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각종 노인성 질환자들도 급증하면서 농촌지역의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허릿병·관절염 등 농민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병인 ‘근골육계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농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농민신문은 농민들이 허리와 무릎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노인성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서울 강남의 제일정형외과병원(원장 신규철)과 공동으로 ‘튼튼한 허리, 무릎, 건강한 농업인’이라는 주제로 매월 한차례씩 기획·연재한다.
하우스 농가의 경우 1년 365일이 농번기이지만, 지금 같은 겨울철에 농한기를 맞는 농가도 상당수 있다. 이때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자신의 몸’이다. 농민의 상당수가 고령화돼 가고 있고,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농부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제일정형외과병원의 문수현 노인척추센터 소장은 “최근의 치료방법들은 입원기간과 회복시간이 매우 짧아졌기 때문에 요즘 같은 농한기에 자신의 척추·관절을 치료해서 충분히 회복시켜준다면 올해 농사일을 하는 데 있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치료 및 회복기간과 농번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척추관절을 돌보기에는 바로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척추관협착증=가장 대표적인 노인성 척추질환이다. 척추가 노화하면서 두꺼워진 척추뼈·인대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 즉 척추관을 좁히면서 신경이 눌리는 병이다. 증상은 엉치·허벅지·종아리 등에서, 심지어는 발끝·발바닥까지 저리거나 당기고 힘이 없어진다. 다리와 발쪽이 시려서 한여름에도 선풍기 바람을 쐬지 못하고 겨울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다.
특히 걸으면 피가 잘 통하지 않는 것처럼 저리면서 힘이 풀려 제대로 걷기 힘든 ‘보행장애’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자연히 걷다가 힘들어 쪼그려 앉아 쉬기를 반복하게 된다. 허리를 펴면 이런 통증이 더욱 심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구부리게 되는데, 구부정한 자세가 지속되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만다. 문제는 디스크 같은 말랑말랑한 조직이 신경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뼈 같은 단단한 조직이 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병이어서 물리치료나 약을 먹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술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분마취 상태에서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피부를 1.5~2㎝ 절개하고, 척추관을 좁히고 있는 조직들을 긁어내 신경을 풀어주면 된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측은 “부분마취를 하고 수술부위를 작게 째기 때문에 입원기간도 4~5일 정도면 된다”며 “별도의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일정기간 보조기를 착용하고 꾸준히 운동하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척추 골다공증=척추관협착증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척추질환이다. 골다공증으로 푸석푸석해진 뼈는 약간의 충격에도 부러지게 되는데, 척추의 경우 반듯하던 척추뼈가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는 꼼짝도 할 수 없고, 끊어질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되는데, 초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상당기간을 그냥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인들이 움직이지 않고 지내게 되면 골다공증이 심해지고, 심폐기능 등이 약해져 전반적인 체력과 건강이 악화되면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주저앉은 뼈가 척추의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서 등이 차츰 굽게 되는데, 굽은 척추가 심장·폐·위·대장 등의 내부 장기를 압박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낳게 된다. 이유 없이 가슴통증이나 호흡장애가 오고, 기침이 잦아지거나 소화가 잘 안될 경우엔 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료방법은 해당 부위만 부분마취한 상태에서 특수주사기를 통해 골절된 척추에 액체상태의 인공 뼈 시멘트를 주입하는 것이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이 액체 뼈가 15분 정도 지나 굳으면서 골절 부위를 복구시켜준다”며 “시술 후 곧바로 걸을 수 있고, 하루이틀 정도 입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인성 디스크=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디스크가 최근엔 노인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증상은 다리가 저리고 당기며, 쑤시면서 들어올리기 힘든 디스크의 증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노인성 디스크는 척추신경공 밖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수가 많고, 후유증도 심한 편이다.
노인성 디스크는 척추관협착증과 동반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단순한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준 제일정형외과병원 박사는 “노인의 경우엔 퇴행으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기 때문에 젊은층보다 다리에 마비가 올 가능성이 높아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일이 더욱 많다”고 말했다.
치료는 척추관협착증과 마찬가지로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부분마취를 통해 최소한의 절개로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최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