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오년지약(五年之約)-2
악삼은 1년 동안 수련한 기본삼법의 수련이 끝나자 악풍은 악삼에게기본삼법으로비무
를 했다. 악삼은 그 비무에서 기본삼법만으로도 충분히 적을 상쇄할 수있다는것을 몸
으로 직접 체험했다. 악풍은 악삼의 주변에 한 자 크기의 원을 그린 후 악삼에게원밖
을 나가지 말도록 명령한 뒤 숲 속에서 거대한 벌집을 들고 왔다.
"실전에 사용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비무를통해느꼈
을 것이다. 오늘부터는 실전에 필요한 훈련을 위해 소도구를 준비했다."
"설마... 그 벌집을..."
"네게 필요한 것은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정교함과 단숨에 수십 초수를날리는연환식
(連環式)의 기법이 필요하다. 자~ 그럼 시작한다."
악풍은 진지한 얼굴로 명복을 빈다는 표정을 짓더니 악삼에게 벌집을 던졌다.악삼의
발 밑에 벌집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들은 엄청난 대군을 모아 공격을 시작했다.그날밤
악삼은 벌침으로 퉁퉁부어 오른 몸을 추스르며 날밤을 세웠다. 시간이지날수록악삼
의 몸에 난 벌침자국은 줄어들었고 석 달이 되기도 전에 악삼은 단숨에 모든벌들을찌
르기로 제압했다. 악풍은 악삼이 자신이 제시한 수련을 완성하자 거대한바위가있는
곳으로 와서 목봉을 주면서 말했다.
"지금부터는 찰의 집중과 힘을 키우는 수련을 시작하겠다. 목봉(木棒)으로바위를뚫어
라."
"네!.... 이 목봉으로 이 바위를 뚫으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악삼은 진정으로 어이가 없었다. 폭이 삼장 정도에 두께만 일장이나 되는거대한바위
를 목봉으로 뚫어버리라는 사부의 수련방식에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악풍의
얼굴에는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표정이었기에 악삼은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목봉으로
바위를 향해 목봉으로 찌르는 수련을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있듯이악삼
의 노력에 단 두 달만에 일장 두께의 바위는 일격에 뚫려버렸다. 악풍은악삼을향해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기본 수련의 절반이 넘었다. 지금부터는 타법(打法)의 수련을 시작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창은 기본적으로 찌르기를 주로 하는 병장기다. 그러나 실전에 있어서 창자루를사용
한 타법이 많이 사용된다. 악가창의 타법은 내가 타파의곤법(棍法)이나봉법(棒法)을
연구해 만들었다."
"어느 파의 곤법과 봉법을 참조했는지 제가 알 수 있습니까?"
"곤법으로 가장 뛰어난 문파는 소림사의 소림곤과 광동진가(廣東陳家)의진가곤이다.봉
법은 개방( 幇)의 타구봉법(打狗棒法)이다. 나는 이 세 종류를 연구해악가창의타법
을 만들어 냈다."
"네, 알겠습니다."
"타법의 기본은 팔격(八擊)이다. 상하좌우(上下左右)와좌상(左上)에서우하(右下)로,
우상(右上)에서 좌하(左下)로, 좌하(左下)에서우상(右上)으로,우하(右下)에서좌상(左
上)으로 휘두르는 것이다."
악삼은 그 지겨운 벌떼와 바위에서 해방되자 안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악풍은
그런 악삼의 표정을 읽고 미묘한 미소를 던졌다. .
"팔격 수련은 허공에 하는 것보다 직접 가격하는 것이 수련에 큰 도움이 된다.너는저
나무를 향해 타법을 훈련해라. 성과는 일격에 저 나무를 두 동강내는 것이다."
