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6.12.24일
팀 명 : 큰뫼사랑 종주대
참가대원 : 최성우(대장), 유승철(대원),김승만(대원),신희선(대원),예림아씨(초대손님)
종주구간 : 제48구간(대관령 - 진고개)
종주거리 : 총 23.5km
2006.12.24(일)
06: 00분<분당 출발>
11.19일 저수재 - 묘적령 구간 산행 이후 대략 35일만에, 정말 오랜만에 산행을 하게 된다. 너무 오랜 기간을 쉬니까 어떤때는 우리가 백두대간 종주대원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 점점 게을러지더니 결국 추운 날씨의 도움으로 움직이지 않아 결과는 어김없이 몸무게 증가로 나타났다. 긴밀하게 연락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과 자연사이에 너무 멀어지다 보니 설레임도, 궁금함도 덜 해지고 추운데 나오려니 귀챦은 생각까지 든다. 오늘은 또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하는 설레임 보다는 산 꼭대기에 바람이 불면 엄청 추워 고생할텐데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만 이렇게 군기가 빠져 있으리라 위로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훈련병 기상하듯이 일어나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유대원과 예림아씨, 대장님과 김대원을 만나니 지금까지의 우려는 구름 걷히듯 한 순간에 사라지고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반갑다. 오늘 산행구간은 대관령에서 진고개까지의 23.5Km 구간이고 지도상에 표시된 거리는 7시간 10분으로서 목장길을 따라 가게 되므로 그리 어려운 구간은 아닌듯하다. 중간에 양떼목장,한일목장과 삼양목장 그리고 선자령을 지나게 되는 환상적인 설원풍경이 기대되며 날씨는 맑고 온도는 최저-8도에서 최고 2도로 예상되었다.
07: 35분<장평휴게소 도착,조식>
김대원의 애마는 어둠을 뚫고 동수원IC를 진입하여 쏜살같이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스키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새벽부터 고속도로는 차량 흐름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지지대는 없지만 유비스타에서 강매한 네비게이션을 무릎에 놓고 달리는 바람에 과속 카메라로부터의 공포를 벗어날 수 있었고, 길가 또는 음지 커브의 노면이 얼어 미끄러울 것으로 우려 되었지만 짐승만 대원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린다. 호법과 문막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오늘은 처음으로 영동고속도로를 계속 달린다. 백두대간 종주 기간중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날이며 그많큼 많이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둔내휴게소를 지나면서 서서히 동쪽하늘이 밝아오더니 강원도 산들과 시골집 굴뚝에서 소죽쑤고 아침준비하는 연기가 피어 오른다. 아직은 창밖의 풍경이 흑백의 정지상태이지만 굴뚝연기의 움직임은 오늘이 살아 있고 그러기에 우리도 열심히 살 의무가 있음을 말해 준다. 시계가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어 다음 휴게소인 장평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멈췄다.
08: 48분<대관령 산행시작 : 해발 840 m>
장평 휴게소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새벽에 수도권을 떠난 많은 여행객들로 몹시 붐볐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개인별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택하였는데 대체적으로 깔끔하고 맛도 우수했다. 대장임이 사주신 이고장 별미인 안흥찐빵과 감자떡도 오랫만에 산행하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횡계IC를 빠져나와 네비게이션이 일러주는대로 대관령 옛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면 큰 풍차가 보이면서 대관령 휴게소에 나타나고 고개 마루턱의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주차장이라기 보다는 얼음판 위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고 차도 없는 것을 보면 대관령 터널이 개통된 후 우리같이 산을 찾는 사람들 이외에 거의 인적의 뜸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여러 번 들린 경험이 있는 휴게소이지만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빈집 같은 쓸쓸함과 허전함이 앞선다. 출발 기념사진을 찍고 진고개까지의 산행 완주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09: 40분<새봉 도착>
양떼목장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판과 선자령등반안내도를 뒤로 하고 강릉방향으로 20여 m 올라가다 왼쪽 차로로 진입한다. 진입로는 녹은 눈이 꽁꽁 얼어 붙어 빙판을 이루고 있고 그늘진 부분을 지날때는 얼굴이 따갑도록 추웠다. 넘어질까 조심하면서 한발 한발을 15분 올라가면 대관령 깨끗한 하늘을 뚫고 내리 쬐는 찬란한 겨울아침 햇살이 순식간이 체감온도를 높혀 주고 “대관령국사성황사” 이정표 삼거리가 나오는데 “대관령국사성황사”는 직진을 하고 선자령은 145도 우측 방향길을 택하여야 한다.
