝자락에 있는 마라도다. 철가방을 든 이창명의 CF ''짜장면 시키신 분!'' 이 생각나고 요즘은 잘 알아듣지도 못할 제주 방언을 구수하게 써가며 <백년손님>에 나오는 박서방네 장모가 더 익숙해진 곳이기도 하다.
키 큰 야자수 나무에 이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배를 타러 모슬포항으로 가는 길엔 마늘과 양파가 자라고 배추 대신 양배추가 밭을 덮고 있다.
밭 가운데 까만 돌로 얕은 담을 두른 누군가의 묘지도 평화롭고 그 집에 잠들어 있을 누군가의 평안도 눈에 읽히는 듯하다.
키 작은 감귤나무에 노오란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광도 역시 제주답고 눈부신 가을하늘을 지붕 삼은 애월읍은 감귤축제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
평화로운 470고지 새별오름의 억새밭에서 버스가 멈추자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갖은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하늘공원의 억새만 보다가 하늘 닿은 듯한 언덕까지 억새로 가득한 이곳에서
친구들은 숨바꼭질하듯 마음을 풀어놓고 억새 속으로 숨어들었다.
12시 30분에 모슬포항에서
우리는 마라도행 배에 승선했다. 배 꽁무니에서 따라오는 흰거품의 물결들이 미세먼지로 침침해진
눈과 가슴을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다. 빚을 얻은 뒤 돈을 갚으려면 가파도로 가고 떼먹을려면 마라도고 가라고 했는데 돈 떼먹을 일도 없으면서
우린 백년 손님 박서방네 장모님이 사는 곳으로 친숙한 마라도로 간다.
제주에 세 번이나 왔었지만
내 마음대로 볼 수 없었던 마라도다. 너무 멀어서 못 가는 그곳. 처음으로 발을 디뎌본다고, 얼마나 걸어걸어 여기까지 왔냐고 우리는 어디 먼 데 딴 별에서 온 것마냥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바람을 가득 안은 파도는
낮술 취한 취객마냥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우리는 배가 흔들릴 때마다
덩달아 흔들리며
마라도 선착장에 닿을 때까지 마음대로 하라고 뱃전에 몸을 맡겼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지나고 배가 지나는 파란 바다엔
흰 거품이 지나고
하늘과 바다가 수평을 감싸며
어디든 빠져들면 그대로
세상 시름 다 잊고 편안할 것 같아
자꾸만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바다 한번 내려다 보며
유혹에 휩쓸리는 마음이 쿵닥쿵닥 방아를 찧었다.
약 삼십 분을 달려 1시에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에 도착했다.
넓은 땅을 왜 비워두나 했더니 화산지대라 땅을 파면 흙이 나오는 게 아니라 바위가 나와서
무엇을 해도 농사가 안 되는 게 제주도 땅의 특징이었다.
섬 한 바퀴를 도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릴 것 같았다.
섬 초입의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아늑했고 운동장엔 잔디가 깔려 있다. 굳게 닫힌 교문을 대신하는 정낭은 세 개가 올려져 있는데 전교생이라야 달랑 한 명 뿐이던 걸, 올해 그 한 명 마저 졸업해버리고 지금은 내년에
예약된 한 명의 신입생이 들어올 때까지 휴교상태였다. 58년에 개교했으니 58년 동안 뭍으로 나간 수많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끊기고 관광객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히는 일밖에 없어 그런지 학교가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마라도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짜장면을 먹으려면 마라도로 가라는 말이 있듯 여기 저기 짜장면집이 눈에 띄었다.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이 도는 바다의 물결을 음악 삼아 한참을 가니 반갑게도 백년 손님에 나오는 박서방의 장모님을 만났다. 바다에서 잡은 소라와 멍게를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반갑다고 같이 사진도 찍고 마라도 푯말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에 다시 그 집으로 가서
떨이로 흥정한 뿔소라와 톳짜장면,
한라산소주로 입가심을 했다.