악풍의 손가락 끝에는 아름드리 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바위마저관
통한 악삼이 나무를 두 동강내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악삼은 좌에서 우로봉을휘둘러
두께만 넉자가 넘는 나무를 일격에 두 동강냈다. 악삼의 얼굴에는 "이 정도는별거아니
죠"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악풍의 얼굴에는 별 표정의변화가없었
다. 단지 봉을 휘둘러 악삼이 두 동강 낸 나무보다 더 큰 나무를 절단해버렸고악삼을
불러 절단면을 보여주었다. 악삼은 악풍이 보여준 절단면을 보고 이를 갈았다.악풍이
두 동강낸 나무는 마치 대패로 밀어버린 것처럼 말끔했던 것이었다. 악삼은 한숨을쉬
고는 나무를 향해 팔격연습을 시작했다. 석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악삼은어떤방향
으로 봉을 휘두르든 두께가 석자가 넘는 나무들이 절단되어 날아가 버렸고 그단면은대
패로 밀어버린 것처럼 깔끔했다. 악풍은 악삼이 자른 나무를 보면서고개를끄덕였
다. 악삼은 이제야 무공초식을 구경하는구나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악풍
은 악삼을 데리고 다시 바위가 가득한 계곡으로 데리고 갔다. 악풍은 악삼에게바위역
시 나무와 같이 절단하라는 수련을 시켰고 바위는 나무와 달리 악삼을좌절하게만들었
다. 근 석 달이 넘도록 실패만 거듭하던 악삼이 바위를 절단시킬 수 있는방법을찾아
낸 것은 자연이 가진 힘을 우연히 악삼이 목격한 덕분이었다. 바위틈새로스며든물이
얼어버리며 바위를 갈라버리는 장면을 본 악삼은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는단순히바
위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만물에 존재하는 결을 찾아 공격하는 방법이었고둘째는상대
를 공격할 때 강한 힘으로 몰아 부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헛점을공격한다는것이다.
악삼은 뛰어난 공력때문에 오히려 단순한 이치를 잊어 버리고 있었다. 악삼이바위를
완벽하게 자르고 다음 수련에 들어간 날은 오년지약을 한지 이년이 지나서였다.
악풍은 일년동안 악가창법의 8대요결을 악삼에게 전수해주었다. 악삼은사부가전해준
벽(劈), 타(打), 회(廻), 봉(封), 접(接), 포(砲), 진(振), 투(投)의팔대요결을익히면서
자신이 2년에 걸쳐 수련한 기초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2년간의 기초수련이없었다면
팔대요결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을 알게 된 악삼은 무공수련에 더욱박차를가했다.
악삼이 3년간의 수련을 끝내자 악풍은 49식 악가창법(四十九式岳家槍法)을전수했다.
오년지약이 정확히 일년이 남았을 때 악삼은 낮에는 스승인 악풍과 실전을방불케하는
비무를 하며 실전의 허실(虛實)을 익혔고 밤에는 악풍이 학우자의 유급에서얻은심득
(心得)으로 연창한 삼절창법(三絶槍法)과 태을지의 수련을 했다. 1년 간에걸친악풍과
의 비무는 생사가 오락가락할 정도였기에 악삼의 무공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진전이
되었다.
악삼과 악풍은 오년지약이 열흘정도 남자 아침 일찍 태을궁을 향해 출발했다.악삼이
수련한 곳은 태을궁에서 이틀 정도 걸어야 할 거리에 있었다. 악삼은악풍이도착하기
전에 태을궁 안에는 연남삼수와 제자인 악비영, 악비성, 악비진이 도착해 있었다.그들
은 차례대로 돌아오는 강동오괴와 그들의 제자를 기다렸다. 악삼과 악풍은이틀이면충
분히 도착할 거리를 휴식을 취하며 느긋하게 걸어 무려 닷새나 지난밤에태을궁에도착
할 수 있었다. 악풍은 비무가 눈앞에 있는데 마음이 긴장되거나 흩으러진다면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며 모든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태을궁에 간 것이었다.특히 닷
새동안 악삼은 처음으로 술이라는 것을 마셔보기도 했다.
악삼과 악풍이 태을궁에 도착한 날은 오년지약이 앞으로 닷새 남은 깊은 밤이었다. 악
삼은 실지로는 나흘을 남기고 들어온 셈이었다. 악삼이 들어오자 미리 도착한여섯명
의 악가의 후손들의 눈빛은 5년 간의 수련을 말해주는 듯 혁혁한 정광이흐르고있었
다. 그들 중에 본가의 세 사람이 악삼을 보는 눈빛은 무관심 그 자체였지만 남은세사
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 특히 악풍을 항상 챙겨주던 악 소채와 악전의반응은정겨웠
다. 악 소채는 악삼이 들어오자 아찔할 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동생. 어서 와. 그동안 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누님이야말로 고생하셨지요."
