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는 신의주 공관장으로 정식 부임했는데 자주 행정청사에 들르는 편이었다.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부장관들하고는 골프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나오미가 서동수와 단독 면담을 신청했는데 총리의 전언이 있다고 했다. 서동수는 보좌관 안종관을 동석시켰기 때문에 사무실에 셋이 둘러앉았다. 안종관이 조사한 나오미의 경력은 도쿄대 법학부 졸업, 미국 하버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일본 외무성에서 2년간 근무했다가 민주당 요시무라 의원의 특별보좌관으로 5년 근무 후에 신의주 공관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나오미는 37세, 미혼이다. 인사를 마쳤을 때 먼저 나오미가 입을 열었다.
“장관 각하, 총리께서 지난번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가 미뤄진 것에 대해 우방국으로 함께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달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1박 2일의 일정이었는데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 김동일이 고위급 수행원 수백 명과 함께 한국 대통령 한대성을 만난 것이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 경제협력, 이산가족 재회 등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 협의체 구성도 선언했다. 그러나 서해북방한계선(NLL), 핵문제는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끝났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결실을 본 부분은 신의주 발전에 관한 부분이었다. 한국과 북한은 신의주를 중립지대로 선언했고 발전을 위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것을 재천명했다. 그리고 김동일은 신의주를 현재 면적의 2배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의주 면적은 평안북도의 절반 가깝게 된다. 결국 신의주는 남북한의 평화, 경제협력, 통일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았다. 서동수가 나오미의 시선을 받고 말했다.
“나도 유감입니다. 정상 간 분위기가 좋았다던데 그 분위기로 핵까지 처리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일본에선 우리도 핵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솟고 있습니다. 장관 각하.”
“언론이 선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은밀하게 응원을 하고.”
그러나 나오미가 입을 다물었다. 서동수를 응시한 채 눈만 깜박이고 있다. 그때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지요. 나오미 씨도 알고 계실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신의주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나오미가 본론을 꺼냈으므로 서동수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예상은 했다. 그러나 너무 반응이 빠르다. 일본은 약 100억 달러 규모의 공단과 200억 달러 규모의 유흥시설 투자를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투자량이 현재의 7%에서 15%로 늘어난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나오미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합니다. 나오미 씨, 할 수 없지요.”
그때 나오미가 서동수를 응시한 채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데 총리께선 기획된 신의주 투자를 추진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
“오히려 유흥시설 투자에 2개 업체를 더 포함해 투자액이 더 늘어났습니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안종관을 보았다. 안종관은 표정이 없다.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총리 각하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시지요. 과연 위대한 결단이십니다.”
그때 안종관의 숨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저런 식으로 외교관이 말하면 안 됩니다. 장관님.”
나오미가 사무실을 나갔을 때 안종관이 말했다. 안종관이 남을 이런 식으로 말한 경우는 처음이다.
“아랫사람한테 생색을 내는 말투를 썼습니다. 무례합니다.”
“그런가요?”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자신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동수의 기색을 살핀 안종관이 호흡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남북한이 밀착되었다고 일본이 빠져나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총리가 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군요.”
“신의주에서 일본 기업의 기반이 굳어지면 그것도 일본세력이 되니까요. 신의주가 중립지대라고 남북한 정상이 선언을 했지 않습니까? 중립지대에서 일본세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그렇다. 신의주가 열강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시초부터 예상했다. 지금도 미·일·중·러 등의 정보원들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남북한이 신의주를 기반으로 평화 통일을 할 때까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통일 한국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모두 두려워하고 있겠지요.”
서동수의 추측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는 건성으로 지나간 것 같다. 북방한계선(NLL)도 마찬가지, 이제는 남북한이 외부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NLL문제를 꺼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반인 생각도 그러니 미·일 정보 당국이야 오죽하겠는가? 두르르 꿰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안종관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장관님, 나오미 씨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
“국정원에서 보내왔는데 외교관 시절에 1번, 요시무라 보좌관 시절에 3번 참배를 했습니다. 이 정도면 극우 보수 성향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일본 정부도 나오미가 극우 성향이라는 것이 곧 드러나리라고 예상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보낸 의도는 일본군 위안부 부정과 같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로서는 일단 일본 투자가 결정되었다니까 반갑죠, 기쁜 일입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선 안종관이 따라 웃었다.
“저는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안종관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인터폰을 눌렀다. 유병선의 직통 전화다.
“예, 장관님.”
유병선이 대답하자 서동수가 실눈을 뜨고 나오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오미 씨한테 오늘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해줘요. 그렇지, 약속이 없으면 말이지.”
“예, 알겠습니다. 참석 인원은 어떻게 할까요?”
“나하고 둘이, 장소는 영빈관이 좋겠군.”
“알겠습니다. 7시경이 어떻겠습니까? 6시에 부장관과 회의가 있으십니다.”
