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날씨는 예년과는 다른 무더위로 이 여름이 조금이라도 덜 덥고 무사히 끝나가길 바라며 날씨체크 하는게 매일 아침일상의 시작이었다.
그러던게 갑자기 서늘해지고 구름이 잔뜩 낀 날아니면 헤이즈로 뿌옇게 하늘을 가렸었다.
씨에틀 산행방 대장님을 비롯 8분이 오레곤으로 오신다는 말이 하늘이 들었는지 시원한 날씨와 화창한 날로 요술부리듯 바뀌었다.
8월 22일 늦은 오후에 도착, 8월 24일 점심경 다시 와싱턴으로 올라가시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두에게 신나는 늦여름의 소풍이었다.
Eagle Creek의 하이킹은 대장님 시드니님 소나무님 그리고 넝쿨장미 본인은 펀치볼까지만 가기로 하고
창공님 산호수님 핑크님 안개님 스노우님은 트위스트 폭포까지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그날 무릎만 빼고 싱싱하신 들꽃님은 옛날보다 더 건강하고 고운 모습으로 항상 우리와 함께 했다.
20년이 넘은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자랑도 아니면서 꼭 하게 된다. 그래서 그날 이 스토리 들은 분들 계시다.ㅎㅎ) 어느 아웃도어 매가진에서 오레곤의 넘버 원 트레일라고 소개하면서 이글 크릭 사진에 폭 빠진 나는 어느날 가보리라 작정을 한다. 그동안 산행이라고 해본적이 없는 나는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물 한병 달랑들고 버러리 핸드백을 매고 간편한 운동화 차림에 이글크릭을 갔다.
1마일의 거리가 얼마큼인지도 모르고 오레곤 산이 어떤지도 모르고 뭐뭐하면 용감하다는 표본을 보여준 날이었다. 그렇게 하이 브릿지 까지 가서 다리아래로 보여진 깍아놓은 듯한 절벽 바위 사이로 멈춰선 시퍼런 물!
그 모습이 여태 각인되어 산에 빠지게 되었다.
다행히 어린 딸을 데리고 첫 산행을 한 그 날, 가는동안 갈림길이 없었던게 다행중 다행이었다.
그 한참이후 산에 다니면서 산의 기준은 이글크릭이었다.
그 곳을 기점으로 동서쪽 어디, 몇 마일의 산행거리...
2017년 9월2일.
우리들의 쇼크중의 쇼크 이글크릭 산불이 났다.
얼마큼의 데메지인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날, 나는 씨에틀 산행방 대장님 시드니님 하이퀸님 등등 몇분들과 Goat Rock 백팩킹 중이었다.
어느 좁은 길로 나있는 룩아웃 꼭대기에 올라보니 남쪽에서 산불 연기가 크게 보였다.(이 날은 9월3일)
어림짐작으로 어느 부근이려니 했고 당연히 산중이라 인터넷이 불통이라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많은 그 가슴 아픈사연 여기에 쓰기조차 어려워 생략하고. 몇년동안 이글크릭과 그 넓은 반경의 트레일이 사라지거나 망가져 버렸다. 많은 트레일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021년 1월초 다시 열었다가 (1월초에 산행갔다가 나처럼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주말이라 새벽 4시 반에 트레일 헤드 도착)
그 몇주후에 머드 슬라이드로 다시 닫게 되었다.
다행히 올해 7월 중순에 다시 오픈하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런 의미있는 이글 크릭을 대장님이 이번에 산행을 계획하셨다.
계곡 큰 물소리만 들릴뿐 아래를 볼 수 없게 빽빽했던 나무들이 황량하게 타 버리고 사라져 버려
하늘빛 같기도 하고 옥빛 같은 물길을 이제 모습을 드러 내었지만 가슴깊이 산의 아픔이 전해온다.
그 트레일이 살아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마음도 조금이라도 힐링이 되는 듯 했다.
몇시간의 운전과 준비를 마다하지 않고 오신 분들.
역시나 한국인들 답게 ㅎㅎ 먹을것 푸짐하게 다 싣고 오신 열정.
코로나로 힘든 시기들을 보내며 다시 만난 반가운 분들 그리고 처음 만나신 분들, 모두가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 먼거리이지만 이렇게 왕래가 또 있기를 기대하며 씨에틀 산행방 모든 분들 열심히 산행하시며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8월 24일 Beacon Rock 산행은 제가 가지 않아 사진이 없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일찍 Cascade Locks에 도착한 나는 여기저기 돌아 보았다. 올해는 유난히 PCT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곳에서 시작되는 관심없으면 보이지 않는 트레일이 이글크릭 캠프장까지 연결되어 어느날 낡은 자전거로 가보려고 맘먹었다.
첫날 돼지 불고기. 각종 야채. 그나저나 어디에 뭐가 들었나 기억을 잘해야 한다. 아이스박스에 꽉찼다.
겨울 산행때 꼭 필요한 철 케이블. 언제나 봐도 좋은 트레일. 두분의 미소가 신선하다.
들꽃님이 아이스 크림을 사셨다. 일찍 하산한 사람만 먹음.
짧지만 아주 매력적인 트레일. Wachella Falls.