오랜만에 대관령국사성황사에 대하여 공부 해 볼까요?.
성황사는 강원도 평창군(平昌郡) 대관령 정상에 있는 대관령국사서낭을 모신 신당으로서 대관령산신당 서쪽 30m 거리에 있다. 당우는 건평 5평 정도의 기와집이며, 내부 정면 벽에는 국사서낭 신상(神像)이 걸려 있다. 신상에는 백마를 타고 궁시(弓矢)를 메고 있는 서낭신과 말고삐를 잡고 있는 시종, 그 앞뒤에 호랑이가 호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재의 당우는 1944년에 중건된 것이다. 대관령국사서낭은 대관령산신과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모셔지는데, 구전설화에 의하면 서낭신은 신라의 국사 범일(梵日)로 그는 불법을 전파시키고 난세에는 술법으로 적을 격퇴시키는 등의 행적을 남긴 고승이라는 점에서 이 고장의 수호신으로 받들게 된 듯하다.
대관령국사서낭에 대한 신화가 있다.
옛날 학산에 과년한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마을 앞 우물, 석천에 물을 길러 갔다가
표주박에 햇빛이 유난히도 밝게 비치는지라 처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물을 마셨다. 그런 연후 갈수록 몸이 달라 지더니 14삭만에 아이를 낳았다. 처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수치심에 그녀는 아이를 포대기에 싸 마을 뒤 학바위에 갖다 버렸다. 그런후 사흘이 지나자 걱정이된 그녀는 그곳에 가보니 죽었을 줄만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지 않은가. 이상하여 숨어서 지켜보니 잠시후 학 한 마리가 날아와 품어 주고 신기한 붉은 열매 세 개를 아이에게 먹여 주며 보살피고 있었다. 이에 다시 데려다 키웠는데, 그가 훗날 구산 선문(九山禪門)중 하나인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이다.
학산에는 굴산사의 흔적인 당간 지주와 부도탑이 남아 있다. 또한 현재도 전설의 장소인 석천우물과 학바위가 남아있어 신성성을 유지하고 있다. 범일(梵日)이란 이름은 해가 떠있는 바가지에 물을 마신데 연유한 이름이다. 입적 한 후 강릉과 영동지역을 수호하는 대관령국사서낭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후 강릉 지역에 왜군이 쳐들어 왔는데 그때 대관령국사서낭님이 나무를 군사로 변하게 하여 왜군을 물리쳤다는 전설도 전하고 있다.
대관령국사성황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이며, 대관령 산신제와 국사성황제는 매년 음력 4월 보름, 풍성한 단오제를 기원하기 위해 대관령에 올라 산신제를 지내고 단오제의 주신인 국사성황신을 강릉시 홍제동 국사여성황사로 모셔오는 행사입니다.
모퉁이를 돌아 인공 조림지를 지나면 통신중계탑이 크게 모습을 드러낸다. 인공조림지내 작은 나무주변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녹색 그물망이 둘러 쌓여 있고 대관령 휴게소가 멀리 내려다 보인다. 중계소 정문에 다다가니 담벼락에 KT라고 크게 쓰여져 있는데 우리회사도 통신회사이지만 KT는 정말 공룡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좋은 공기 마시며 신선처럼 생활할 수 있어 지상에서 최고의 보직이라는 생각이 들어 쪼끔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가 없다. 물론 나름대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KT 통신중계소를 지나면서 앞에 다시 무슨 탑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순간 예림아씨가 엉덩방아를 찌었다. 보통 도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을 텐데 아이처럼 좋아하며 넘어진 김에 앉아서 아이젠을 착용하며 쉰다.
