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_2024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61)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Op.92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
#크로스오버 Rod Stewart의 <Sailing 항해>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바쁜가
이만큼 살아서 마주 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저 혼자 돌아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필하모니 주법과 Do의 행복>
지난 주말 서울 한강 울트라 여행을 다녀왔다.
필하모니 주법으로 달린 지난 해보다 20여분 더 늦은
16시간 45분의 기록이다.
청남대 울트라에서도 2년 연속
'거기(85키로)까지의 울트라'에 그친 것을 보면
내 기록은 이제 16시간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 한강 울트라여행의 여운을 즐기고 있다.
대회가 끝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울트라 여행이 내게 주는 충만함을 만끽하고 있다.
달리지 않았다면 맛볼 수 없는 이 충만함~~!!
나는 그것을 'Do의 행복'이라 부른다.
이번 서울 한강 울트라에서 지향하는 'Do'의 핵심 포인트는
지난번 청남대 울트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필하모니 주법으로 달리는 것이다.
필하모니 주법은 호흡운동과 근육운동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펌핑운동과 미드풋 착지로 달리는 동안 내 몸과 대화를 나누며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달리기 방식을 말한다.
나는 이번 서울 한강 울트라 참가 자체가 불투명하였다.
지난 연말 연초에 이어 4월에 나는 또 다시
'응급실의 울트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4월 중순부터는 하루 8시간 꼬박 교육에 참가하게 되어
언감생심 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대회 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노모의 건강도 많이 회복되고 고맙게도
대전에 사는 막내 여동생이 노모의 케어를 거의 전적으로 맡아준 덕에
나는 겨우 서울 한강 울트라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My Way 울트라에서 추구하는
'울트라패밀리와의 오묘한 조화'는 비단 울트라와 관련된 사람 뿐 아니라
내 가족과의 조화로운 관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나는 완주만을 목표로 달리지 않고
달리기라는 'Do'를 즐기기 위해 달린다.
따라서 비록 청남대 울트라 이후 단 1km도 달리지 못하였지만
울트라 주로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서울 한강 울트라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당당히 완주하였으니
비록 평소보다 늦어진 기록이지만 서울 한강 울트라 완주는
그 어떤 완주보다 내게는 값지고 뿌듯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수년 전 어떤 울트라 러너로부터 전수받은
3대 2 호흡법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100키로를 달리는 내내 나는 거의 호흡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비록 허벅지 통증으로 페이스를 올리거나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착지도 불안하지 않았고 내 몸도 전반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였다.
필하모니 주법은 아직도 암중모색을 계속하고 있지만
서울 한강 울트라에서의 필하모니 주법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환호작약하는 기쁨은 아니지만 'Do의 행복'으로 충만한
골인점에서의 인증샷은 또 다른 행복의 원천이다.
나는 지난 해 우리끼리의 완주 세리모니를 했던 아쉬운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골인의 순간을 멋지게 앵글에 담아주신 큰산님과
멀리 제주에서 와주신 양성규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의 울트라 주제가_교향곡 7번>
음악의 3요소 중 마라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리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규칙적인 호흡과 착지는 당연히 리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고
또한 달리는 내내 리듬을 잃지 않고 달리는 것이
'러너스 하이'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악장에서부터 강하게 끌어당기는 역동적인 리듬...
웅대하고 호방한 생명력이 넘치며 리듬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이 곡을 들으면
잡다한 일상을 벗어나 저 높은 곳으로 날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런가 하면 2악장의 장중한 리듬과 멜로디는 또 어떤가?
나의 실수와 못남을 토닥이며 위무하는 것 같아
음악을 듣고 나면 평온해지는 나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나는 몸치라서 춤은 젬병이다.
그런들 어떤가?
울트라를 완주한 날은 늘 베토벤과 함께
디오니소스적인 파격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술을 즐겨 마시지 않지만 이 곡은 늘 나를 취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Do의 행복>을 터득한 이후에는
새로운 울트라의 길로 '역동성'의 묘미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는데
'리듬의 신격화'로 불리는 이 곡은 역동적인 리듬이 일품이니
역시 교향곡 7번은 나의 울트라 주제가로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Wiener Philharmoniker
Carlos Kleiber (1976)
https://youtu.be/5L-vIQuVmEw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피아노 협주곡>
서울 한강 울트라의 주로는 '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로 되어 있다.
변화가 적고 다소 밋밋한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전하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내게는 이 한강주로는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나의 길지 않은 울트라인생에서 각별한 추억이 서린
북한강과 천진암 울트라 그리고 성지순례 울트라가 모두
이 한강 울트라의 주로와 겹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한강이 있다면 독일에는 라인강이 있다.
슈만은 뒤셀도르프의 음악감독으로 새출발하면서
클라라와 라인 강 여행 중 느낀 행복을 교향곡 3번 <라인>에 담았다고 한다.
'강'을 소재로 한 <라인>교향곡이 귓가에 맴돌지만
오늘은 클라라에게 바치는 연서와 같은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를 위한 곡이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하면서 주옥같은 연가곡과 교향곡을 써내며
'가곡의 해'와 '교향곡의 해'를 장식하던 그가 드디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처럼 이 곡을 작곡한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Robert Schumann: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54
Hélène Grimaud (piano)
https://youtu.be/BUzCoh7aZRg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대회장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오랜만에 참가한다는 허병욱 러너는
충주호 100마일에서 함께 달린 추억이 남아 있어 더욱 반가웠다.
이번에 울트라 200회를 자축하는 이홍규 러너가 주자들에게 떡을 돌리고 있다.
축하와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따끈한 커피까지 마시니
내 허벅지는 출발준비를 끝냈다고 신호를 보낸다.
