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경남 거제 - [거제 맛집 5곳 1박2일 순례기] 유명세 만큼 먹을거리도 풍성

[Sugar]

[거제 맛집 5곳 1박2일 순례기] 유명세 만큼 먹을거리도 풍성

다리는 물리적인 거리 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까지 좁혀놓았다. 거가대로에 대해 거제 사람들은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거제로 더 많이 와서 살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부산 등지로 다 빠져나가 거제의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이런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1박2일 거제도 맛집 순례에 나섰다. 먹을 게 많다 보니 소개할 곳도 많다.


● 맛만 있으면 된다면 '천화원'

'천화원'에 갈 때 주의사항. 양이 적다고 타박해서는 안된다. 주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불친절하다고 뭐라고 해서도 안 된다. 누가 와도 절대 존댓말을 하는 법이 없다. 우리말이 좀 서툴러 보이니 이해하시라. 가게는 낡았고 테이블은 6개에 불과하다.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려면 안 가는 게 맞다. 음식 맛만 있으면 다른 건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소수의 음식 마니아들에게 추천하는 집이다.

1951년 10월 개업,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화교였던 부친은 흥남에서 중국집을 하다 1·4 후퇴 때 거제로 내려왔다. 다른 화교들은 다 부산으로 떠났지만 거제가 좋아서 남았단다. 대를 이은 아들이 스물 무렵에 시작해 이제 예순이 넘은 중국집 요리사가 되었다. 오픈된 주방을 통해 불을 다루는 요리사의 모습이 보인다.

먼저 탕수육이 나왔다. 탕수육은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굉장히 심플하게 만들었다. 고기, 당근, 양파가 모두 살아있는 느낌이다. 담백한 중화요리도 이 세상에 있다. 겉은 아주 바삭한데 속에서는 마치 스지(소 힘줄)를 씹는 듯한 졸깃한 식감이 난다. 새콤달콤한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게 된다.

탕수육도 좋았지만 삼선짬뽕에 더욱 감탄하고 말았다. 우선 향이 일품이고, 내용물은 싱싱했다. 나카사키 짬뽕 같은 느낌도 있다. 시뻘건 국물의 짬뽕을 이제는 잊어야겠다. 한약재처럼 짙은 색깔의 시원한 국물은 예술이다. 자장면도 춘장의 단맛이 적고, 식후에 끈적끈적한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탕수육 1만 9천 원, 삼선짬뽕 6천500원, 자장면·짬뽕 4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8시.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232의 29. 거제수협 앞, 장승포 우체국 옆. 055-681-2408.




● 대구 요리의 대가 '양지바위 횟집'

혹시 전날 한 잔 해서 해장이 필요하다면 '강추'할만한 집이 있다. 대구탕을 잘 하는 '양지바위 횟집'이다.

대구탕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온몸을 훈훈하게 해준다. 해장국으로 먹으면 시원하고 주독이 잘 풀린다. 거제 대구는 최고의 '완소어'이다.

양지바위 횟집은 대구가 많이 잡히는 거제 일대에서도 대구 요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이 집은 만화 '식객'에도 대구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다.

대구탕을 시키자 나온 반찬 좀 보소. 큼직하고 싱싱한 생굴, 호래기, 새우, 파래 무침…. 그때그때 바뀐다지만 이건 반찬이라기보다는 안주 같다. 대구탕의 국물은 몹시 시원하다. 아무 것도 넣지 않았는데도 이런 국물이 나온단다. 싱싱한 대구를 많이 넣으면 소금 간에 파 마늘만 넣어도 이런 맛이 난다. 매일 새벽 경매에서 싱싱한 대구를 가져오는 게 비결인 모양이다. 졸깃한 대구 살을 씹으니 살맛이 난다. 이런 대구 살과 곤이가 한 가득이다. 어제 술을 더 마실 걸 그랬다. 지금까지의 대구탕은 잊어도 좋다.

어떻게 알고 외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향긋한 연잎을 돌돌 말아 쪄낸 대구연잎찜이나 대구김치찜도 반응이 좋다. 대구탕은 내년 음력설까지 한다.

봄에는 도다리 쑥국과 멸치회, 여름에는 삼치와 하모를 위주로 한다. 거제수협 외포 어판장이 근처에 있어 대구 말리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구탕 1만 5천 원, 대구김치찜·대구연잎찜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1853의 41. 외포 어판장 입구. 055-635-4327.




● 향긋한 유자 같은 음식점 '평사리'

거제 하면 또 유자가 유명하다. 유자와 치자 같은 거제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음식을 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뜻밖으로 넓은 마당에 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망이 멋진 곳이다. 가족끼리 편안하게 놀러오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메뉴도 닭, 돼지, 오리 고기 등 다양해 골라먹으면 된다. 골고루 맛보려면 '평사리 특선'이라는 한정식을 먹어보라고 했다.

어디선가 향긋한 유자향이 났다. 거제 말로 '몽떡'이라 부르는 유자떡찜에서 나는 향이다. 노랗게 물들인 가래떡 위에 빨강, 파랑 파프리카로 멋을 내고 유자 소스를 올렸다. 그 맛과 향기는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궁중 떡볶이보다 백 배쯤 나은 것 같다. 차라리 이런 걸 세계화해야 한다. 파래를 넣고 구운 파래전은 고소하다. 굴전도 특이하다. 안에는 굴을 넣고 밖에는 계란을 덮어 유자소스를 찍어먹도록 했다. 생각해보면 이게 다 로컬푸드이다.

