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우리를 가르쳐주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좋은 추억은 무엇보다도 우리 촌놈들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려 했던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먼저 3학년 국어, 영어, 수학선생님이었던 윤혁윤, 조휴전, 송병한선생님이 특히 고마웠다. 이 세분 선생님들은 우리가 3학년 올라가자 고성읍에 사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과외수업을 여름방학 때까지 내내 해주셨다. 장소는 농업과목을 담당하셨던 문갑진선생님댁 큰방이었다. 저녁 7시에서 두 시간 정도 국어, 영어, 수학을 교대로 가르쳐주셨다. 나, 제덕호, 이승렬, 신정규, 이영명 등의 친구들이 같이 공부했다. 교재는 시중에 나와 있었던 참고서였다.
그런데 이 과외와 관련하여 내가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과외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은 약주를 한잔씩 하셨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송병한선생님과 문갑진선생님이 술을 좋아하셨던 것 같고, 윤혁윤선생님은 한 잔만 하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타입이어서 잘 못하시고 조휴전선생님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지만 별로 즐기시는 것 같지 않았다. 특히 송병한선생님은 과외가 있던 다음날 수업에 곧잘 “작취미성(昨醉未醒)”이라고 칠판에 쓰시고 수업을 안 하시고 자습을 시켰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던 분은 당시 고성중에서 제일 수학실력이 좋다고 소문이 난 최창호(성함이 확실하지 않다, 확인 요망)선생님이다. 최선생님은 겨울방학에 고등학교 시험 직전에 우산리에 있던 선생님 댁에서 특별과외를 해주셨다. 특히 수학과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부산공전에 지원할 계획이었던 나, 박수안, 제덕호, 이승렬, 박이춘 그리고 우산리에 살았던 허주도가 참여했던 것 같다. 우리는 겨울방학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에 걸어서 우산리 최선생님댁에 가서 선생님이 준비해둔 예상시험 문제풀이를 했다. 나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멋진 미제 파커 만년필로 척척 푸시는 최선생님이 참 멋있어 보였다. 나는 수학문제는 연필로 푸는 걸로 알고 있었다. 과외가 끝나면 우리는 우산리 못에서 썰매도 타고 놀다가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별로 춥게 느끼지도 않으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최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모두 부산공전에 합격했고,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 고중 17회는 고성중학교 사상 제일 좋은 고등학교 진학 성적을 올렸다.
덧붙임: 윤혁윤선생님은 내가 2000년 경 우리대학에서 마산지역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차 마산여고에 갔을 때 우연히 한 번 뵌 적이 있다. 선생님은 나보다 별로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고(실제로 선생님은 대학졸업하자마자 고성중에 오셔서 우리보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동료선생님들과 책 페이지를 펼쳐서 끝수로 학교에 팔러온 뻥튀기 사기 내기는 하는 개구쟁이 모습을 보이고 계셨다.
사족: 이갑조선생, 숙제를 낸 것 같아 미안하요. 글이 씰데없이 길어졌네.
첫댓글 좌흠친구, 옛 추억을 더듬어 글을 쓴다고 하지만 이렇게 옛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네요. 읽는동안 추억에 잠길 수 있어 감사하오.
백교수 명절 잘 지내셨는지요.수제자들 뒤에 선생님들이 계셨네요.
우리동네 수학를 가르치던 최 창호선생님이 맞아요
허태화선생, 네. 명절 잘 쇠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를 않아다고 하는데, 나도 최창호 선생님댁에 공부하려 저녁에 다녀는데
공부하는 도중에 그날따라 우리나라 김기수 선수와 벤베루터가 하는 선수와세게 선수권 복싱듣는다고 공부도안하고 들은적이 기역나네요.....
공부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다른 기억은 없고 윤 혁윤선생님만 기억납니다.좋던 나쁘던...
결과적으로 조휴전선생니의 수학실력은 못믿는다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 그게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었는데.
그래 맞아. 부산공전 입학 수학시험문제는 평이한 것이었고 최창호선생님 과외는 별 소용이 없었어.
과외 ? 우리야 뭐 워낙 촌놈이라 언감생심.
다들 좋은 시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