“그렇게 하지.”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안종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세계에서 일본을 가장 우습게 보는 민족이 한국인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경각심을 가져야 된다는 충고로 받아들이면 된다. 일본의 한국 무시는 도를 넘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일본 소설이, 차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간다. 일본에서는 어떤가? 그때 유병선에게서 온 인터폰의 불빛이 깜박였다. 약속이 된 것 같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런, 기다리고 계시네.”
7시 5분 전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오미도 따라 웃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장관 각하.”
둘만의 독대였지만 서동수는 어색하지 않았다. 오늘 나오미는 진분홍색 투피스 정장 차림이다. 흰 레이스가 달린 재킷에는 단추가 여러 개 달렸다. 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오미를 보았다.
“투자 유치에 대한 축하 자리라고 해둡시다. 친선 모임이라고 해도 좋고.”
“감사합니다. 장관 각하.”
한식당이어서 종업원에게 한정식을 시킨 서동수가 소주도 주문했다. 나오미도 같은 걸 마시겠다고 했다. 다시 둘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말했다.
“내 조부께서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東洋拓植株式會社)에 근무하셨어요. 나오미 씨는 들어 보셨나?”
나오미가 머리를 기울였다. 눈이 더 가늘어졌다가 커졌다.
“모르겠는데요?”
“1908년에 일본이 조선의 토지와 자본을 수탈하기 위해서 만든 회사지. 아주 악랄했기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조선 농민이 땅을 빼앗기고 만주 벌판으로 쫓겨났고 일본인이 대거 조선땅에 이주해서 땅 소유주가 되었어요.”
“…….”
“내 조부가 그 동양척식회사 간부였죠. 머리가 좋으셔서 일본 학교에 관비 장학생으로 들어가 졸업하시고 그 위세가 당당한 동척의 간부가 되신 겁니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였던 조부는 출세하신 겁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나오미를 보았다.
“조사해봐요. 다 나올 테니까.”
“장관 각하.”
나오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갑자기 왜 그 말씀을 하십니까?”
“지금은 한국에서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 모르고 있을 테니까 말이오.”
어깨를 편 서동수가 말을 이으려다 입을 닫았다. 음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솜씨 있고 빠르게 배열해놓은 종업원들이 나갔을 때 수저를 들면서 서동수가 들자는 시늉을 했다. 나오미가 젓가락을 들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만일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는 인간들은 나를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매도할 겁니다. 내가 얼굴도 모르는 조부의 후손이라고 말이오. 그 피가 흐른다고도 하겠지.”
다시 빙그레 웃은 서동수가 갈비찜을 들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얼마 동안 조부 제사 때 절도 안 했다는 것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못 합니다. 차라리 가만있는 게 낫지 왜 할아버지를 모욕합니까? 나는 엄연한 손자인데.”
“…….”
“한국은 그런 나라요. 일본과 그렇게 얽힌 채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오고 있단 말입니다.”
“…….”
“서기 1592년 4월 13일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만 대군을 조선에 보냈어요. 그 전쟁이 7년 동안 갔습니다. 조선인 수백만 명이 죽고 끌려갔지요.”
“…….”
“그전에 고려 말기에는 왜구라는 일본 해적단이 1년에 360회 침략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고려 왕조는 왜구 때문에 망했다고들 합니다.”
그때 나오미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요?”
요점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수저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따랐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을 겁니다.”
서동수가 나오미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나는 내 대(代)에 얽힌 일본과의 인연만 밝힌 거요. 그것이 수백 년, 천 년이 넘도록 이어지면서 얽혀진 것이 지금의 한·일 관계요.”
“원한의 역사인가요?”
불쑥 나오미가 묻자 서동수는 한 모금 소주를 삼키고 나서 웃었다.
“내가 보기에 일본에게 한반도는 약탈, 지배의 대상이었지. 그런 사고가 1000여 년간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만든 한반도 정권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각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
“지금도 일본 지배층, 정치권에서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을 대합니다.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덮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
“한국 국민성요? 요즘 일본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전범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수십 만의 한민족과 식민지 통치를 오히려 미화해도 일본 제품은 한국에서 잘 팔립니다. 잊고 있단 말입니다.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어요.”
그때 나오미가 말했다.
“조선은 스스로 원해서 일본과 합방한 것 아닌가요? 일본은 합방 후에 내선일체 정책으로 조선 경제를 일으켰고 빈곤에서 탈출시켰지 않습니까?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게 된 것도 합방 때문이고요.”
서동수가 시선을 나오미한테서 식탁에 놓인 소주잔으로 옮겼다. 그렇게 교육받았으니 어쩌겠는가? 억지 소리가 아닌 것이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서동수가 혼잣말로 욕을 했다.
“개놈의 시키들.”
웃음 띤 얼굴로 말해서 나오미한테는 욕처럼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미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오미 씨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겠지요. 이해합니다.”