오리훈제와 보쌈같은 '육군'과 '공군', 해물들깨찜과 생선구이 같은 '해군'이 물 샐 틈없이 상을 메운다. 노란색이 고운 치자밥이 결정판이다. 여기다 들깨칼국수까지 나오니 몸에 좋은 것은 다 먹은 셈이다. 갯가 음식인데 짜지 않아서 좋다. '거제의 바닷가에 사는 그 여인'(손님이 지어주고 간 시에 나오는 내용)이 궁금하다. 정현정 대표는 "약선요리를 하고 싶어 공무원 생활을 접고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에 녹차를 많이 쓰고 편안한 음식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평사리'에서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

한정식 1인 2만 원, 들깨녹차칼국수 8천 원, 녹차오리훈제 한 마리 4만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1, 3주 화요일 휴무. 경남 거제시 동부면 오송리 308의 3. 055-635-7667.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 토박이들도 줄서는 '거제도 굴 구이'

국내 굴지의 굴 산지 거제에 왔으면 굴 구이를 좀 먹어줘야 한다. 거제에는 굴 구이 집이 '쌔고 쌨다'. 그 중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손꼽히는 '거제도 굴 구이'를 찾아갔다. 근처에만 가도 굴 구이 집을 알리는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 사람들이 많아서 줄까지 선다. 실내는 굴 굽는 열기로 후끈하다. 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힌트가 있다. '굴은 남자를 위해서 여자가 먹는다', 또 '여자를 위해서 남자가 먹는다'고 적혀 있다.

뒷주머니에 불 권총을 꽂고 다니는 여사장님이 굴 까먹는 요령을 설명한다. "왼손에는 장갑을 끼고, 국물은 따라내고, 껍데기는 테이블 밑 쓰레기통에 담으면 됩니다." 실시!

굴은 더할 나위 없이 싱싱하다. 굴 자체에 바다의 맛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래서 초장에 찍어 먹을 필요도 없었다. 굴을 김에 싸먹어도 괜찮았다. 열심히 까먹다 굴 좋아했던 분들 생각이 났다.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 식사 때 50개의 생굴을 먹었다. 독일의 초대 재상인 비스마르크는 한꺼번에 175개의 굴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시저나 나폴레옹도 굴을 엄청 좋아했단다.

이 집은 저녁에 와서 술 한 잔 하기에 좋아 보인다. 국밥, 전, 해물찜, 튀김 등 굴로 하는 음식의 종류도 많다. 굴죽의 맛은 평범하다. 굴 구이는 한 판만 시키면 둘이 먹기에 아주 푸짐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겨울인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굴 구이 한 판 2만 2천 원, 굴 회무침 1만 5천 원, 굴 튀김 1만 5천 원, 굴 전 1만 5천 원, 굴 국밥 6천 원, 굴죽 2천 원(굴 구이 드신 분)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경남 거제시 거제면 서정리 734의 19. 거제제일고 맞은편. 055-632-9272.




● 멍게 비빔밥의 진수 '백만석'

거제의 음식점 가운데 굳이 가장 유명한 곳을 꼽자면 '백만석'이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는 'TV에 32차례 방영되었다'고 플래카드를 붙여놓았다. '거제시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입에 안 맞으면 식사 중이라도 이야기해주면 다른 메뉴로 대체해주겠다'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거제 시내에는 멍게 비빔밥을 한다고 내건 집이 수도 없이 많다. 먹어 보면 다르다. "멍게 비빔밥 다른 데서 먹어보니 별 게 아니던데…." 이런 선입관을 깨는 게 백만석에 남은 유일한 과제란다. 날 것이 아니라 양념을 한 멍게를 반숙성시킨 뒤 살짝 얼려 네모꼴로 만들었다. 여기다 참기름, 깨소금, 김 가루만 넣고 따끈따끈한 공기밥에 슥슥 비빈다. 냄새가 고소하기도 해라. 이게 서로 어울려 간이 딱 맞아진다. 쌉싸름한 멍게 비빔밥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입맛을 돋우기에는 멍게 비빔밥 만한 게 없겠다.

고등어구이, 싱싱한 굴이 듬뿍 든 깍두기, 톳나물도 좋았다. 무엇보다 생선국이 좋다. 비빔밥 종류를 시키면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 맑은 국으로 뚝배기에 1인분씩 곁들여 나온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해서 먹고 나면 개운하다. 우럭 맑은 국의 살은 탱글탱글, 졸깃졸깃이다. 맛은 해삼 내장 비빔밥이 더 고급스럽고 오묘하다. 해산물은 비려서 못 먹는다는 사람들을 위해 거제 나물비빔밥도 있다. 비리다고 안 먹으면 후회할 것 같다.

멍게 비빔밥 1만 2천 원, 해삼 내장 비빔밥 2만 2천 원, 성게 비빔밥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경남 거제시 상동동 960. 포로수용소유적관 출구 바로 옆. 055-638-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