악소채는 악삼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5년 동안 무슨 특별한일이없었느냐며
다정스럽게 행동했다. 악삼이 유일하게 마음을 푸는 사람은 사부인 묵창 악풍과악소
채뿐이었다. 태을궁의 10년 간의 수련 생활 동안 악 소채는 악삼을친동생처럼돌봐주
었다. 악소채의 진심을 아는 악삼은 악 소채의 말에는 거역을 하지 못했다. 악소채와
악삼이 정겨운 담화를 나누자 악전은 옆에서 가벼운 미소를 던지며 말했다.
"이제 그만 정담을 나누고 나도 이야기 좀 하자."
"악전 오라버니. 미안해요. 오라버니도 오랜만에 동생을 만났는데 제가 그만실수를했
군요."
"어허!, 실수라니 그 무슨 천벌을 받을 소리."
"고마워요 오라버니. 저의 실수를 가볍게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악 소채의 화사한 미소와 다정스런 목소리는 악전이나 악삼의 마음을달콤하게만들었
다. 23세의 나이인 악 소채의 미모는 너무나도 화사해 칙칙한 태을궁의내부를아름답
게 만들었다. 본가의 세 청년인 악비영, 악비진, 악비성도 악 소채의아름다움에찬탄하
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악전과 악삼에 대해 심한 질투심을 느꼈지만 아무런말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악전은 악삼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구나. 삼아."
"네 오랜만이군요."
"그래. 그동안 고생은 없었냐?"
"무공을 수련하면서 고생이 없었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푸하하!. 네 말이 정답이구나. 자 저녁을 아직 못했지. 너를 위해 내가 특별히술을준비
했다. 우리 한번 거나하게 취해보자."
"어머... 술이라고요. 괜히 동생을 망가뜨리려는 것은 아니죠."
"삼이가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마시자꾸나."
"음... 그래야 할 것 같군요. 악전 오라버니는 항상 어린 삼이를괴롭혔으니이번에도 무
슨 음흉한 뜻을 가졌는지 모르니까요."
"어허!. 내가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다니..."
"호호호."
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악소채의 웃음소리가 방안에 퍼지자 악비진은 더 이상참지를못
했다. 악비진은 악 소채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독점하고 싶어했다. 그러나소가주인악
비영도 악소채를 사모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악비진은 속으로 그 독점욕을숨기고표
현 못하고 있었다. 악비영은 본가에 가면 악비진이 모셔야 할 상관이었기에자신의마
음을 숨기고 표시를 못했다. 그런데 악소채와 다정스럽게 이야기하는 악전의행동과악
소채가 특별히 신경쓰는 악삼의 모습을 보자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질투를참지못했
다. 악비진은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악전을 피하고 만만하게 생각하는악삼에게소리쳤
다.
"악삼. 너는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느냐! 이 자리에는 소가주를 필두로 해서다너보다 높
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한데 오자마자 희희낙낙(嬉嬉樂樂)하는데 정신이팔려인
사조차 없느냐."
악비진이 악삼에게 소리치자 주위공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악비영과악비성은악
비진의 어투는 마음에 들지 않지 만 내용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듯이냉랭한얼굴로
악삼을 노려보았다. 악전과 악기영, 악소채는 악비진이 말한 내용에 대해거북함을느
껴 차가운 시선으로 악비진을 노려보았다. 악삼은 아무런 말도 없이악비진을무심하
게 처다 보았다. 악삼은 태을궁에서 보낸 10년의 수련기간동안 자신의생각과성취를
숨기며 살았다. 그런 악삼이 과묵한 묵창 악풍과의 5년 간의 수련생활은악삼을더욱 말
을 아끼게 만들었다. 악삼은 사부인 악풍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무공에관해설
명하는 것과 오년지약에 대해 설명할 때를 제외하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악삼이처
한 환경은 말을 아끼는 악삼의 성격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악삼은 악비진의말에대
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악비진을 무심히바라보다고개
를 돌리고는 방안에서 나가 버렸다. 악삼의 행동은 악비진의 자존심에생채기를냈
다. 악비진은 타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악삼에게 외쳤다.
"악삼, 네가 이 자리에 있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과 같은 신분이라고착각하는것이냐! 우
리는 너 따위와 어깨를 같이할 사람이 아니다. 너는 우리의 하인에 불과 한놈이다.어
서 불손한 행동을 버리고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해라. 지금 당장 절부터하지못하
겠느냐."
