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7월 1일 오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매일경제(2023.7.1.)에 따르면 5월 31일 개봉 첫날 100만, 3일 200만, 4일 300만, 5일 400만, 6일 500만, 7일 600만, 11일 700만, 14일 800만, 21일 900만 돌파에 이어 32일째 천만영화로 등극했다. 이는 25일째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보다 1주일 늦은 기록이다.
‘범죄도시3’는 역대 30번째 천만영화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21번째 천만영화가 됐다. ‘범죄도시3’는 지난 해 1,269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와 함께 ‘신과함께-죄와 벌’(2017)ㆍ‘신과함께-인과 연’(2018)에 이은 시리즈 두 번째 천만영화가 됐다. 연속 쌍천만을 돌파한 한국영화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부산행’(2016)ㆍ‘신과함께-죄와 벌’ㆍ‘신과함께-인과 연’ㆍ‘범죄도시2’에 출연했던 마동석은 ‘범죄도시3’까지 더해져 최다 천만영화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그 이전까진 ‘괴물’(2006)ㆍ‘변호인’(2013)ㆍ‘택시운전사’(2017)ㆍ‘기생충’(2019)의 송강호, ‘광해: 왕이 된 남자’(2012)ㆍ‘7번방의 선물’(2013)ㆍ‘명량’(2014)ㆍ‘극한직업’(2019)에 출연했던 류승룡이 공동으로 4편의 천만 영화배우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한국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구원투수가 된 ‘범죄도시3’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반기 최다 관객이 든 작품이 172만 명의 ‘교섭’이고, 그나마 100만 명 넘긴 게 ‘드림’(112만 명)까지 단 두 편일 정도로 초토화되다시피한 한국영화의 실상이라서다. 다만, 지난 해 ‘범죄도시2’의 천만영화에도 불구하고 여름대작 4편중 1편만 성공한 패턴이 재현될까 걱정되긴 한다.
아무튼 ‘범죄도시3’는 158개국에 선판매되는 흥행을 이루기도 했다. 데일리안(2023.6.29.)에 따르면 6월 7일 기준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컴스코어에서 전 세계 흥행 4위를 기록했다. 북미를 비롯 몽골ㆍ홍콩ㆍ마카오ㆍ대만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싱가포르ㆍ필리핀ㆍ호주ㆍ뉴질랜드ㆍ영국ㆍ캄보디아 등 15개국에서 개봉해 수익 264만 7,657달러를 기록했다.
또 다른 보도도 있다. 스포츠동아(2023.6.15.)에 따르면 글로벌 영화흥행 집계 플랫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개봉 첫 주부터 전편의 2배가 넘는 글로벌 수익을 거둔 ‘범죄도시3’는 6월 11일까지 457억 5,959만 원(3,588만7,063달러)을 벌어들였다. 이 모두가 천만영화 등극 이전 전해진 소식이다. 또한 주연 겸 제작자인 마동석은 미국을 오가며 할리우드 유력 스튜디오들과 리메이크 관련 미팅만 약 50회나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는 “미국판 ‘범죄도시’ 제작이 결정났다”면서 “다만 현재 어느 스튜디오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해외 매체들은 “복잡한 것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한국 영화의 열정과 특히 액션 장르의 발전이 돋보인다”, “전편에 비해 한층 더 이야기 전개가 편안해졌고, 눈에 띄게 매끄러워졌다”, “‘범죄도시3’는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같은 호평을 쏟아냈다. 그래서 그런지 글로벌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역시 100%, 팝콘지수 96%를 유지 중이라는 보도다.
이에 대해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글로벌 흥행 이유는 확실하다. 1편과 2편의 학습효과라고 볼 수 있다. 1편 때는 해외에서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잘 되긴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2편도 사실 해외 세일즈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국내 반응이 좋으면서 잘된 케이스다. 3편 같은 경우는 2편이 쌓아놓은 기대감이 3편까지 이어지고 3편도 잘되면서 더 좋은 해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앞의 데일리안)고 말한다.
그런데 앞의 내용들을 보면 좀 의아한 게 있다. ‘개봉 첫날 100만’(정확히 122만 4,178명)명이라 했는데, ‘범죄도시3’의 개봉일 관객 수는 74만 844명이라서다. 일단 이는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개봉일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명량’(2014)의 68만 2,809명을 뛰어넘은 수치다. 시리즈 전편인 ‘범죄도시2’의 개봉일 관객 수 46만 7,483명을 압도적으로 앞선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22만 4,178명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연휴기간인 5월 27~29일 상영한 ‘유료시사회’에서 47만 750명이 정식 개봉 전 이미 ‘범죄도시3’를 봤기 때문이다. 유료시사회 기간이 아닌 5월 30일에도 1,090명이 본 것으로 되어 있다. 개봉 하루 전인 5월 30일까지 ‘범죄도시3’의 누적 관객 수는 48만 334명으로 되어 있는데, 122만 4,178명은 이걸 다 합친 수치다.
한 영화홍보사 대표는 “유료시사회에 참여한 관객수가 개봉 첫날 집계에 함께 잡히기 때문에 개봉일 흥행기록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진행한 것 같다”(한겨레, 2023.6.2.)고 말했다. “대형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변칙적으로 미리 상영돼 기존 상영작들이 가져가야 할 관객까지 뺏어간 것 아니냐”(한국일보, 2023.6.2.)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사전 유료시사회가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라고 하나 상도의에 어긋난 일인 건 맞다”(앞의 한국일보)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만영화에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그럴망정 ‘범죄도시3’가 ‘범죄도시2’의 1,269만 명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7월 16일 기준 ‘범죄도시3’의 관객 수는 1,063만 9,367명이다.
