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외 6편
장승재
집 나가 먼 곳 가는 게
여행이린 뜻이지만
가 보고 싶은 곳, 날 기다리는 곳
거기를 꼭 가야만 여행일까?
우리 모두는 여행을 와 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여행지다.
살면서 한 곳에만 머문다면
조금은 답답하고 싫증이 나기도 하지.
그렇다고 사는 곳, 훌쩍 떠날 수 있을까?
우리를 여기, 이 곳에 살게 해준 분
넓은 세상, 한 구석이긴 하지만
이 나라,이 백성이 되게 하고
이 땅에 살아라 하신 그 분
그 분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나 탯줄 묻은 이 땅, 나의 땅이다.
여행은 몸을 옮기기보다
우리 마음을 훌훌
떠나보내는 것이다.
돌 쌓 기
시냇가 자갈밭에서
돌을 주어 돌쌓기를 해본다.
큰 돌 아래에 놓고
조금 씩 작은 돌을 그 위에 얹는데
두 개 세 개는 겨우 얹어도
네 개째는 무너진다.
욕심을 내본다.
어떻게 하든지 쌓아보자.
아랫 돌 붙잡고 윗 돌 올리니 올라간다.
그러나 아랫 돌 손 놓으니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그렇지, 무너질 것 알면서
애써 쌓아보려고 하는 욕심
스스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을
애쓰며 이루어 보겠다는 욕심
다 내려놓고 돌은 쌓지 말라는 것
돌 뿐만 아니라, 돌과 닮은 글 돈,
쌓으려 욕싱 내지말고
마음 편히 살라는 진리, 돌쌓기다.
모래 한 줌
바닷가에 가서 신발을 벗고
파도 출렁이는 곳
발을 적시며 걷다가
잠시 바닷물 머금은 모래 한 줌
쥐어보는데 아- 이것은
누구일까? 이 느낌, 언젠가 만져보았던
그 여인, 아 나의 아내의 손
부드러웠지만 까칠하고 차가웠던
그 느낌, 주검에 늘어진 손
내 곁을 떠난 아내를 영원히 보내며
꼭 잡아보았던 아내의 손
이 바닷가 바닷물에 잠겼던 모래가
세월이 흘러 잊혀져 간
나의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바닷물이지만 파란 불빛 밝히며
나에게 전해온다
-잊지 말아요. 세월 흘러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
바보
살아보니, 나는 바보였네
어릴 때 똑똑이라 불리고
클 때 공부 잘 한다 칭찬받고
장가가선 아들 딸 곱게 낳아
참 잘난 놈이라 했네.
흐르는 물은 첫 샘이 어디며
마지막 모이는 곳이 어딘지 모르듯
우리 삶도 같지 않을까?
하나, 둘 셈 공부 잘 하고
어디 뭐가 있고 뭐가 변한다며
똑똑하게 답하며 살았어도
우리 모두가 바보 아닐까?
삶의 시작과 끝을
언제 깊이 생각해 보았나?
세상을 누비고 다녀봤지만
사람 사는 곳 어디가 제일인지
느끼지도 못했었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 바보다
낙엽을 치우며
안강에 이사 오면서 뽕나무를 심었다
뽕나무는 해마다 자라며 큰 나무가 되었다.
꽃을 피우지 않고 오월이면
파란 열매, 아니 진 보라색 열매
오디를 몇 소쿠리씩 따라고 했다.
그러나 봄여름 시원한 그늘 드리우던
뽕나무가 겨울이 시작되자
아뿔사, 그 푸른 잎 노랗게 되고
한 잎 한 잎 낙엽 되어 떨어졌다.
넓적한 낙엽 마당을 덮고
그 잎, 매일 치우다가
그렇지, 노랑 잎 따보자
노란 잎 따고 낙엽 되지 않게 했지만
아, 사람의 생각은 뽕나무보다 못해
어느 아침마당 한 가득
낙엽이 지천이고 그것을 치워야 했지.
낙엽은 하늘이 하는 일
그것을 내가 해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
마침내 생각도 낙엽 되면 떨어져 버렸다.
짜장면 한 그릇
초등학교 졸업식 끝내고
강당에 가득 모인 남녀 어린이
졸업 기념으로 짜장면을 먹었지.
아, 짜장면
배 골며 살았던 육이오 어린이들
도시락 없이 학교 다니던 시절
교실은 군대에 내어주고
우리는 산에서 공부했지.
학교 앞 또뽑기 하며
사탕 하나로 고픈 배를 달래던 우리
짜장면을 언제 어떻게 먹었겠나?
돌아보면, 그래도 참 그리운 시절
그래도 배는 골지 않았지.
꿀꿀이죽을 먹었어도 우린 자랐다.
산에서 공부했어도 우리 배웠다.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며
아, 그리운 어린 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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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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