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순간 고열(高熱) 1
그가 내 셔츠를 끌러낸다. 조급했는지 단추 하나가 떨어져나가고, 투두둑- 실밥 뜯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벌어진 셔츠사이로 그의 손이 잠시 머무르더니 이내 허리띠를 풀어 바지를 아래로 내린다.
난 정신을 잃은 듯 눈을 감은 상태였고, 그는 얼굴이 몹시 붉게 상기된 상태였다.
속옷까지 벗기자 그는 더 이상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도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자 묵직해진 성기가 단번에 튀어나왔다.
「헉!」
난 캠코더에서 얼굴을 멀리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빠지며 현기증이 일었다.
그의 앞은 이미 본능으로 충만해있었다. 윤활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프리컴이 흘렀고, 잠깐의 정지동작에도 성기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렸다.
난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곤 다시 캠코더를 주시했다.
설마, 설마 하는 심정이지만 다음 행위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전개였다. 그가 내 허벅지를 잡아 벌리며 묵직해진 성기를 밀착했다. 처음엔 조금 버거운 듯 성기가 진입하지 못한 채 위아래로 미끄러졌지만 이내 그것은 접점을 찾아내어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더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성기가 내 안으로 빈틈없이 들어가자 난 캠코더를 책상 위에 털썩 올려놓았다.
두려웠다. 허망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단 한번도,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데.
그는 두 팔로 내 허리를 들어 올리며 하체를 움직인다. 나는 고개가 뒤로 젖혀진 채 힘없는 팔이 차 바닥을 향해 늘어진다. 그가 점점 격렬하게 하반신을 움직이자 내 팔은 나비가 팔랑거리듯 가늘게 흔들렸다.
“집에 있었어?”
그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황급히 캠코더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문이 열리며 형이 들어온다.
“뭐했어?”
내가 너무 경직해있었나 보다. 누가 봐도 의아할 정도로.
“어? 응. 아, 캠코더. 그때 대전 천체관에서 찍은 거.”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캠코더를 가방에 넣었다. 서랍에 두는 건 왠지 불안해.
“작업 끝난 거 아니었어? 내일 시사회라며.”
“맞아. 끝났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그냥 좀, 아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 처녀작이잖아.”
그러자 형이 내 어깨를 토닥인다.
“걱정하지 마. 여태껏 넌 잘해왔어.”
여느 때보다 부드러운 눈길로. 오늘은 더 따뜻한 미소로.
“형……”
순간 난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라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세월이라고 말해야 할 7년.
1화 불필요한 호기심
「에로스가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예리한 화살을 맞은 하데스는 엔나 호수를 거닐던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강제로 그녈 납치해 아내로 삼았습니다. 지하세계였지만 부족한 것이 없었던 페르세포네는 그런대로 만족스런 생활을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지상세계를 떠올릴 때면 그곳이 너무 간절해져 슬픔에 잠겼습니다.
날이 갈수록 슬픔이 커져만 가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있던 하데스는 그녀에게 마법의 석류를 먹였습니다. 마법의 석류를 먹으면 누구라도 지하세계를 그리워하게 되어 결코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한 효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제우스는 고심 끝에 묘책을 내놓았습니다. 페르세포네를 일 년 중 4분의 3은 지상에서 지내고, 나머지 4분의 1은 지하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페르세포네는 봄이면 별자리가 되어 하늘에 떠오르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욱 그녀를 행복하게 했던 것일지도.」
암전이었던 플라네타륨에 조명이 환히 켜지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다.’
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묘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반면 이 박수가 진심일까, 하는 민망함에 어쩔 바를 몰랐다.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선 우리라도 박수치고 환호해야 심사관의 마음을 더 흔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무리가 아주 좋습니다. 여름 개편 때 바로 상영하도록 하죠.”
드디어 떨어졌다. 내 첫 번째 미션의 완성된 컨펌이.
우린 남산과학관을 빠져나와 예약된 회식장소로 향했다. 필립 형이 운전하고, 그 옆엔 신성이 있다. 난 뒷좌석에 앉았고. 더구나 오늘은 술을 좀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어때 기분이? 나름의 첫 성공인데.”
