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월 10일 일요일 흐림</P>
<P>- 목표는 경기도 이천시까지...</P>
<P> </P>
<P>오후 12시.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대구에서 택배로 보낸자전거를 찾고</P>
<P>쿨맥스 티와 자전거 바지로 갈아입고 1시쯤에 거리에 나왔습니다. </P>
<P>이제 시작인지라 저도 모르게 환호하면서 페달을 밟았습니다.</P>
<P>동서남북이 어디인지 알수 없어(물론 지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더군다나 생판 모르는 서울지리인지라) 남대문 시장에서 나침반을 구입했습니다.</P>
<P> </P>
<P>오후 1시 52분. 서울 고속버스터널을 지나 김밥짐에서 4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시켜먹었습니다.</P>
<P>식당 할아버지께서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으시더군요.</P>
<P>대구라고 하니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셨습니다. </P>
<P>40년전에 대구 역에서 퍽치기(맞는 표현인지 모르겠군요)를 당해서 그 이후로 다시는 대구에</P>
<P>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면서 잘 다녀오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덧붙여 주셨어요.</P>
<P> </P>
<P>내 생애 첫 나 홀로 여행이니 떠나는 두려움, 기대, 바람을 맞는 열정은 저를 설레게하였습니다.</P>
<P> </P>
<P>서울 지리를 모르기에 무작정 고속도로로 진입하였습니다. </P>
<P>문자 그대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시작이었습니다. </P>
<P> </P>
<P>오후 3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지나 얼마 안가 500원을 주웠습니다.</P>
<P> 4시 10분쯤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 도착하여 실론티 700원짜리로 바꿔먹었습니다.</P>
<P> </P>
<P>광주시를 거쳐,</P>
<P>389번 지방도로로 진입하여 곤지암을 거쳐 이천으로 가는 길 3번 도로로 내 달렸습니다. </P>
<P>곤지암 전에 초코파이 1통, 연양갱 3ㅐ개, 손전등, 건전지 2개, 담배를 사니 합의 8700원을 썼네요.</P>
<P> </P>
<P>오후 7시 50분 광주시에서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으로 진입하였습니다. </P>
<P>여기서는 손전등을 사용했는제 유효했어요. 야간 주행은 도로면이 어둡기 때문에 조심해야</P>
<P>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묵을 곳을 찾다가 이천시 노인복지회관이 보여 거기로 갔으나</P>
<P>아무도 없어서 이천 시내로 갔습니다. 이때가 9시 20분쯤이었네요. 교회에 3군데 들렀지만 아니</P>
<P>받아주셔서 오후 10시쯤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P>
<P>11시 쯔음에 대구로 직행할까하다가 강원도 태백시 철암으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P>
<P> </P>
<P> </P>
<P>7월 11일 비(호우 경보....)</P>
<P>- 목표는 이천시에서 제천을 거쳐 강원도 영월시까지...</P>
<P> </P>
<P>오전 7시 기상.</P>
<P>일단은 내가 온전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로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어제 태백으로 가려던</P>
<P>마음을 다시 굳게 먹었습니다. 비는 훌쩍 내리고 방송에서는 호우 경보라고 알리고 있었습니다. </P>
<P>오히려 비가 온다는 사실이 저로하여금 의욕을 부채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P>
<P>군용 우비를 입고 등산 가방을 김장비닐로 감쌌습니다. 비올 땐 김장비닐이 최고지요.</P>
<P>그리고 출발했습니다.</P>
<P> </P>
<P>오전 8시.</P>
<P>이천 고속버스터미널 옆 김밥천국에서 3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시켜먹고</P>
<P>점심용으로 김밥 3인분을 주문하였습니다. </P>
