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흰두루란 머리에 흰 띠를 두른 골굿떼를 이르는 말이다.
골굿떼란 쨩(도대체) 무엇하는 떼거리일까.
옳거니 골굿떼란 옛부터 알려져 오는
의적 또는 마음씨 좋은 도둑놈,
이렇게 알고 있지만 알로는 그게 아니다.
골굿떼란 말 그대로 골난 놈들,
골난 것이 더욱 골이 난 놈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일을 해도
사람으로 살 수가 없어 배알이 꼴리다 못해
온몸이 울뚝울뚝 꼴리는 놈들이 모여서
굿하는 떼거리라는 뜻의 준말이다.
이 때 굿이란 꾕쇠 징 장고 북 이런저런 풍물가락에
덩덩 덩더쿵 ~ 하고 한판 벌리는 무굿,
그것만 가리키는 말이 아니구나.
온몸이 꼴리는 놈들이 모여 다함께 할 바를 매듭지은 다음
그것을 한판 치르는 온 몸의 트림이 바로 굿이라는 거구나.
이런 뜻에서 보잘 것 같으면
“굿을 하러 가자.”라고 하는 것은
같은 뜻을 진짜로 이룩하려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굿의 참뜻이란 한판 어르기, 한판 싸움이다 말이다.
어쨌거나 이 골굿떼는 짱(도대체란 말의 서울 사투리, 썅이라고도 함)
어떤 굿을 하는 떼거리였을까.
첫째, 골굿떼와 함께 하게 되면
그놈의 생김새가 머슴놈이던 쌍놈이던
먼저 고기에 이밥을 실컷 먹여준다 했다.
이것은 쨩 무슨 말일까.
어떤 나라에서는
그네들이 가장 아름답고 넉넉살이(행복, 행운)가
넘치는 땅을 일러 젖과 꿀이 흐르는 고장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 겨레의
가장 아름다운 고장은
고기에 이밥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고장이라고 했다.
이렇게 실컷 먹고 싶은 고기란 무엇일까.
소 돼지 양떼 따위의 네발 짐승을 길러 먹고 살 때의 바램이다.
또 이밥이란 무엇일까.
그냥 이밥이 아니다.
기름이 찰찰 흐르는 이밥인데
짐승을 길러 먹고 살다가 농사를 지어먹고
살게 되었을 때의 바램이다.
이 골굿떼와 함께 하게 되면
모두 힘을 모아 나만 일을 하고
너는 노는 세상의 뻔한 잘못일랑은
이를 보라는 듯 한 칼에 잘라 바른 나라를 세운다 하였다.
또 죽으나 사나 한살매(한평생)
이같은 뜻을 같이 한다는 갓대(증거, 표시)로
이마에 흰 띠를 두른다 하였다.
그런데 어찌해서 백두산의 본디 이름을 이와같은
‘흰두루’라고 했을까.
잘 아는 바와 같이
백두산 높은 뫼는 구름도
따라잡을 수 없는 만치 그 꼭대기가 까마득하다.
이 때문에 엔간한 구름덩이들은
그 높은 뫼의 허리춤에나
겨우겨우 털썩 걸쳐 있게 마련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것을 멀리서 볼 것이면
마치 이마에 흰 띠를 질끈 동여맨 흰두루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뫼를 일러 흰두루라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짜배기로
그 흰두루 자락은
이와 같은 흰두루떼, 골굿떼의 고장이었다.
거기서 올바른 세상 사람의 나라를 세우고자 했다.
그래서 그 깊고 높은 뫼는
누구나가 우러러 본다는 뜻에서 흰두루라고 해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하면 따져야 한다.
어찌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아름답고
또 그 발자취도 자못 오래된 흰두루한 말이
이제는 온데 간데도 없어지고 말았을까.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뭉클 자못 가슴이 복받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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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내 주 : 이상은 장산곶매 이야기에 나오는 흰두루 이야기입니다.
골굿떼 이야기이며,
굿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죠?
그리고 그 기상이 백두산과 같다는 말씀이시온데,
요즘 같이 우울할 때에
온 몸이 꼴리는 사람들, 모여 우리 굿 한번 할까요?
정말이지 사람이 사는 세상,
한번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흰두루님, 그리고 장산곶매 모든 님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