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에.. 주인사마, 와타-]
“안 돼.”
[데에에! 와타시 말도 안들었는데 너무하잖데스까!]
“니가 뭔말할지 다 알거든?”
[그러니까 허락해주는데스! 와타시가 매일같이-]
“떽! 그 이상 말하면 그 입을 확 꿰매버릴줄 알아!”
[데에..]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성체실장이 된 이후 매일같이 자를 갖게 해 달라는 미도리와 나와의 실랑이이다.
샵에서 구매한 중급 자실장 출신이라 그런지 먹이를 먹고 운치를 정해진 곳에서 싸고 양충발언을 하는 정도의 애매한 교육만을 받아서 그런건지 성체가 된 후의 임신욕구를 참지 못하고 내게 계속 달려드는 것이다.
훈육사를 불러다 재교육을 시킬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물론 사육실장 재교육을 전문으로 맡는 훈육사라면 미도리 정도의 약한 분충성을 보이는 사육실장 정도는 폭력과 세뇌로 단 며칠만에 양충으로 바꿔주겠지만, 비싸다.
차라리 미도리를 보호소에 파양한 다음 샵에서 고급 자실장을 하나 재분양하는게 더 싸게 먹힐 정도다.
그냥 갖다 버릴까 생각했지만 나도 그렇게까지 타락한 인분충은 아닌지라 근 1년을 가족처럼 지낸 미도리를 겨우 임신발언을 한다고 매정하게 내치는 건 영 내키지 않는다.
물론 자를 낳고 키우게 두진 않을거다. 일단 미도리의 자들은 교육이 안 되어 있는데다 미도리가 자들을 브리더들이 하는 것만큼 체계적으로 시킬리가 없다. 그게 가능하면 브리더와 훈육사는 전부 새 직업을 찾거나 굶어죽었을 것이다. 전부 친실장에게 교육을 시키면 되는데 어떤 멍청이가 브리더에게 실장석 훈련을 맡기고 훈육사에게 재교육을 맡길까? 그럴 일이 없으니 브리더와 훈육사가 실장석 업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미도리에게 ‘자를 갖는 기쁨’을 느끼게 해줄까.
다음 날,
샵에서 교육받은대로 앉아서 푸드를 갉작이고‘푸드를 주셔서 감사한데스’라고 혼잣말을 한 미도리가 어느덧 일과가 되어버린 대화를 건넨다.
[데에, 주인사마. 와타시 자를 갖고 싶은데스]
“좋아.”
[데에에.. 오늘도 역시.. 데뎃! 정말인데스까?!]
“그럼. 얼마든지 가져. 꽃은 여기”
[데에! 감사한데스! 귀여운 자들을 보여드려 닌겐상을 행복하게 해드리는데스!]
미도리는 세상을 다 가진듯 자실장 때와 같이 활짝 웃는다.
그럼 나도 미도리를 위해 준비를 좀 해줘야겠지.
나는 미도리를 위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실장샵으로 향한다.
2주 후,
미도리는 만삭이 되었다. 매일같이 남산만큼 배를 어루만지며 ‘세상은 콘페이토밭인데스.’,‘태어나서 매일같이 스시와 스테이크를 먹는데스.’,‘오마에타치는 사육실장인데스’ 등의 자기 멋대로의 태교를 읊는다.
하지만 태교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우선, 얼마 전 사온 네무리 스프레이를 들고 미도리에게 다가간다. 미도리는 초승달눈을 하고 태교의 노래를 읊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미도리는 태교를 읊는 그 자세 그대로 ‘데휴.. 데휴..’ 하고 잠에 빠져든다.
나는 미도리를 안아들고 창고로 쓰는 방에 향한다. 미도리를 키우며 잠궈놓고 단 한번도 못 들어가게 했던 창고방엔 낡은 목제 테이블과 온갖 학대도구들이 즐비했다. 모두 내가 ‘학대파’였던 흔적이다. 몇 년간 실장석을 갖고 놀다보니까 같은 레퍼토리에 질려서 학대파를 때려치우고 미도리를 입양해다 키운 뒤로는 쓰지도 않던 방.
물론, 미도리를 이제와서 학대할 생각도 없다. 2~3일정도 사육실장으로 키우는 척하다가 독라로 만들고 수조에 처박아두고 어지간한 훈육사들도 참신하다며 기립박수를 칠 정도의 잔혹한 수법으로 학대하다가 공원에 내다 버린다음 들실장들이 뜯어먹는 걸 구경하는 짓도 이미 질렸다. 그렇다고 예절교육을 시키자니 다양한 실장석 고문기술에만 능통하지 정작 중요한 훈육사들의 재교육방법은 수박 겉햝기로밖에 모르는 나한텐 한계가 있다.
그럼 내 방식대로 해야겠지.
일단 옷이 더럽혀지지 않게 사육실장복을 벗겨낸다. 이따금 꿈틀거리는 살구색의 거대한 산이 테이블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짓도 오랫만이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사기에 예전에 쟁여둔 시비레(마비제. 마취 용도로도 쓴다.) 약물을 주입한 뒤, 미도리의 배 이곳저곳에 꽂는다. 학대파 시절에 이것저것 실험한다고 많이 구해둔 거라 미도리가 깨지 않게 아낌없이 주입해준다.