<P>컨디션의 이상은 없었는데 엉덩이가 아파오더군요.</P>
<P> </P>
<P>8시 30분.</P>
<P>식당을 나와 빗 속을 달렸습니다. </P>
<P>비와 함께 바람이 섞여 제 얼굴을 수직으로 때리더군요. </P>
<P>비를 맞는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P>
<P>절로 노래가 나오고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P>
<P> </P>
<P>9시 55분.</P>
<P>선읍 휴게소에서 휴식. 비옷을 벗으니 온 몸이 젖어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속력을 </P>
<P>내기 어려웠지만 더욱 가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왔습니다.</P>
<P>표지판에 서울까지 93km, 이천까지 23km라고 나와있었습니다. </P>
<P>수원 및 용인근처까지 갔다가 광주까지 돌아왔기 때문에 7월 10일은 110km이상 주행했다는 것을</P>
<P>알 수 있었습니다.</P>
<P>추위가 올라와서 1천원짜리 소주 1병(200ml)을 샀습니다. 그 때 마시는 소주 맛이란...키야~~</P>
<P> </P>
<P>10시 45분.</P>
<P>경기도 이천시를 벗어나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접어들었습니다. </P>
<P> </P>
<P>11시. </P>
<P>영월 92km, 제천 56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P>
<P>'우와, 저거 언제 다 갈수 있으려나...' </P>
<P>현재 어림짐작하여 시속 10km정도 되는 것 같아 대략 밤 9시에서 10시쯤</P>
<P>영월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
<P> </P>
<P>11시 20분에 충주시 양성면에 입성하여, 11시 40분에 영월 84km, 제천 48km 남았다는 표지판이</P>
<P>보였습니다. </P>
<P> </P>
<P>11시 56분 다리 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P>
<P>지금까지 3시간 반을 비맞으면서 여행이 자신과의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
<P>또한 홀로 가는 길에 이 세상에 믿을 것은 나를 조율하는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P>
<P>이틀 페달을 밟으며 깨달은 선물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때 유의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던 걸로</P>
<P>기억합니다. 김밥 2줄과 소주, 연양갱을 먹었지요. 추워서 가방을 왼쪽에 쌓고 앉아 있는데</P>
<P>나 스스로가 처량하면서도 당당해 보였고, 음식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P>
<P>이 맛은 정말 빗 속을 달리면서 배고픔에 주렸다가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무엇이었습니다.</P>
<P> </P>
<P>오후 2시 25분에 제천시 백운면에 입성하였습니다. </P>
<P>오후 3시 25분 박달령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따뜻한 커피와 초코파이, 소주를 마셨습니다. </P>
<P>비오는 날의 커피와 초코파이, 소주가 이리 맛깔스러운지 몰랐습니다. </P>
<P> </P>
<P>오후 7시 6분 방절 터널에서 잠시 휴식.</P>
<P>영월까지 3km가 남았는데 들판에 솟아오른 옥수수를 보니 영락없이 강원도에 입성하였음을</P>
<P>실감하였습니다. 10여분 정도 지나니까 길가엔 벌써부터 코스모스가 피었더군요. ^ㅡ^</P>
<P> </P>
<P>오후 7시 30분. 드디어 영월 시내 입성!</P>
<P> </P>
<P>8시 쯤 간식거리를 구할겸 묵을 곳을 좀 물어보려고 수퍼에 갔습니다.</P>
<P>초코파이가 지겨워서 딴 걸루 좀 먹을까 싶었는데</P>
<P>수퍼를 5분 정도 배회하고 골라서 계산했던 것이</P>
<P>오예스 한 통과 초콜렛 한개 였습니다. ^^;;;</P>
<P>게다가 초콜렛은 당장 입에 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요.</P>
<P> </P>
<P>지도상 시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읍이라고 지역주민이 말씀하시더라구요.</P>
<P>찜질방을 찾아서 1시간 정도 비오는 밤거리를 다시 헤멨는데 영월 근처 장릉이라는 곳으로</P>