영화는 어떤가? ‘범죄도시3’는 서울광역수사대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등 마약 범죄자들을 때려잡는 이야기다. 시리즈 3편이지만, 주인공이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옮겨온 만큼 형사들은 물론 석도가 때려잡는 악당들도 다 물갈이된 ‘범죄도시3’임을 알 수 있다.
석도 역의 마동석 빼곤 배우들이 대부분 바뀌었지만, 영화 시작은 ‘범죄도시2’처럼 이루어진다. 도심에서 행패부리는 깡패들 앞에 석도가 나타나고, 이내 한 방에 그들을 패대기쳐 길거리 시민들로부터 환호와 함께 박수를 받는 게 그것이다. 이런 시작은 상투적으로 보이지만, 석도가 나쁜 놈들에게 날릴 통쾌한 주먹 액션을 예고한 복선이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석도의 주먹액션은 2편에 비해 더 자주 나온다. 일본 야쿠자 두목이 급파한 칼잡이 리키에 이어 마약수사반 형사이면서 범죄자이기도 한 성철까지 나가떨어지게 한다. 전편에서 이미 말했듯 나쁜 놈들을 까부수고 단죄하는 것에 대한 통쾌함의 카타르시스, 그로 인한 대리만족이 또다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무능하거나 법을 앞세운 경찰의 어리바리한 범죄 대응에 아쉬워하던 탄식을 날려버리는 마석도식 나쁜 놈 때려잡기다. 뭔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거나 시큰한 무엇이 절로 우러나오게 하는 감동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게 아니곤 ‘범죄도시3’의 천만 관객을 설명할 도리가 없는, 우직할 정도의 마석도식 나쁜 놈 때려잡기라 할까.
전편에서 보던 유머감각도 여전하다. 가령 석도가 김만재(김민재) 형사에게 “밥들 먹는데, 말 시키지 말라”면서도 부상 대원들에게 이내 묻는가 하면 리키 부하 마하(일본인)에게 “너도 마씨냐?” 하는 게 그렇다. ‘진실의 방’ 관련해서도 “CCTV 한 번만 더 가리면 징계 받는다”는 말에 청소 운운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한 방 날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또 “금고를 어떻게 힘으로 열어 머리로 열어야지”라며 번호를 돌리다가 안 열리자 결국 잡아 뜯어내고마는 석도의 괴력 보여주기조차도 유머에 속한다. 전편의 장이수(박지환) 대신 새로 투입된 초롱이(고규필)와 김양호(전석호)는 아예 그 자체가 웃기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 양호를 심문하러 들어간 모텔에서 석도가 앉은 침대의 360도 회전 장면은 그중 압권이라 할만하다.
“총이라도 쏘면 어떻게 해요?”라며 두려움에 떠는 초롱이 물음에 석도가 “피해야지”라고 대답하는 것도 되게 웃긴다. 침수 차량을 강제로 사게 하려는 초롱이에게 단돈 3천원만 받고 팔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니 중국집 명함을 줬어”라든가 “귓구녕에 소시지 박았냐?” 등 2편보다 더 강화된 유머감각이다.
좀 아쉬운 건 액션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액션영화인데, 무슨 말이냐 의아해할 사람도 있겠지만, 꼼꼼하게 살펴보자. 내가 보기엔 석도(다른 형사들 포함)와 성철, 석도와 리키, 성철과 리키의 3파전 액션이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마약 20㎏, 시가 300억 원어치를 유통시키려는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쓸모 없어 보이는 액션장면이 있어서다.
마약을 사려던 진회장(심영은) 일파와 팔려던 성철의 싸움 장면이 그것이다. 돈을 받지도 않았고, 설사 받았다 해도 돌려주며 없었던 일로 처리하면 될 것을 굳이 액션 장면을 넣은 건 석도의 주먹이 상징하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성철을 극악한 빌런답게 하려는 의도적 장치였다 하더라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썩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다소 허술해 보이는 구석도 있다. 경찰이면서 성철이 왜 마약 범죄자가 되었는지 아무 설명 없는 것이 그렇다. “이 부분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늘어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생략해버렸다. 그런데도 영화가 개연성 없이 널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액션, 그것도 마동석의 주먹 액션을 여러 방식으로 빠르게 보여주면서 몰입도를 흩트리지 않기 때문이다.”(한겨레, 2023.5.29.)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리키 패거리와 싸우다가 쓰러져 한참이나 바닥에 엎어져 있던 석도가 갑자기 일어나 마치 처음처럼 활기차게 공격하는 것도 다소 허술해 보이는 구석이다. 기어이 리키를 나가떨어지게 하는 중요 장면인데, 석도의 “아유 힘드네”란 유머러스한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가는 건 좀 아니지 싶다. 너무 개연성 부족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마동석 빼곤 배우들이 대부분 바뀌었다고 했는데, 이준혁이 1편 윤계상이나 2편 손석구 버금가는 빌런이었는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를 듯하다. 고규필과 전석호가 전편의 박지환만한 존재감을 보였는지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2편에서 전일만 반장 역의 최귀화 대신 투입된 이범수는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물론 이범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시나리오상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다. 이범수가 톱스타는 아닐지라도 주연급 배우인 건 확실하지 않은가? 그런 이범수의 분량이나 역할 등이 전편의 최귀화는 물론 전석호나 고규필보다 못해 어필되지 않고 있어 그렇다. 활용이 한참이나 덜된 듯 보여 많이 아쉽다. 나로선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