배 시간을 바꿔가면서까지 돌아본
인구 140여 명이 사는 마라도는
태평양으로 가기까지 여기도 뻥 저기도 뻥 사방이 뚫린 바다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와 해양수산부, 버섯 모양을 한 마라도 성당, 국토최남단비,
이 땅의 마지막 등대, 그것이 마라도를 이루고 있다. 산도 논밭도 없는 곳. 펑퍼짐한 여인의 엉덩이 같은 섬을 코찔찔이 친구들과 웃고 걷는 동안 어느새 나는 뭍으로 나가기 싫은 섬사람이 되어 있었다.
3시 50분에 배를 타고 나오면서 다들 피곤했는지 바다는 버려두고 모두 좌석에 앉아 단잠에 빠져들었다.
저녁시간까지 뭘할까?
조금 이르지만 저녁으로 해 지는 모습 보며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까 하다가 하나라도 더 보자고 러브랜드에 갔다.
사랑을 위한 환장적인 분위기로 실내와 실외로 꾸며져 있는데 부부나 연인끼리 왔다면 손 꼭 잡고 둘러보면서 입맞춤 한번 해도 좋을 듯했다.
만석군횟집에서 생선회로 거한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노는 노래방에서의 열기는
자정 다 되도록 끊이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은희가 부르는 우리의 휘날레 노래인 우정을 함께 따라 부르며 제주신시가지에 있는 로얄호텔로 들어왔다.
둘째날
산방산 용머리해안-서커스월드(중국인기예단쇼와 오토바이쇼)-석부작테마공원-천지연폭포-주상절리
새로 뜬 아침 햇살은 눈부시고 산뜻하게 시작한 마음은 어제의 피로쯤 아무것도 아닌 양
다시 부푼다. 여덟시가 되자 사흘간 우리의 발 역할을 할 환타스틱 제주 투어 버스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길 가의 아름드리 가로수가 멋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제주를 조성하면서 심었다고 했다. 사시사철 푸르르고 한 잎이 떨어져야 다른 잎이 나오며 군데군데 빨간 단풍잎 몇 장씩 끼워 넣는 것이 특징인 담팔수나무의 뻗을대로 뻗은 나뭇가지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버섯구름 같은 산방산을 이고 있는 용머리해안으로 간다.
하멜기념관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 용머리해안은 볼 때마다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비와 바람의 조화, 파도는 줄기차게 바위를 타고 올라 깎아내고 또 깎아내며
골 깊은 주름 사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새겨넣었을까?
눈부신 햇살을 타고 와서
그것이 설령 헛것이라도
발밑에 흰거품을 쏟아붓는
파도는 오늘 해야 할 일이 그것 뿐이라는 듯 무심한 시간을 깎아먹는다. 그것이 우리네 삶과 무엇이 다르랴.
해녀할머니들이 파는 멍게
한 접시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지만 중국기예단의 서커스를 봐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부랴부랴 공연장에 입장하고 서커스를 보면서 부천에 건물을 짓다 만 동춘서커스단이 생각났다. 한창 공부해야 할 어린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동학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짜릿한 스릴을 즐기기 보다는
저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들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또한 목숨을 걸고 하는 묘기를 즐기는 게 미안할 정도로 오토바이와 외줄에 매달려 자신을 내어던지는 서커스단원들이 삶이 고단해 보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와서 다시 산방산 밑 석부작 테마공원으로 간다.
빨간 사랑의 열매 나무로도 유명한 먼나무~ 저 나무는 뭔 나무로? 하고 물으면 먼나무지 뭐야! 하고 대답하는 먼나무 가로수의 환영을 받으며 한 시 반쯤 석부작박물관에 도착했다.
돌과 식물의 조화가 넓은 정원을 가득채웠다. 제주의 곰보할배
돌 같은 검은 돌에는 어떤 식물을 붙여놔도 쑥쑥 자라 저마다의 얼굴로 세상의 푸름을 자랑한다.
풍란의 우아한 자태에 한참을 넋놓고 있다가 작은 게 아름답다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듯 분재의 예술성은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곳은 산삼배양실.
