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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피크봉 (3,933m)의 위용
당나귀봉
정상부 아래에 깔린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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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석양의 섬, 코타키나발루
그 속에 우뚝 솟아있는 동남아 최고봉, 로우피크.(4,095.2m)
누구나 한번쯤 가 보고 싶어하는 곳, 그러나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멀고도
험난한 그곳으로 기대 반, 우려 반 설레임을 안고 꿈의 여정을 시작한다.
2013. 4. 3.(수) 인천공항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19시 5분 인천 공항을 출발, 36명을 태운 우리의 애기는 5시간 15분
(시차 1시간 느림) 비행 끝에 24시 20분 일행들을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내려 놓는다.
새벽의 공항. 적막속에서 후덥지근한 아열대 더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잠깐 호흡을 멈추게 한다.
인근에 있는 골프텔인 퍼시픽 수트라 하버리조트로 이동하여 짐을 내린다
2013. 4. 4. (목) 10:00-16:00
현지 적응을 위해 먼저 휴양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물고기섬이라 불리우는 마누탄섬에서 스노클링, 수중 잠수함, 수상점핑등
레저를 즐기고 시내관광과 저녁을 마친 후 키나발루 공원사무소내
힐롯지에 도착하여 내일의 산행을 준비하고는 설레임과 피곤함을 안고
이내 잠에 떨어진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리조트내 골프장
2013. 4. 5.(금) 10:00-16:30 힐롯지-팀폰게이트-라반라떼 산장
롯지에서 맞는 아침, 날씨는 맑고 청명하다.
저 멀리 구름 속에서 오늘 올라야 할 산의 정상부가 웅장하고 위엄어린
얼굴로 그 위용을 드러낸다. 신령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황홀하다.
마치 한 편의 슬라이드 영화처럼 순간순간 변화무쌍한 얼굴을 보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탄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역시 산은 멀리서 보아야만 그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이라.’
키나발루공원내 힐롯지(1박)
롯지에서 바라본 키나발루산 정상부 모습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힐롯지에서 약 15분 차량으로 이동하여 산행들머리인
팀폰게이트에 도착하여 입산 수속을 마친 후 가이드와 5명의 짐꾼(포터)을
대동하고 산행을 시작한다.(1/8명 포터 의무 고용, 짐 3Kg에 미화 50달러)
산행들머리 팀폰게이트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들머리 팀폰게이트(1,890m)에서 베이스켐프인 라반라따 산장(3,272.7m)
까지 표고차는 1,383m에 불과하지만 산길이 가파르고 험한데다 고산증
적응을 위해 천천히 걸어야 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은 6-7시간정도 오래
걸린다.
*** 고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속보 산행 절대 금물 ***
*** 배낭은 필수품만 최대한 가볍게, 휴식은 충분히 ***
산객들의 안전 산행과 고산증 적응을 위해 등산로 중간중간마다
(대략 고도 100m-400m 간격) 7군데의 PONDOK이라 하는 휴게소(쉼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 휴게소간 이동시간은 약 30-40분정도 걸린다,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제 1 휴게소 (PONDOK KANDIS, 1,951m)
제 2 휴게소 (PONDOK UBAH, 2,134m)
제 3 휴게소 (PONDOK LOW, 2,225m)
제 4 휴게소 (PONDOK MEMPENING, 2,651m)
제 5 휴게소 (PONDOK LAYANG LAYANG, 2,896m)
제 6 휴게소 (PONDOK VILLOSA, 3,190M)
제 7 휴게소 (PONDOK PAKA CAVE, 3,265m)
우바 쉼터
팀폰게이트와 메실라우게이트 갈림길
지리산 정도 높이에서 출발한 일행은 우리나라 최고봉 백두산보다 높은
고도에 자리잡은 제5휴게소 리앙리앙(2,896m)에 도착한다.
포터가 운반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음식 맛은 별로다.
출발할 때는 반바지를 입고 올라왔는데 한차례 비를 맞난 후 체온이 많이
떨어지고 한기마저 스며든다.
긴바지와 바람막이등 옷을 갈아 입고는 다시 산을 오른다.
포터 1 (짐꾼)
3,001m 표지판을 지난다
. 필자는 2,880m까지는 등정 경험이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처음 내닫는
미답지 고도이다.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갑자기 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제6휴게소(빌로사, 3,190m)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한다.
키나발루 고산지대는 비가 자주 오고 강우량도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한여름 최고 강우량은 1,200mm 내외지만, 이곳은 4,000mm
이상이고, 산발적이고 자주 내리는 소나기는 거의 폭우 수준이다.
이정표(고도 3,001m)
빌로사 쉼터 (고도 3,190m)
식충식물 네펜데스
비는 그치고 빌로사 쉼터를 벗어나니 드듸어 하늘문이 열린다.
여태까지는 조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고산지 활엽수림 속을 앞만 보고 걸어
왔었는데, 갑자기 짜장! 확 터인 고산평원과 침엽수림 지대가 등장한다.