마음은 얼른 주로로 달려가고 싶지만 아직도 출발시간이 널널하여
대회 출발준비를 끝냈다고 가족들에게 인증샷을 보내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데
양성규 작가는 어느 틈에 다가와 꾸밈없는 내 모습을 앵글에 담았나 보다.
기대하지 않은 이 선물~~!!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주로에 접어든다.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가벼운 흥분과 설렘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지난 해 초반 오버페이스로 고생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조금 느린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잠깐 방심한 사이
나무 데크에 걸려 앞으로 나뒹군다.
오른쪽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어서
툴툴 털고 일어나 심기일전 다시 한강을 거슬러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 인생은 항해와도 같으니
복원력을 잃지 않고 목적지 항구에 안착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Rod Stewart의 <Sailing>을 들어본다.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원곡도 좋지만
역시 나는 런던 심포니의 연주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Sailing - London Symphony Orchestra (Rod Stewart)
https://youtu.be/qGoxn3Gm6Co
낯기온이 많이 올라 조금 더운 날씨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기의 삼매경에 빠져든다.
걸어가는 주자의 옆을 스치며 화이팅을 외쳐주니
오늘 처음 울트라에 참가한단다.
함께 달리는 일행이 없느냐고 물으니
같이 달리면 부담스러워 오히려 더 달리지 못한다고
뒤따라오며 에스코트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동반주 아닌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사이
어떤 여성분이 다가와 무슨 대회인지 어디까지 달리는지
몇시간 동안 달리는지 꼼꼼하게 물어온다.
서울 한강 울트라 100키로 대회로
한양대 인근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양평 국수역 부근까지
밤을 새우며 17시간 안에 주파해야 한다고 설명하니
멋지다고 엄지 척을 하면서 큰 관심을 보인다.
아무쪼록 울트라 주로에서 주자로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한강변에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강변 나들이를 즐기는 행락객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도도히 흘러가는 한강을 거슬러 달려가며
주로를 달릴 때에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Do의 행복'을 만끽한다.
이윽고 광진교 북단 제1CP에 도착한다.
에너지를 보충하고 물도 채워 넣으며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여기에서도 인증샷을 찍어 가족들에게 건재함을 알린다.
함께 달려 온 주자들은 달리기 시작하지만 나는 광진교를 천천히 걸어가며
잘 달리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노모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광진교 남단을 내려서니 이제부터는
성지순례 울트라 주로를 거슬러 가는 구간이다.
200키로 전후 구간인 이 주로에는 나의 땀과 눈물이 흠뻑 밴
추억의 순간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옛추억도 되새기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암사고개를 넘어
김주먹밥이 입맛을 돋우는 제2CP가 바로 코앞이다.
천천히 달리며 CP로 다가가는데
주로를 달리는 주자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양성규 작가가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다.
나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맞장구를 친다.
물도 보충하고 김주먹밥을 먹으며 또 다시 가족들에게 인증샷을 보내니
노익장을 과시하며 달리는 나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아들 녀석이 자기도 집앞 공원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신이 온다.
나의 그런 모습을 짓궂은 양성규 작가는 또 잘도 포착하여
추억의 순간을 앵글 속에 담는다.
이제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강건너 마을에도 하나둘씩 호롱불이 켜진다.
이제 미사리 뚝방길로 올라선다.
이제까지는 포장된 자전거길을 달려왔다면
이 뚝방길은 흙의 온기가 남아있는 비포장길이다.
뚝방길 오른쪽으로는 강변카페가 즐비하고
사람들은 강변의 야경을 바라보며 정담을 나누는데
나는 달리기의 삼매경에 빠져 세레나데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세레나데
연인의 창가에서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는 이미지가 우선 떠오르지만
기악음악의 한 장르로서 세레나데가 주는 느낌은
보다 폭넓게 다가온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3악장 엘레지를 제외하면 무곡의 리듬이 전편에 흐르기 때문에
이 곡을 들을 때면 바로크풍의 아름다운 홀에서 열린
무도회가 연상되곤 한다.
특히 1악장의 서주부는 마치 커튼이 오르며 무도회가 시작되듯
아니면 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환영하듯 연주하는 느낌이 들어서 설레는 맘을 느끼곤 한다.
곡의 마지막에 이 주제가 다시 나타나며
무도회가 끝났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https://youtu.be/_S3bqzNPq-Y
세레나데의 세계에 빠졌다가 마주 달려오며 화이팅을 외쳐주는
러너들로 인해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 뚝방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턴하여 돌아가는 50키로 주자들이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힘차게 들리지만
나는 여전히 느린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릴 수밖에 없다.
훈련을 하지 못한 허벅지는 벌써부터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뚝방길도 끝나고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니
팔당육교 밑에 자리한 제3CP가 코앞이다.
이 CP의 먹거리는 생각만 해도 군침 도는 꿀떡이다.
이렇게 풍성한 먹거리라니~~!!
그래서 나는 잘 먹으며 달리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각 CP마다 부지런히 인증샷을 날린다.
실은 대회장으로 떠나올 때 또 달리러 나간다고 혼내시던 노모가
배곯지 말고 맛난 거 많이 사먹으라고 거금 5만원을 손에 꼭 쥐어주셨는데
이렇게 먹거리가 풍족하니 그 돈을 쓸 기회조차 없다.
배불리 먹으며 달릴 수 있는 건 또 다른 울트라의 즐거움이지만
페이스가 빠를 때에는 미처 소화를 다 시키지 못해 복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매실 엑기스를 반드시 챙긴다.
페이스가 빠르지 않아서인지 아직 속이 불편한 건 아니지만
미리 매실 엑기스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폐철로를 활용한 환상의 자전거길로 들어선다.
#베토벤_교향곡_7번
#슈만_피아노_협주곡
#차이코프스키_현을_위한_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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