방금 서동수는 2차 세계대전 말 일본을 공격했던 미국과 소련을 향해 욕을 한 것이다. 연합군이 독일에 했던 것처럼 일본을 철저하게 응징했다면 지금의 일본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은 더 이상의 미군 피해를 막고자 원자폭탄 두 개를 떨어뜨리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 냈다. 그러고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시키려고 38선을 그어 놓고 동북아의 미국 방위선을 일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전범국이며 패전국인 일본이 순식간에 미국의 우방이 되어 경제 부흥을 이루었다. 6·25전쟁이 일본 경제 부흥의 결정적인 동기가 된 것도 우습다. 연합군의 보급창 역할을 하면서 산업이 불길 일어나듯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를 철저히 이용해 먹고 작금에 이른 것이다. 그때 나오미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
“장관 각하, 고맙습니다. 조부님 이야기까지 들려주신 것에 감동했습니다.”
“나도 나오미 씨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나오미를 보았다.
“앞으로 자주 만나야 될 것 같습니다.”
“저한테 역사 교육을 시켜 주시려는 계획이죠?”
문득 서동수는 심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7년간 조선 반도를 유린했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조상은 무사했을까?
신의주의 상주인구가 17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신의주 경제특구’가 시작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상주인구가 170만이었으니 유동인구, 밀입국자까지 합하면 200만이 넘는 소국(小國)이 되었다. 170만 상주인구 중 각종 직업 종사인구가 120만, 가족이 50여만 명이었는데 곧 북한 정부의 ‘개방정책’이 시행되면 가족 150여만 명이 몰려올 것이었다. 그때에는 신의주 인구가 400만 명에 가깝게 된다. 남한에서 이주한 30여만 명과 중국과 기타 민족 10여만을 제외하고 350여만 명의 북한 주민이 신의주에 유입되는 셈이다. 그러니 신의주의 영역을 늘려야만 한다. 북한 당국의 계획을 보면 5년 안에 신의주 인구를 600만, 그중에서 북한 출신을 500만으로 잡았으니 전체 인구의 20%가 유입되는 셈이다.
“이것 참.”
8군단장 이광철 대장이 입맛을 다시면서 조기택을 보았다. 평안북도 정주시에 위치한 8군단 사령부 안, 군단장실 안에서 둘이 마주앉아 있다. 오후 6시, 조기택이 이광철을 방문한 것이다. 이광철이 찌푸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봐요, 밀입국자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내 부하들이 죽을 지경이오. 그런데 탈출자 체포에도 협조해 달라니, 그건 신의주 경찰국에서 책임을 져야지.”
이광철은 69세, 인민군 대장으로 신의주 외곽 경비를 맡은 8군단의 사령관이다. 본래 8군단은 조·중 국경지역 경비를 맡은 후방 정규군단으로 6·25전쟁에도 참전한 역사가 있다. 그때 조기택이 말했다.
“군단장님, 이건 장관의 부탁만이 아닙니다. 국방위원장님의 지시이기도 합니다.”
국방위원장이란 단어에 이광철이 긴장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대답하지는 않았다. 조기택은 이제 신의주에서 탈출한 범법자를 8군단이 잡아주도록 업무 협조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철이 주름진 눈으로 조기택을 노려보았다.
“위원장 동지의 지시라면 진즉 당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오.”
“곧 내려올 것입니다. 군단장님.”
그러자 이광철이 다시 눈을 치켜떴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밀입국 단속은 철저하게 신의주와 8군단의 공조가 이어졌지만 탈출자 검거는 허술했다. 그러나 신의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범죄자의 탈출이 늘어났다. 주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이윽고 이광철이 입맛을 다시고 나서 말했다.
“알았소. 국경지대에 탈출자 체포 부대를 편성하지.”
“1개 연대 병력을 부탁합니다.”
“이건 내 소관이야. 동무가 나서지 마.”
눈을 치켜떴던 이광철이 책상 위에 펼쳐진 국경지대 지도를 보았다. 조기택도 머리를 기울였으므로 이마가 닿았다가 떼어졌다. 조기택이 군단장 사무실을 나왔을 때는 오후 7시 반이 되어갈 무렵이다. 헬기장으로 다가가는 조기택에게 유국종이 물었다.
“잘 되셨습니까?”
유국종은 조기택의 보좌관이다. 감찰비서관을 보좌하는 역할인 것이다. 머리만 끄덕인 조기택이 옆을 따르는 유국종에게 이 사이로 말했다.
“당연하지.”
심호흡을 한 유국종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국종은 지난달 초에 베이징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이광철의 아들 이석주에게 200만 달러를 건네주고 온 것이다. 영수증도 없고 현찰로 준 돈이어서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분명하게 먹였다. 그 증거가 오늘 나타난 것이다. 헬기장으로 들어선 조기택이 말했다.
“정예군 1개 연대 병력이 편성되었어. 이제 신의주에서 죄 짓고 도망가기는 힘들 거야.”
첫댓글 즐독합니다,
즐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