서쪽으로 국사성황당 0.17km, 동쪽으로 반정 1.66km라는 이정표를 지나 이름모를 탑 울타리를 따라 돌면 갑자기 수많은 풍력발전기(이하 풍차)가 만화처럼 나타난다. 대원들 모두 감탄의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단체사진을 부탁한다.
대관령을 출발하여 40분 올라 온 지점부터 풍차는 점점 그 수를 더하고, 끝없이 펼쳐진 설원은 오늘 산행의 얼마나 환상적일까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새봉을 올라가면서 뒤돌아 본 이름모를 탑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항공무선표지소로서 봉우리 넓은 공터에 여러 개의 소형 접시 안테나들이 여러겹의 원을 그리며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항공무선표시기는 바다의 등대와 마찬가지로서 항행중인 항공기에 방위각도 정보(1~360도)를 제공하는 시설로서 항공로의 구성, 공항접근 및 이.착륙시에 이용되는 필수 시설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림으로 볼 때 이곳 대관령 시설은 전방향표지시설(VOR : VHF Omni-directional Radio Range)인 듯 하다. 이래뵈도 내가 대한민국 공군 졸업생인데 이정도는 관심을 갖아야지요.
도착한 새봉에는 새봉이라는 표지는 없고 강릉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와 통신탑이 서 있다. “대관령 2.5km, 선자령 2.5Km”라고 적혀진 이정표를 보니 이곳이 선자령까지의 정 중간 지점인 듯 하다.
10: 31분<선자령 도착 : 1,157m>
선자령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산이라기 보다는 드넓은 목장의 젓소들이 다니는 길로서 잠시 빌려 이용하게 된다. 보이는것은 하얀 설원과 풍차와 개미같이 움직이는 등산객들의 연속이다. 언덕을 넘어도 또 같은 풍경이고 또 넘어도 같은 풍경이다. 엄청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눈 쌓인 형상들과 나무에 피어난 눈꽃,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썰물 후 갯벌의 모습이 허허벌판 이 목장에서 눈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람에 날려 무릎을 넘게 쌓인 눈속을 뚫고 가냘프게 올라와 흔들릴지라도 절대 꺽이지 않고 자기 자세를 유지하는 억세풀 강인함에 박수를 보낸다. 눈에 업드려 작품사진도 찍고 또 각자 작업사진도 찍으며 가다보면 귀신 울음소리가 들여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보게 된다. 멀리 멋있게만 보이던 풍차가 머리 위에서 윙윙 돌아가는데 날개의 크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그 기둥도 몇 아름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새봉을 떠나 50분 만에 도착한 선자령에는 “백두대간 선자령” 이라고 크게 쓰여진 거대한 표석이 서 있고 그 앞에 화강암 의자도 나란히 놓여 있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하얀색 드넓은 도화지에 열심히 도는 풍차와 꾀부리는 풍차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강릉과 안개속에 희미한 동해바다가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지난 1년동안 여러산 정상에 올라 보았지만 하얀정상에 올라선 기분 또한 그 못지 않게 신난다.
11: 46분<곤신봉 통과:1,131m>
선자령을 떠나면 곤신봉까지의 능선이 선명하게 보이고 한방의사가 중간중간 날개달린 침을 꼿아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침에 달린 날개가 돌고 있다. 보현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지금까지보다 엄청 많은 눈이 쌓여 있는 곳에 다다르는데 대원 모두가 눈속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뒹굴었다. 특히 예림아씨는 빨간색 등산복을 입고 눈속에서 혼자 이 목장을 다 소유한듯 마음껏 뒹굴었다. 길가에는 강원풍력발전주식회사에서 “특별고압케이블 매설지역” 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준간중간 세워 놓았다.
지금은 백설기에 중간중간 박힌 건포도처럼 목장이 이루어져 있지만 한여름에는 녹색으로 물들여 질 모습을 상상하니 꼭 한번 이 길을 다시 와 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녹색 벌판에 젖소들이 무리지어 풀을 뜯는 모습 또한 한폭의 그림같을 것이다. 홀로 외롭게 서 있는 한그루의 소나무를 지나고 몇 개의 언덕을 넘어 대공산성으로 갈라지는 곳의 이정표를 지나면 약 300m 후 자연석에 “곤신봉 해발 1,131m” 라고 새겨진 표석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11:46분). 지도에는 1,127m 라고 적혀 있는데 어느것이 옳은지?
