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컵의 물맛이 이렇게 다른가 ?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배가 돌덩이처럼 굳어서 손가락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죄우로 움직이거나 걷기를 하면 속이 울리고 통증이 와서 움직이기가 어렵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 일주일전에 몸이 으슬으슬하고 뼈마디가 쑤시고 해서 예사로 감기몸살인가 하고 동네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 먹은 적이 있고 모임이 있어 막걸리도 한 잔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장승배기에 있는 아는 냇과로 아내와 함께 갔다. X-RAY를 찍어보고 처음에는 장염이 심하다고 하더니 복부초음파를 하기 시작한다. 20분정도 계속 해 보더니 맹장염인가 게실염인가 하면서 큰 병원으로 가서 CT를 찍어보고 입원을 해서 수술을 하던지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아내가 그러면 사촌동생이 냇과과장으로 있는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가자 한다. 택시를 잡아 집으로 가면서 택시기사인 아주머니에게 바로 의정부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집에서 입원할 경우 필요한 간단한 옷가지등을 준비해서 바로 의정부로 달린다.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니 사촌동생이 미리 준비를 해 놓아서 일사천리로 CT를 찍어보니 맹장이 터져 다른 장기까지 훼손되었다고 하며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맹장염이 복막염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같으면 복막염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가끔 들은 적이 있는것 같다. 그런 정도라면 아파서 쩔쩔 맸을것이 아닌가 ? 그런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며 통증을 몰랐는데 어찌된 것인가 ? 터진지도 벌써 며칠 된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내 몸이 늙어서 둔해져서 그런건가 ?
수술이 결정됐다. 평생 내몸에 칼을 대는 일은 처음이다. 아침에 된장국에 억지로 밥 한 숫갈을 말아 먹은 것이 마지막인데 목은 말라온다. 물은 일체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오후 6시경 환의만 입고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실로 들어가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냥 잠시 어디 갔다 오는 기분이다. 의사가 눈에 조그만 까운 같은 것을 덮는것 같더니 아마도 그게 마취제인 모양이었다. 그 이후에는 전연 몰랐다. 한참만에 꿈속같은 곳에서 가족들의 얼굴이 얼른얼른 보이는것 같더니 눈이 뜨인것 같다. 가족들이 눈에 보인다. 아내 아들 며느리 손자가 보였다. 수술시간 약 2시간30분. 맹장이 터져 대장 소장도 일부 짤라내고 연결했다고 한다.
이 순간부터 입이 더 바짝바짝 말라 들어온다. 그런데 물은 일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 입에 넣었다가 넘기지 않고 다시 뱉아내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한테서 수시로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가져오라 해서 입을 헹구기만 한다. 그렇게만 해도 갈증이 훨씬 낫다. 수술한 날부터 그 다음날까지 일체 아무것도 입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시원한 냉수 한 컵이 얼마나 마시고 싶은가 ? 한 컵만 마시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것 같다.
사흘째, 물을 마셔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 무슨 괴이한 일인가 ? 그렇게 간절히 마시고 싶던 물맛이 막상 마셔보니 덤덤하고 미싱미싱하여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약 먹을 때 겨우 조금 마실 뿐이다. 옆에서 아내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자꾸 채근을 해도 마시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도 벌컥 벌컥 마시고 싶던 냉수가 거리감이 느껴지니 이런 현상을 무어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
몸이 완전 회복될려면 한창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아내가 옆에서, 평소에 그렇게 만류해도 계속 막걸리를 마시더니 드디어 이 일이 터졌다고 막걸리에게 병의 원인을 갖다 댄다. 아마도 당분간은 막걸리를 마시기 어려울 것 같다. 산에도 당분간 조심해야할 것 같다. 뒷산에나 천천히 왔다갔다 하면서 몸을 추스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2019.3.1 (금)
첫댓글 수고 많았습니다~~빠른 회복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빨리 수술 했으니 다행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빨리 회복 될것 같습니다
큰 일 치르셨군요.
맹장염이 복막염이 되면 위험한데
수술이 잘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조금 있으면 물맛이 날 겁니다.
얼른 회복하셔서 다시 막걸리 마시는 시간이
오길 기도할게요.
모두 감사합니다.
큰 고생하셨군요.
빨리 쾌차하시길 함께 기도합니다^^
아이고 고생 많았습니다. 그러셨군요. 막걸리 때문은 아니고 살다보면 아플 수도 있어요. 낫고 나면 금붕어 운동 아침마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