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해서 넘 죄송해요..
젝키 소설은 쓴지 오래되서 메일 주소 찾는게 얼마나 힘든지.. 정말 죄송하구요
혹시 소설 작가님이 보신다면 메일 주세요..
정식으로 허락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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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4 / 7 [등록일] 99년 05월 25일 23:38 Page : 1 / 239
[등록자] 젝키소녀 [이 름] 수원과함께 [조 회] 2 건
[제 목] [소설] 진심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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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그대에게 (1)
하늘이..새침하게 흐린 폼이...오늘은 비가 오려나 보다
흠~ 봄비가 내리면..금방 초록색 풀들이 돋겠지..
비가 오면.. 그 때 그애는 아직도...
찰박 찰박
노란색 작은 장화로 물을 튀기며 걷던 비오는날
-노란우산 빨간우산~ 어? 너 뭐해?-
놀이터에 앉아서 비를 다 맞던 그아이
-응? 이거 볼래?-
비를 맞으며 품안에 폭 감싸고 있던 하얀색 강아지
-와아..예쁘다-
-그럼..니가 키울래?-
-정말? 이야~ 신난다 헤헤 우와...정말 이쁘다-
강아지를 조심스레 건네주는 따뜻한 손
- 참 난 성훈이야 강성훈-
-음 내이름은..써줄게 나 잘써-
모래바닥에 그리듯이 쓰는 지..
-너 뭐하니? 빨리와~ 얘가 비맞구..-
-어?.. 엄마? 나중에 써줄게 이거 지우지마아~-
-응~ 잘가~-
손을 흔들며 가는 그애의 뒷모습
그애의 이름이 뭔지.. 어디에 사는지는 하나도 모르지만.. 따뜻했던 그애의 손과 강아지를 주며 웃던 그 까만
눈동자가 사라지지 않는
?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릴적 그 포근한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나면서..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던 그애
의 그 따뜻한 마음이 ?
게도 전해지는 것같다
"어어어! 비켜!!"
부우웅 끼이익!!!!!!!!
"아얏..뭐..뭐야?..."
뭐야..오토바이? 우와..스티드 600cc? 근데...아메리칸이면 사람을 쳐도 되는거야?
"아..후..앞을 보고다녀야지... 괜찮냐?"
어어~ 반말까지~
"안괜찮으면!! 타려면 제대로 타야할거 아냐~"
같은 교복이잖아 ... 근데 저놈이 입은건 왜 교복으로 안보이냐... 흥, 옷발이 대수냐
"뭐?..참나..땅만 쳐다보고 걷다가 갑자기 뛰면 어쩌자는 건데?"
앗..내 버릇이..난 항상 생각하다가 즐거우면 뛴다
"그..그래도..니가 피해갈수 있을꺼 아냐!!"
말하면서 일어나는데..
"아얏!!"
넘어지는 순간, 그가 내팔을 잡았다
"어? 너 다쳤냐?"
"그.."
말을 하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가 날 쳐다보고 다시 내 명찰을 보고 그리고 한참을 내 얼굴을 본다..
내가..뭐 잘생긴건 아는데...말야..
"흠..일학년이군.."
그러더니 웃는다
나도 명찰을 보는데 히익 하얀색!! ... 난 1학년이고 노란색이니까..
암튼 윗학년이로군..제길..
"아아..은지원선배..."
면 다냐!!
"흥....그래?.....음..."
계속 웃는 놈..흥 살벌하게 생긴 니가 웃는다고.. 흥, 조금 귀엽군..어디서..본적이..
"탈래?"
"아니요..됐어요 맨날 다쳐서 이젠 습관이 됐어요.."
"그래?"
하더니 부웅..간다 나쁜..놈..
절뚝 절뚝
에이..이..재수야..전학 첫날부터... 이게 무슨 싸가지란 말이냐.. 저기 가는 저 싸가지..어? 다시 오잖아
"치 그다리로 퍽도 오겠다"
하면서 그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더니 나한테 온다
그리고 내 발목을 잡고..
"뭐..뭐하는거에요?"
우두둑 두둑
"으아아악!!"
"됐어, 영차"
이..이인간이 날 몰로보는거야 .. 내가 마른 장작개비로 보이냐..날 번쩍 들더니 뒷자리에 앉힌다
"조금 나두면 금방 괜찮아 질거야"
흥,쳇 니가 무슨..
"간다, 3회전 자유낙하하고 싶으면 오토바이 뒤를 잡고 아니면 내 허리를 잡고"
쳇.쳇쳇 그래 너 잘났다
오.. 저멀리 학교가 보이는군...무슨 학교가 산 꼭대기에 있냐?
"내려"
"네?"
니 뭐시라고 했냐..엉
"내리라고, 내가 널 학교안까지 뒤꽁무니에 달고 들어가야 겠냐?"
이 싸가지좀 보소 이럴꺼면 태워주질 말던가..
"알았어요"
내려서 보란 듯이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햇는데 갑자기 솟아오른 돌덩이가..
"아앗"
어? 내몸이 허공을 가르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팔이 날 안아들었다
"야..이젠 아무것도 없어도 막넘어지네..너 아까도 그런거아냐? 하핫"
"모..모가 웃겨요!! "
지금 내 모습은 이놈 품안에 쏙 안겨있겠지..키 크고 싶다!!
"아냐아냐..흥..근데 너 살좀 쪄야겠다 ...허리가..23?"
허억..팔뚝 어딘가에 센서가..우리엄마도 모르는 걸.
"아...놔주세요.."
"어. 알았어"
웃음으로 모면하고 튀어야지..
"안녕히계세요"
"야.."
"네?"
"너..웃지마"
"네?"
"그게 니 신상에 좋을 꺼다"
"네?"
부우우웅
그말만 하고 가는 저 인간 ...... 은지원
뭐, 다시 만날일은 없겠지? ... 빠이빠이다
후..이제 저 산길을 올라가는 일만 남았는데...
"강성훈?"
누가 내이름을 부른다
"강성훈?.."
날 보고 웃는 웃음이 따뜻하다 .. 따스한 눈동자를 가진 사람 ... 그때 그 아이처럼..
"이거..니 명찰아냐?"
"예?.. 네 맞아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게 한다
명찰이 아까 은지원이랑 바둥거리다 떨어졌나보다
"으윽"
발목이 저려와서 털썩 주저 앉았더니 같이 앉는다
흥 돌팔이 뭐? 다나아?
"어? 어디 아퍼?"
"아..아뇨."
역시 하얀색 명찰 고..지용 ..... 지.용.? 그 애가 썼던 글씨 지....
"아닌데..이리내"
내 가방을 뺏어 들더니 날 부축한다
"아니에요 선배! 다 났어요 이것봐요"
팡팡 바닥을 치는데 어? 정말 안아프잖아.. 흥...돌팔이는 아니었군..
"아니야.. 니가 그다리로 지금 저 경사각 80도의 마의 절벽을 암벽등반 하겠다고? 내가 어떻게 사랑스런 후배
를..안돼"
윙크까지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웃음이 난다..유쾌한 사람이다
"하핫 알았어요 그럼 교문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그래, 가자.."
"하하핫 선배..그만요 그만..."
"아냐 계속 들어봐..그래서 그 수학이.."
오는 내내..지용이형의 말에 안 웃을수가 없었다
흠흠 인간사 새옹지마라더니.. 아침의 그 이상한 기분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오면서 인사도 무지 많이 받던데..인기가 많은가보지?
"어..그럼..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 안녕히 가세요"
"어?.. 그래 잘가고 다음에 또 보자 !.. 내 예감에 우린 꼭 다시 만나게 될꺼야 확실해!"
"예.. 하핫 그럼 진짜 담에 뵈요"
"그래~"
지용이 형과 헤어지고 학교로 들어오는데.. 이놈 저놈 흘긋 거린다
뭐냐..? 히유~ 먼지..역시 남자놈들만 다니는 학교라서... 이제..외로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나...
근데 교무실이 어디지? .. 앞에 가는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
"저....."
"어?...어~ 너냐?"
"앗!"
은지원이잖아..
"앗? 그게 넌 선배보고 하는 인사냐?"
"아..안녕하세요.."
"그래, 근데 왜?"
"아니에요"
도망 도망
"너 교무실 어딨냐고 물어볼려고 했지?"
"어?"
아니 이놈이..독심술을..
"너 전학왔잖아.."
"어..어떻게?"
"전학아니면 내가 널 못봤을 리가 없지.."
뭐? 뭐라구?
"여기 계단으로 올라가서 복도를 따라 쭈욱 걷다가 또 계단이 나오면 또 올라갔다가
오른쪽으로 턴해서 나오는 복도로 주욱 걷다가 나오는 계단으로 내려오다보면 있을꺼야"
"예.."
도망 도망 빨리 벗어나자
"헉헉 이놈의 학교 크긴 디게 크네.."
은지원이 알려준대로 걸어서 다 왔는데.. 교무실..다왔군 근데..왠지 낯설지가 않아
엥? 여!! 여긴!!!!!!
"아까 거기 잖아!! "
거기서 몇 발자국 안간 자리!
"우와아아아아악"
이 은지원놈!! 혼내주고 말테다!!!!!
교실로 들어오는데..이놈 저놈이 수근 수근 거린다
뭐야?..
"안녕하세요 강성훈입니다"
스마일로 승부하자! 스마일!! 순간..교실이 조용..해진다
그러더니만!!
"휘이이익 야! 너 이쁜데!"
"선생님!! 잘못 데려온거 아니에요?..옆에 진선여고갈애 데려온거죠!"
"야~ 목소리도 죽이는데! 노래 한번 해봐라!"
뭐..뭐냐?..이상하다..
그놈이 웃지 말라는 이유가..이건가?..
내 웃음이.. 모두를 싸코로 만든단 말인가...
자리에 들어오는데.. 날 보고 휘파람을 불고 난리를 치는데 아무도 날 건들진 않는다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
빈자리에 앉는데 짝은..음 좋았어 합격 .. 얼굴에 -여러분 나 정말 착해요- 라고 써 놓은 듯한 얘다.
허여멀건게..힘도 없게 생겼네..
"야, 오늘 1교시가 뭐냐?"
"응? 수학. 난 수원이야 장수원"
"수원아 근데 우리반 애들 원래 이러냐?"
"응? 뭘?"
"막 째려보다가 좋아서 소리지르고 그러냐고.."
"뭐? 하하 아니야..너..아침에 지원선배 오토바이 타고 왔지?"
