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자전거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보급을 지원하고, 스포츠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동호회를 지원해온 결과가 자전거 대중화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투르드코리아’ 대회로 실현되었고, 이 바닥 위에서 자란 사이클의 예비 스타가 탄생했다. 이에리사가 있었기에 현정화 같은 굵직한 스포츠 스타가 나올 수 있었고, 박주봉이 있었기에 라경민이나 김동문 같은 스타가 나올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나라 여자 골퍼들이 세계무대를 휘젓고 있는 데는 박세리의 영향이 크다. 한 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대중에게 붐을 일으키는 데는 한 명의 스포츠 스타만한 파급력을 가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실력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종합 7위에 오른 올해 스물한 살 청년, 장경구 선수를 만났다.
스케이팅 선수, 사이클에 오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는 투르드코리아는 세계의 프로페셔널 사이클링팀과 국내 동호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전거 축제로, 올해는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10개 구간, 총 2,000km에서 열렸다. 코스는 제주에서 출발한 후 강진과 군산, 충주, 구미, 양양, 춘천 등의 코스로 이루어졌고, 10구간에서는 올림픽공원을 출발해 남산, 숭례문, 경복궁, 창덕궁 등 서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세종로에서 막을 내렸다. 투르드 코리아는 10개 구간의 성적을 누계하여 우승자를 결정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은 미국 출신인 마이클 프리드먼이 차지했으며, 장경구는 이번 대회에서 총 34시간 31분 22초의 기록으로 개인 종합 7위에 올랐다. 1위에는 2분 16초 뒤진 성적이지만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포함되면서 한국 사이클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3월에 열린 강진일주 도로대회에서 개인도로 부문 1위를 하는 등 최근 컨디션이 좋아서 이번 대회에서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장경구는 7구간(경북 구미-영주 144.0㎞)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 구간에서는 추운 날씨에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쳐 경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눈보라까지 날린 탓에 경기를 포기하려고도 했죠. 그러나 다른 선수들도 힘들 것이기에 지기 싫어서 달렸습니다.” 장경구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타기 시작해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유망주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줄곧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뛰다가 강원체고 2학년 때 사이클에 입문했다. “당시 빙상은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았고 군대를 다녀오면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수 생명이 짧았습니다. 빙상에서 전국체전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사이클로 종목을 바꿀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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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구 선수의 사이클 훈련법, “순발력과 스피드, 지구력이 필요하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던 장경구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꼽는다. 대신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는 틈나는 대로 피트니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근지구력을 보강하고 있다. 장경구 선수가 근지구력을 단련하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은 스미스 스쿼트와 레그 프레스, 스탠딩 바벨 컬인데, 근력을 키우는 것과 달리 무게가 아닌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연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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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사이클을 고3때부터 시작했으니 장경구 선수의 사이클 경력은 분명 턱없이 짧다. 그럼에도 장경구 선수는 2008년 전국체전 고등부 개인도로에서 2위를 차지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서울시청 소속으로 일반부 개인도로에서 3위에 올랐다. 이렇게 그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전거 선수가 되기 직전까지 스케이트 선수였던 경력이 도움이 되었다. “스케이트 선수들도 다리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자전거 훈련을 병행하기에 종목을 바꾸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용하는 근육 부위도 스케이트 탈 때와 같아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대회 성적이 이번만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전거 선수로 입문하던 해에도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여 한두 개씩 메달을 땄던 것이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데뷔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서울을 비롯해 스카우트 제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향이 강원도 양구인데다가 모교가 있는 춘천이 가깝고, 더욱이 신생팀이라 같은 또래가 많아서 가평군 팀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입문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장경구는 거의 매달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훈련 겸 실전을 익히고 있으며,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피트니스 센터와 야외를 오가며 연습을 지속한다. 특히 피트니스에 신경을 쓰는 그는 다리에 지방이 붙는 것을 경계한다. 종아리와 허벅지에 지방이 많으면 근지구력과 파워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트니스와 병행하여 식단도 조정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섭취하여 지방을 줄이면서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지만, 저는 일부러 한두 시간 더 하는 편입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뒤처지지 않으려면조금이라도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대한 욕구가 한창 왕성한 나이지만 장경구는 사이클 이외의 것에 아직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간은 합숙소에서 훈련에 매달리는 것이다. 시간 여유가 생길 때에도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간다고. “훈련할 때는 팀 보조를 맞추느라 정신없지만, 홀로 나가면 다릅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경치 구경을 할 수 있고, 언덕에 오르면 잠시 멈춰 서서 발 아래 풍경을 볼 수도 있고…. 그 느낌이 좋아요. 자유롭고 편안한 기분이랄까요?”
올가을 아시안 게임의 국가대표에도 이미 선발된 상태라는 장경구. 경력으로만 봐서는 신인이지만 실력으로는 그는 이미 우리나라 최고로 인정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저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대신 지구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도로 경기에만 나섰죠. 그러나 이번 여름은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니, 올해 안으로 트랙 경기에도 도전하여 사이클 선수로서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사이클은 비인기 종목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 기대치 않은 메달리스트의 탄생을 볼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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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전거 마니아들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투르드코리아 투르드코리아는 녹색성장의 국가비전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건강한 자전거 문화 보급을 통해 환경과 교통문제의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면서 출범하였다. 투르드코리아는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를 모델로 한 만큼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여하는 ‘엘리트 대회’를 기본으로 하지만, 동시에 일반 동호인들에게도 개방하여 범국민적 문화 페스티벌로서도 성장하고 있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이한 투르드 코리아는 200명의 엘리트 선수와 200명의 동호인이 참여하여 아시아 최고 대회의 반열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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