<P>다시 찾아갔는데 알고보니 지나왔던 길이라서 심히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P>
<P> </P>
<P>8시 30분 드디어 찜질방에 입성...(7000원) 밖에서 남은 김밥 한 줄을 맛나게 먹고 </P>
<P>뜨끈한 물에 몸담글 생각하니 활기가 용솟음 쳤습니다. </P>
<P> </P>
<P>이날 하루만 12시간 동안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 120여킬로 주행을 했으니까요.</P>
<P> </P>
<P>그렇지만 기대와는 반대로 아주 간단한(?) 목욕시설이 배치되어 있을 뿐</P>
<P>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고작 샤워기 두대만 보였을뿐... ^^;</P>
<P>그래도 뜨신 물을 맞을 수 있는게 어딥니까? ㅋㅋ</P>
<P> </P>
<P>몸을 말리는데 엉덩이가 욱신거려서 거울을 비추니 시퍼런 멍이 두 군데 들었더군요 ㅋㅋ</P>
<P>그것도 처음 만난 한 학생으로부터 엉덩이를 봐달라고 해서 알았습니다. </P>
<P> </P>
<P>이날 11시 30분 쯤에 취침을 하고... 이 때 무릎이 쑤셔오는 걸 약간 감지했지만...</P>
<P> </P>
<P> </P>
<P>7월 12일 화요일.. 흐림.</P>
<P><BR>7시 30분 기상.</P>
<P>오른쪽 무릎이 살살 쑤셔왔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말로만 듣던 험하고 재 많은</P>
<P>강원도 산골을 달리는데 걱정이 고개를 들더군요. 그렇다고 아픔이라는 느낌보다 살살 </P>
<P>결리다는 느낌이었기에 별다른 걱정없이 출발했습니다. </P>
<P> </P>
<P>8시 30분 쯤에 찜질방을 나서는데</P>
<P>하늘이 아주 맑더군요. 강원도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기대감으로 몹시 설레이었습니다. </P>
<P>구름과 안개가 산능선에 잔뜩 내려 앉은 모습과 매미 우는 소리는 은륜의 눈부심에다가</P>
<P>힘찬 페달 밝기를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찜질방의 흰 개 한 마리가 내가 가는 줄 알고</P>
<P>도로 앞 까지 마중을 나오네요. ^^</P>
<P> </P>
<P>9시. 영월시 영월역 앞 행운 식당이라는 곳에서 4000원짜리 오징어 덮밥을 먹고</P>
<P>9시 20분. 터질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출발... 항상 밖에 나가면 밥 든든하게 먹으라는</P>
<P>아버지 말씀이 생각납니다. 당신 어렸을 때의 소원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이 선명하게</P>
<P>기억에 남습니다. </P>
<P>" 밥 마니 묵는거..."</P>
<P>맞습니다. 집 떠나면 밥 마이 묵어야 됩니다...</P>
<P> </P>
<P>10시 14분경. </P>
<P>보기 좋던 강원도 도로에 들어서니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고</P>
<P>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에서도 페달링이 어려웠습니다. </P>
<P>'강원도 도로는 원래 이런가'하면서 이전의 도로같았으면 고속 기어를 넣고 </P>
<P>살살 달려도 쭉쭉 나갈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저속 기어를 넣어도 </P>
<P>찔끔찔끔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힘에 부치면서...</P>
<P>오른쪽 무릎에 이상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하였습니다.</P>
<P> </P>
<P>10시 50분. 태백시까지 51km남았다는 간판이 보입니다. 영월에서 태백시까지 80~90km정도 됩니다. </P>
<P> </P>
<P>11시 10분 석항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수퍼에 들렀습니다. 음료가 땡겨서 비타민 c가 다량함유된</P>
<P>컨피던스를 마셨습니다. 석항에서 태백시로 가려면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심히 고민되더군요.</P>
<P>한 쪽은 사북 방향이고 다른 한 쪽은 상동 방향이었습니다. </P>
<P>오는 길에 한 젊은이에게 물었는데 사북은 큰 재가 하나 있고</P>
<P>상동은 2,3개의 재가 있다고 합니다. 사북을 추천하더라구요.</P>
