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각도에서 생각을 했고 그때마다 상관있는 메모를 했다.
미국식 목조주택이 친환경주택이라는 허위광고를 깔(?)생각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지워버렸다. 할 말을 다 한다고 속이 시원한 것만을 아닐 것이다.
전편에서 거론 했던바 "기계적인 장식이라는 측면에서, 그런 요소들도 보통은
인테리어라 하지만 '안전과 건강' 을 생각한다면 그런 장치가 많을수록
좋을 게 없다" 고 했는데 다른 각도에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려고 한다.
가장 많은 분들이 짓고 있는 집의 골격은 RC조 즉 철콘(철근과 콘크리트)이다.
대부분 내 외장마감을 하기 때문에 거푸집 자국, 약간 밀린 부분, 못이나 타이가
삐져나온 부분, 땜빵(?)한 자국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많이 거친 경우도 있고
비교적 매끈하게 빠진 경우도 있는데 그들의 관점으로는 “일 없어” 이다.
외부에는 벽돌 혹은 돌을 쌓거나 스티로폼 위에 드라이비트 마감이 일반적인이고
더 싸게는 소위 다루끼(2*2각재)를 대고 비닐사이딩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내부 마감은 바로 미장을 하고 천장을 만드는 과정이 보통이었으나
요즘은 따로 석고보드를 대는 예도 있는데 이 단계에서 여러 가지 장식을 한다.
별의별 모양의 몰딩, 다양한 등 박스 게다가 요즘은 온갖 모양을 낸 아트 월
(Art Wall)이 유행인데, 그런 모양 틀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자재는 거의가 다
톱밥종류나 종이가루를 압축해서 만든 MDF로 그 위에 인테리어필름이나
무늬목 아니면 흔히 락카라고 하는 페인트로 마무리한다. (보도자료 등을 보면
친환경마감재가 다양하게 나왔다고 하지만 그리 크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이처럼 변신하는 것인데 나도 목조주택배우기 초보시절에는
미국식목조주택에도 저렇게 육중한 통나무각재가 쓰이는구나 하고 감탄했으나
높은 거실천장에 보이는 웅장한 노출서까래가 실은 순수한 나무가 아니라
속이 텅텅 빈 “모양 나무”더란 말이다. 손가락을 접어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
“통 통.....”
수년 전 내가 한때 시도했던 소위 ‘인테리어업자’이기를 포기하게 된 사연은
이런데 있으니 사람이나 무엇이건 간에 겉과 속이 많이 다른 것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PS
인근에 짓고 있는 교회부설 유치원의 웅장한 모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향이고 뒤로 갈수록 지붕의 단차를 두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면에는 전 층을 관통하는 칼라유리로 마감하는 최첨단 현대적인 감각에다가
유치원답게 3층에서 외부로 돌출된 미끄럼틀을 설치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고하고
부모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날카로운 센스를 보이고 있다.
오색영롱한 저 미끄럼틀을 보라.....
아이들은 좁은 굴을 통과해 내려오는 동안 얼마나 짜릿한 공포를 느낄까?
완공 전이라 아직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으나 교무실을 1층에 둔 반면
아이들 교실은 2층과 3층에 배치했을 것인데, 매끈한 판석이 깔린 로비를 지나
‘절대 나무계단으로 만들었을 리 없는’ 계단을 서로 미끄럼들을 타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게 될 어린 아이들은 강인한 체력을 갖게 될 것이며
“Top에서 만나기"를 좋아하는 원장님이라면 4층에 원장실을 배치했으리라.
이렇듯 유리와 판석(돌) 금속처럼 차가운 장식적 요소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감성보다는 예리한 이성을 돋우는 간접적인 교육효과를 이끌어내지 않겠는가.
이와는 많이 다른, 일본에 있는 한 유치원의 실내 풍경들이다.
아이들을 이렇게 탁 트인 홀에 풀어놓다니, 이래서야 아이들 통제가 잘 되겠는가?
그러니까 아이들이 교실도 아닌데 아무렇게나 두러 눕고 뛰고 야단이지 않은가.
도대체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나무 아니면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브라운계열 일색이니 질리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런 식의 개방은 엄연한 낭비다.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인한 손실을 정녕 계산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
“이건 변기가 분명하니 마음 놓고 오줌을 누어도 괜찮다 얘야!” 하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일러주어야 하는 비효율은 누구의 책임인가?
계단은 오르내리기 위한 수단이자 통로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얼른 얼른 오르내리면 그만이지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이런 노닥거림은, 이처럼 다정한 모습은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과도한” 영향을 준다.
계단이 그 이상 어떤 다른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위에서 보신 “세련된 유치원”보다 건축비도 더 많이 들게 뻔한데
이런 비효율은 현명한 경영자다운 선택이 아니다. 주변에 독립된 건물을 지어
유치원 등을 운영하려는 분이 있다면 저를 꼭 소개해 주시기 바란다.
하등 도움이 안 될 통나무집유치원은 막아야 할 것이다.
첫댓글 우리 교육현장의 심각한 상실에 대한 좋은 지적입니다. 나무-느슨함-따뜻함 보다는 금속-예리함-차가움 만을 강조하는 소위 건축설계자, 시공자, 건축주까지......, 우드맨님께서 근사한 통나무유치원 한 채 지었으면 좋으련만......
산에 가야 범을 잡지요. ㅎㅎㅎ
너무 꽉찬 공간대신 여백을 남겨두는 센스를 발휘하는 건축물이 별로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저 미끄럼틀은 놀이용이 아니라 화재 대피용입니다. 저희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에도 설치되어 있구요 ^^
저도 작년에야 그런 목적임을 알아는데...그래도 여러갖지 아쉬움이 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