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는 3개월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산출하여 발표합니다.
저도 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산출될 때마다 (즉 3개월마다)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을 판단해보는데요, 이번에 2022년 4분기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업데이트되었기에 이를 반영하여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요, 참고로 지수 100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약 25%를 부담한다는 의미로, 이는 중간 소득의 서울 근로자가 중간가격의 서울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의 약 25%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되는 이유는 그동안 장기간 상승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저금리"를 지수 산출 도구 중 하나로 삼으면서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수치화했기 때문입니다.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보다 훨씬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금리와 집값, 소득을 고려해서 현재의 집값이 과거와 비교해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를 나타내준다는 면에서 유용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① 해당 지역 주택의 중위 매매가 ② 주택담보대출 금리 ③ 중위 가구 소득을 가지고 산출되는데, 주택금융연구원에서 해당 지역 주택의 중위 매매가 기준으로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KB부동산 중위 매매가를 사용해왔지만 2013년부터는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의 중위 매매가를 사용해왔다는 점입니다.
두 기관의 중위 매매가가 다르기 때문에 시계열상으로 중간에 기준이 달라져버리면 해당 지수를 사용한 분석이 오류를 초래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까지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해온 지수를 "주택구입부담지수(구)", 2013년 이후도 KB부동산 중위 매매가로 환산해서 산출한 지수를 "주택구입부담지수(신)"으로 수정하여 그동안 보여드려 왔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이 "KB부동산 중위 매매가"입니다. 상승장에서는 KB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시세를 잘 반영해왔습니다만 하락장에서는 KB부동산의 시세 반영이 특히 느리고 하락폭이 덜 반영된 감이 있습니다.
확인해봤더니 한국부동산원 중위 매매가는 2021년 12월을 서울 부동산의 정점으로 본 반면, KB부동산 중위 매매가는 2022년 7월을 서울 부동산의 정점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주요 대단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2021년 4분기 ~ 2022년 1분기가 정점인 것이 확인됩니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가 맞다는 것이죠.
참고로 2022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 증감률은 한국부동산원 -12%, KB부동산 -8%입니다.
광역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부산은 -10%와 -5%, 대구는 -17%와 -10%, 인천은 -18%와 -12%, 광주는 -7%와 +10%, 대전은 -14%와 -10%, 울산은 -9%와 -1%입니다. 특히 광주는 2022년 1월보다 +10%나 올랐고 울산은 -1%밖에 안 떨어졌다는 것이 KB부동산 중위 매매가인데 제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산출하는데 필요한 중위 매매가에 있어 지금까지 KB부동산 기준으로 환산해서 별도로 말씀을 드렸으나 ① 하락장의 시세 반영에 있어 KB부동산이 미진한 점이 있고, ② 한국부동산원이 그동안의 지적 사항(상승률이 체감보다 낮게 집계)을 수용하여 2021년 7월부터 아파트 표본을 1만 7천여 가구에서 3만 5천여 가구로 2배로 늘리면서 KB부동산(3만 1천여 가구) 이상으로 표본을 확보해 신뢰성을 회복한 점(그래서 한국부동산원 중위매매가가 2021년 7월 급등하여 KB부동산과의 격차를 대폭 줄인 점), ③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 중심으로 반영하고 KB부동산원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거래 가능 가격을 입력하는 점 등을 감안해서, 앞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도 KB부동산 기준으로 환산하지 않고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하는 Data를 그대로 인용코자 합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2004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주택구입부담지수 추이와 해당 기간의 평균(128.3)을 비교 도식화한 것입니다.
2022년 4분기의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98.6 입니다.
2019년 3분기 123.6 이래 무려 12분기 동안 줄곧 오르기만 했던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3분기만에 하락했습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3분기 9억 5,100만원에서 4분기 8억 8,300만원으로 하락했고 주택담보대출금리(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주택담보대출 기준)가 3분기 4.79%에서 4분기 4.63%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13분기만에 하락했으나 전고점인 2008년 2분기 164.8 대비 +21% 높고 중장기 평균 대비 +55% 높아 여전히 고평가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1분기에 전고점을 돌파한 이후에도 지수가 거침없는 상승 곡선을 그린 배경에는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된 이래 매매 유통 물량이 감소한 상황이 지속되었고 2020년 8월부터 임대차3법이 시행되어 전세 유통 물량이 감소하면서 매매/전세 모두 펀더멘탈을 상회하는 버블이 형성된데다 코로나19 이후 유례 없는 유동성이 풀린 영향이 합쳐졌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KB-HOI (주택구입잠재력지수), 즉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비율도 2022년 4분기 기준 2.3%로 역대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과거 매매가 전고점인 2009년 4분기에는 이 비율이 14.2%에 달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현재는 중산층이 집을 사기에 집값 또는 금리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즉, 과거에는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비율이 14.2%에 불과했을 때 서울 부동산이 중장기 하락장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2022년 4분기 기준으로는 이 비율이 2.3%에 불과하다는 것은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기에 유효 수요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2022년 4분기에 비해 2023년 1분기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했고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도 하락했기 때문에 6월말에 발표되는 2023년 1분기 지수는 2022년 4분기보다 더 내릴 것이 확실시됩니다만 중장기 평균은 물론 전고점보다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 역시 사실이기에 추세적인 상승 전환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주택구입부담지수 자체는 과거 평균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2008년에 처음 생기면서 점차 확대되어간 전세자금대출 때문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세가를 밀어올리면서 매매가에도 적지 않은 상방 압력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2년 22조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21년 180조원까지 증가합니다. 산술적으로도 9년간 158조원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전세자금대출로 인해 주택구입부담지수 자체가 과거보다 얼마나 오르는 것을 적정하게 보냐입니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추정의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만 전세자금대출이 없었던 시절의 전세가율 고점이 64.6%(2001년 10월)였고 전세자금대출이 생긴 후의 전세가율 고점이 75.1%(2016년 6월)로 +16%(= 75.1% ÷ 64.6%) 증가했다는 점에 착안해봤습니다. 다만 매매는 갭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세가율 +16% 증가율이 매매에는 절반이 희석되어 주택구입부담지수 측면에서는 +8% 증가율을 적용해보면 중장기 평균은 139, 고점은 18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해봅니다. (이 부분은 말그대로 개인의 추정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봐도 2022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198.6은 높다고 볼 수밖에 없을거 같네요.
주택구입부담지수의 허점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상황에 비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가량 후행하는 지수는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2021년 1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한 사실이 확인되어 2021년 6월에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 전인미답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펀더멘탈을 상회하는 버블이 발생했음을 알릴 수 있었던 데서 확인되듯 후행적인 부분이 있지만 유용한 쓰임새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주택구입부담지수와 전세가율 외에 더 버블 여부를 판단케 해주는 지표를 알지 못하기에 저는 이 지수를 계속 추적 관찰할거 같습니다.
오늘은 서두가 길어지면서 글이 매우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되세요!
※ 2022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 198.6의 의미
서울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위해 가구 소득의 50%를 사용해야 하는 수준 (전고점인 2008년 2분기는 소득의 41%를 사용해야 하는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