"어?..은지원? 응."
"거기다 교문까지 지용선배랑 같이 걸어왔지? 지용선배가 가방 들어주고.."
"응, 우와..너 내 뒤에 있었냐?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우리학교 애들 다 알걸.. 주원고등학교 전교생이.."
"뭐?"
"그 둘..우리학교에서 엄청 유명해.모르는 사람 없어.."
"어어~ 근데 유명한 거 하고..내가 같이 온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은지원이라 고지용은 우리학교 스타야.. 거진 젝스키스를 다라갈 정도지.. 팬도 짱많고 따르는 무리들이 엄청
나지.."
"뭐?."
기가 막히는 군..지용이형이라면 몰라도..은지원까지?
"사모하는 인간들도 많고.."
"뭐? 여기 주원남고 아니냐? 내가 잘못 봤나? 아아~ 옆의 진선여고에서?"
"그렇기도 하고..우리학교에도 꽤 될걸..cool guy 은지원이랑 milky guy 고지용 .. 니가 이쁘기 때문에 애들이
봐주는 거야.."
"뭘?!"
점점 어벙해진다..
"아니였음 너 학교못다녀..이젠 너도 유명해 지겠다"
"뭐?뭐?!"
뭔소리야!!...
"주원제일미!"
아아 머리가 뱅글 뱅글 돈다.. 이쁜건 뭐고 멋있는건 뭐냐
이 놈들 절벽위에서 살더니 다 맛이 간거 아냐?
띵동댕동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간다.. 힘빠져..아무래도 전학 잘못온 것 같아...
쏴아아아 ....... 왠 비?..
비가 대수냐..난 빨리 이 학교를 벗어나련다
아..차가워...
터벅 터벅 걸어가는데 누가 팔을 확 당긴다
"야..니가 비맞는다고 풀처럼 키가 자랄 것 같아?"
"어?.."
은지원....은지원!! 너!...
"아무리 여름이라도 비맞는건 몸에 해롭다고..."
어?..의외로군..
은지원역시 푹 젖어서 어느 가게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하복 셔츠가 물에 젖어서 몸에 딱 달라붙었는데.. 흥, 맨날 쌈박질만 했나보군..
"으~ 추워.."
몸이 떨린다
어?..은지원의 팔이 날 쓰윽 안는다.. 흥..내가 추워서 참는다..
따뜻하군..팔의 맥박이 두근 두근 꽤 빠르게 뛰는군.. 가까이 있으니까 보이기만 했던 근육이 느껴진다
두근 두근 ...... 왜 심장이 점점 빨리 뛰냐..
"야.."
"네?..."
"너.. 사람 홀리지말고 빨리 머리물기 털어"
"네?.."
그러더니 손수건을 꺼내준다
"이걸로 니 목도 닦아"
"네?"
"그 젖은듯한 목으로 누굴..범죄자 만들꺼야?"
"네?"
역시 이상해.. 시키는 대로 하는데 은지원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서 나한테 푹 씌운다
"선배?"
"너..그리고 속에 티하나 더 입고 다녀"
"예?"
이자식이..뭐야?
"어? 지원아? 어, 성훈이도 있네?.."
어? 지용이 형이다
"안녕하세요"
"어~ 지금 비 피하는거야? 나랑 같이 쓰고가자"
지용이형은 하얀 우산을 쓰고 있다
"난 됐어 이거나 데려가"
그러면서 은지원은 날 확 민다
"어?.. 선배는요?.."
"난 됐어 "
그러더니 휙 그냥 가버린다
뭐야? 흥..
"지원이자식...으구...착하긴.."
"네?"
뭐가? 사람호의도 무시하는데..
"셋이 쓰면 너랑 나 비많이 맞을까봐 그냥 가잖아"
"에?"
그럴 리가.. 후훗 역시 지용이형은 착하다.
저런 은지원을 그렇게 착하게 봐주다니.. 친구 같은데..좀 닮아라 닮아..
-주원고등학교 55회 학생회실-
"형!! 오늘 우리반에 디게 이쁜애 전학왔는데 보셨어요?"
"누구?"
창밖을 보던 재덕이가 돌아서서 묻는다
"강성훈이라고.."
책상에 앉아서 문서를 검토하던 지원이 고개를 든다
"수원아 걔가 너네 반이냐?"
"예! 아침에 지원이형이 태워왔죠?"
"어?..어~ 내가 넘어뜨려서 다쳤길래.."
"뭐? 은지원 니가 다치게 한거였어?"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작성중이던 지용이 묻는다
"어?..아니 앞을 안보고 걸어서..사고로.."
"참나...참! 김재덕! 축제 도우미 다 구성했어?"
"어?..아니..지용아~ 전시실 쪽만 너무 사람이 많아 .... 강당 어시스트 계통은 안모여...힘드니까.."
"아우..그러니까 너 시킨거잖아 응? 나이스 김.재.덕."
"예~엣.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덕이 웃으며 경례를 하고 학생회실을 나선다
"장수원! 너 빨리 1학년에서 모아와"
"예~"
수원도 나간다
"지원아 공연은 다 잡혀 가는거야?"
"응....각반 공연은 대충 제출이 되었고..스페셜이랑, 찬조 정도?"
"음~ 역시 지원이 밖에 없어.."
"뭘...."
"야 근데 그 1학년애 정말 ...이쁘더라 귀엽고.. 여자애들 중에서도 그만한애 본적 없는 것 같아.."
"매력있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워얼..은지원 니가 그런말도 하냐?"
"됐어.. 전시실 작품은 다 모은거야?"
"응..거의 다..이제 1학년 학생회도 구성해야 할텐데.."
"그렇지..수원인 됐고..또 누구 해야지?... 1학년은 우리가 한명씩 뽑는거니까 직속 후배로..."
"으~ 더워~~~ 왜 이렇게 덥냐?"
"어? 재진아 포스터 다 됐어?
"응 대충 기본만.. 이제 메인을 잡아야지....공연 연습하는데서..한컷 찍어서"
재진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마신다
"히야~ 시원하다 우리도 이런 느낌을 줘야지? ...상큼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그런 캐릭터를 어디서 잡나?"
"아!! 나 알아!!"
지원과 지용이 동시에 외친다
"뭐?..그래서 내가 그 이미지 모델을 해달라고?"
"응~ 제발 성훈아~"
"내가 왜 해야하는데?"
"우리 주원고등학교의 얼굴!! 바로 너 잖아.."
"수원이 네가 잊었나 본데.. 난 어제 전학왔어"
"그래도..지용선배랑 지원선배가 널 지목했단 말야.."
"뭐? 뭐야? 내 의견은 생각해본거야?"
"그래서 내가 설득하러 왔잖아..."
"지용이형 어딨어? 은지원은 어차피 말도 안먹힐 테고.."
"응?...지금 우리처럼 청소하고 있겠지 곧 끝나니까"
"알았어 2-10 이지?"
"야! 성훈아!!"
뭐냐구 뭐야...추천도 아니고 지목이라.니..
전학오자마자 다음달이 축제라고 반녀석들은 노래를 부르라질 않나
지용이형은 뭐? 이미지 모델?
"지용이형!!"
"어?..성훈아..."
날보고 빙그레 웃는 모습에..화를 낼수도 없고..
"형..저기 수원이가.."
"성훈아 오늘 시간 있냐?"
"예?..예 그런데요.."
말을 해야지 말을..
"나랑 서점 안갈래?"
"예?"
휘유..책도 디게 많네.. 지용이형을 다라서 대형서점에 오긴 했는데.. 무슨 책을 찾는거야?
"여기에도 없나?"
"뭐 찾으시는데요?"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읽으시려구요?"
"아니..너 줄려고"
"예?"
왜?..날?..
"출연료 후훗"
"어 형~ 나.."
"동화같은 책이야 보고 굉장히 감동했었어.."
음..역시 지용이형은..
"형이 좋아하는 책이에요?"
"아니..지원이가 추천해서 읽은 건데...좋더라 난 수필형식은 거의 안보는데..좋았어.."
은지원이? 헤에... 아니지 지금 책이 문제가 아니지..
"저요.."
"너 아니면 다른 사람이 없어서 그래.. 나좀 도와주지 않을래? 부탁이야.."
형이 진심이라는 얼굴로 부탁을 해오자..아무말도 못하겠다
"휴..알았어요 근데 어떤 형식으로 할껀데요?"
"글쎄? 음~ 니생각은 어떤데?"
"사람을 끌어모으려는 거죠?"
"응? 포스터? 응.."
"그럼 끌어당기는 수밖에요.."
"어떻게?.."
"자 ..응 조금 더웃고 좋았어!"
찰칵
"한쪽손만 그래!"
찰칵
찰칵 찰칵
지금 재진이형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중이다
교문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며 손을 내미는..
원래 어렸을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이런 것 까지 하게 될 줄이야..
"어? 수원아?"
수원이가 뭘 사가지고 교문으로 들어온다
"이거 먹어라"
하늘로 던져지는 콜라캔 캔에 햇빛이 반사된다..
앗 눈부셔!! 안보인다고! 머리로 떨어진다!!
으아아앗!!
얼굴에 맞을까봐 잔뜩 움추렸는데 아무일도 없고 탁 ! 누가 얼굴에 시원한걸 갔다 댄다
"야..넌 이것도 못받냐?"
웃으며 말하는 은지원..
흥, 그래 나 팔 짧다 왜..
"잘해라~"
콜라캔이 잔뜩 든 봉지를 들고 유유히 걸어가는 뒷모습 확 까버려?!
내가 착해서 봐준다..
"자아~ 골라 보시라고"
재진이 형이 사진을 뽑아서 학생회실 커다란 탁자위에 주욱 늘어놓는다
교정이 정말 잘 표현 되어있다
교문앞의 느티나무가 내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내가 봐도 이쁜 험험 내 미소와 앞으로 뻗은 두 팔이 얼른 오라
고 재촉하는 것 같다
"야~ 다 좋은데? 이거 미어터지는거 아냐?"
"근데 다 성훈이만 보러 오면 어떻게 하냐?"
"빨리 투표하라니까.."
"오게이~ 오게이~ 난 이거"
"난 이거!"
"나두 요거"
"음..난 이거"
다들 사진을 잡았는데 제일 잘나온 두장에 집중되어 있다
"이거."
은지원이 볼펜으로 찍은 사진은 다섯장중 제일 평범하다 싶은 사진이었다
"지원아~ 그것 보단 이게 낫잖아.."
