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공중에 돌리는 동그라미
엉킨 실타래 풀어가는 고달픈 생
가슴에 맺힌 긴 실타래가 낮은 곡조로 물래를 감는다
한 많은 엄니의 자서전을
촉수 낮은 등잔 그림자가 받아 적는 그 밤에
밤새도록 물레가 흐느꼈다
부엉새 우는 밤
짓눌린 슬픔을 노래하는 곡비처럼
한 줄 길게 목청을 늘인다
앞마당에 빠르고 높은 곡조로 내리는 함박 눈
목화이불 깔아 놓고
엄니 고달픈 손 잡아 끌었다
거미 꽁지의 줄처럼 끈적이던 삶을
누에처럼 갉아먹고 가슴 속 맺힌 줄로
자신을 하얀 집에 가둬 버린 엄니
엄니 외줄타기 인생 끝나던 날
한 많은 저고리 속 대못 하나
하늘 바람 벽에 박아놓고
함박눈으로 수의를 입고
시퍼렇게 시린 은하수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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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시인
거미손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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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
24.05.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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