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운. (2019).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실질적 성과와 과제." 「지방공기업」, 2019 Autumn vol. 13. 통권 27호.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의의 및 중요성
1980년대 이후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번진 신공공관리적 접근은 이미 우리에게도 주된 정부 운영의 기조가 된 지 오래이다.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의 정부 일변도의 공공서비스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민영화, 민간위탁, 공기업 설립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 공급 주체를 외부화 및 다변화한 것도 그러한 운영 기조를 통해 나타난 현상이다.
한편 이러한 공공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변화는 공공부문의 성과 측정 및 관리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켰다. 여전히 국민에 대해 공공서비스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 밖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대리인들이 당초 기대한 대로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한 지방공기업의 설립 및 운영, 그리고 그에 수반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도 이러한 흐름과 상황을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즉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정부 밖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공기업들의 성과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정부의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지방공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여 성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고 경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1992년 지방공영개발사업과 상수도 사업에 대해 시작되어 「지방공기업법」 제3차 개정을 거쳐 1993년부터 본격 실시되었고, 현재까지 지방공기업의 경영체제 구축과 발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공공부문에 대한 성과 평가의 강조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지속 강조되어 왔지만, 특히 김대중 정부가 분권화 정책 차원에서 당시 행정자치부가 보유하고 있던 사전적 통제권(지방공기업 설립인가권, 사장임면권 등)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면서 사후적 통제 및 성과관리를 위한 핵심수단으로써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 왔다(지방공기업평가원, 2015: 281~285).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
이 시점에서 그간 평가자 혹은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경험해온 지방공기업 관계자 중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성과 책임성의 확보 및 경영개선 유도라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역할 및 필요성은 당위적으로 인정하겠는데, 그렇다면 지방공기업 경영평가가 실제로 우리 지방공기업의 경영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왔을까? 경영평가가 실제로도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고 있기는 한 것인가? 특히, 자신이 소속된 지방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대비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가지고 지방공기업 실적보고서를 작성하고 현장 평가를 준비해 본 경험을 가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담당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의문을 한 번쯤 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필자는 지방공기업의 임직원들로부터 그러한 질문을 받은 경험을 여러 번 가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심리적 부담이나 육체적 피로감 등으로 인해 평가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고 싶지 않지만 평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과 책임성 확보 등을 위해 해야만 하는 “필요악(必要惡)”이라고 답변을 하곤 했지만, 스스로도 경영평가가 정말로 본연의 의도에 맞게 긍정적인 역할을 실제로 해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곤 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필자는 비록 제한적 범위이기는 하나 경영평가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실질적 성과
사실 경영평가가 지방공기업의 경영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이유는 이론적으로 많아, 다양한 이론적 근거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동기이론학자인 브롬(Vroom)의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에 따르면, 경영평가는 ‘평가급’과 같은 외적 보상수단과 함께 운영되기 때문에 조직구성원들의 성취동기를 유발해 경영성과 향상이 가능해진다. 또한 조직제도주의학자인 디마지오와 파웰(DiMaggio & Powell)의 제도적 동형화(isomorphism) 이론에 따르면, 경영평가는 정부 정책을 이행하게 강제하고 선진적인 관리기법 등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우수공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강제적(coercive), 규범적(normative), 모방적(mimetic)으로 지방공기업들의 성과를 균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 방법, 과정을 통해서 성과가 향상되었는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영평가가 실제로 경영성과 향상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확인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분석 결과, 4개 지표 모두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경영평가 평점의 상승 추세가 상당히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1인당 시설관리실적’의 경우 17개 기관의 2002~2004년 평균 평점이 75.5점이었던 데 반해, 2013~2015년 평균 평점은 91.2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대행사업비절감률’ 역시 30개 기관의 2002~2004년 평균 평점이 73.2점이었던 데 반해, 2013~2015년 평균 평점은 83.4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사업수지비율’의 경우에도 30개 기관의 2002~2004년 평균 평점이 75.5점이었던 데 반해, 2013~2015년 평균 평점은 88.8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고객만족도’ 역시 시간의 경과에 따라 평가 점수 상승 추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해당 지표의 경우 2010년부터 만족도 점수 평가 이외에도 개선도 평가를 반영하는 현행 방식(목표 B 방식)의 평가지표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평가방식이 변경된 2010년 이후로는 상승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과제
앞서 2002년 이후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시설관리공단들의 전반적인 평균 평점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것으로 나타나, 적어도 시설관리공단에 있어서는 이론적이고 규범적인 기대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도 경영평가제도 도입의 효과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동전의 양면처럼, 이러한 평균 평점의 상승 현상은 평가지표의 변별력 하락이라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분석대상에 포함된 공기업들(설립된 지 오래된 공기업들)의 평점이 전반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공기업 간에 평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당지표가 가진 평가지표로서의 변별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분석해 본 결과, 평가연도별로 기관별 평점의 산포도를 보여주는 변이계수[=(표준편차/평균)*100] 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4개 지표 모두에 있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이계수가 감소해 기관 간 경영성과 편차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대상 기간 초기 3년 평균과 후기 3년 평균을 비교해본 결과, 1인당 시설관리실적(15.0점→10.5점), 대행사업비절감률(19.1점→6.5점), 사업수지비율(24.2점→9.6점), 고객만족도(17.6점→4.4점) 등 4개 지표 모두에서 연도별 변이계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기관 간 평점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광역 시설관리공단에 있어서 두드러져, 기관 간 평점 편차가 최근에는 매우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4개 지표에 대한 최근 3년 평균 변이계수는 각각 3.5점, 4.9점, 5.5점, 2.4점에 불과함).
이러한 분석결과는 해당 지표를 오랫동안 운용해온 결과, 해당 지표가 가진 변별력이 약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주요 평가지표들에서 많은 지방공기업이 고득점을 하고 있고 기관 간 득점 편차도 적은 상황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해당 지표들이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해 왔으나 앞으로는 성과 향상 효과가 과거보다는 높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경영개선 유도라는 평가제도의 목적을 고려할 때 보완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이상을 정리해보면, 제한된 범위의 분석 결과이기는 하나 우리의 경영평가 제도가 지방공기업들의 긍정적 성과개선 노력을 유발해 지방공기업들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상승시켰음을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지방공기업 임직원들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시행해온 관계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경영평가지표들을 통해 지방공기업의 성과 개선 및 혁신을 앞으로도 지속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표로서의 효과성 및 변별력이 낮아진 평가지표들을 대상으로 지표 보완 또는 대체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를 다른 상황에 빗대어 표현하면, 그간 인센티브에 기반한 시험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 성과가 고르게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난 반면,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시험문제의 변별력이 전체적으로 낮아져 최근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고득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과를 제대로 확인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에도 꼭 필요한 주요 시험문제는 그대로 두어야겠지만 문제를 보완하거나 배점을 조정하는 등의 추가적 노력과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일회성 개선에 머무르지 않도록 주기적인 효과성 분석 및 보완 노력을 체계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용운. (2019).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 지속에 따른 지표 효과성 연구: 시설관리공단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행정논집, 31(2): 125~147.
지방공기업평가원. (2015). 대한민국 지방공기업 50년사. 서울: 경성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