"이거!"
은지원이 좌중을 훑어보며 볼펜으로 마무리짓든 세 번 탁탁탁 사진을 두드리니까 모두 스스슥 흩어졌다
그 사진을 들고.. 뭐야? 지가 뭐라고 회장은 지용이형인데..
"왜요? 저 사진이 낫잖아요.."
"안돼"
"왜요~"
"거울봐!"
은지원은 이 말 만 던지고 홱 문밖으로 나갔다
뭐..뭐야?
"아~ 정말! 그게 아니라니까요..그럼 안돼죠.."
"야..아니긴 뭐가 아니야 3반 5반 7반 연극하고 1반 2반 춤이고 나머지반은 노래니까.. 그렇게 모아서 하지"
"아니죠.. 섞어서 봐야지 새롭고 재미있죠!!"
"야!! 정신없어 그냥 모아서 해!"
우린..오늘도 싸운다
어쩌다 보니 나도 같이 껴서 일하게 되었다
왠 우리? 그냥, 은지원이랑 나.
"휴우..힘빠져..."
지금은 그 은지원이 있는 공간을 나와서 잠시 솔밭에서 쉬는 중이다
우리학교는 유원지야 유원지... 절벽위라 땅값이 싼가? 잘도 만들었다니까..
"하긴...그렇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말하니까 그렇지.. 싸우는것도 힘이 있어야 하겠더라.."
"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면 뭐해? 지는 이것 저것 들여다 보면서 여유 만만인데.."
"지원이 형이 널 좋아하긴 하나봐.."
맴맴맴맴
매미소리에 정신이 없어서 뭘 잘못 들었나..
"뭐?!"
"널 좋아하나 보다구..우리가 너처럼 대들었다간.. 하긴 대들 용기도 없지만..이미 가루가 되었을꺼야.."
"흥..독재자 같으니 지가 무슨 각하야?"
"그래도..잘 하니까..뭐라 할말이 없잖아.."
"근데 가금씩 안 맞을 때가 있잖냐.."
"그게 다..지원이형 스타일인걸 뭐.."
"쳇..스타일은..."
"휴..이제 다시 가야지? 용감소년 강성훈!!"
"그래! 으챠!! 내가 그 인간성을 뜯어고치고야 말리라!!"
"아~ 정말..능소화뜨락이 좋죠.. 누가 앉아서 먹을려고 하지 서서 먹어요~"
"안돼~ 거기는 꽃 망가져!! 능소화가 얼마나 예민한데.."
"형이 무슨 그꽃 오빠에요?"
"그래 왜!!"
우린 아니 은지원과 나는 심심해서 싸우고 재미로 싸우고 그냥 싸운다
이러다 미운정 드는거 아냐?
"짜잔~ 여러분~"
"어? 지용이형!! 됐어요?"
"응~ 짠~"
지용이형이 진선여고와의 협의서를 흔든다
"우와~ 여자구경좀 하겠구나~"
수원이가 제일 좋아한다 흠..녀석..
"합창단이야?"
은지원이 와서 묻는다..
"응,"
"하긴 진선여고 합창단이 꽤 유명하지.. 그럼 찬조는 됐구.."
"무대장치도 다 섭외했어.. 이제 리허설만 준비하면 돼 성훈아 너네 반은 뭐하냐?"
"예? 저희반이요?.. 노래부른 다던데...합창.."
내가 솔로부분이 있다지만..뭐 혼자 다부르는건 아니니까..
"그래? 조오타~"
"우와~ 성훈이가 부르는 노래 들을수 있는거야?"
"응"
"휴..힘들군 힘들어.."
은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리로 가서 하던일을 계속 한다
"자자~최종연습 시작 합니다"
강당 담당은 은지원이다 지용이형은 전시관 쪽이랬다
야외는 재진이형이랑 수원이고 재덕이형은 지용이형 쪽이고..
나는 그냥 비공식 강당책임2 다 나랑 은지원이랑 투닥이는게 재밌다고 조편성 할 때 재진이형이 이렇게 해놓았
다
그런데 지금은 나랑 싸울 시간도 없다..
"안녕하세요 제 55회 주원고등학교 청풍제를 시작하겠습니다 .. 저는 사회를 맡은 김형민입니다 "
"야야!! 김형민! 너 그정도 밖에 못하냐?!!"
"어?.."
"잘 봐.. 시선을 앞으로 똑똑히 향하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제 55회 주원고등학교 청풍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김 형 민입니다"
은지원의 곧은 눈빛과 강당을 울리는 목소리에 다들 시선이 모인다
강당은 일순 조용해졌다..
"역시 ..지원선배님이야.."
"정말..멋져..내가 저 눈빛에 반했다니까.."
다들..미쳤나봐.. 좀 저놈이 멋있고 한 카리스마틱 해 보이지만..
"이렇게해봐 넌 우리학교의 얼굴이잖냐 응?"
웃으면서 팡팡 사회자의 등을 때린다
하긴 믿음직 스러워 보이기도 하지.. 후~ 은지원 정말..이상한 인간이야..
"은지원! 우리 차례가 왜 점심시간 바로 다음이야?"
진선여고애들이 진행순서를 가지고 따진다..
당연히 너네가 그시간이지... 사람들도 다 밥먹으러가고 나갔다 들어왔다 정신없는 시간.. 아님 우리 축제에 우
리가 피보냐?
"제일 안좋은 타임이잖아!"
앵앵거거리는 소리에 다들 시끄러워서 쳐다보는데 은지원은 한쪽 눈섭을 지푸리고 -그래서?- 라는 눈빛으로 멀
둥 쳐다보다
아무말없이 다른 쪽으로 간다
으이구...썰렁한 인간...
그때
"어? 수연이 아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지용이형이다
그 진선여고 대표쯤 되 보이는 애가 옳다구나 하고 마구 쏘아댄다
"음~ 차례말이야? 그거 우리도 신경 많이썼어..어느때가 진선여고 합창단의 위력을 제일 잘 보여줄수 있을까..
하고
보니까..제일 소란스러운 시간이 최상이었어 너네가 바로 그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니까.. 왜..마음에 안들어?"
우..와...저 여우같던 계집애가 순한 양이 됐다 .. 얼굴까지 붉히며..아니.라고
지용이형이 살짝 웃어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니까.. 역시... 지용이형은 대단해..
"자! 1학년 8반.. 시작해!"
이런...아직....
애들이 단 위에 올라서긴 했는데... 내가 아직 노래를 못 외웠다구!!
애들은 어느정도 연습을 한 것 같은데.. 으윽 ..내 차례!!
"어..어~음~"
"뭐야!! 너네 연습 안했어? 뭐 이래? 반장 누구야! 어떻게 된거야 도대체!! 정신이 있는 놈들이야 없는 놈들이
야?
응? 내일모래가 공연인데! 빨리 반장 앞으로 나와!"
은지원이 소리지르자 다들..쫄았다..
"저..선배....."
"강성훈, 니가 반장이야?"
저..차가운 눈빛..후웁
"아니요.. 저기..선배 제가 연습을 안했어요"
"뭐?"
사오정이야? 왜 한번에 못들어?
"제가 부를 부분이에요 솔로로...그런데 제가 연습을 안했어요"
"뭐야?... 너 이렇게 책임 없는 놈이었어?"
뭐? 니가 연습할 시간을 줬냐?
이거 타이핑해라 저거 교정해라 다못하면 집에가서해와! 난 거의 매일이 초죽음이었다구
"솔직히..할 시간이 없었잖아요.."
내가 대들기 시작하자 모두들 숨죽인다
"그런건 니가 알아서 해야지. .. 다들 일도 바쁜데.. 니 시간까지 따로 만들어줘야해?"
"그래도 어느 정도 배려가 있어야죠!"
"니가 말했어? 우리한테 너 특별히 연습할게 있다고 말했냐고.. 우리가 일부러 못하게 했어? 어디서 핑계야 핑
계가!!
넌 니일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해? 너같은놈 필요없어! 나가!"
"나가드리면 될거아냐~!"
쾅!
지가 그렇게 잘났어?
기껏해야 한 살밖에 안 많은게.. 말도 왜다 명령조야?
강당문을 씩씩거리면서 나서는데 누가 뒤에서 붙잡는다
"성훈아"
"왜?"
신경질적으로 돌아보는데 지용이형이다
"화내지마..지원이말..맘에 담아두지말아 ..지원이가 원래 조금 일할때는 완벽주의자라 그래.."
"그래도..정말..너무하잖아요"
사실..눈물이 쪼끔 날 뻔 했다
그래도 날 조금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공개적으로 완전히 병신됐어..
"그래..그래..지원이도 피곤해서 그럴꺼야.. 벌써 3일은 밤샜을텐데...."
"뭐하느라구요?..."
오락?
"응? 원래..나보다 더 일이 많은애야.. 나는 거의 확정짓는일이 대부분이고
지원이가 그렇게 되기까지 토대를 쌓고 내용을 만들고.. 제일 일이 많아.."
흥....
"참, 노래 뭐부르니?"
"예? 소중한 너 요.. 조규찬 부분을 애들이 하고.. 박선주 부분이 저에요..."
"음~ 좋은노래 부르는 구나? 가사 있어?"
"예..왜요?..."
"그럼 저기로 가자"
지용이 형은 나를 끌고 느티울로 갔다
"내가 친구들이 부를 부분을 부를테니까 연습해.."
"형..."
"시작한다..
너무나 투명한 너의 하얀미소를 난 항상 느꼈어 너의 하얀 뺨에 눈물 흐를때면 나는 네게 사랑을 주고싶었어
너의 모습 그릴때마다 넌 항상 내게 웃음 주었지"
지용이형의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않은 목소리가 약간 떨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웃음이 나왔다 ... 형 파트가 끝나간다
형이 너무 진지하게 부르니까 웃을 수도 없다
" 내마음 널 사랑하고 싶은거야 나의 마음 너에게만 주고 싶어
소중한 널 잊을 수는 없을꺼야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 너만을 그릴께 내 사랑아"
노래 부르는동안 날 바라보는 형의 눈빛이 뜻하게 느껴졌다
형은..정말 좋은 사람이야
"와아~ 성훈아 너 정말 노래 잘 부른다~"
"예? 뭘요..형도 잘 부르는 걸요.."
"아냐아냐 난 노래방 수준인데.. 우와~ 넌 솔로로 뽑힌 이유가 있구나!"
"헤헤헷 뭘요~.."