유리병 안에 마치 미래의 신생아 배양실처럼 산삼과 똑같은 성분을 지닌 뿌리들이 자라고 있었다.
면역력에 좋다는 말에 여행 가면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절대로 사지 않는다고 맹세했어도
한 병에 십만원 하는 것을 기꺼이 샀다. 친구들이랑 오래도록 놀러 다니려면 내가 건강해야 하니까. 산삼주에 산삼과립도 얻어먹었겠다 힘이 불끈 솟는 듯 가슴이 뿌듯해서 밖에 나오니 감귤따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를 건네주는 경비원이 딱 두 개씩만 따라는 말에 아직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우리는
한두 개 더 땄다가 검사당할까봐
진짜로 두 개씩만 따고,
그래도 아쉬워서 한 개는 따서
얼른 먹고 시치미 뗐다.
그런데 더 따도 된다는 박광남 빵빵기사님의 말에 다들
에구~ 더 따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북북 솟아올랐다.
두 시 삼십분 하늘과 땅이 물줄기로 만나는 천지연폭포에 도착했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폭포에서 계곡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20년 전 젊음이 한창일 때 부부동반으로 왔을 때는 신랑과 사모관대 족두리로 신랑 신부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두 번째 친구들과 오는 천지연은 수학여행 온 기분이 솔솔 나면서 끼리끼리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고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시원한 물바람이 약간 더운 듯한 이마의 땀을 씻어주었다.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하는 소리가 ''와~ 햇살 너무 좋다.''
''어떻게 이렇게 날씨가 좋노~'' ''우리는 복받은겨!''
겨울로 들어가는 입동임에도 다시 가을이 온 듯 제주의 날씨는 너무나 화창하고 해맑았다.
그러니 여행자의 마음도 풍선처럼 가볍고 걷는 걸음걸이도 사뿐했다.
세시 이십분 출발하면서 새로 놓인 세연교를 지나 외돌개는 건너뛰고 주상절리에 도착했다.
이삼십 만 년 전 지각의 변동으로 이뤄진 자연의 위대함 앞에 선 우리는 너무 작았다.
짧은 가을 해는 내가 남쪽에 있어도 서쪽 바다에 잠겨 있고 수많은 나이테를 두른 바위의 절경 앞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넘기며
나도 그 절경의 한 모습으로 남겨놓았다.
내일 일이 있어서 우리와 함께 끝까지 일정을 보내지 못하는 재학이를 보내기 위해 똥돼지로 유명한 늘봄 흑돼지 식당에서의 만찬은 먹는 재미도 있지만
그 지역의 유명 음식을 먹는다는 묘미도 있었다. 예전에는 고기를 좋아해서 많이 먹을 것 같아도 이제는 몇 점만 먹으면 질리고
밥 생각이 난다. 나이 들수록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딱 맞다.
공항으로 재학이를 데려다 주고
숙소에 드니 여덟 시~
뜨뜻한 방에 등을 대니 온몸이 노골노골해진다. 그냥 누워 자면 딱 좋겠지만 오늘 밤이 여행의 마지막인데 어찌 그냥 자누~
그래서 방마다 문을 두들겨
우리 303호의 앞방에 모여서 이야기파티가 벌어졌다.
울고 넘던 미아리고개가 아닌 미아리의 니나노집에서 술이 취해 뚱뚱한 여자에게 순정을 잡아먹힐 뻔한 일화나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 때문에 와이프에게 바람 피운 것을 들켜버린 이야기 등 남자애들이 매번 자랑하듯 하는 연애사의 시시콜콜한 얘기지만 우리는 매번 울궈먹고 또 들은 얘기여도 질리지 않는
묵은 김치처럼 들을 때마다
웃고 즐긴다. 열 시쯤 방으로 들어와 씻고 개운한 몸으로 코를 골아가면서 푹 잤다.
셋째날
에코랜드-곶자왈 기차여행- 선녀와 나무꾼(7080옛추억의 테마파크)-성읍민속마을-조랑말체험승마-일출랜드(런닝맨 촬영지)-미천굴
여행을 하면 뭐든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야 한다.
