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가족모임 교육자료
치매노인 및 보호자들에 대한 몇 가지 법률적인 제언
이찬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 아래의 내용은 제34회 가족모임의 내용중 일부 게재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마지막 단계에 해당되는 노년기는 생리적 및 육체적 약화에 따르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사회적 및 경제적 지위 하락에 따르는 문제, 전체 사회의 입장에서는 부양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특히, 치매노인의 경우에는 치매요양시설 및 각종 복지서비스의 공급과 아울러 이외에 민법 및 민사 특별법상의 특별한 제도적인 배려가 어떠한 노인문제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는 치매노인과 그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가족법상의 제반법률 문제를 중심으로 사안별로 문제를 접근하여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치매의 진단을 받고 그 치료 기간 중에 있는 경우는 민법 제9조 소정의 '심신박약자'로서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치산자의 선고를 받아 한정치산자가 되거나, 민법 제12조 소정의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로서 가정법원으로부터 금치산의 선고를 받아 금치산자가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지위에 있다.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선고의 실질적인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치매노인의 경우 본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 호주, 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서 가정법원에서 가사소송법 및 가사소송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 선고를 하게 되는데, 그 법률적인 효과는 실질적으로 재산권과 관련한 처분행위 등 일련의 법률행위를 제한(한정치산)하거나 금지(금치산)하고 각기 가정법원에서 선정한 후견인으로 하여금(동 후견인은 가족구성원 등 이해 관계에 있는 자들의 의사를 수렴하여 법원에서 결정한다.) 동 재산 및 대외적인 행위에 대한 일체의 동의, 대리권, 취소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와 같은 치매상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을 보전할 수 있는 법률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금치산의 선고를 받을 경우는 약혼, 혼인, 이혼, 인지, 입양, 파양 등 가족법상의 신분행위를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고, 기타 재산상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할 수 없으며 하더라도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한편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경우 가족법상의 신분행위는 제한이 없으나 재산상의 법률행위에 관하여는 미성년자와 동일한 법률행위 자격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치산 선고 및 한정치산의 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치매노인의 증상이 호전되는 여부에 따라 가정법원에 동 선고의 효력을 취소하게 하는 청구를 할 수 있고, 동 절차 역시 가사소송법 및 동 규칙에서 정한 바에 의한다. 금치산 및 한정치산 선고가 취소될 경우 치매노인은 법률적으로 완전한 행위능력을 인정받아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된다.
이와 같은 금치산 및 한정치산 청구를 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치매노인 본인과 가족구성원들간의 내부 의사결정의 문제로서 특히 상속 재산 분쟁의 소지가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절차를 적절히 고려할 수 있으며, 실무 상으로도 드물게나마 가정법원 가사비송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정 내에 내분이 있거나 혹은 치매노인 본인의 상속대상 재산이 어떠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산관리인으로서의 후견인 제도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치매노인의 사망과 관련한 상속 문제 역시 일반 상속문제와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최근의 핵가족화 경향 및 경제적인 측면의 보상 차원에서 부모의 부양, 특히 치매노인의 경우는 이와 같은 상황이 더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치매노인 및 그 가족들로서는 재산상속을 위한 준비에 있어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행 민법 상속편의 특징은, 치매노인을 부양하는 상속인 등에 대하여 기여분 제도(민법 제1008조의 2)를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행 민법상의 기여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특별한 부양자에 대하여 이를 상속재산에서 평가하여 이를 보상함으로써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형평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다만, 이와 같은 기여분은 상속인들간의 협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사소송법 및 동 규칙에 따라 가정법원에 청구하여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산정 된다.
치매노인의 경우도 원칙적으로 유언을 할 수 있다. 다만, 치매노인으로서 가정법원에서 금치산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1063조 제1항에 따라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 한하여 유언을 할 수 있고, 동조 2항에 따라 의사가 "의사능력 회복 유무"를 판정하도록 되어 있다(다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그 적용이 없다). 치매노인이 자신을 보호하고 지킬 만한 재산이 있을 경우에는 상속인들에게 사전 상속시키는 편법을 지양하고, 이를 자신의 치료와 부양을 위한 책임재산으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부양의무자가 다수 있을 경우에 치매노인 등을 부양한 부양의무자가 다른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하여 기히 부담한 부양료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학설 상으로는 논란이 있었고, 과거 판례 상으로도 과거의 부양료 청구를 부인한 예가 있었으나 대법원은 94년 6월 2일 선고 93스 11호 판결에서 "민법 제974, 제 975조에 의하여 부양의무 있는 자가 여러 사람인 경우에 그 중 부양의무를 이행한 1인은 다른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하여 이미 지출한 과거의 부양료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고..."라고 판시한 이후 과거 부양료에 대한 청구 또는 구상권 문제는 실무적으로는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