악비진은 산동악가의 소가주 악비영을 음으로 양으로 보살폈던 악무수의아들이었다.
악무수는 가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가주가
원하는 대로 소가주인 악비영이 10대고수가 되기를 빌며 수많은 일을감행한사람이었
다. 악무수는 자신의 공력마저 아끼지 않고 악비영의 내력운행을 하루도빠지지않고
행할 정도의 인물이었고 악비영의 성취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감행한 인물이었다.악
무수는 가주의 꿈을 이루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았기에 악비영의 성취를 도왔다.악
무수는 악비영에게는 무한한 관심을 쏟았지만 아들인 악비진에겐 무관심하게대했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악비진의 마음에는 소가주에 대해 분노와 질투가타올랐고아
버지에겐 원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문에 도착하면 자신의 상관이될악비영
에게는 도전할 엄두조차 못하는 악비진에게 더욱 더 절망스러운 일이 생겼다.악소채에
게 남모를 연정을 태웠던 악비진에게 충격스런 일로 소가주가 악소채를사랑한다는것
이었다. 악비진은 자신의 마음마저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기지 못했다. 더욱악비진
을 절망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인 악무수가 소가주와 악소채가 좋은 연분이되도록행동
을 하라는 명령을 들은 것이다. 악무수는 악비진의 마음을 눈치채고는악소채에대한
감정을 죽이라는 엄혹(嚴酷)한 말마저 했다. 악비진의 마음은 타오르는 연정,분노,질
투, 원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악소채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악전과악소채
가 신경쓰는 악삼에게 혼란스런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말았다. 그런데악삼은자신
을 무시하고 나가 버리자 악비진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악삼은 악비진의 행동을 치기어린 아이의 행동으로 보였다. 악삼은태을진결을익히며
임독양맥이 타동한 후 무서울 정도로 내공이 늘었고 특히 1년 동안 사부인악풍과생사
를 불문하는 실전과 다름없는 비무를 견디며 가공할 정도의 무공증진을 이루었다.아
직 임독양맥 타동조차 요원하고 불안정한 열양공을 보배처럼 생각하는악가의인물들과
는 차원이 다른 고수로 성장한 악삼에게 그들은 그저 하룻강아지정도로 느낄수밖에없
었다. 악삼은 악비진의 행동은 아예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기에그들을외면하
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악삼의 경지는 연남삼수와 강동오괴의 수준에 올라있었고악
풍과의 비무로 실전의 허실을 아는 경지에 있었다. 실력이 모든 것을증명하는곳이 강
호무림이었고 악삼은 그 강호의 생리를 철저히 따르는 악풍에게서 배움을 얻었다.사부
의 가르침은 악삼의 사고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본가의후손이라거들먹거리는
악비진의 행동을 보며 악삼은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악
삼의 행동은 악비진에게 참을 수 없는 모멸감으로 돌아 왔다.
"이놈! 건방지게 하인이 상전에게 그런 행동을 해!"
악비진은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품속에서 3개의 수리표를꺼내삼성회두(三星
回豆)초식으로 악삼을 향해 던졌다. 삼성회두는 세 개의 암기를 한번에던지는초식으
로 낙성수 여진천이 유성이 북두칠성을 가르는 모습을 보고 착안한 암기술이었다.삼성
회두의 특징은 쾌속함과 미묘한 변화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큰 특징은암기가회수된다
는 것이었다. 즉 목표물에 가격이 안되었을 때 날아간 암기가 허공에서회전하여되돌
아오는 상승의 암기술이었다.
[슉. 슉. 슉.]