<P>그래도 의아해서 마침 옆에서 콜라를 드시고 계신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P>
<P>사북에는 카지노 때문에 차량이 많고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덤프 트럭이 많이 지나간다고 합니다.</P>
<P>상동은 그와 반대로 적적해서 자전거로 가긴 좋지만 볼거리가 사북보다는 적다고 하시더군요.</P>
<P>석항-사북-태백은 54km였고, 석항-상동-태백은 51km였습니다.</P>
<P>어르신이 상동으로 추천하시길래, 상동으로 가서 길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돌아올테니</P>
<P>그 때 막걸리 한 잔 사달라했더니 껄껄 웃으시더군요. ㅋㅋㅋㅋ</P>
<P> </P>
<P>11시 20분. 상동으로 가는 길. 벌써부터 오르막이더군요. ㅡ.ㅡ....</P>
<P>힘을 아낄려고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갔습니다. 전방 20여미터에 무언가 꿈틀거리는게 보여</P>
<P>가까이 가니 길 가에 새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이놈이 알을 까고 있는 행태를</P>
<P>보여 별일 아닌듯 싶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툭 건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P>
<P>손바닥에 가만히 올려 입김을 불어도 반응이 영 시원찮았는데 얼마 안가 숨을 거두더군요. </P>
<P>가슴 한 켠에서 울음이 복받쳐 올라와서는... </P>
<P>어찌할바를 몰라 계속 손에 들고 방황하다가 양지바른 곳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P>
<P>강원도...척박한 땅인지라 돌도 많아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녀석을 데리고 계속</P>
<P>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나무 밑에 심기로 했습니다. 돌로 땅을 팠지만 돌도 워낙</P>
<P>많은지라 녀석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녀석이 원하는 곳이 아니었기에...</P>
<P>그래도 주위에 깔만한 것들... 마른 풀이나 짚 같은 것을 주워서 흙 구덩이에다 깔고</P>
<P>녀석의 눈을 감기고 뉘여서 다시 짚으로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흙으로 덮으려니 다시 마음이</P>
<P>아니 가라앉히더군요. 그래서 주변에 꽃을 꺾어다가 흙을 묻고 그 위에다가 심었습니다.</P>
<P>'다음 세상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라.'하며 기도 했습니다.</P>
<P>녀석을 묻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바닥 위에 뉘었을 때 흥건한 것이 있었습니다.</P>
<P>녀석이 남긴 눈물 자욱이었습니다. </P>
<P>말 못 하는 새들에게도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그 때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P>
<P> </P>
<P>12시... 올라오다가 감자를 한 아름 안은 아주머니 지나가시길래 그 모습 바라보다 수로에 빠졌습니다. </P>
<P>다행히 다치지 않았으나 놀랬습니다. 감자를 보니 감자 캐던 때가 생각이 나서요. ^^</P>
<P> </P>
<P>12시 30분... 끝이 보이지 않던 오르막이 다다랐나봅니다. 수라리재 해발 550m 라는 표지판이</P>
<P>보였습니다. </P>
<P>'아싸, 이제는 내리막인가 보다.' </P>
<P>이 때의 경치는 그야 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혹자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P>
<P>마침 신희철 선생님의 농담이 생각나서 웃음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ㅋㅋㅋ</P>
<P>첩첩히 에워쌓인 산들의 어깨.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운해들... </P>
<P>몸을 깊숙히 숙이면서 속력을 내었다가 온 몸을 펼쳐서 바람을 맞기도 했습니다. </P>
<P>생애 최고의 라이딩중 하나였습니다. 10여분 동안 7,8km정도 왔네요. 길이 워낙</P>
<P>꼬불한지라 코너링 돌 때 속력을 미처 줄이지 않아서 밖으로 튕겨나갈만큼의 스릴을 즐기기도</P>