아침마다 신랑이 커피를 타주며 얼른 일어나 운동 가라고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잠꾸러기가 아침 여섯 시 알람 울리자마자 발딱 일어나다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신선하다. 커텐을 젖히자 여전히 해맑은 제주의 햇살이 창 가득 들어오고 그 햇살에 윤기나도록 곱게 화장을 하고 입맛 없다는 친구들과는 달리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다.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 하는 재영이를 보내고 셋째날 마지막 일정을 시작한다. 제주 특산물을 판매하는 탐라원에 들려서 함께 여행 못 온 친구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비싸기로 유명한 제주 은갈치를 사서 택배로 부치고 열시쯤 곶자왈 에코랜드에 도착했다. 아, 천당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라산 중턱 약 30만 평의 자연습지에 원시림을 체험할 수 있고 깊은 곳은 4미터가 넘는 호수가 있는 에코랜드는 말 그대로 티없이 맑은 공기의 세상이 아닌가?
딸랑딸랑 미니 기차를 타고 첫번째 기착지인 에코브리지역 앞에 내리자 분자가 기사님께 에코랜드에서는 시간을 많이 달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고
2만 평의 호수에 발을 담근 바람이 연신 귓전을 간지른다.
300미터의 수상테크를 따라 걷는 동안 휴일이 아님에도 찾아온 많은 사람들에 놀랐고
그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다는 것에
나도 흐뭇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곶자왈 원시림으로 가득찬 숲길인 에코로드는 눈으로 담고
다음 코스인 라벤더 그린티 로즈가든역에 내리니 반갑다고 내미는 맑은 공기 한 사발 저절로 들이켜진다. 그러면서 가슴이 커지고 국화꽃과 허브의 향기에 마음을 녹이며 너도 나도 사진 찍느라 갖은 포즈를 잡으며
웃고 있는 친구들이 몇 년은 젊어보인다.
11시 조금 넘어 6~70년대 추억을
찾아가는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에 들렸다.
지금 아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과거의 삶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살며 거쳐온 시대인데 새삼 돌아보니 어디 먼 데서 온 것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주막집에서 조껍데기 막걸리 한잔에 도토리묵 한점과 부추전 한젓가락의 맛이 왜 그리 좋던지 어제 용머리해안에서 못 먹고 와서 내내 마음에 걸린 멍게 한점과 소주 한잔의 맛을 잊게 했다. 추억의 거리를 지나 옛날 나이트 앞에서 나오는 음악이 흥에 겨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한바탕 신나게 몸을 흔들고 나서 교실에 들어가 교복을 입고 사진도 찍었다.
아, 빡빡한 일정...좀 더 즐길 여유 없이 시간에 쫓겨 나오면서 귀신의 집을 지나칠 수 없어 은희랑 조심조심 들어가다가 초입도 못 지나 비명 몇 번 지르고 그냥 되돌아 나왔다.
이제 1시 30분에 점심 예약을 해둔 성읍민속마을로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검은오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지만 동굴 안에 일제시대 일본군들의 비밀진지가 전시되어 있다. 그것을 지난번에 왔을 때 보았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쳐간다. 산길 도로라서 그런지 산에서 내려온 노루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제주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조껍데기가 아닌 알갱이로 된 조오매기술과 흑돼지고기볶음의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고사리의 고장답게 제육볶음에 넣은 고사리맛이 고기보다 맛있다고 해야 될까?
배부름을 누를 새도 없이 안내원을 따라 정낭 세 개가 열려 있는 제주전통초가집에 들어 갔다. 논농사를 짓지 않으니 짚이 있을리 없고 지붕은 산에서 자라는 띠풀로 엮었다고 했다.
돌담으로 된 돼지우리가 있어
빈 곳인 줄 알고 들여다 보다가 시커먼 흑돼지가 고개를 홱 드는 바람에 엄마야~ 소리가 절로 났다.