악비진의 손을 떠난 세 자루의 수리표는 곡선을 그리며 악삼의 중극, 백회,합곡의치명
적인 요혈들을 향해 섬전같이 날아갔다. 악삼과 악비진의 다툼을 바라보던다섯사람
들은 갑작스럽게 암기를 던진 악비진의 행동을 보고 눈을 찡그렸다. 세자루의암기가
박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악삼의 비참한 모습을 예상한 다섯사람의 표정은각기달랐
다. 악삼은 움직이지도 않은 채 세 자루의 수리표를 오른손으로 받아내 버렸다. 악삼
은 악풍의 수련을 받는 기간 동안 태을지와 악가산수를 연구해서12가지의금나수법을
만들었다. 그 12가지의 금나수법 중에 하나인 나운축전(拿雲逐電)은 수십발의화살마
저 한 손으로 잡아버리는 최상의 금나술이었다. 악비진이 던진 3자루의수리표정도는
악삼에겐 두꺼비 앞의 파리정도로 느껴질 뿐이었다. 악삼이 자신의수리표에격중돼
피를 토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악비진은 너무도 간단히 수리표를 회수한악삼의모습에
엄청난 모욕감을 느껴 온 몸을 떨고 말았다. 악비진은 품속에서36개의비망(飛芒)을
꺼내 악삼을 공격하려 했다. 36개의 비망은 모두 독이 발라진 암기로스치기만해도 해
약이 없으면 1각 이내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악독한 암기였다. 그러나악비진은비망
을 잡은 오른손을 품속에 있는 암기낭에서 빼지도 못한 채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악삼
이 악비진이 날린 세 자루의 수리표를 되돌려 주었기 때문이다. 악삼이수리표를되돌
려 준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악비진과 똑같이 던져 주었고 날아간수리표는아무런
변화도 없이 악비진의 상투와 가죽신 끝, 오른 팔 소매에 박혔다. 악삼이수리표를던
진 기법은 아무런 변화는 없지만 정교했고 너무도 빨랐다. 암기술 수련을위해특별히
안법 수련을 한 악비진의 눈에도 악삼이 수리표를 던지는 것을 보지 못해안색이새하얗
게 변해버렸다. 악삼이 조용히 자신의 거처로 사라져 버리자 모멸감을 이기지못해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복수심에 빠져버린 악비진의 모습은 처절했다. 악비진은고함을
지르다 갈라진 목소리로 악삼을 저주했다.
"크아악~. 이 천한 놈아. 언젠가는 꼭 복수하겠다. 본가에 들어가면 너 따위는바로죽
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오늘의 일을 꼭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악전과 악기영은 처절하게 외치는 악비진을 향해 비웃음을 던지며 자신의거처로가기
시작했고 악비영과 악비성은 차갑게 외면하고 밖으로 나갔다. 악비진의망신스런모습
이 본가의 우월의식과 자존심을 손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악소채는 악삼이나가자걱정
어린 얼굴로 바로 쫓아 나갔기에 악비진 만 대전에 홀로 남아 버렸다. 대전에는악비
진의 신음소리와 분노한 야수의 포효소리와 비슷한 괴성이 흘러 나왔다.
오년지약을 사흘 남긴 날 아침에 궁수재 황충과 악중악이 도착했다. 이로써오년지약
을 이행할 인물들이 모두 도착한 태을궁은 긴장이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악삼은
태을궁 연무장에서 아침수련을 하고 있는 악소채와 악전, 악기영을 볼 수 있었다. 악삼
의 눈에는 그들의 성취가 별 볼일 없었으나 그들은 같이 나이대의 수준을넘어4,50대의
일류고수급 무인의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단지 악삼이 도달한 경지가절정을눈앞
에 두고 있어 그 차이가 심하게 난 상태였던 것이다. 악소채는 악삼이다가오자무공수
련을 멈추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동생 왔구나. 어서 와."
"오~, 이제 도착했구나. 삼아."
악소채와 악전은 악삼을 반갑게 맞이했으나 악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고개를숙이
며 인사하는 것으로 그들의 환대를 받아들였다. 악소채와 악전은 더욱 말이없어진악
삼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그들의 눈에는 악삼이 마치제2의묵
창 악풍이 된 것처럼 보였다. 과묵하다 못해 벙어리로 오인 받을 정도로 말이없는악
풍의 모습을 악삼에게 느끼자 그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 때악비영을필
두로 악비성, 악비진이 연무장에 나타났고 동시에 궁수재 황충이 악중악을데리고들어
왔다. 악비영은 본가의 인물인 악중악이 돌아오자 기쁜 얼굴로 다가갔다. 악중악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처 흘러 보였고 악비영을 비롯해 악비진, 악비성의환대를받으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모습을 악기영은 싸늘한 눈빛으로노려보았고악전이
나 악소채는 아무런 생각없이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악삼은 악중악이 이른경지에대해
놀라워했다. 악중악의 경지는 놀랍게도 악비영등의 경지를 초월해 악삼과 비슷한 경지
에 있었던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년의 세윌은 어떤 겔과를 만들까?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ㅡ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이오이다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