<P>했습니다. 바깥 낭떠러지에 근접해서 달리는 코너링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결코 제가</P>
<P>목숨걸고 한 일이 아닌 우연임을 밝힙니다. ^^;</P>
<P> </P>
<P>12시 50분. 석항에서 15km 정도 왔습니다. 1시간 20여분 만에 왔는데 1시간은 기어 오르고</P>
<P>20여분을 내리막길을 달린 주행 거리였습니다. ^^; 강원도 산길에 대한 애증이 쌓여갔습니다.</P>
<P> </P>
<P>1시 25분 솔고개(해발360m)도착. </P>
<P> </P>
<P>1시 50분 동강을 보며 점심을 먹었습니다. 물론 점심이라고 해봐야 오예스 3개랑 물이었습니다. </P>
<P>흘러가는 동강보며 밑에서 올라오는 쌉싸름한 꽃향기가 정말 그윽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P>
<P>꽃이름은 모르겠는데 해바라기 같은 녀석이 온 잎을 벌려 피는 걸 보니 꽃들에게도 자유가</P>
<P>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P>
<P>'꽃들아 니 마음대로 피어라' 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P>
<P> </P>
<P>2시 40분. 계곡 물이 발을 담궜습니다. 아린 무릎을 흐르는 계곡 물에 담그니 참 시리었습니다.</P>
<P>여름인데도 강원도 산골의 물은 한겨울의 그것처럼 무척이나 차가웠어요. 5분 이상을 버티기가</P>
<P>힘들었습니다. </P>
<P> </P>
<P>3시에 상동읍을 지나서..</P>
<P> </P>
<P>3시 30분 솔고개부터 계속되는 오르막길... 무릎은 점점 아파오고... 이젠 페달링하기도 힘겨웠고</P>
<P>자전거에 몸을 싣는 것마저 힘들더군요. 그래도 평지가 보이면 어떻게든 타고 왼쪽 발을 이용해서</P>
<P>갔습니다. 이젠 왼쪽 대퇴부가 땡겨오더군요. ㅡ.ㅡ...</P>
<P>다시 시원한 계곡물 앞에서 잠시 앉아있었습니다. 바위에 부딪혀 흐르는 흰 물줄기가 보면서</P>
<P>'산은 저렇게 우는구나' 싶었습니다.</P>
<P> </P>
<P>4시 드디어 태백시에 진입하였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태백시까지는 18km미터 정도 남았습니다.</P>
<P> </P>
<P>5시 17분 어평 주유소. 이제부터 내리막이었습니다. 여기서 20여분 동안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P>
<P>4,5분 동안 4km정도 달렸습니다. 다다르니 상장 삼거리가 나왔는데 여기서 태백시 철암으로 가는</P>
<P>방향을 선택해야했습니다. 마침 버스 한 대가 철암 방향 표지판을 달고 가길래 무작정 따라갔습니다.</P>
<P> </P>
<P>여기서도 약 20여분 동안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끝이 안보이길래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길을 물었는데</P>
<P>자기들도 그쪽 방향이라서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철암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아이들과 다시 헤어지고</P>
<P>안녕히 가시라는 말이 참 스잔에게 와닿았습니다. </P>
<P>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고 하던데...</P>
<P> </P>
<P>6시 50분 드디어 철암에 입성했습니다. 광산지역사회연구소에 있는 선배 댁에서 쉬고 뜨끈한 밥</P>
<P>먹을 생각하니 이것참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겠군요. </P>
<P>그러나 그에 앞서서 먼저 찾아뵈어야할 분이 있었습니다. </P>
<P>작년 철암에도 도배 봉사를 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찾아갔습니다. </P>
<P>할아버지 존함은 박 홍 립 입니다. 할머니는 자기 이름이 없다하십니다.</P>
<P>철암에만 40년을 살아오셨습니다. 자녀는 서울에 있고 철암에서 두 분이서 생활하십니다.</P>
<P>할아버지께서는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제 이름을 한자로 적어두셨거든요.</P>
<P>"할아버지, 할머니. 저 진원이 왔어요. 작년에 도배하러 왔던.. 잘 지내셨어요?"</P>
<P>"으응. 진원이? 안즈 밥 안 묵었지? 여그 와서 밥 묵어."</P>
<P> </P>
<P>마침 저녁을 드시고 계신지라 함께</P>
<P>된장찌개, 오이무침, 호박무침, 흰 쌀밥을 너무 맛있게 후딱 해치웠습니다.</P>
<P> </P>