대공사격은 들어보았어도 대공산성은 처음이라 다시 공부해 본다
대공산성은 1979년 5월 30일 강원도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 강릉시에서 서쪽으로 약 20km쯤 되는 성산면 보광리 북쪽에 있는, 길이 약 4km의 산성이다. 보현산성(普賢山城) 또는 대궁산성(大弓山城)이라고도 불린다. 축성연대는 미상이다.
축성에 관하여 두 가지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溫祚王)이 군사훈련을 위해 쌓았다고도 하고, 또 발해의 왕족인 대씨(大氏) 성을 가진 사람이 쌓았기 때문에 대공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옛 문헌에는 이곳을 보현산이라 하고 성곽은 보현산성이라 부르며 둘레를 1,707척이라고 기록했다. 대관령과 연결된 산맥에다 자연적인 산세를 이용해 자연석을 그대로 쌓은 성이다. 또 소금강에 있는 금강산성(金剛山城:강원문화재자료 47)과도 연결되어 있다. 험준한 절벽에 쌓은 북쪽 성벽은 많이 허물어졌고, 다듬지 않은 할석으로 쌓은 남쪽 성벽과 동문·서문·북문터는 남아 있다.
성 안에는 당시에 사용했다는 우물터가 남아 있다. 곳곳에 기와 파편이 흩어져 있다. 1895년(고종 32) 민용호(閔龍鎬)가 이끄는 을미의병(乙未義兵)들이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12:26분<동해전망대 도착,중식>
곤신봉을 지나면서 제설차가 등산로에 지나간 흔적이 있어 한층 걷기가 쉬웠고 등산화에 눈도 들어가질 않아 한층 기분이 좋고 발걸음도 가뿐했지만 시장기가 돌아 점점 힘들다는 것이 느껴진다. 매일 먹는 식사지만 인간의 몸이 얼마나 예민한지 한끼 굼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멀리 희미하게 소황병산을 바라보며 30여분을 가면 갑자기 한가닥 줄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곳에서 아기를 낳았을 리도 없을테고 설령 낳았다면 고추 등 무엇이 달려 있어야 하는데 원인은 알수 없다. 10여m를 더 가니 어디로 올라왔는지 여러대의 jeep이 주차되어 있고 등산객이 아닌 운동화 신은 민간인 여러쌍이 데이트를 하고 있다. 군데군데 높은 언덕에는 여러대의 카메라가 우리 방향으로 정조준 하고 있는데 설마 우리를 찍고 있는것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같이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길 옆에 하나의 안내판이 서 있는데 이곳이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그 영화를 다시 한번 보아야 겠다.
다시 10분 정도 가면 동해전망대에 다다르는데 길가에 “ 목초는 고기와 우유입니다. 들어가지마세요. 해발 1,165m” 라고 쓰여진 푯말이 군데군데 서 있다.
전망대에는 미리 도착한 등산객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었고 발 아래 강릉시내와 푸른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옆에는 빈 케이블 드럼과 플라스틱 의자가 한여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렀나를 말해주고 있고 우리는 동그랗게 생긴 전망내쉼터 안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효성그룹 영양사로 근무중이신 예림아씨의 떡만두국 재료는 구정날 아침처럼 갖은 양념이 준비되어 있어 우리 남정네들이 먹던 것과는 색깔부터가 달랐고 덕분에 조리장이 김대원이 실력이 한층 발전되어 보였다. 마음씨 좋은 주인장 아저씨와 함께 나눠먹을 수 있어 한층 더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13:09)
14: 02분<매봉 통과>
다시 똑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점심은 잘 먹어서 에너지는 넘치건만 아직 갈길이 구만리 같고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진고개에서 4시간 30분, 어떤 이는 5시간 30분 걸렸다고 한다. 분명히 지도상에는 7시간 20분 소요되는 거리였고 계획상으로는 오후 4시 30분경에 진고개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멀리 소황병산까지의 거리나 그너머에 희미하게 보이는 노인봉을 바라보면 앞으로 5시간 30분 더 걸린다는 말이 옳은 듯 싶다.
