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올 것이 왔다.
대표팀 구성부터 잡음이 일었던 이번 AG 야구대표팀이 초장부터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대만전에서의 패배,그것도 솔로홈런 3방에 무너지는 허무함.
이것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결국 패인은 김재박의 선수구성부터에서의 패착이었다.
대만은 3,4,5번과 8번에 장타력있는 타자를 배치시켜 우리 투수들을 긴장케 했다.
특히 올 시즌 대만리그 홈런 1위를 차지한 타자를 8번에 배치시킨 용병술은 가히 압권이었다.
반면 우리는 이용규-정근우-이병규-이대호-이진영-박재홍-장성호-조인성-박진만으로 구성을 했는데 전혀 압박을 주지 못했다.
이대호외에는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없엇기 때문이다.
박재홍도 장타력이 있지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박재홍은 예전의 박재홍이 아니다.그리고 엄연히 말하자면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박재홍에 대해 이미 분석이 끝나버린 대만 입장에서도 편하게 승부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홈런이다.
양쪽 투수의 자세한 구위를 모르는 상황에서(분석을 햇다고는 하지만 접해본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홈런이 나왔다는 것은 때린쪽에선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맞은쪽에선 투수교체시기에 대한 조급함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단기전인 만큼 기세싸움이 중요하기 때문에 홈런은 더욱 그 중요성이 크다.
그런데 양 팀 타선에 포진된 홈런타자의 숫자가 1:4 였으니 상대투수가 받는 심리적 압박감을 손민한이 더 많이 받았을것은 자명한 일.
WBC 2라운드 미국전의 타선을 보자.이종범-이병규의 테이블세터에 이승엽,김태균,그리고 상대선발 윌리스를 겨냥해 송지만이 이진영대신 나왔고 이어서 이범호까지,3,4,5,6번이 일발장타가 있는 타자들로 채웠다.
결국 이승엽의 홈런이 나오면서 윌리스는 당황했고 김태균,송지만,이범호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1점을 추가로 더 줬다.
그러면서 승기를 잡아갔고 미국의 거센 추격을 받앗지만 이것을 따돌린것도 김태균 대신 나온 대타 최희섭의 스리런홈런 때문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현장에 있었던 김재박은 이러한 홈런포의 위력을 실감을 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페넌트레이스의 격전속에서 자신만의 야구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결국 악수를 두고 만다.
추신수를 제외시킨것 부터가 수상했다.
김재박은 추신수가 국내선수보다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다.그러나 그 대안으로 뽑힌 이용규,정근우의 오늘 성적은 어땠는가?
이대호가 추신수에 대해서 한마디를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말하니까 "다시는 추신수와 야구하기 싫다"라는 말을 했다.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이대호가 이런말을 했다면 추신수의 능력이 어떤지는 증명됬을 터.
그러나 김재박은 자신만의 번트야구 구사를 위해 이용규와 정근우를 뽑았다.하지만 이들은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망각하고 삽질로써 경험부족을 드러내었다.
여기서 추신수에 대해 언급을 해 보자.추신수는 전체 마이너리거중 톱클래스에 드는 유망주로 촉망받았다.단지 팀 운이 없어서 메이저에 붙박이로 서지 못했을 뿐이다.
시애틀시절,그의 자리에는 이치로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다른 외야자리도 기라성같은 선수가 있어서 자리를 차지하기 불가능했다.
결국 올해 여름,클리블랜드로 이적했는데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결승포를 쏘아올려 시애틀을 당황케 했다.
나중에 추신수가 밝힌 말이지만 구단에서 투수전향을 요구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량은 있었지만 팀 내에서의 입지는 불안했다.아마도 구단의 대주주가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라는 것이 작용햇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각설하고,분명 이용규나 정근우,더 나아가 이진영이나 장성호보다 장타력을 갖춘 추신수가 있었더라면 결과가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쓰면 쓸 수록 천불이 나서 더 이상 못 쓰겠다.
그래도 결론을 내리자면 오늘 대만 타자들의 스윙은 아주 컸다.
이것의 의미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삼진을 당해도 자신있게 휘두르는 대만타자들의 스윙이 결국 홈런 3방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한국은 2회부터 8회까지 7번이나 선두타자가 살아나갔음에도 불구하고 2번밖에 찬스를 못살린 집중력부재가 패인인데 결국 이것은 대만타자들의 스윙폼과 오버랩되어 김재박의 번트야구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스윙을 자신있게 돌린 선수는 이대호와 이진영 뿐이었다.
결국 이대호를 제외하고 언제 어느 때 나에게 작전이 떨어진다는 그 부담감이 그 무수한 찬스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나타내게 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김재박감독,한국에서 그는 김응룡감독에 이어 우승을 가장 많이 한(4회)명장이다.그건 인정한다.그러나 그 속 좁고 쪼잔한 야구는 큰 스케일을 요구하는 국제대회에서는 절대로 안통한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면 과거를 되돌아보면 안다.
2000년 김응용감독이 이끈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동메달,2002 아시안게임,올해 WBC를 완벽하게 이끈 김인식감독은 모두 선수들을 믿고 호쾌한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감독이다.
반면 2003년 아시아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만에 패배,아테네올림픽 출전에 실패했을때의 감독은 김재박이었다.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건만 한국에서 했던 그 쪼잔한 야구를 못버리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나갔다가 또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것이 김재박감독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