시비레 약빨이 도는 동안 위석병의 활성제 상태를 체크한 뒤, 학대도구로 쓰던 실장석 수술 세트와 실장석용 봉합 실, 탈지면, 네무리 스프레이 등을 준비하고 간만에 작업을 시작한다.
역시 몇 년간 학대파로 푹 썩은 세월이 녹슬지 않았는지 야매로 진행된 제왕절개 수술은 별 탈없이 끝났다. 옛날 같으면 마취 따위 없이 배빵을 날려 자실장들을 모두 박살내주고 건방진 성체실장은 평생 자들을 낳아보라고 실장석 공장의 ‘자판기’처럼 달마로 만들어다 벽에 못을 박고 꿰어 뒀겠지만, 그래도 나름 ‘애호파’가 된 지금은 그저 옛날 이야기.
점막에 싸인 자실장(?)들은 꺼내자마자 네무리 스프레이를 뿌린 후, 박박 닦는다. 이렇게 안하면 ‘간지러운테치.’니 ‘당장 노예닝겐은 아따찌의 점막을 떼어주는레치!’같은 소릴 하며 시끄럽게 짖으니까 조용히 시켜주는 용도다.
잠든 자실장들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미도리의 분대와 배를 다시 봉합한 후, 활성제 연고를 발라둔다. 실장석의 재생속도라면, 깨어나기 전에 상처가 아물고 실도 자연스럽게 흡수될 것이다.
작업을 끝낸 나는 미도리의 옷을 다시 입히고 아까 전, 미도리가 태교의 노래를 읊던 실장방석 위에 아까처럼 비스듬히 기대어 둔다. 그리고 자실장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며칠 전 약속했던 곳으로 향한다.
=====
“...데에?”
잠에서 깨어난 미도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실장들에게 행복한 사육실장의 삶을 태교로 읊어주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자신의 태교에 테치, 레치 하고 귀여운 답을 주던 반응들이 없다. 아마 배가 욱신거리는 것을 보니 자들이 태어나려고 하는 모양이다.
미도리는 그렇게 행복회로를 돌리며 화장실로 향한다.
“왠지 발걸음이 가벼운데스. 이게 사랑의 힘인데스까.”
미도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본능적으로 대야에 물을 받는다. 그리고 힘을 준다.
브리리륏..
“데에! 자들이 태어난데...데에에에!!”
나온 것은 자가 아닌 대량의 운치뿐.
“이상한데스. 이상한데스. 이상한데스.! 그럴리가 없는데스. 분명히 자들의 목소리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었던데스. 왜 자들은 안 나오고 운치만 나오는 것인데스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미도리의 눈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곳에는..
놀람에 물든 적색과 녹색의 눈이 보였다.
=====
그로부터 조금 지난 후,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미도리가 성체가 된 이후로 처음 나를 현관에서 맞아준다.
[주인사마! 주인사마!]
“왠일이냐. 마중을 다 나오고.”
[그게 문제가 아닌데스! 자들이 없어진데스! 주인사마!]
“뭔 헛소리야. 네가 언제 자를 가졌다고.”
[그럴리 없는데스! 와타시 분명히 임신해서 어여쁜 자들을 주인사마께 보여주어 행복을 나눠드리려 한 데스.]
행복을 나눠준 건 맞다. 금전적으로.
미도리 뱃속에 있던 자들 지금 학대샵 갔거든.
사육실장의 분충태교를 임신기간 내내 받고 태어나기 직전의 태실장을 가져온거라고 설명하니까 주인장이 활짝 웃더라.
뭐, 해봤자 미도리 푸드와 간식 한 달 분량 값이지만 말이야.
나는 웃음을 꾹 참으며 시치미를 뗀다.
“미도리 너 이제 성체가 됐는데 치매까지 걸렸냐? 내가 언제 자를 갖게 해줬다고 그러는건데?”
[데스?]
“뭐, 좋아. 자를 가져도 좋다고 말할 참이긴 했으니까 이걸로 쌤쌤이라 치자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흰 꽃을 건네주자, 미도리는 내 연기에 속아넘어간 건지 꽃을 들고 자기 실장하우스로 향한다.
여하튼 멍청한 생물이라니까.
일 년이 지났다.
나의 뛰어난 연기실력과 손재주, 실장석 특유의 멍청함이 삼박자를 이루어 학대샵에 납품한 태실장 수가 세 자릿수에 이를 무렵.
미도리도 중급실장치고 그렇게 바보는 아닌지 뭔가를 알아차린 것 같다. 반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완전히 무방비하게 태교의 노래를 부르던 미도리였으나, 학습효과라도 생겼는지 그 때부터 경계심이 점점 강해져 슬슬 태교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반년이 더 지난 지금은 태교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가 다가오면 위협의 울음을 토한다.