필립 형이 뒷좌석에 앉은 나를 룸미러로 쳐다본다.
“성공은요. 제가 덕 봤죠. 일러스트가 화려했고, 성우진이 훌륭했어요.”
난 공을 돌렸다. 그럴 것이 그들은 프로니까. 나는 아직 아마추어.
“그래도 시나리오가 좋으니까 나머지도 되는 거지.”
“온전한 제 창작도 아닌데요. 별자리도 신화도 다.”
말은 그랬지만 지금의 이 짜릿한 전율이란! 비로소 사회인이 되었구나. 이젠 더 이상 학생이 아니야. 내 삶에 책임감마저 드는 막중한 기분까지.
차가 신호에 멈추자 은색 제네시스가 옆으로 다가와 선다. 썬팅 농도가 짙어 내부가 안 보이지만 도일 씨의 차다.
필립 형이 클랙슨을 짧게 울리며 윈도우를 내리자 도일 씨의 윈도우도 함께 내려간다.
“도일아, 차가 너무 막힌다. 이러다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러자 도일 씨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짧은 커트에 왁스로 세운 샤프한 컬. 흰색셔츠를 입어선지 이 밤에 구릿빛 피부가 은은하게 빛난다. 무표정을 빼면 더 매력적일까. 오늘까지 과로했을 텐데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핸섬한 건……
순간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내가 빤히 쳐다볼 입장이 아닌데.
‘아니지. 저쪽에선 내가 보일 리 없어.’
여기도 마찬가지 블랙으로 썬팅된 윈도우. 나는 당신이 보이지만, 당신은 내가 안 보여. 시선이 마주칠 리 없잖아.
하지만 이 가슴 뛰는 심장은 뭘까?
왜 이럴까.
나, 돌았나봐.
예약된 곳은 삼성동의 꽤 고급스런 일식집. 실물 같은 벚꽃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있고 통로를 따라 대나무가 즐비하게 서있다. 카운터엔 두 손을 반짝 든 전형적인 고양이가 눈웃음을 치며 어서 들어오란다.
창호지가 발라진 문을 열자 기본 세팅된 샐러드와 해물 죽이 보인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나. 작은 접시에 담긴 진홍색 생강과 주황색 단무지, 반들반들 빛나는 락교에 연푸른 와사비, 형형색색의 컬러를 보니 갑자기 식욕이 확 돋는다.
난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가장자리에 앉았다. 따로 마련된 프리랜서 자리였다. 필립 형이 마주 앉았고, 신성이 들어오자 난 가방을 오른편 구석으로 옮겨 밀었다. 그런데 건너편 필립 형 옆으로가 앉는다. 자기 앉으라고 마련했구먼. 이거 무슨 조짐인지, 요 며칠 볼 때마다 두 사람 나란히 있는다.
그때 도일 씨가 정규직 직원들을 이끌고 우르르 들어온다. 난 당연히 직원들이랑 저쪽에 앉겠지, 하면서도 가방을 다시 내 옆자리에 옮겨놓았다. 정해진 자리가 없다보니 저마다 빈자리면 아무데나 앉는 것이었다. 옆에 누구인지가 상관없기 때문에 행여 비어있으면 도일 씨가 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
하기야 괜한 걱정이겠지.
“가방 좀 치워주시겠어요?”
그 말에 난 고개를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실은 오늘 내내 그를 피했던 터라 가까이는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적 인사도 안했었네.
“여기 앉을게요.”
“아, 네.”
난 황급히 가방을 오른편으로 옮겨 구석으로 밀었다. 아차, 싶으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는 내 팔이 어이없었다. 누굴 탓할까. 내 팔인걸.
얼음 병에 든 사케를 유리잔에 따르는 동안 얇게 저민 튀김과 회무침이 나왔다. 정규직 테이블에선 각자 건배사를 하며 북적북적 소란스런 분위기. 그때 달짝지근해 보이는 고등어 무 찜과 바삭해 보이는 꽁치구이도 나왔다.
“저쪽에 안 가 봐도 되겠어?”
필립 형이 말을 꺼냈다.
“이 테이블 챙겨야지.”
