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슴으로 세상을 보았던 인디언들의 말을 통해 읽는, 우리가 세상에 온 의미, 우리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유. |
(인디언들의 정신세계) 04. 진실이 담긴 말은 그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기억된다. 그러면 그는 결코 그것을 잊는 법이 없다.
네자루의총, 포 건스 (오글라라 수우 인디언)
나는 일전에 워싱턴에 있는 문명인 대추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의 만찬에도 참석했었다. 그런데 그들의 방식은 우리의 방식과 다르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담배를 피운 뒤 헤어지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그것이 우리를 초대한 사람에 대한 예의다.
얼굴 흰 사람들의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난 뒤 어리석은 우스갯소리를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초대한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문명인들의 방식에는 우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나를 초대한 사람(인류학자 클라크 위슬러)은 우리 인디언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들을 여러 권의 노트에 깨알같이 적어 놓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사람들의 방식이다. 그들은 뭐든지 글로 기록하며, 그래서 항상 종이를 갖고 다닌다.
그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워싱턴에는 그들이 우리 인디언들에게 했던 약속을 기록한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들 중 누구 하나 그걸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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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초대한 주인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자신이 여러 권의 노트에 열심히 적어 놓은 우리 인디언들의 이야기들을 그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현대 문명인들이 그것을 읽게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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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해도 우리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왜, 그들은 무엇이든지 종이에 적어 놓으려고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문명인들이 나타났다 하면 항상 종이에 적는 일이 시작된다. 우리가 설탕이나 차를 사러 가도 백인 장사꾼은 장부에다 열심히 기록한다. 의사들까지도 환자가 옆에 있으면 종이에 뭔가를 기록하려고 연필부터 집어 든다.
나는 야만인이라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겠지만, 문명인들은 종이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것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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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은 종이에 기록할 필요가 없다. 진실이 담긴 말은 그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기억된다. 그러면 인디언은 결코 그것을 잊는 법이 없다. 반면에 문명인들의 경우는 한번 서류를 잊어버렸다 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목사는 설교하기를, 위대한 책 속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시애틀 추장 외 여러 명의 인디언. 류시화 옮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정신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