그 너머로 키나발루산의 정상부 머리부분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내민다.
그동안의 고행과 답답함을 보상하려는 듯 대자연은 우리에게 극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이 또한 산행의 별미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포터 2 (짐꾼)
드듸어 오늘의 베이스켐프 라반라따 산장(3,272.7m)에 도착한다.
들머리에서 6Km거리를 6시간 30분이나 걸려 올라왔다.
오르막에 궂은 날씨와 고산 적응을 위해 조금 천천히 올라 온 것이다.
산장은 비구름에 덮여 있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저녁을 마친 후 산객들의 활기 찬 움직임과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
그리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뒤로한 채 내일 등산차비를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필자는 6인실에 들었는데, 2층 침대가 3개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침대라는 것이 과관이다. 우리나라 쌍팔년도식 스프링 침대다.
고산지대에서의 숙박, 뭐 안락하고 호사스러운 잠자리를 바랐겠느냐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여기서 삐꺽소리, 저기서 삐꺼덕, 침대쿠숀은
중심이 안잡힐 정도로 수시로 출렁거린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계속된 행군,
이것이 얼마 후 겪게 될 고소증의 한 빌미를 제공할 줄이야.........
2013. 4. 6.(토) 02:40-13:40 정상 로우봉 등정 후 팀폰게이트로
원점회귀 하산
라반라따 산장에 1박을 하면서 많은 비가 내려 걱정을 하였는데 다음날
새벽 2시 기상하여 하늘을 보니 다행스럽게 별빛이 초롱초롱 쏟아진다.
오늘은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산장에서 정상 로우봉까지 왕복(6Km) 약 6시간, 산장에서 아침 식사 후
휴식 1시간, 들머리인 팀폰게이트까지(6Km) 하산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즉, 산행+식사+휴식+사진촬영=합계 11시간.
고소증과 씨름하며 발바닥이 불이 날 정도로 걸어야 하는 여정이다.
적막이 흐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렌턴 불빛에 의지한 채 좁은 등산로와
나무계단 그리고 상당한 난이도를 가진 암벽로를 따라 SAYAT-SAYAT
(무인 대피소, 3,650m지점)까지 오른다.(약 1시간 소요)
라반라따 산장
앞.뒤로 수많은 산객들의 이마에서 뿜어내는 헤드랜턴의 불빛은 멀리서
바라본 고속도로의 차량행렬의 불빛마냥 줄을 이어 인간띠를 형성한다.
마치 지리산종주시 성삼재에서 노고단고개까지 이어지는 새벽의 랜턴
불빛처럼.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산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다. 물도 풀.나무도 없는
짙은 회색의 거대하고 넓은 바위산으로 등산로를 표시하는 굵은 밧줄이
걸려있다.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으나 아직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속에서 당나귀봉과 사우스피크봉의 형체가 점점 뚜렷하게 다가온다.
산 아래 잿빛 구름사이로 여명이 밝아 온다. 해가 떠려나 보다.
정상에서 일출맞이는 어려울 것 같다.
떠 있는 해를 보면 또 어떤가? 그래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 보자.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은 정말 환상적이다.
방금 떠 오른 햇살을 받아 몽실몽실한 흰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청명한 푸른 하늘 틈틈이로 흰 구름과 주황색 구름이 짙은 잿빛 화강암과
멋지게 어우러져 벅찬 감동과 환희를 안긴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무한대의 선물,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어떤 화가도 그려 낼 수 없는 신의 최고 걸작품이리라.
정상을 약 150m(3,929m 지점) 앞두고 갑자기 머리에 현기증이 나고
다리가 풀리면서 호흡이 거칠어 진다. 앉아도 편하지가 않다.
완만한 경사임에도 30m 전진이 어렵고 힘들다. 호흡이 꼴딱거린다.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 오는 것인가?.
‘이제 다 왔는데, 이 일을 어찌하랴?’
‘벌써 몇 사람이 고산증으로 되돌아 갔는데, 나도?’
순간 안타까움과 곤혹스러움이 전신을 휘감고 지나간다.
고산증은 연령, 성별, 체력, 등산경력, 평소 습관(흡연,음주)에 관계없이
체질에 기인하는 것으로 사람마다 증상이 각기 다르고 특효약도 없다고
한다. 물을 자주 마시고 천천히 걸으면서 적응을 하며 이겨 나가야 한다.
구토, 두통등이 심한 경우에는 현재의 고도 아래로 하산할 수 밖에 없다.
오른쪽으로 사우스피크봉과 성 요한봉의 귀족스럽고 웅장한 자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령스러움으로 다가 오고, 고혹스러울 만큼 도도한
그 자태는 왜 키나발루산이 천상천하 으뜸 명산인지를 말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당나귀봉이 특이한 모습으로 명품 조각상의 반열에 오른다.