도일 씨가 잔을 목뒤로 넘긴다.
“챙길 게 뭐있다고. 말이 프리랜서지 우리 사이에. 인성이 봐봐. 오히려 불편해하는데?”
‘왜 가만히 있는 나를…….’
난 당황스러움에 들었던 젓가락을 도로 내려놓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필립 형의 말에 난데없이 불편해졌다. 방금 비주얼 돋는 연어, 참치, 농어, 도미, 광어뱃살, 오색찬란한 회가 나왔건만. 하나같이 도톰하게 썰어져 입안에서 당장 녹을 기세였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오늘 많이 드세요.”
도일 씨가 자기 잔에 술을 따르며 내게 건넨다.
“여기 제 잔 있어요.”
난 내 잔을 들었다.
“제꺼 드세요. 주고 싶어요.”
“네.”
뭐 그렇다면야. 난 잔을 받아들고 찰랑, 낮게 이는 파문을 보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쉽게 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이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겠지.
이내 단숨에 들이켰다. 빈속을 타고 들어가는 차가운 사케가 이리도 뜨겁다.
“맞다! 도일아, 혹시 알고 있었니?” 그러고는 필립 형이 나를 본다. “인성이, 철호 동생이래. 친동생은 아니고 사촌. 우연 참 기가 막히지?”
“그랬구나.”
어쩐지 침착한 말투. 이미 알았으면서 이제야 알았다는 듯한 말투.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때 우리 형이 아카데미 스튜디오로 날 데리러 왔을 때 멀리서나마 서로 대면했다는 걸.
“그게 다야?”
필립 형이 눈을 치켜뜬다.
“그럼 뭐?”
도일 씨는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그럼 뭐라니? 이게 몇 년 만인데. 우리 철호 못 본지 제법 오래됐잖아. 그때야 그렇다 쳐도 다 지난 일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럴 일도 아니고. 안 그래?”
난 필립 형의 말을 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듣기 편한 말은 아니었다.
“여기 사적인 자리 아니야.”
도일 씨가 필립 형의 말을 자르며 잔을 든다. 이 또한 확실히 맘 편한 상황이 아니다. 사적인 자리를 떠나 우리 형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여기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너무 궁금하면서도 당장은 묻고 싶지 않은 이런 기분이란…….
“퉁!”
난 검지로 도일 씨의 잔을 터치했다. 괜히 자작하면서 무게 잡지 마요. 오늘은 그런 분위기 안 어울려요.
도일 씨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지만 그러시거나 말거나. 물론 조준을 잘못해서 손가락이 잔에 빠져버렸지만 어쨌든 알코올이잖아. 소독됐어.
“나도 퉁!!!!!”
필립 형도 도일 씨 잔에 손가락을 첨벙 담근다.
“흠.”
도일 씨가 잔을 내려다보며 혼란에 빠진다.
“건배해요. 우리 모두 고생했다면서요?”
내가 잔을 들자 필립 형도 신성도 잔을 든다. 도일 씨는 무슨 고뇌가 그리 깊은지 한참만에야 잔을 든다.
“실은 제가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일하게 해주고, 잘하게 해줘서. 정말 여러모로 다.”
겉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래서 더 진심이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우린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넘겼다. 이에선 차가운 사케였지만 속에선 금방 뜨거워졌다.
얼음 병에 담겨 더 시려질수록 속에서는 훨씬 더 뜨겁게 활활 타올랐다.
「데리러 갈까?」
“아니, 택시타고 갈게. 그리고 나 지금 안 들어가. 더 있다 갈 거야.”
「시사회는 잘했어?」
“응, 진짜 프로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 다들 어찌나 노련하고 침착하고 실력이 대단한지, 난 아직 멀었어. 한참이나.”
「그래도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잖아.」
“근데, 그럴수록 민망해지더라. 백퍼센트 내가 쓴 거라고 할 수 없다보니.”
「기특해.」
“정말?”
「많이 컸어. 어른 됐어.」
“새삼스레 어른은.”
「늘 어리려니 했지. 네가 나이를 먹어봤자 나 또한 그만큼 먹으니까.」
“그래도 나 아직 어른 아니야. 언제까지나 동생이야. 그러니 나 좀 챙겨줘. 아껴주고, 돌봐주고, 사랑해줘. 형이 먼저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어.”