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노래 참 좋다....너랑 부르니까..더 그래.."
음...음?
"형?.."
"응?.. 못들었어? 너랑 불러서 좋다구.."
"아..아..."
지용이 형의 갈색눈이 웃고 있다
아..무슨말을...해야..
"강성훈!!"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어? 어어?"
"은지원선배님이 너 빨리 오래!"
"뭐?....."
은지원이란 말을 듣자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은지원의 그 음산한 웃음소리-적어도 나한텐..-가 서라운드로 들
리는 것 같다
"알았어...."
힘없이 일어나 나는 강당으로 향했다
은지원은 여전히 일하느시라고 바쁘다
제길, 내가 1살만 많았어도..
"선배님"
아무말도 없다 나쁜놈....씹을 꺼면 뭐하러 날 불러?
슬슬 열 받기 시작하는데 그인간이 입을 열었다
"너만 연습하면 돼?"
"예?"
뭐라는 거야?
여전히 시선은 노트를 향하면서 다시 말했다
"너만 연습하면 돼냐고.. 너네반 애들이랑은 안 맞추어 봐도 돼?"
"예?.. 맞추면..좋죠.."
"자."
뭔가 은색 물체를 던졌다
저거 칼날 아냐?
"어엇"
받아보니..열쇠?
"선배....?"
"음악실 열쇠다 6시 까지야 그이상은 못봐줘 빨리 가"
은지원...? 너 이런애 아니잖아..
"어디 아퍼요?"
내말을 씹고 그냥 다른곳으로 이동하는 걸 보니... 멀쩡한데...?
"야! 너 시간 많아? "
"예! 다녀오겠습니다~"
그새 인간이 되었나보다..
연습을 성황리에 마치고 음악실을 나오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오늘은 아마 철야라고 재덕이 형이 그랬던 것 같은데.. 빨리 가야지~
강당안으로 들어가니 이제 무대는 거의 모습을 갖추었고.. 의자를 놓을 때 바닥이 긁히면 안돼기 때문에 긴 고
무장판을 놓고 있다
저거 디게 무겁던데....
아! 저?
다
은지원은 1학년 두명과 그걸 까는 중이다
힘든가 보다 땀이 조명에 반짝이는게..
"도와드릴까요?"
내 목소리에 돌아보는 얼굴
"됐어~"
"도와드릴께요~"
"됐어 됐어 다했어"
"도와드린다니까요!"
내가 왜 도와준다고 열 내냐.. 뭐가 이쁘다구....
"하아..그렇게 도와주고 싶으면.. 저기 게이트 풍선 장식이나 도와줘"
문쪽을 보니 수원이가 아치형 풍선문을 만드는 중이다
"수원아~"
"어? 성훈이? 너 노래연습 안해?"
"어~ 다했어"
"지원선배가 너 일시키지 말랬는데.. 내일 노래한다고..."
"노래를 목으로하지 팔뚝으로 하냐~ 괜찮아.. 그리고 시켜서 온걸 뭐.."
"어? 지금 다하고..저기 제일 놓은데 한 개만 하면 돼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끼워 넣으니까.."
"근데 다 하양하고 파랑만 한거야?"
"응.. 이쁘지?"
"응..근데 뭐 이렇게 들쑥 날쑥해?"
"몰라 재진이형이 이래야 예술이라고 다 이렇게 불어놓고 도망갔어"
"하핫 정말? 어? 내가할래~"
"그래 마지막은 니가 끼워 넣어라 다 차곡차곡 연결 돼있는거니까 조심!! 의자에서 떨어지지 말고"
"네~"
하고 올라섰는데
미끌!
떨어진다아~ 안돼애!!!!
하면서 풍선아치를 잡아 보지만
쿵!!
"아얏!!"
엉덩이가 아퍼서 정신없는데 머리위로 풍선이 우수수 덜어진다
통통
하얀풍선 몇 개가 머리에 맞고 떨어졌다
"와하하하하"
"장수원~ 웃지마!!"
다들 날 보고 웃는데......
은지원은 손뼉까지 치면서 제일 애처럼 웃는다
흠~ 맨날 떨어져 봐? ...^^*
청풍제 하루전 지원의 집
"시원~하다 너두 줄까?"
물을 따라마시며 지용이가 말했다
내일 일직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한집에서 자기로 했다
"됐어....난 잠이나 잘래.. 피곤해"
지원은 침대에 누운다
"나 오늘 성훈이한테 말했다"
"뭐..얼?"
거의 반쯤 꿈나라에 간 목소리로 지원이 힘겹게 물었다
"좋아한다고"
벌떡
"뭐?!"
"아 깜짝야..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잔다며..마저 자..."
지용이 실실 웃는다
"다시말해봐 뭐가 어쩌고 저째?"
"성훈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뭐? 뭐? 확실히?"
"음~ 뭐 거의...한거나 다름없어..노래부르면서..."
"노래?"
지원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응 아까 니가 화내고 나갔을 때..나랑 노래연습 잠깐 했어 한번..그때에.."
"뭐?"
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뭐..니가 도와줬다면 도와줬지"
"아아...."
지원은 옆으로 푹 쓰러져 버린다
"그래서..성훈이는 뭐래?"
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지원이 물었다
"성훈이 앞에서도 그렇게 이름좀 불러봐~ 야! 너! 이자식! 이런거 말고..."
"응..........뭐래?"
지원... 어울리지 않게 보챈다
"이야~ 성훈이 노래 잘하더라.... 목소리도 얼굴만큼 정말 이쁘고... 정말 사랑스런애야... 그리고 귀엽잖아"
"응..맞어..앙앙대는게 귀여워.... 뭐래?"
지원 다시 묻는다
"잘해주면 금방 따르던데..니가 좀 잘좀해..
맨날 싸우지만 말고..아직 애니까 부드럽게 대해줘.."
"알았어..."
"성훈이가 뭐랬냐면!"
"응.."
지원..포기한 듯 눈을 감는다
"니가 불러가서 아무말도 안했어 하하핫"
"정말?"
지원이 눈을 번쩍 뜨며 다시 고쳐앉는다
"응"
"후......"
십년 감수 했다는 듯이 가슴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곤 자리에 편안히 눕는다
"그래..그래야지..."
"야..너 솔직히 말해봐..."
"응............"
지원 베게에 얼굴을 묻는다
"너 성훈이 좋아하지?"
"..............."
아무말도 없고..쌕쌕 숨쉬는 소리만.. 이미 지원은 안심하고 꿈나라 기차를 탔나보다
"히유~ 이러니..내가 나서야지.... 자자!"
지용도 지원 곁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었다
"그래..임마...."
지용의 숨소리 사이로 지원이 대답했다
A.M. 6:30 학교
"다들 모였지?"
지용이의 말에 모두들 대답한다
"예~"
"다들 아다시피 축제는 10시부터 시작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어제 다 하지 못한 마무리를 하고
우리학교의 명예를 걸고 최종 점검을 하는거다.. 일단 강당이 의자가 반쯤 덜 놓였으니까 그것부터 하고
각자 맡은 곳으로 흩어지자"
지용이가 앞에서 말을 하는데 코앞에서 흔들거리는 옅은 갈색머리 때문에 자꾸 정신이 흩어진다
은지원! 오늘은 중요한 날이야 오늘만이라도 제정신으로 있자!
그동안...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그 비오던날 아침 저녀석을 만난 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하는 곳까지 같이 배정이 되어서 늘 하던일도 두세번 더 봐야 이해가 되고...
물론 안보이면 배는 더 불안하지만.. 강당일을 다 못 끝낸것도 다 내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였다
"그럼 .지원아 그거.."
"어?어..."
정신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섰다
"이건 이렇게 목에 걸면 돼 축제 관리위원이라는 걸 알리는거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잘 걸고 다녀"
카드가 줄에 달려있는 형태인 패스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성훈이 앞에까지 왔는데 없다, 이런 젠장...나를 안 세
고 만들었나?
"선배님 제꺼는요?"
내 앞에서 큰 눈을 말똥말똥 뜨고 물어보는 녀석에게 또다시 정신이 나가며 난 이렇게 말해버렸다
"네건 없어, 넌 어디가지말고 내 옆에만 붙어있어"
뭐라고 한거냐 은지원...
내 앞의 기가 찬다는 표정의 녀석..진짜 귀엽다
우리가 또 싸울걸 알기에 다들.. 돌아서서 의자를 나르기 시작했다
"일해. 뭘봐?"
또 말해버린 나...
씩씩대며 걸어가는 성훈이의 뒷 머리가 폴폴 걸음에 맞추어 흔들린다
화풀이를 하는 듯 의자 두 개를 한거번에 든다
낑낑 대면서 걸어가는데..쿠쿡 성훈이가 의자를 든건지..의자가 성훈이를 끌고 가는지..분간이 안간다
윽... 바로 이런게 문제야.. 일하자! 일!!
"저기~ 여기..."
누가 강당문을 배곰히 열고 들어오는데 어, 허영란이다
"어? 은지원. 여기 있었구나"
"어.."
"우리 애들쪽 도우미 데리고 왔어"
"응 고마워 재덕이한테 가봐 알아서 배치 해줄꺼야"
"야...오랜만에 사촌이 왔는데 그게 다냐?"
"어"
"영란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지용아! 역시..은지원! 배워라, 배워"
영란의 말을 흘려들으며 성훈이를 보는데 뭐가 동감인지 머리를 끄덕끄덕하고 있다
그것도 참...귀엽다
"어.."
"뭐가 어야?"
영란이는 날 기가막힌 다는 듯 쳐다보다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저 애 좋아하지? "
성훈이를 보면서 가리킨다
식은땀이 주르르 난다
"어?"
"너 요즘에 밥먹다 멍한거..다 저애때문이지?"
아무렇지않게 내가 성훈이를 좋아한다는 것에 적응하는 이 앞의 여자애한테 또 식은땀이 난다
"어? 어? 보이냐?.."
"그래~ 아주 똑똑히 보인다"
"뭐? 진짜?"
큰일이다..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을까?
"약점 잡았다~ 약점 잡았다 내눈에만 보여~ 내가 너 하루이틀 보냐? 너 그때도 그랬었잖아 언제였더라..7살? 8
살?"
"어?.."
당연하지...
"암튼! 잘해보게 제군! 신난다아~"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영란을 보며 .. 난 왠지모를 오한을 느꼈다
의자가 강당 가득 놓였다
불빛을 받고 반짝이는 의자를 보니.. 내 마음이 다 뿌듯했다
밖에서 서서히 여름햇살이 비쳐오고 있다
은지원은 영란인가 하는 여자애랑 괘 오랫동안 말하고 있다
은지원으로 치자면 아주 길게..