당나귀를 닮았다는 뜻이겠지만, 필자의 눈에는 다정한 모자상 같기도
하고, 밀어를 주고받는 연인 같기도 하다.
요컨대, 모든 사물은 보는 방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으로 비춰질 것이리라.
위로는 방금 떠 오른 햇살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정상 로우봉이
환한 미소를 보내며 빨리 오라 손짓한다.
어찌어찌 사력을 다하여 성 요한봉을 지나 정상 로우봉에 오른다.
이렇듯 고소증은 진을 다 빼고 나서야 증세가 가신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좀 바보가 되면 어떠랴?
정상까지 온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사우스피크봉 (3,933m)
성 요한봉 (4,090.7m)
당나귀봉
로우봉은 마치 커다란 바위를 겹겹이 쌓아 올린듯한 형상을 하고 조금은
투박한 모습으로 솟아 올라 아래에서 보면 별 볼품도 없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과히 압권이다.
여태까지의 풍광이 평면적이라면, 여기서 보는 경관은 입체적이다.
일출을 비롯하여 맞은편 성 요한봉의 거대한 도깨비 얼굴하며 일망무제로
펼쳐진 사바주를 사방팔방 조망하는 또 다른 멋과 발 아래 자리한 수많은
준봉들에 일갈하는 그 모습은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영웅호결의 위상이요
맏형으로서의 위엄이 서려 있다.
정말 황홀하고 감동적이다.
눈이 분에 넘치는 호강을 하며 이제껏 고생이 눈녹듯 사르르 사라진다.
정상 로우봉 (4,095.2m)
지척에서 마주 보는 성 요한봉은 참으로 특별한 산이다.
올라오면서 뒷 모습을 바라 볼 때는 그냥 잘 생긴 바위산 정도로 생각
하였는데, 로우봉에서 정면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도깨비 얼굴 같기도 하고
표범 얼굴 같기도 한데, 금방이라도 살아서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생명력과
역동성이 사실감 있게 느껴지는 특이하고도 정말 놀라움을 주는 경이로운
산이다.
성 요한봉 얼굴
로우봉을 내려 오면서
여기에 무한정 머물면서 내 생애 다시 만나지 못할 대자연의 예술품을
언제까지나 감상하고 싶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하산하면서 어둠 속에서 볼 수 없었던 키나발루산의 진면목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고 즐기면서 행복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명품을 두고 가는 아쉬움에 열 걸음 걷다가 아홉번을 뒤돌아 보며......
사우스피크에 마지막 눈길을 보내며 산정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무생물인 일개 산의 봉우리가 어떻게 저런 고매한 자태와 귀족적인
풍모를 지녔을까?
정상부에서 산행 내내 만나고 또 만나며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아무리
뜯어 보아도 흠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완벽한 몸매와 선의 아름다움.
귀공자풍의 사우스피크는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키나발루산의 모든 봉우리를 압도한다. 키나발루는 곧 사우스피크다.
그 사우스피크가 보내주는 잔잔한 미소에 다시한번 넋을 빼앗긴다.
'난 그대를 알현한 것만으로 지금 너무 행복하다오, 정말 고맙소'
다시 라반라따 산장으로 되돌아와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한 후 출발지인 팀폰게이트로 향한다.
하산하는 4시간 동안 아마 3시간 정도는 빗속을 걸은 것 같다.
폭우 수준의 엄청난 비를 맞으면서 체력은 많이 고갈되었고
무릎과 종아리가 시큰거린다.
또 하나의 다른 들머리인 메실라우게이트로 하산 할려고 하였지만
이 등산로는 현재 통행불가 지역이란다.
라반라따 산장
키나발루산은 참으로 묘한 매력을 지닌 산이다.
그 산은 분명 놀랍고 경이롭지만, 단조로움, 투박함, 폭우, 고통, 고소증등
고산에서의 불편함들이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반문해 본다.
과연 먼 길을 와서 갖은 고생 해 가며 등정할 가치가 있는 산인가?
산을 대하는 그 순간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과 고통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메시멜로같은 꿀맛 후렴이,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산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산,
진한 여운이, 벅찬 감동이, 짜릿한 희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산이다.
주저하지 마시라.
대자연이 그려 내는 가슴뭉클한 대서사시를 음미해 보시라.
그대 인생에 길이 남을 추억과 감동과 환희를 맛보시라.
자연이 인간에게 내려 준 무진장한 선물과 무한대의 자유로움을 즐기시라.
( (TIP)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엄연한 사실 한가지
사바주 정부는 1987년부터 키나발루 관리사무소에서 로우봉 정상까지
왕복 경기로 매년 국제등반대회를 개최하는데, 1997년 10월 대회에서
2시간 47분 37초가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음.
- 내년 5월 키나발루산을 간다기에 참고삼아 올려 봅니다 -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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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태양이 아름다운 말레지아 코타카나발루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됩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