다음은 승마체험이다. 예전엔 신랑과 손 번쩍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빨간조끼에 까만모자의 승마복을 입고 '소'라는 이름을 가진 갈색말 안장에 올라앉으니 고려시대 여인무사가 된 것처럼 긴장감이 막 오르면서 고삐를 잡고 있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친구들 절반은 구경만 하고 우리는 순하게 길들여진 말의 걸음에 따라 내가 걷지 않아도 움직였다. 그런데 거리가 너무 짧다. 말이 움직임이 빨라질 때마다 야릇한 느낌이 막 솟아오르는데 두 바퀴 돌고
그만 끝나버렸다.
다시 버스에 오르자 기사님은 일출랜드앞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천 가지의 아름다움을 가진 미천굴도 보라고 했는데 오늘 본 곶자왈의 에코랜드와 이곳은 처음 보는 곳이어서 제주는 역시 볼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출랜드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이국에 온 듯 열대식물이 가득했다. 키 큰 야자수가 이곳이 남쪽임을 실감케 하고 어디서든 포즈만 잡고 있으면 누군가의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눈으로만 보던 천사의 날개에서 두 팔 벌려 사진을 찍어서 원도 없었고 공원 관리를 잘 해 놓아 그런지 천국이라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계단을 내려 가서 미천굴로 들어가는 입구는 이끼가 끼어 음습해 보이고 마치 지옥굴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어떨까?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너무 어둡다.
종유굴이 아니어서 그런지 길게 늘어뜨린 종유석도 석순도 없어 그냥 평범한 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석회암 동굴로서 25만 년 전, 생성 때부터
유입된 흙이 진흙바닥을 만들고
고사리류의 식물이 자라며
첨성대 모습을 닮은 기둥에 용의 그림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천정에서 떨어진 물방울을 맞고 은희는 투덜댔는데 그것이 석심수라 불리는 소원성취의
물인 줄 알았으면 얼른 소원을 빌었을 텐데 아깝다.
런닝맨 촬영지답게 곳곳에 출연자의 얼굴이 푯말로 세워져 있는 일출랜드는 한림공원과 비슷하게 온갖 식물과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좀 더 시간 여유 있게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둘러보아야 되는데 돌아갈 비행기 시간과 덤장식당에서 갈치조림의 저녁이 기다리고 있어서 끝까지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와서 아쉬웠다.
대구 친구들을 먼저 비행기 태워 보내고 우리도 무사히 김포 공항에 내리니 싸늘한 날씨에 궂은 비까지 내렸다.
조금 전까지 꿈 같은 세상에서 친구들과의 우정과 웃음으로
떠나는 가을을 잘 버무렸는데
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현실인가 보다. 그래도 이번 겨울은 춥지 않을 것 같다. 동무들과 함께한 따뜻한 추억이 추운 가슴을 단단히 여며줄 것이기에.....
.
첫댓글 재경 46회 선배님들
제주도 여행 벌써 다녀오셨군요
저는 12일 가는 줄 알았는데
몇 장 스넵으로 보는 사진에
시원시원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물씬 풍깁니다
재경 선배님 주축이라 그런지 왠지
낯익은 선배님들 많이 보입니다
가을의 끝자락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선배님들 멋진 추억을 만들고 오셨네요
여고생 교복 참 오랜만에 봅니다
청순미가 넘쳐납니다
완전 틴에이저군요
아래 사진 빨간 점퍼 입으신 분
사위하고 TV에 나오시던 분 같습니다
멋진 여행이군요
맞네 마라도 사위 박서방
장모네.
관광객이 그집에서 바글바글 하는게
메스컴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는걸 느꼈네^^;
우리도 거기서 소라 안주로
제주 올래소주 한잔씩 하고왔네.
최남단 마라도 라지만
더 가면 이어도도 있다네?
다음카페
가요 신동, <류원정>의 [ 심지 ] -- 전국 top10가요쇼 -- 2016-10-14 http://m.cafe.daum.net/LAORENTCAR/NPwh/299?svc=cafeapp
↑위 주소 서-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