"수원아, 누구야?"
"어? 저 여자애?"
"응."
"진선여고 회장인가 부회장인가 하구.. 합창단 단장이야.. 노래 엄청 잘해..관심있냐? 이쁘지 응?"
수원이가 말하는데..합창단이라구? 흐응..
"뭐? 진짜?"
둘이서 귓속말을 하다가 은지원이 놀라기 까지 한다..
사귀는건가? 에잉 내가 무슨상관.. 암튼 계란인지 영란인지..괴물인 것 같다
저 은지원을 놀래키다니... 뭐가 저렇게 재미있는지 영란이는 막 웃는다
은지원은 약간 경직상태 .... 뭘까?..조금 궁금하다
"성훈아, 목 안풀어?"
"예?"
지용이 형이다
"노래 부를꺼잖아 목을 가다듬어야지 마이크 테스트 할겸, 노래 한곡해봐 야아~ 성훈이 노래부른댄다!!"
"휘이익! 정말! "
"오호~ 신난다"
은지원과 허영란도 이쪽을 돌아본다
합창부라고? 흥.
무대위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며"
"오빠! 오빠!"
수원이랑 재진이형이 장난친다
"좋은 노래 커플을 부르겠습니다"
"와아~"
"예전보다 지금네가 더욱 괜찮을 꺼야 허전했던 나의 빈곳을 네가 채워 줬으니"
재진이 형이 따라부른다
은지원쪽을 보니 허영란과 뭐라 말하는 중이다
입모양을 보니..
-너.. 이쁘.. 저러니.. 내가.. 터지지..- (너무 이쁘지? 후..저러니 내가 속이 터지지)
이렇게 밖에 못 알아들었다
그래 니눈엔 그 계란이 이뻐보이는 가보구나
잘 놀아라 까만계란 하얀계란 흥
"오~럽~"
"오오 러업"
재덕이 형이 코러스까지 넣어주는데 한 두명 나간다 은지원이 지용이형에게 뭐라 속삭이자 지용이형도 웃으면서
나갔다
남은건 계란이랑 은지원
뭐야?
"너를 사랑해~ 이젠 모든 시간들은 나와 함꼐해~"
둘이서 나란히 서 있는걸 보고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모션가지 취해가며 노래를 불렀다 왜? 그냥.
은지원은 빤히 쳐다보고 혀영란은 그런 은지원을 보고 막 웃더니 "힘내!!" 하고는 나간다 애인 응원해 주는게
겨우 그거냐?
나같으면은 뽀뽀도 해줬겠다 쳇.
노래를 끝내면서 내려오는데 은지원이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손끝도 못 움직일정도로 쳐다보고 있다
"왜 쳐다봐요?"
표정하나 안 변하고 내뱉는 그 말,
"이뻐서"
뭐? 대패가져와... 근데..기분이 좋다 헤헷
은지원을 지나쳐가서 의자 줄을 맞추는데 뒤에서 말을 한다
"너 이따 노래 안부르면 안돼냐?"
"왜요?"
"안돼?"
"당연히 안돼죠~"
내가 거의 주인공인데... 한숨까지 쉬더니 안절부절 못하면서 말한다
"휴...그럼 키큰 놈 뒤에 숨어서 불러라 너네 반에 지용이만한애 없냐?"
"왜요~?"
"암튼 내 손에 피뭏히는거 보기 싫으면..알아서해."
"네?"
"자아~ 이제 다 됐나? 문열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큰 문을 낑낑대면서 열자 아침햇살이 한가득 강당안으로 들어왔다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챙챙 챙챙 채채챙챙 챙챙
귀를 경쾌하게 울리는 꽹가리 소리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교문에서부터 전통문화부의 사물놀이가 길트기를 시작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시작이다
"야..너 왜 여기있냐?"
"재진이형 바쁘죠? 도와드릴까요?"
"아니..난 적어도 은지원한테 죽고싶지는 않아"
"네?"
"강당은 안돕고 왜 여기있어? 곧 공연 시작일텐데.."
"아..제가 없어도 잘하더라구요.."
흥, 지금도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물론 강당안에 있었다
은지원 말대로 은지원 옆에 딱 붙어서..
어디나가면 나는 그 패스역활을 하는 명찰이 없기 때문에 다시 무대뒤로 들어올수가 없다
그래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도우미라고 온 열댓명의 진선여고 애들이..은지원한테 우루루 가더니
-오빠 안녕하세요 뽀또에요 이거 드세요-
-힘드시겠다 이거라도 드세요..-
하면서 누가 밥못먹었을까봐 .. 은지원한테 복숭아며 과자며 음료수 그런걸 잔뜩 내밀었다
은지원은 아무말없이 있다가 나를 스윽 보더니 주섬주섬 다 받는거다.
그런거 자랑하고 싶어서 나보고 있으라고 한거아냐?..
암튼 이것 저것 꼴 비기도 싫고..해서 나왔다
"저..안녕? 너 포스터 찍었지?"
우리학교랑 아닌 애들 몇 명이 쭈삣쭈삣 다가온다
"어?..어..."
하면서 웃었더니 같이 웃는다
"와 너..남자애 맞어? 우리랑 뭐 먹을래? 너 디게 말랐다.."
갈까?..아침도 서두르냐고 못 먹었는데...
"어...."
"가긴 어딜가?"
"어?"
은지원이다
언제 내뒤에 기척도 없이...
"선배님..."
"후...."
은지원이 한손으로 머리를 쓰윽 쓸어넘기며 앞을 쫘악 노려보니까 앞의 애들이 순식간에 샤샤샥 사라졌다
어벙찌게 서있는데 내 쪽으로 돌아선다
"자"
우루루루루
뭔가를 나에게 쏟길래 받았더니 아까본 먹을것들이다
"너 좀 먹일려고 기껀 받아놨더니 어디로 사라지냐? 쪼끄매서 찾기도 얼마나 힘든데.."
"내가 뭐가 조끄매요오~"
은지원은 날 보고 피식 웃는다
"빨리 들어가자...... 옷이 이게 뭐야?"
앞장서서 걷다가 심히 맘에 안든다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이따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의상..뭐 별 것 아니고
흰티에 흰바지를 입었을뿐인데.......
축제 날이라도 사복을 입으면 안 된다는 건가?
쪼잔하기는~
"포대기로 씌워서 다닐수도 없고.."
누구? 날?
멀어져가는 사물놀이 소리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정신없이 만든다
은지원은 날 한참을 노려보다가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는 날 끌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슬슬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여기서 나오지마"
"예에?"
은지원은 무대 옆 방송실 문을 열면서 날 집어 넣었다
"왜요오~!"
"나오지 말라면 나오지마"
무서운척은...조금 쫄았다
"에이~ 자알됐다 방송반이 일은 다할테고..."
벌컥
"야! 3번 마이크 켜!"
은지원이 문을 열고 말하고 다시 닫는다
내가 3번 마이크가 뭔지 알아?
"선배! 방송반이요!"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은지원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더니 날 다시 방송실 안으로 넣는다
"방송반은 시청각실에서 방송제하지 여기 왜 있냐? 니가 오늘의 방송 담당이야"
"예에?"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내가 어떻게~~~~~~~~
"누구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요?"
"응 거긴 너와 나 이외의 사람은 못들어가"
"왜요오~~~~~~"
"휴..."
은지원은 한숨을 쉬면서 날 또 한번 훑어본다
"생각해봐"
"예?"
"잘해"
"방법요~~~~~"
"나도 몰라"
다시 문을 닫고 나가는 은지원
뭐야?
의자에 앉으니 이것저것 번호가 쓰인 스위치가 있다
3이라고 쓰인 스위치를 올렸다
음..안 쫓아오는 걸보니...제대로 했군......
쌓여있는 테이프...후...이따 쓸 것들인가?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고 차례대로 늘어놓고 있다
난 ........천재였나보다
밖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나는 전혀 방음장치도 안된 후진 방송실에서 땀 뻘뻘흘려가며
유리창으로 보이는 은지원의 손가락만 보고 문에서 스위치사이를 뛰어다니고 테이프를 제때에 넣고 틀고 ,끄고
있다
창밖의 은지원을 보니 역시 더운지 하얀 셔츠의 윗단추를 몇 개를 풀은채로 뛰어 다니고 있다
"힘들겠다...."
아닛 ...난 정말 착한가보다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무대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스포츠머리를 자꾸 쓸어넘긴다
버릇인가?
갑자기 이쪽을 쳐다본다
"앗!!"
그냥 무의식적으로 씨익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맞다 놀랄 필요가 없지 유리창은 매직미러니까...
하지만.. 마치 그 거울을 통해 내가 보인다는 듯이 날 보는 그 시선에서 눈을 돌리기 힘들었다
한참을 둘이 눈싸움을 하듯이 보다가 은지원이 고개를 돌렸다
"휴우...."
보이지도 않는데..이게 무슨 짓이냐.... 요즘의 난 가끔씩 이상하다
한참을 또 정신없게 좁은 방송실안을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우리반 차례가 왔다
"소중한 널 잊을수는 없을꺼야~~"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습하다 창문을 보니 지용이형이 와 있다
배가 많이 고픈걸로 보니..한 6시 된 것 같고... 전시장은 끝난 것 같다
은지원이랑 서로 주먹장난을 치며 논다
뭐라고 뭐라고 둘이서 떠들다가 은지원이 내 쪽을 가리켰더니 지용이형이 이리로 온다
"성훈아~"
"형 잘 하셨어요?"
"응~ 너는 좋았겠다 여기서.....지원이 자식 말야 나나 편하게 해주지 말야"
"뭐가 좋아요?"
"은지원 봐라 여태 한번 앉지도 못하고 앉는게 뭐야? 서있지도 못하고 계속 뛰어다니잖아..
나도 그렇고..애들도 말야..응? 편애도 유분수가 있지 말야"
"헤에~"
"사실은 너 보여주기 싫어서야"
형이 손을 입으로 가리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수원이가 했던말을 재진이 형이 했던말을 지용이형이한다
모두들..무슨생각이지?
"치...거짓말..."
"아냐~ 물어봐 하긴 저놈이 대답도 퍽 해줄겠다.."