형은 알까? 함께 한 세월이 오랠수록 다른 맘으로 불안해지는 내 심정을. 형이 너무 잘생겨서. 멋있어서. 근사해서. 내겐 익숙해진 모습이지만 타인에겐 열광을 부추기는 모습. 더는 형에 대한 내 열정이 미안하도록 편안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걸. 간절하다고, 소원이 없겠다 그러는 걸? 보는 사람들마다 형을 원하는데 내가 이토록 오래 차지해도 되는 건지. 절대 형이랑은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정말 형을 위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자괴감.
「너무 많이 마시진 마.」
“응, 기다리지 말고 형 먼저 자. 나 오늘 많이 늦어.”
「외박하는 건 아니지?」
이 말을 걱정이 아니라 구속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이젠 몸이 닿는 것보다 이런 말들이 더 짜릿하달까.
“그럴 리 없잖아. 형이랑 살면서 내가 언제 외박을. 고의적으로다?”
「알아. 그럼 나 먼저 자.」
“응, 어여 자.”
끊어지는 신호음을 확인하고 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에 불을 댕기는 순간 먼저 피어오른 연기에 난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부터인지 그가 서있었다.
“오랫동안 안 들어와서요.”
그의 입에서 희미한 연기가 흘러나온다.
“통화했어요.”
난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랬군요.”
그가 남은 연기를 뱉어내며 담배를 끈다.
“네.”
난 예의 응대하며 비스듬히 몸을 돌렸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가도 그는 가질 않는다. 기다리는 건가? 왠지 상황이 어색하고 견디기 멋쩍어 남은 담배를 서둘러 껐다.
“도일 씨, 들어가요.”
난 그를 빗겨 앞으로 걸어갔다.
“철호였나요?”
순간 내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통화했다는 사람이.”
이어지는 그의 질문에 난 그를 바라보았다.
“연인의 대화던데.”
어째서인지 말이 짧아졌다. 비즈니스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
“너무 무리한 질문이었나?”
이쯤이면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순간 그가 성큼 다가와 나를 쳐다본다. 내 눈을 들여다본다. 두 손을 정장바지에 여유껏 찔러 넣은 채.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난 태연을 가장해보지만 포커페이스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여유가 너무 완강했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알지 않고선 저렇게까지 할 수 없어.
‘아는 건가?’
그래, 알고 있겠지. 철호 형의 대학 동창이라고 하니까. 필립 형의 친구니까. 어쩌면 얘기가 결론까지 갔을 수도 있어. 사촌동생이 아니라는 것도. 애인이라는 것도. 당연히.
그렇담 나도 물어보겠어. 그날 왜 그랬는지. 어떤 의미로. 무슨 의도로. 너무 느닷없잖아. 내가 이쪽이 아니었다면 어쩌려고?
하지만 도저히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한마디 꺼내기가 이리 어려운데 삼켜지는 건 왜 이다지 쉬운지. 심중의 그 많은 말들이 삼키고 삼켜져 명치끝이 저려온다.
“너무 각오하지 마. 불필요한 호기심이야.”
그는 뜻 모를 말을 내뱉으며 손으로 내 턱을 치켜든다. 너무 가까워 그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난 풀리지 않으려 초점을 다잡지만 너무 뜨겁다. 턱에 머문 손길이. 끊임없이 와 닿는 숨결이. 혹시 나인지. 누가 뜨거운 건지.
“하고 싶어.”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
“너랑 하고 싶다고.”
이미 내 몸을 알았으니 더는 어렵지 않다는 듯 그의 입술이 다가온다. 점점. 이대로 눈 한번 깜빡이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듯.
“왜죠?”
난 그를 밀어냈다. 이미 해버렸고 지나버린 일. 그래도 이유는 알아야 하잖아.
“그때 나한테 왜 그런 거죠?”
................................................................................................................... 계속
* 곧 돌아온다고 해놓고 1년만에 글을 쓰네요. ^^;;
*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볼게요~
* 아참! "다가온 순간 미열" 시즌2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