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당첨자, 전·월세 고정 수요…내년 전세 재앙 예상"
정부 "과거 문제점 답습 안해…예정된 일정 소화 최선"
경기도 성남시 성남 복정1지구의 모습.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재앙의 시작입니다. 과거를 보면 아무리 빨라도 2028년은 돼야 입주할 텐데, 당첨자 수만큼 그 지역 전·월세 고정 수요가 생기니 가격이 폭등할 거고요. 내년부터 전셋값은 재앙 수준이 되겠죠"(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정부가 수도권 공공택지를 포함한 3기 신도시의 구체적인 사전청약 일정을 공개했다.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통해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와 시장 실수요자들은 사전청약은 가뜩이나 '불장'인 부동산 시장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차원의 '국민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지금도 난리인데…' 심화하는 전세난 어쩌나
16일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심화하고 있는 전세난이 사전청약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당첨자들이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입주 전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근의 전·월세 시장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은 전세난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KB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전세 매매가격 지수가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은 사전청약이 예정된 인천(변동률 9.57%)과 경기(변동률 7.36%)다. 서울은 5.97%다.
전셋값 상승은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공급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된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물건이 많아지면서 전세난이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한 재계약' 이후다. 청구권 탓에 전셋값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일제히 집값 '키 맞추기'를 하게 되면서 전셋값 폭등이 예상된다.
사전청약 당첨 이후 정부가 예상하는 입주 시기(2025년)까지 최소 2번의 전세 계약을 해야 하는 당첨자들은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 와중에 전세 매물을 구하고, 폭등한 전세 보증금까지 감당해야 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주택 시장, 특히 전세 시장을 안정시킬만한 요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가 고정 수요가 되면 전세시장 불안이 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2025년 입주요? 토지 보상은요? 분양가는요?"
3기 신도시 입주 계획이 정부의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변수다. 정부는 지난해 '5·6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을 병행 추진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보금자리주택이 토지 보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에 들어가 본청약, 입주 등이 줄줄이 미뤄졌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들은 대략 2023년 착공, 2025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올해 사전청약을 받는 3기 신도시 7곳 중 보상 절차가 실시 중인 곳은 인천 계양(1100가구), 하남교산(11월·1000가구) 뿐이다. 토지 보상이 얼추 마무리되더라도 지장물 조사와 보상도 걸림돌이다.
이를 두고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일의 순서부터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주들 땅에 대한 보상계획과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전청약부터 진행하니 잡음이 안 날 수가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분양가도 문제다. 정부는 사전청약을 앞두고 주변의 60~80% 수준이라는 분양가를 공개했다. 하지만 최종 분양가는 본 청약 시점에 결정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 계양 분양가는 전용 59㎡는 3억5000만~3억7000만원, 전용 74㎡는 4억4000만~4억6000만원이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55㎡가 3억4000만~3억6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년 뒤 본청약에서 분양가가 예정보다 크게 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값 상승세가 계속돼 분양가 비교 대상인 주변 시세가 높아지면 실제 분양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분양가 공개 당시 "너무 낮은 분양가 때문에 '로또 청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분양가 수준을 주변 집값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차라리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청약, 매수 중에 고민하고 있다'는 게시글에 "청약은 희망고문일 뿐, 기다리는 사이 집값은 계속 오른다", "당첨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차라리 집을 매수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들이 달렸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한편 국토부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사전청약 당시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사전청약 준비지는 따로 조성해서 먼저 착공하는 방식으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분양가의 결정은 분양가상한제로 정한 상한가 내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 범위 내에서 최종 분양가가 결정되도록 산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