"아마..이러겠죠...... 됐어"
"됐어"
지용이형과 내가 똑같이 은지원 흉내를 내고는 막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하핫 하하하핫"
벌컥
"어? 지원아?"
"야! 여기 이거나 먹고 불러라"
빵이다
아니..이 귀한 음식을..
우리는 지금 아침에 이어 점심도 굶은 상태이기 때문에 거의 기아상태다...
"고마워요"
은지원은 그말에 잠시 놀라더니
"됐어"
그러곤 나간다
"하하하하하"
"똑같아 똑같아"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당연히 별로 떨리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무대나가기전 대기상태에 있으니까 좀 떨린다...
게다가..이인간들이 나한테는 하얀색으로 맞춰입자고 해놓고는 다들 까만색으로 맞춰 입고 온거다..
날 돋보이기 위해서라나.. 거기다 촛불까지 들리는데...
"야! 찬송가 부르냐? 이걸 왜해~"
"다~ 니 미모를 빛내기 위해서야 이쁜 니가 참어"
참으로 싸이코반이라 하지 아니할 수 가 없다
너네 이제 은지원한테 주우겄다~~ 내가 왜 이런말을? ^^;
"야..준비다했어?"
은지원이 내게 와서 묻는다
"예?..예....."
은지원은 반전체를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덕분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내 손목을 한번 꽈악 잡아주며
"잘해"
하고는 일하러 간다
손목을 잡았던 손의 느낌이 심장으로 흘러 온몸으로 퍼지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다음은 1학년 10반입니다 노래를 준비했답니다 "
무대에 올라서니...
무대 앞자리에 어떻게 얻었는지 지용이형이 웃으며 앉아있고 저쪽 뒤에 은지원이 서있다
날 독바로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며 정면을 바라 보았다
강당안의 불이 꺼지고 우리들이 든 촛불많이 반짝이는 빛을 낸다
"너무나 투명한 너의 하얀 미소를 난 항상 느꼈지"
연습을 많이들 했구나.... 듣기가 좋다.
"~사랑을 주고 싶었어 너의 향기 그릴 때 마다 넌 항상 내게 웃음을 주었지"
후~ 내차례
"내 마음도 사랑하고 싶은거야 나의 마음 너에게만 주고싶어"
내 목소리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음을 만들고 있다
내가 보이는건 내 눈앞의 반짝이는 촛불뿐....
"소중한널 잊을수는 없을거야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 너만을 그릴께 "
눈을 들어 보이는 건...
"내 사랑아"
은지원............
"우와~강성훈 대단하던데?"
무대에서 내려오니 수원이가 반긴다
"대단은 무슨~"
수원이를 장난스럽게 치며 내눈은 주변을 훑는다
누굴 찾는 거지?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찾는 내 눈길이 어느 한곳에서 머문다
은지원...
그 역시 이 쪽을 보고 있다
거의 강당 끝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데 이 넓은 공간에 마치 그와 나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성훈아.."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지용이형."
웃음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
"저, 잘했어요? 어땠어요?"
내가 생글생글 웃자 지용이형도 따라 웃는다
"어..굉장했어 너 정말...이런말 하기 민망스럽지만 이쁘더라... 은씨가문의 누가 고생 좀 하게 생겼어"
"네?.."
"음~ 안그렇습니까 여러분? 자고로 미인을 얻기는 어려운 법"
"네에~"
다들 거의 12시간을 풀로 뛰었으면서....힘이 남아도는지 웃어가며 큰소리로 대답한다
"뭐하냐? 일이나 도와"
은지원이 어느새 다가와 말한다
"어? 우리도 이젠 못믿겠다는 거야?"
"우리까지 경계를 하네~"
"무서워서 살겠나.."
"하하하하하하하핫"
다들 즐겁게 떠든다 아마 은지원을 놀리는 듯 싶은데.. 주제는 모르겠지만 난 이래서 이사람들이 좋다
힘들어도 항상 활기차고 신나는 사람들...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눔들이~~~"
은지원이 때리는 시늉을 하니까 모두들 도망간다
"하핫 난 다 정리하고 다시 올게~"
"나도~"
모두들 다시 일하러 나가고 장기자랑에 참여한 어느반의 노랫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후..이제 나도 마저 일하러 들어가야지...
은지원을 지나쳐 방송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은지원의 손이 내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말했다
"잘했어"
기분이 좋다 정말 내가 잘했나보다 하핫
"제 55회 주원고등학교 청풍제를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테잎을 재생기에 넣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사람들이 강당을 빠져나간다
힘이 빠진다...끝났구나...후..... 하루종일 긴장해있었더니..이제 배가 고프군...
의자에 널부러져 있는데 은지원이 들어온다
달칵
힘없이 걸어들어오는걸 보니... 저 인간도 인간은 인간이군.. 많이 지쳐보인다
착한 내가 일어나야겠지?
"앉으세요.."
자리를 내어주는데 고개를 흔든다
"아냐..앉아.."
"앉아요 힘들었잖아요.."
은지원은 창문 밖을 멍하니 보고 있다
하긴 거의 자기가 만든거나 다름없으니.. 제일 맘이 허전하겠지..
"허전해요?"
"응? .....아니..."
고갯짓을 하면서 날 보고 웃는다
"재밌었어"
"앉아요.."
의자를 보다가 날 보더니 의자에 와 앉는다
말할것도 없고 그래서 멍하니 무대를 쳐다보는데 은지원이 날 잡아 당긴다
"앉어"
자기의 무릎을 가리키며 말한다
뭐?
"네?"
"힘들잖아 여기 앉어"
뭐야 다 큰 나한테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내가..무슨 .... 하지만 서있기 힘들어서 앉는다
난 뭐냐?
이 인간은 또 뭐냐?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등에 기대온다
예상 외로 편하긴 한데...내가 무슨 자기 애인인가?
에잇 가슴은 왜 또 왜 뛰어?
"너..."
"네?"
"좋아하는 사람있어?"
"예?"
무슨 마음으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빈 강당에 조용한 음악만이 흐른다).. 왜 그런걸 물어보는거
지?
"아니다..있어도 상관없어.."
왠일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지..?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답답하다
긴손가락이 허리를 자극한다
"후...뭐 재밌는 얘기좀 해봐"
뭐? 재밌는 얘기? 넌 이상태에세 뭔 생각 이 나냐?
재밌는 얘기라..
"제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 해도 돼요?"
이런 허락을 받는 나도 참..웃긴다
한참을 대답이 없더니 고개를 끄덕이는게 느껴진다
"제가 어릴적에....
..............................
.............................. "
그 비오던날 얘기를 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따뜻한 느낌의 그 아이이야기를....
"전 아직도 그 애를 좋아해요.아직 누구를 심각해게 사랑한다거나 좋아한 적은 없지만..그 애라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마치는데...등뒤에서 쿡쿡 거리고 웃는다
왜 웃는거야?
"아직도 그 꼬맹이일 적 아이를 기억한다구? 좋아하고?"
"네. 그럼 안돼요?"
나름대로 소중한 기억이라 은지원의 말투에 화가 났다
"아니아니...아냐.."
은지원은 뭐가 웃긴지 날 안은 팔에 더 힘을 주며 내 등에 기대 계속 웃는다
"선배 나. 화내요"
"아..미안 미안 음..... 지금 그 애를 만나면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네"
난 삐져서 퉁명 스럽게 말했다
"고맙다..."
"뭐가요?"
"아냐...아냐..."
은지원은 뭐가 기분이 좋은지 자꾸 웃는다
달칵
"성훈아~ 강당청소하자~"
수원이..
"어? 우와~ 지용이형~ 다들 빨리 모여봐"
수원이가 날 보고 모두를 부른다
앗! 맞다 내가 지금!!
"오잉? 은지원~ 니가 이런 밀실을 택한 이유가~"
지용이형이 눈을 작게 만들며 말한다
"아냐~ 아냐"
난 손사래를 치며 일어나려고 하지만 은지원이 연신 꼭 잡고 놔 주질 않는다
"아! 놔요~~!"
소리를 지르지만 은지원은 뒤에서 웃느냐고 정신이 없다
"아핫핫핫핫핫"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두들 웃는다
모두 밉다 힝...
의자를 다 접어서 창고로 치우고 지금은 이 거대한 강당 바닥을 역시 거대한 마포걸레로 닦는 중이다
"아싸~ 준비~ 땅!"
"우와아아아아아"
수원이형이랑 재진이형이랑 나랑은 바닥닦기 경주를 하고 있다
다다다다다다
바닥을 빠르게 닦으며 강당바닥을 맨발로 질주하는 우리들.. 은지원은 무대위를 닦고 있고 지용이형은 나머지
정리를 하고 있다
재덕이 형은 바깥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러 나갔나보다
"아싸~ 역시 이번에도 나이는 헛먹지 않았다!! 이재진 일드으응~"
재밌는 재진이형의 말에 수원이랑 나는 마구 웃는다
"하하하하하"
"으와~ 우리 다 닦았나바..."
"그런가봐.."
돌아보니 반짝 반짝 바닥이 불빛에 반짝인다
힘들어....배고프다
재진이형이 털썩 바닥에 눕는다
"아~ 난 이제 못움직여~"
"나두~"
"나도요~"
수원이와 나도 바닥에 널부러졌다
배고파...그래도 난 빵이라도 먹었지...
"에구~ 밖은 아무이상 없다~ 나도 힘들다 같이 눕자"
재덕이 형이 들어오더니 우릴 보고 같이 눕는다
천장의 전등빛에 눈이 부시다
"나도 힘들다 배고프지 모두들?"
"응~"
"네~"
지용이형이 다가오며 물었다
"나도....우리 뒷풀이도 하고싶은데 힘들지?"
"네~"
"뭐좀 먹고 편히 하고 싶지?"
"네~"
"그런 의미에서.... 장수원?"
수원이가 특유의 순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알았어요 우리집으로 가자~"
"우와아아아아"
"신난다~"
모두들 힘이 어디서 났는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이야~ 배부르다~"
"아~ 조오타~"
모두들 수원이네 가게에서 배부르게 먹고 놀고 부모님이 오늘 집을 비우신다기에
각자 집으로 가기에도 힘들고 해서 수원이네 집으로 까지 들어와 있다
"여러분 우리 잘했지요?"
지용이형이 쇼파에 기댄채로 모두에게 물었다
"네~ 끝내줬어요"
모두들 잠에 반쯤 잠에 빠진 듯 하다
수원이는 지용이형 옆에서 쇼파에 웅크린채로 재진이형은 옆에 의자에 앉은채로
재덕이형은 어느새 수원이방에 들어가 자는 것 같고.. 깨어 있는 사람은 바닥에 앉은 나와 은지원 뿐 인 듯..