물론 나도 미도리가 잠들었을때 네무리를 추가로 뿌리고 자실장을 빼가거나 간식용 콘페이토를 네무리 콘페이토로 교체해서 재우는 등 여러 방법을 병행하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좋아하던 콘페이토도 끊고 밤에 눈을 부릅뜨고 잠을 자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니 슬슬 끝낼 때가 다가왔구나 싶다.
뭐,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진 않지만. 무슨 방법을 써야 미도리 몰래 태실장을 빼낼수 있으려나..
며칠 후,
미도리와 눈치싸움 끝에 승리한 나는 전리품을 비닐봉투에 담고 ‘실장집’이란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샵의 문을 연다.
그리고 어느때와 같이 실장푸드와 목욕제 같은 간단한 물건을 집어 카운터로 향한다.
“이번 달에는 요놈들 좀 팔려고요.”
“어디보자.. 이번달 꺼는 조금 마른 것 같군요.”
“하하.. 미도리 이놈이 요즘에 자실장 안 뺏길려고 밥도 잘 안먹거든요.”
“흠. 그것 참 곤란하시겠군요. 그럼 간만에 거래처에서 ‘손님’이 되시는건가요?”
“아뇨. 다음이 마지막 거래죠. 그러고보니 ‘가족교류’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요? 미도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딱 좋겠네요.”
그 말에 가게주인이 얼른 대답한다.
“안 그래도 친실장도 함께 왔으면 하는 ‘손님’들이 많죠. 예약손님을 받아둬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는 실장샵 주인의 손에는 실장석 재입양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
다시 2주 후,
미도리는 질리지도 않는 건지 다시 남산만큼 불룩해진 배와 쌍녹의 눈으로 나를 잔뜩 경계하고 있다.
[오지 마는데스. ㄸ.. 닌겐상.. 다가오면 목을 물어뜯어주는데스. 뎃데로게~뎃데로게~ 자들은 듣는데스. 오마에타치는 사육실장인데스. 오마에타치는 우주 제일의 미모를 가진 사육실장데스 뎃데로게~ 뎃데로게~]
아, 물론 매일같이 내게 으르렁대는 건 아니고 만삭이 될 때와 자를 뺏기고 하루이틀정도만 저런 반응을 보일 뿐이다. 임신 초중기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닌겐사마로 호칭이 바뀐다.
그나저나 이미 들실장 사육실장 통틀어서 미도리보다 자를 더 많이 가져본 실장석은 손에 꼽을텐데 말이야. 역시 ‘실장석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최후를 반복한다’는 실장석 커뮤니티의 격언이 딱 맞는다니깐.
그래도 학대파는 졸업했으니 애호파는 애호파 방식대로 해줘야겠지.
나는 미도리를 굴복시킬 마지막 무기. 스테이크를 꺼내든다. 물론 인간과 실장석 입맛은 매우 다르기에 진짜 쇠고기를 굽는 건 아니고 미도리가 마지막 임신을 했을 때 수제 실장석 간식을 만드는 유명한 업체에다 스테이크를 미리 주문을 해 뒀던 것.
불판에 스테이크가 올라가고, 고기가 구워지며 생기는 고소한 향기가 미도리의 코를 정신없이 공격한다. 스테이크가 불판에 올라갈 때까지만 해도 자들을 뺏길까봐 계속 으르렁대던 미도리도 점차 긴장이 풀리더니 이윽고 만삭의 몸을 이끌고 스테이크를 굽는 내 옆으로 와 어느때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네게 줄 거란다. 근래에 자들을 계속 잃는 슬픈 일을 당하는 미도리에게 주는 위로라 생각하렴. ”
[데에에.. 어쨌든 빨리 주시는데스우. 닌겐사마.]
얼씨구.
방금 전까지만 해도 똥닌겐이라 부르려던 호칭이 바로 바뀌는거 봐라.
괜히 콘페이토, 스시와 함께 실장석 3신기중 하나로 불리는게 아니라니깐.
하지만 미도리야.
이 스테이크엔 함정이 있단다.
=====
얼마 후, ‘실장집’.
스테이크를 다 먹자마자 지효성 네무리의 약빨에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잠든 미도리를 데리고 온 나를 가게 주인이 맞아준다.
“이녀석이 그 ‘손님’들 사이에 유명한 ‘임신왕 미도리’군요.”
“예? 하하하. 그렇게 불렸습니까?”
“그렇죠. 그럼 여기. 여기에 서명하시고.. 좋습니다.”
이걸로 됐다.
그래도 근 1년간 미도리의 자들의 판매비용으로 자실장때부터의 식비를 대신해 주었고, 마지막엔 자신을 바쳐 자신의 입양비를 모두 갚아준 ‘임신왕 미도리’.
내 학대파와 애호파 인생을 통틀어서 잊지 못할 실장석 중 하나가 되었구나.
첫댓글 띵작인 데스우~
주인에게 금전이득을 주다니··양충 중의 양충인데스
임신왕 ㅋㅋ 예전에 본 출산왕 미도리라는 명작스크가 생각나는데스. 구성도 비슷한 거 같은 데스.
끝없이 낳는거참...
이만한 양충이 따로 없네요.. 먹고 낳고 팔고의 창고경제..
후기가 궁금한데 가능할까요 미도리 근황같은거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