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사고 학교 악성 민원의 시작: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

[윤순경]

2023. 7. 21.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 신호 위반이나 음주 단속에 걸리면 경찰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꽤 있다. 처음 본 경찰이 그들의 직업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과시하면서 위법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파렴치한 사람들이다.

이제 학부모가 교사를 윽박지를 때 이런 말을 버젓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졌다니 개탄스럽다. 이런 말을 내뱉는 순간 민원이나 불만의 본질은 사라지고 자신이 가진 힘을 강조하며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몰린 서울 강남 지역 학교에 이런 부류의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많이 배웠고 부유하지만 몰상식한 인간을 상대하기 버거우니 이 지역의 교사 전출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오늘자 기사에 깊이 공감이 된다.

언론 기사에 의하면 힘을 과시하는 학부모에 학을 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교사들의 빈자리는 신규 교사 발령으로 채워왔다고 한다. 서초구는 전출 교사 인원 급증이 문제가 되자 심지어 올해 초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5년 근무 후 전출을 10년 근무 후 전출로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파렴치한 학부모들을 퇴치하려는 노력 대신 힘 없는 신규 교사들을 총알받이처럼 쓰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이 과연 진보 교육감이 맞는가?

사회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마음껏 힘자랑하도록 내버려두게 되면 교육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학부모만 힘자랑을 할 것 같은가? 얼마전 떠들썩했던 학교 폭력 역시 부모의 힘을 믿고 친구에게 무차별 학교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사회와 교육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힘의 논리가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재 교육 문제의 대부분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힘과 권력의 무분별한 남용을 인지하고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할 수 있어야 사회가 바로서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가치가 배제된 사실적 지식을 학교에서 아무리 많이 가르친들 소용없다. 학교에서 부당한 힘에 맞써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정의로움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교사라고 해서 갑자기 없던 용기와 정의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학교 폭력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 뿐만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힘의 역학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당함 때문이다. 이런 기사들을 연일 접할 때마다 나는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권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감이 들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재 우리 교육 상황이라면 한시가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황망한 죽음을 계속해서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다음 주 울산에서 있을 초등교사 1급 정교사 자격증 연수에서 내가 강연할 제목이 <비판적 사고와 디지털 문해력>이다. 언뜻보면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 제목으로 보이지만 방점은 비판적 사고에 있다. 초등교육에서부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이 교육과정과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학생들에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들에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함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학 수업은 물론이고 교사 연수에서 늘 강조하던 비판적 사고인데 이번 강연은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 가짐이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