"자~ 그럼 잡시다~"
지용이형도 그말을 끝으로 잠이 든다
모두들 많이 ..힘들었겠지...
"안자냐?"
은지원이 말한다
"선배는요?"
"몰라..잠이 안와..."
문득 집안이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은지원이 일어난다
"어디가요?"
"아이스크림 먹고싶다며?"
어느새 나와 은지원은 어두운 밤거리를 걷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_-;;
이미 열한시가 넘었기 때문에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고 편의점을 찾아서 한참을 걸어가게 되었다
모두 조용히 잠이 든 것 같은 길을 은지원과 조금 떨어져 걷는 느낌은 조금 묘했다
탁탁 탁탁
서로의 발소리만 들으면서 길을 걷는 고요함.. 별 말을 안해도 답답함을 못느끼겠다
서로 때로는 같이 느끼며 때로는 다른 생각을 하며 아무말 없이 걷고 있다
다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9월의 시원한 바람과 흥얼대는 내 작은 노랫소리가 기분좋게
만들었다
"노래 ..좋아하니?"
은지원이 말을 걸었다
"네... 듣는것도 좋아하고..부르는 것도 좋아해요"
"음...목소리가 예뻐"
"네?"
다시 아무말도 없이 걷는다
은지원은 가끔씩 당황스러운 말들을 던진다
음.....아마.....
"어, 저기 가게 문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둘이서 산타바를 사먹으면서 수원이네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은 오는 길보다 조금 가까웠는데 점점 피곤이 몰려왔다
눈이 감기고 다리에 점점 힘이 없다
내가 점점 쳐져서 걷자 조금 앞서 걷던 은지원이 뒤를 돌아본다
"힘들어?"
"네..조금요.."
은지원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한다
"음..우리 가위바위보해서 지는 사람이 업어주기 할까?"
"네?"
은지원의 눈이 반짝인다
"왜? 자신없어?"
"아뇨~ 할꺼에요"
약올리는듯한 은지원의 말에 또 쉽게 말해버렸다
"가위 바위 보!!"
"야호~ 내가 이겼다아~"
은지원은 폴짝거리며 뒤는 날 보며 은은하게 웃더니 등을 댄다
"업혀"
약간 미안하지만~ 내기는 내기!
뒤에 업히니까 예상외로 가비얍게 일어선다
"너 좀 먹어야겠다.."
자기도 힘들텐데 ...
"어디까지 갈꺼에요?"
"응?"
"내려서 또 가위바위 보해야지요"
"왜.. 내가 업어달랠까봐?"
"내기는 내기잖아요"
"걱정마..난 바위만 낼테니까"
은지원의 등에 기대어 낮게 웃는 그 웃음소리와 약간 불규칙적인 심장박동
그리고 가볍게 몸이 흔들리는 발걸음을 느끼다가 난....... 곤히 잠이 들었다
"어우~ 뭐야 우리학교는..."
"죽여라 죽여 무슨 축제 바로 다음이 중간고사냐?"
수원이와 나는 책상에 엎드리며 온갖 푸념을 해 댔다
"어디 까지 배웠지?"
"어~ 수학은 170쪽 이구..국어는..."
"히익~ 나 그만큼 모르는데 전 번에 있던 학교에서 쫌 밖에 안배웠어"
"수학?"
"어.."
"지원이 형한테 배워 지원이형 수학잘해"
"은지원?"
-너 왜 이렇게 침을 흘리면서 자냐?
-내가 뭘요!!
-막 내 등에서 잠꼬대까지 하구 응?
-빨리 나 뭐 맛있는거라도 사줘. 어휴.. 힘들어
-아~ 누가 업어달랬어요?
축제가 끝나던날..은지원의 등에서 잠들어 버린일...평생을 후회할꺼야..에잇
그런데 편하긴 했다..따뜻하고.. 아..잘 모르겠다
"진짜 수학 잘해?"
"어.."
"근데 3학년 올라가는데.. 나 가르쳐줄 시간이 있을까?"
"야..딴 사람도 아니고 넌데..가르쳐 주겠지뭐"
"나? 내가 뭘.."
"알면서 묻긴~"
수원이는 웃으면서 뭘 빌리러 딴반에 간다
알긴 뭘알아..
"그래서..나보고 수학 가르쳐 달라구?"
"네.."
은지원네 교실에 찾아왔는데.. 교실에 있는 사람들이 은지원과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뭐해줄껀데?"
"네?"
"댓가가 뭐냐구.."
"뭘 받고 싶은데요?"
"아무거나 돼?"
"예..뭐 제가 가능한 범위에서.."
"음..알았어 오늘부터 방과후에 학생회실에서 보자"
은지원은 씨익 웃더니 예상 외로 쉽게 승낙을 하고 자기네 반으로 들어갔다
뭔가 찜찜하지만... 별일 있겠어?
청소를 마치고 재빨리 학생회실로 들어가자
은지원이 앉아있는데.. 아마 자기 공부를 하는 듯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
"지원선배"
"어? 왔냐? 여기 앉아"
자기 옆자리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선배 공부 안해도 돼요?"
"나?"
"네.."
"왜? 걱정돼?"
재밌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아뇨 그냥 나중에 내 핑계될까봐 그렇죠 뭐 치.."
입술을 삐죽거리자 내 등을 탁탁 때리며 말한다
"나중에 니가 못하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냐?.."
"나중이요? 무슨 나중이요? "
"가보면 알아, 책펴."
이인간은 인생을 수수께끼 풀 듯 사나보다..
암튼 뭐 난 공부만 잘 배우면 되니까... 뭐 별일 있겠어?
"그럼..여기서 이걸 이렇게 치환하면.."
은지원이 내 귀 바로 옆에서 말하면서 한손은 내 어깨를 잡고 바삐 손을 놀리고 있다
무슨말을 하는지 귀에 안들어온다
"알았어?"
내게 몸을 떼며 묻는다 이제 뭔가 들릴듯..
"에? 예..."
뭐였지...
은지원은 멍청히 있는 날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설명해봐"
"예?.."
들은게 있어야 설명하지..
"어..."
"휴..내가 설명을 잘 못하냐? "
아뇨..아. 내가 어떻게 알아!
"다시 할게 잘들어"
한숨을 쉬며 다시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데..
흠칫
아..왜 놀라냐..내가 여자애도 아니고 은지원이 치한도 아닌데 가까이만 오면 놀라지?..
또 정신이 없어진다
"잘봐봐 일단은 이것부터 풀어..."
아..안돼겠어..
"잠깐만요!"
"어?"
"나 저쪽 자리 앉을래요"
맞은편을 가리키며 말하자 은지원이 멀뚱 쳐다본다
"멀어..팔도 안닿을걸?"
"안돼요 그래도 나 저기 앉을래요"
"왜?"
은지원이 팔짱을 끼고 날 궁금한 듯 쳐다본다
"아..저기.. 멀리서 설명하면 안돼요? 그러니까..가까이서 설명하면 소리가 넘 크고 또..어..
암튼 머리에 안들어 온단 말이에요.. 그이상은 나도 모르니까 묻지 마세요"
단숨에 말하고 나서 은지원을 쳐다보니까..
웃음을 참고 있는게 역력히 들어나는..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치.
"정말이야?"
"뭐가요!!"
"정말이냐구.."
"글쎄 뭐가요!!"
"너말야..."
"예. 뭐요? 뭐요!"
"나 좋아하지?"
뭐어~??!!!!!!
-너..나 좋아하지?
-너..나 좋아하지?
-너..나 좋아하지?
뭐..뭐..뭐라는거냐 으아아아아..
".........아.......훈아..성훈아!!"
"어? 어? 엄마?"
"뭐하냐?"
"어?..공부..."
"시장이나 갔다와"
"공부한다니까~"
"갔다와~ 밥먹기 싫냐?"
"에이씨~"
맨날 나보루 시장보래 치..자긴 맨날 드라마 보구
아..죽겠다 그건 그렇고.. 오늘..학교에서 들은 생애 최대 쇼킹...
"야! 고등어 두 마리 조림할꺼랑 설탕 작은거랑..또...암튼 그것부터 사와"
아..고민도 맘대로 못하게 해요 암튼.. 대충 옷을 걸치고 운동화를 구겨신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한 저녁..
흑흑 다들 따뜻한 집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거나 재밌게 티비를 보는지금 // 난 지금 뭘하나..
"하잇 추워.."
옷깃을 여미며..
머리속엔 학교 선배가 한 댕댕울리는 말..
뭐? 내가 널 좋아해? 웃기고 있네..
좋아하나? 어? 아닌가? 참나...내가 어떻게 그걸 아냐?
어느새 슈퍼를 거친 내손에 들린 설탕 한봉지 .. 생선가게는 어디있는거야 아이참~
어? 화원이다 헤..*^^*
-사랑의 꽃나라- (껄쩍지근한 이름이로군)
깔끔한 간판이 예쁜 화원..구경만 해야지..
난 식물이 참~ 좋다 .. 예쁘고 그 녹색이 참 귀엽다..
뭐..하나 살까? 돈도 있는데.. 꽤 넓은 화원안을 돌아다니는데.. 다 너무 이뻐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 은지원 생각이 안나는군 .. 앗 또 했잖아!!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눈앞에 갑자기 하얀꽃화분이?
"청랑 (淸郞) 어때?"
"앗?"
은지원이다
놀래라..
"왠일이에요?"
평정을 가장하고..사실 엄청 놀랬다 몇시간째 내 생각을 붙잡고 있는 사람
"어? 누구랑 같이..그냥.."
"그냥이라니~ 나처럼 어여쁜 여자를 두고 걱정도 안돼냐?"
허영란? 맞나? 쳇..애인이랑 데이트냐? 시험이 얼마나 남았다고..
"야..."
"치..알았어~ 비켜주면 될꺼 아냐 흥.."
왜가냐? 어?
"여긴 왠일이야?"
"예?..그냥..화분이나 하나 살까.."
"음~ 이거 어때?"
아까 보인 그 하얀..연산홍?
"연산홍이요?"
"음~ 맞아 아잘레아의 한종류지 청랑."
"청랑이면..맑은..소년? 뭐지?"
"니 이름이야"
"네?"
"너랑 닮았어 근데 이건 키우기가 수월해 꽃도 잘피고"
"예에~?"
