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만난 헤드윅
저는 뮤지컬을 본 햇수로 치면 만으로 6년이 좀 지났습니다. 음.. 어렸을때 레미제라블 투어팀 공연 싱가폴에서 본거까지 치면 음.. 몇년 됐을련지 가물가물하네요. 뭐 일단 적어도 제 기억속의 정식 첫 관람 기록은 2004년 연말에 가족들과 뉴욕으로 여행가서 브로드웨이에서 본 브로드웨이 42번가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다가 입시 끝나고 본 금발이 너무해를 보고나서 뮤지컬에 확 꽂혀서 보기 시작했는데 헤드윅은 지금까지 인연이 없었네요. 금발이 너무해를 처음 봤을때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하는지도 몰랐고, 그 다음해 공연부터 재작년 공연까지는 모두 개인사정으로 못보다가 이제서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공연도 헤드윅은 자주 오는데 넘길까 고민하다가 모아티켓 할인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캐스팅도 그동안 올려졌던 공연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어느 헤드윅을 볼지 모르겠다가 조승우 헤드윅 표를 못 잡았는데 록 뮤지컬이라고 해서 뮤지컬 경력도 꽤 되고 록 음악도 하는 윤도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랑 원스에서도 기억이 좋았구요.
생각보다는 적었던 음악 그러나 강했던 임팩트
록 뮤지컬이고 그냥 별 생각없이 뮤지컬인만큼 송스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넘버가 많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적어 놀랐습니다. 헤드윅의 대사가 굉장히 많더군요. 한가지 특이한점은 연극에서처럼 배우들끼리만 대화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토크쇼나 콘서트처럼 관객과의 대화하는거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접근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거처럼요. 헤드윅이 아예 처음인 저에게는 사실 취향이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었는데 이렇게라도 공연이 진행되니 몰입이 더 쉬웠습니다. 넘버가 적었지만 그래도 말로만 듣던 유명한 넘버들, 게다가 록 음악들이니 취향까지 맞아서 머리속에 계속 맴돌 정도로 음악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카워시 같은 이벤트들, 아 저런거였구나 하면서 궁금증도 해결됐어요. 중간중간에 관객들이랑도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니 오히려 괜시리 집중을 더 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YB 콘서트에 온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YB 멤버들까지 앵그리인치로 참여하니 더더욱요. 다른 멤버들은 있는데 스캇 할로웰은 없었네요. 객석 왼쪽에 그리고 오른쪽에 한번씩 가서 인터뷰하던데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입장도 1층 객석 입구에서 들어온거 같던데 약간 엘리자벳 봤을때도 생각나면서도 옷 입고 들어오는게 마치 격투기에서 선수나 아니면 복면가왕에서 가수 입장할떄 보는것만 같았어요. 이런걸 감안했을때 1층에서 한번 보는것도 나쁘진 않았을거 같아요. 그래도 1층 이벤트를 다행히 무대에 빔 프로젝터 같은걸로 띄워서 2층 관객들에게도 볼 수 있게 해줘서 간접적으로라도 볼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무대세트도 예뻤습니다. 뭐 얘기를 들어보니 카워시도 그때 그때 위치가 달라지고 대화 내용도, 넘버 말고도 공연마다 해주는 곡도 그때 그때 다르다고 한거 같던데 공연에 대한 이해를 완벽히 하지 못했던것도 아쉬운데 재관람 의지는 있어서 한번 더 해야 조금 더 공연을 즐길수만 있을거 같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Heaven on their minds나 퀸즈의 We will rock you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것도 이벤트성으로 진행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후반부쯤에 얘기하는것도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지루해질때도 있었습니다. 대사 부분이 몇부분은 아예 음악으로 처리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내용에 있어서는 성전환 수술 실패한 남자 이야기였던만큼 파격적인 장면도 많았었는데 전 그런대로 볼만 했습니다. 거부감 들것만 같았던 헤드윅 화장 이런것들도 그냥 예술이려니 생각하고 보니 오히려 예뻤던거 같고 가발, 의상 다 좀 기발하던데요 오히려. 어떻게 이런걸 기안해서 만들었나 싶었어요. 근데 2층에 단체관람 오셨던 어르신들이 나가는데 표정이 그렇게 썩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토미, 루터, 그리고 본인의 과거 얘기도 앞서 언급했듯이 관객들이랑 얘기하는거처럼 얘기를 해주니 내용은 어두웠더라도 접근은 더 쉬웠습니다.