계속 목장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태고의 신비 원시림”이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있는데 엄청 우거진 모양이다. 이곳이 사람이 산다면 원시인이겠지요?
동해전망대에서 50분을 가면 매봉 정상을 통과하게 되는데 정상은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 있고 아무 표시는 없으나 구석에 이곳 매봉부터 진고개까지 통행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쌩뚱맞게 서있다. 나닐 사람들은 자유롭게 다 다니는구먼…
출입금지가 offlimits 라는것을 여기 서 있는 표지판에서 처음 알았다.
16: 29분<소황병산 우회지점 통과>
소황병산 정상의 둥그런 탑과 노인봉이 가까워 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득히 먼곳에 있다. 왼쪽으로는 삼양목장 축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대여섯개의 언덕을 넘고서야 비로서 소황병산에 우회지점을 도착하게 된다. 오늘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노래가사 그대로 목장길 따라 하루종일 걸은 셈이다. 눈이 없을 때에는 지도상의 소요시간대로 걸을 수 있을 거리지만 발이 계속 미끄럽고 눈을 헤치고 나아가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더 걸렸고, 체력소모 역시 항층 더 심했다. 김대원은 눈속에 가려진 습지에 발이 빠져 얼지나 않았는지 걱정되었고 중간중간 겨울연가 촬영이라도 하듯이 눈속을 뒹굴며 놀기도 했다.
지는해는 서쪽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고, 높이 날으는 비행기가 남기고 간 방귀 자국이 저녁하늘 위에 하얗게 두줄로 그어져 있다. 지도상 1시간 거리 뒤에 있는 노인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지만 벌써 주변에 점점 땅거미가 밀려 오므로 소황병산을 우회하는 지점에서 미리 노인봉 사진을 찍었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걱정이다. 앞으로 최소한 2시간 30분은 더 가야 하는데….
17: 56분<노인봉 대피소 통과>
등산로 옆에 있는 나무를 의지하며 어둡기전에 조금이다도 더 가려고 급경사 언덕을 한동안 내려간다. 더 어둡기 전에 야간산행 준비를 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에 배가 고파와 준비한 영양갱과 쵸코렛으로 몸의 불씨를 살리고 발아래만 보고 간다. 머무를 곳은 아니지만 노인봉 대피소가 나타나길 학수고대하며 소황병산에서 1시간 20분을 가서야 어둠속에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대피소를 통과하게 된다.
대피소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노인봉과 진고개방향의 갈림길이 나오고 이정표는 진고개까지 아직도 3.9km 남았다고 알려준다. 시간이 허락되면 노인봉 정상도 정복하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을 시도한다. 그때 우리 대장님이 아직도 힘이 남으셨는지 여기서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역시 대단한 체력이시다.
19: 13분<진고개 도착>
미리 예약한 진부택시(
아이젠을 풀면서 모처럼 바라본 내 아랫도리는 눈과 얼음으로 엉망이었고 등산화와 양말이 다 젖어 있었다. 쉽게 보았다가 정말 힘들게 10시간 25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택시에 앉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은 앉아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고개를 내려와 대관령에 도착하니 김대원의 애마만이 주인을 기다리며 혼자 있었다.
20:30<횡계 황태식당,오삼불고기>
기사 아저씨가 안내해 주신 횡계 황대식당에서 오삼불고기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고생하셨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진부령에 도착하는 그날까지 안전을 빌며…. 우리 종주대원 파이팅~
온세통신 종주내역
2004년 종주팀(대관령 - 진고개): 무선사업본부김명수,윤종선,허종원,김용철,이소윤,김미영)
2005년 역종주(진고개 - 대관령) : 안타깝게도 인트라넷에 기록이 없어졌어요
첫댓글 그날의 환상적인 설경이 눈앞에 어른거리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좀 힘든 거리였지만 멋진 산행이었어요....^^
짐승 발톱이 인간의 아이젠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네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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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진행된 산행이었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앞으로도 이정도의 거리 ![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주는 ![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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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듯 하니 평소 체력관리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