<P>할아버지께서 꺼내신 노트에 작년에 도배활동했던 양은희, 이진주, 이천희, 김진원 그리고</P>
<P>김동찬 선생님... 나란히 한글과 한자로 쓰여져 있었습니다.</P>
<P> </P>
<P>자전거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말씀에 아주 놀라시더군요. 할아버지 어깨도 좀 주므리고 </P>
<P>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암 수술을 받고</P>
<P>나서 지속적으로 병원에 나가셨습니다. 완치는 한 것 같았으나 무기력감 때문에 힘들다고 하십니다.</P>
<P> </P>
<P>7시 40분. 잠시 밖으로 나왔는데 세워두었던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가 났습니다. 아무런 장비를 </P>
<P>준비하지 않았는데 제가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펑크가 났으니... <BR>이 때 다리상태로는 이제 주행은 불가능할 것 같아 기차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P>
<P> </P>
<P>할아버지, 할머니와 내일 아침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저는 철암 광산지역사회연구소로</P>
<P>걸어갔습니다. 달빛도, 별도, 잔잔하고 고즈넉한 밤이었습니다. </P>
<P> </P>
<P>3일 동안 300km를 넘게 달렸습니다. 12시간 비와 바람을 맞으며</P>
<P>무릎의 고통을 감수해가며 서울에서 태백시 철암까지 왔습니다. 대구까지 가려던 목적은 </P>
<P>비록 이루지 못했지만</P>
<P> </P>
<P>달리는 동안 내내 </P>
<P>자신을 믿었고</P>
<P>대견스러웠고 </P>
<P>행복했고</P>
<P>자유로웠고</P>
<P>기뻤으며 아름다웠습니다. </P>
<P>감사했습니다.</P>
<!-- -->
첫댓글한달 정도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진원이의 글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개를 넘어가르냐 참 힘들 것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와의 만남, 멋진 자연들을 보며 멋지게 자전거를 탔을 진원이를 그려봅니다. (자전거 빵꾸 먼저 때워야 하는데...)
첫댓글 한달 정도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진원이의 글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개를 넘어가르냐 참 힘들 것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와의 만남, 멋진 자연들을 보며 멋지게 자전거를 탔을 진원이를 그려봅니다. (자전거 빵꾸 먼저 때워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진원이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었지요.. 그 특유의 말 이어가는 소리.. ^^
멋지다 진원아. 나도 자전거 일주에 도전해 보고 싶어지네... 대전을 지나간다면 언제든지 연락주렴, 진원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자극받고 지지하고 싶다. 진원이 특유의 말투로 멋진 자전거 여행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 건강하고, 늘 승리하는 진원이 되길~*^^*
저의 이야기를 박미애 공주께서 풋풋이 들어주셨지요. 그런데 빵꾸 때우는 장비 정말 가져가야 됩니다. 철암에 와서 펑크 나서 다행이지, 무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네요. ^^
진원오빠~ 이제 다리 괜찮아요? 며칠전 철암갔을 때 오빠 왔다갔다는 말 들었어요. 역시 오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몸은 괜찮을지 걱정했어요. 이렇게 오빠 언어로 직접 읽으니까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
후후후`~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 것인지용~ ㅋ 부러워서 그런지 아님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듯 해서 그런지 ㅋㅋ 재미있다~^^
역시 진원오빠. 지난번 모임때 대구까지 자전거 타고 가겠다는 것을 모두들 걱정하며 말렸는데. 아무튼 멋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