구관이 명관 윤도현, 조금 아쉬웠던 제이민
윤도현의 헤드윅은 이번이 두번째 출연이더군요. 근데 헤드윅은 뮤지컬이지만 그래도 약간 콘서트처럼 극이 진행됐던거 같아서 오히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진행해왔던 윤도현에게는 진행하기 더 편한 공연이었던거 같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도 마치 본인 콘서트에서처럼 진행하면 됐고 광화문연가, 원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출연했던 경력 덕분에 연기도 좀 됐으니 큰 불편함은 없었을거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저도 오히려 콘서트처럼 진행된 덕분에 윤도현이 맛깔나게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진행해줘서 오히려 윤도현으로 보러 간게 잘한 선택이라는걸 느꼈습니다. 연기력도 섬세한 감정표현은 잘 안됐던거 같아서 감정이입은 좀 힘들었지만 오히려 성전환 수술 실패해서 여자 연기가 어색한 남자 연기는 오히려 연기력이 조금은 어색했던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 헤드윅의 이야기를 할때는 뭔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들 그리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다사다난했던 일들 때문에 약간 해탈한듯한 모습도 보였어요. 노래는 윤도현답게 잘 소화해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연장을 폭파시켜줄 정도의 강한 임팩트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본공연도 본공연이지만 오히려 록 뮤지션답게 앵콜때 본인 역량을 폭발해서 공연을 마무리해주더군요. 물까지 뿌려줬던건 덤이었구요. 공연시간은 130분으로 알고 있어서 집에 금방 갈줄 알았는데 공연장 나오니 10시 반 좀 넘었나 아무튼 좀 더 길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 계기로 윤도현밴드 콘서트하면 꼭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츠학이었던 제이민은 여러모로 좀 아쉬웠습니다. 본인 솔로곡 포함해서 노래 자체는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너무 여린 느낌이었는데다가 처음에는 남장여자인줄 알았었는데 조금 더 알아본 결과 여자로 살고 싶었던 남자였다는걸 알게되고나서 조금 더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소녀소녀하다고 해야될까요. 음색도 연기할때도 대사톤이 남자가 아니라 그냥 좀 터프한 여자? 이런 느낌이어서 대학교 다닐 당시에 조별과제 같이 했던 머리 짧게 자르고 톰보이처럼 하고 다니던 아는 동생이 생각나더군요.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츠학 비중이 많이 적어서 크게 거슬리는것은 없었습니다.
그 외에 앵그리인치 밴드도 가끔 공연중에 윤도현이 말 걸때도 말하고 커튼콜때도 본인소개 받을때 악기연주로 공연의 흥을 보태주었습니다. 일단 윤도현이 나오는 날에만 YB 멤버들이 나오는건지 뭔가 이런 윤도현과의 호흡이 언젠가는 꼭 보고 싶은 YB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습니다.
처음이라 아직은 이해도가 부족했지만 매력적이었던 공연 그리고 다른 이야기
이번 헤드윅은 제가 아예 처음 본건데 그냥 막연하게 뮤지컬이니 넘버가 주를 이루겠거니 생각하고 보러 갔다가 예상과 다르게 진행이 된 점에서도 그렇고 이거 외에도 또 다른 부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연을 봐서 공연을 완벽하게 즐기진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록 음악을 나름 들을때 즐겨 듣는것도 그렇고 공연이 저에게 마냥 불만스럽도록 재미가 없는건 아니었는데다가 또 헤드윅 별로 매력이 다 다르다고 하니 재관람 의사는 있습니다. 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다음에도 윤도현으로 보고 싶기도 하고 박은태가 헤드윅 공연을 하게 된다면 한번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저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다만 좀 보수적이신 분들은 좀 싫어할것만 같은 느낌도 드네요.
이 외에 다른 이야기들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가 생각보다는 혜화역에서 좀 걸어야 되더군요. 대학로에 위치해있으니 혜화역에서 가깝겠거니 그냥 생각한 저의 또 다른 실수였습니다. 수술 여파로 인해 전 가는것도 좀 힘들었고 다시 혜화역으로 지하철 타러갈떄까지도 좀 힘겨웠습니다. 빨리 재활 치료도 끝내고 전동 킥보드를 하나 구하든가 해야겠어요. 기념품도 괜찮았어서 프로그램북이랑 손수건 하나씩 사왔습니다. 그리고 2층에서 봤는데 무대 크기도 뭐 그런대로 커서 나중에 시카고나 금발이 너무해가 올라와도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공연장 어셔 덕분에 좀 더 쾌적한 공연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목발 짚고 오니까 본인이 직접 목발을 맡아주기도 하고 또 공연 끝나고도 제가 퇴장하기 편하게 평소에 문 안 여는 문도 열어줘서 퇴장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너무 고맙더군요. 공연도 좋았고 어셔의 친절함 덕분에 기분 좋게 집에도 올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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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헛 헤드윅도 사랑이지요 제이민은 말이 많더라고요 서문탁이 짱입니다. 조승우 서문탁페어로 두번 봤는데 조승우 노래는 아주 조금 아쉽지만 최고였어요
박은태 해드윅을 한다면... 전 전관 찍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