찬물에 딸이 들어가 수영을 하고 아빠는 지켜보고 있다. 근래 젊은 사람들의 하이킹 보습이 바뀐다.
옛날에는 이런 모습이 드물었다.
두 분이 있는 다리건너 먼저 걸어가시는 대장님 왼쪽에는 동굴이 있다.
Bridge of Gods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언젠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있게 옆을 늘리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또 Bridge of People 이라는 다리가 오레곤에 있다.
궁금하신 분들 또 오시길 바라며...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레곤은 항상 우리의 자매 같아요 ..😄
Grace님을 만난적이 없어 얼굴은 모르지만 익숙한 네임이에요.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자매라는 표현은 참 좋네요. 제가 여형제가 없어서요.
Eagle Creek 역사를 훤히 꿰뚫고 있는덕에 역시 좋은곳을 다녀왔구나해서 좋고 코로나로 2년간을 못본 넝쿨장미를 이번에 만나고 게다가 이런 저런 대접까지 받아 너무 고맙고 반가웠어. 추가로 산행기와 사지들을 올려준것에도 너무 수고했고 고마워. 내 발목 완치되는대로 어딘가 또 가자.
대장님. 2년이란 세월이 참 긴데 또 빨리 지나가긴 했지요?
멀리서 오신 분들과 넘 반가웠구요, 물론 완치되시면 또 어디로 당연히 가야지요.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인간들의 가벼운 무모함은
아름다운 추억과 삶의 또다른 목적을 창조하는것 같아요.
넝쿨장미님의 작은 무모함이 없었더라면 어린딸 손잡고 배낭대신 버버리 핸드백 메고 산행을 시작하지 않으셨을텐데요..
그랬더라면 등산의 묘미도 어쩜 모르시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해 봅니다.
저도 30여년전 미국에 막 이민와 1000마일의 거리가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제두딸과 즉흥적으로 아틀란타에서 출발 뉴올리안즈를 구경하고 다시 올란도 구경하고 온적이 있어서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지만
덕분에 로드트립여행의 참맛을
알기 시작한것 같읍니다
바닐라 님도 저와 좀 비슷한 무모함이 있는 것 같아요.ㅎ
조금씩의 무모함이 없다면 도전도 없겠지요.
저의 그 웃긴 스토리를 지금도 딸과 얘기합니다.
바닐라님의 향기는 감출수가 없겠어요. 네임 그대로... ㅎㅎ
함께한 짧은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수고 많이 하셨고,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딸님과 함께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산행중의 이야기들이 가끔 떠 올라요.
태양을 9개 그린 6살아이의 이야기도 딸에게 해 주었어요.
아이들의 생각들은 어른이 보는 시각과 그리 다른걸요.
이다음에 딸이 아이가 생기면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겠지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항상 씨산방분들과는 인연이 질깁니다.ㅎㅎ
넝쿨장미님 이번 캠핑에서 인 펀슬으로 만나뵜게되서 넘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산행기 도 재밌게 옮려주시니 역시 제가 짐작했던되로 선하시고 따듯한분이네요. 글도 잘쓰시고 talent 가 다방면으로 많으세요.
덕분에 경치 끝내주는곳에서 맛있는 점심으로 마무리 해주셔서 오리곤하면 좋은 기억만 남아요.
여러모로 수고와 배려 감사드리며 다음 만날날을 소망합니다.
안개님께서도 좋은 글로 따뜻하게 해 주시네요.
코로나가 조금씩 사라지면 우리 또 자주 만나요.
넝쿨장미님 안녕하세요이글그릭의 지난 역사에대해 쉽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언제 갈날이 또있겠죠여기서나마 뵐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밴드 근처의 사우스시스터도 다시 도전해야 되는데....
갈곳은 많은데. 몸은 시원찮고 언제 좋은날이 오겠죠...
많은분들이 기도해 주셔서꼭 털고 일어날겁니다
온달님. 그때가 참 오래전이었죠..
새벽 일찍 온달님 혼자 사우스 시스터로 먼저 출발하시고 내내 맨 선두에 계셨었는데.
바람이 엄청불어 모두 피신? 했지요.
다음 다시 올라갈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날 정상을 우리가 못 갔다고 생각합니다.
대장님 덕분에 제가 여러곳을 여러분들을 만나며 좋은 추억 만들고 있습니다.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반드시 좋은날이 올것을 믿습니다. 힘내셔요.
@넝쿨장미 엄청난 바람때문에 내려와서 다음날인가 넝쿨장미님이만들어 주신 볶음밥이 아직도 입가에 남아있습니다밴드는참이쁜도시여 그 근처 지날때마다 생각에 잠깁니다남습니 밴드시내 스타벅스에서넝쿨장미님이 사주신 커피 마시던 커피맛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화로만 통하다 사진으로 얼굴 보니 반가워요^^
하나도 안 변했어
세월이 비켜가는 비결이 있는듯
미워 오로라님.
이번에 왔었으면 좋았을텐데...
올해 한번 산행 같이 해야죠.
넝쿨 장미님~ 방가 반갑습니다. 하 수상한 날 들 속에 밝고 변함없는
얼굴 뵈니 잘 계신 듯 하네요 아주 좋습니다^*^
어느날 좋은날~ 또 뵈는 날이 있기를 고대 하며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