지친다 지쳐 수수께끼 풀기도 지쳐
"선배! 확실히 말해요~ 뭐에요? 진심이?"
"어?"
은지원은 잠시 놀란 듯 하다가 웃기 시작한다
"핫 하하하하핫 너 아직도 몰라? 모른단 말야?"
"뭘요~ 아 정말~ 주어를 넣고 말해요 무슨 수수께끼의 사나이도 아니고 정말! 답답해 죽겠어요!!"
히야..속 시원~하다 그래 진작 이렇게 말해야 했어
"그러는 너는?"
"네?"
"너의 진심은 뭔데?"
아...아...
난...뭐지?
날 빤히 쳐다보는 은지원의 시선앞에 땀만 삐질삐질 났다
아.....
-지원의 집-
"은지원~ 이모가 밥먹으래~"
영란이 문을 열면서 말한다
대답이 없는 지원
"지원아?"
"어?"
한번 더 부르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는 지원
"너.. 또 그애 생각했지?"
"뭘?"
약간 당황하는 지원
본래의 페이스를 잃기 시작한다
"아까 화원에서 너랑 말하던 애"
"어?"
"맨날 어? 어? 학교에서도 못알아들으니까 말 안하는거지?"
"뭐가~ 또~"
"뭐긴 뭐야~ 너 제대로 말했어? 좋아한다고?"
"어?"
"어어~"
"난 했는데..내가 표가 안나냐?"
"왜?"
"나보고 진심이 뭐냐던데.."
"어히구..너 또 -그래, 됐어,- 뭐 이렇게 단답형으로 만 말하고 그냥 너 뒤에서 혼자 웃고 그런거 아냐?"
"어? 안그러면 뭐해? 러브레터 쓰냐?"
"지용이좀 따라해봐 먹을것도 주고.. 다정하게 말해주고..또 뭐... 잘해주란말야~"
"나 먹을거 줬는데..나름대로 다정하고..."
"됐어 됐어 암튼 니가 어떻게 될지는 니가 얼마나 표현을 하는가에 달렸어 그애도 만만찮게 둔한 것 같던데.."
"어..귀엽지..헤헤"
"야~ 은지원~ 너 왜이러니~"
영란이 울 듯이 말한다
"뭘~"
"암튼 니 병이 깊으니까 내가 힘써보도록 하지 음 그러니까 말이지.."
"밥먹자"
지원은 문을 나서고 영란은 여전히 방안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엄마한테 고등어 안사왔다고 디지게 혼나던 날
그날 이후로 난 은지원을 피하고 있다
방과후 수학공부는 어떻게 가고 있는데 그 시간은 말 그대로 침묵의 시간이자 고통의 시간이다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풀고 설명하고 그외의 말은 한마디도 안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음..내가 또 무슨 말을 할지 두렵다
학생회실도 잘 안간다
뭐 원래 나는 학생회도 아니고 단지 도와줬을뿐이고.. 또 가면 은지원 볼것이..조금 그렇다
2학년 복도에는 올라가지도 않고 어떻게든 교실에가면 나오질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봐야 하지만 우연이라도 막자는 생각에....... 살이 더 빠지지는 않을까?
더 심각한건..그날 이후로 은지원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우...미치겠다
학생회실로 들어설 때 한번 씨익 웃는 그 웃음에서부터 비롯하여
설명해줄 때 조금은 낮은듯하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
귀엽다면 귀엽고 멋있다면 멋있는 그 말투.
같이 보진 않지만 때때로 날 보는 그 눈동자
펜을 잡은 단단한 손
점점 은지원이 좋아보인다. 그냥 좋아보이는거겠지..
암튼...심각하다면 심각하다
으..난 정말,설마,진짜, 은지원을 좋아하는걸까?
그런 일이 세상에 있을수 있는 걸까?
은지원은..날...?
"후우~ 끝났다아~"
"히유......."
"성훈아 시험 어때?"
"몰라..힘빠져..."
"수학 잘봤어? 지원이형의 특별수업"
"몰라.."
다 아는거이긴 하더라..
"이제 시험도 끝났고..슬슬 학생회 임원 구성할때구나.."
"임원? 지금 있잖아?"
"어? 그 형들 도와줄 사람.. 나는 지용이형쪽이고.. 지원이형 밑에서 일할 사람 뽑아야지 회장 부회장쪽만 뽑
아"
"투표해?"
"아니 임시임원이라서..그냥 추천이랑 선배들이 뽑는거지 뭐"
"응..."
"너 할꺼지?"
"뭘?"
"지원이형쪽 사람~ 당연히 너지~"
"왜? 왜 내가해?"
수원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지원이형이 널 좋아하니까"
설마 설마 했는데...
"그럼 다음과 같이 학생회 임시 임원을 발표합니다
1-10 강성훈 1-10 장수원 "
되어 버렸다
"잘해보자"
은지원과 악수하는 내손, 내손 맞나?
"자자..그럼 오늘 새식구 같지 않은 새식구들이 들어왔으니 빨리 다음일을 시작해야지요?"
지용이형이 회의를 시작한다
가을..체육대회...
"음~ 그럼 1학년 반장들은 줄다리기 도우미 부실장들은 400m 계주 도우미
2학년 실장들은 농구 도우미, 부실장들은 손님찾기 도우미 이렇게 되나?"
"네~"
"음~ 누가 본부석을 보지? 안내방송하고..대충 차례잡아주려면.. 나랑..지원이가 하나?"
"아니지~"
"아니지~"
재덕이형과 재진이형이 쌍으로 아니라고 한다
그럼 누가 하나?
"역시 성훈이지?"
"그렇지이~"
"왜요?"
"다른데는 얼마나 힘든데 운동장을 계속 가로질러 뛰어다니면서 각반 참가자들을 불러와야해"
재덕이형이 말한다
"그런데요?"
"너 힘들면..우리가 지원이한테 혼나"
그담엔 재진이형
"왜요~!"
그리고 지용이형이 대답한다
"은지원이 널 좋아하니까~"
정신없는 회의 였다 나중에 그말 이후로 무슨 말이 있었더라..
아마 지용이형과 내가 본부석에 있게 된다는..
중간에 은지원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용이형이 걱정말라고 하니까 잠잠해졌다
뭔 걱정을 말아?
어쨋든 오늘 이일 저일 정말 많았다
"성훈아~"
여자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나알지? 영란이 누나, 나 머리손질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
"예?"
뭐야~ 내가 왜 같이가!
"은지원 후배니까 니가 같이 가줘"
"네?"
"어~ 버스다~"
어떻게 하다가 여기 까지 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깨끗이 다듬어 주세요 길게 기르게요"
내가 칫 은지원 애인까지 챙겨줘야해?
머리를 다하고 나오면서 말했다
"학교 다니는거 어떻니?"
"예?"
"재밌지 않아? 은지원 알고보면 무지 귀여워"
그건 니가 애인이니까 그렇지.. 귀엽긴하지만..
"예....지원선배가 긴머리를 좋아해요?"
"왜?"
"긴머리로 기르신다면서요"
"내가 긴머리로 기르는거하고 은지원하고 무슨 관계야?"
"애인아녜요?"
"뭐? 핫하핫 참나..너네집은 사촌끼리 사귀냐?"
"네?"
"나 걔랑 이종사촌이야..지겹게도..게다가 내가 누나라구~"
"네?"
"그리고 지원이는 니 머리스타일 좋아해 앞머리가 약간 긴 밝은 갈색머리"
아냐? 애인이 아냐? 어? 어?
이 질문 하기가 두렵다..
"왜요?...."
"지원이는 너를 좋아하니까"
당연하다는 그녀의 말.
모두들 그가 날 좋아한다고 말한다...??
엥?
"2학년 8반 줄다리기 경기장으로 나와주세요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2학년 8반 줄다리기 경기장으로 나와주세요"
달칵
휴우..날씨한번 좋다~
햇빛 쨍쨍..
"성훈아, 다음 준비반 몇반이지?"
"예? 어...이제 거의 다했구요 릴레이만 남았어요"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인가? 후우...날씨한번 좋다 녀석들 힘들겠네.."
"예..."
운동장 저쪽으로 뛰어가는 은지원이 보인다
손으로 그늘을 만들고 진행표로 부채질을 해대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다
헤헷 근데 재밌는게 있다
은지원이 준비 시키는 반은 착착 순서에 맞추어서 앉고 말짱히 있는데.. 수원이가 준비 시키는 반은 지네끼리
떠들고
응원한다고 난리가 아니다 .... 음..은지원의 힘이라는 건가...
"지원이 녀석 좀 쉬지.. 이제 경기도 뛰어야 할텐데"
"어?..우리도 경기 참가할수 있어요?"
"응 금방 끝나는거 있잖아 손님찾기랑 400m 릴레이 같은거.."
은지원은 400m를 하는건가? 의외로군..아닌가?
"지용아, 줄다리기 6반이 이겼어"
우리는 점수 계산을 해야하기 때문에 경기 상황을 그때그때 알려주러 오는데
이번은 왠일로 은지원이다 보통 이런건 수원이가 하는데..
"지용이 니가 손님찾기 준비했냐?"
앉아있는 나는 더운데도 땀을 흘리고 있네
목마르겠다...
"어 성훈이랑"
"흠..뭐뭐 있어?"
"왜? 너 손님찾기야?"
"어"
"음~ 어쩌나~ 섭섭해서.."
물이 어디있지? 아..저기 있다
"선배, 여기 물.."
"어? 고맙다"
하면서 씨익 웃는데..핑..
저 웃음이 시원해보이는건 오늘 햇살이 너무 눈부신 까닭이야..
"지용이형 뭐가 섭섭해요?"
"어? 니가 나올만한 문제는 없거든~ 은지원~ 섭섭해도 좀 참아라 킥.."
"됐어"
은지원은 시원하게 물을 다마시고 다시 밖으로 뛰어 나갔다
밖은 여전히 햇살이 눈이 부시다
"알려드립니다 2학년 손님찾기가 곧 시작되오니 각반 참가자들은 운동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달칵
"음..이제 이것만 끝나면 다 끝인가?"
"네.."
"볼만하겠군"
음..은지원이 경기에 참가한다라... 꽤 사람이 많군..찾을수 있을까?
"지원이 녀석 어딨지?"
어, 저기 있구나 찾기 쉬운데 있네 뭐..
딱 보면 보이네..
"저기 있잖아요"
"어?... 넌 어떻게 그렇게 금방 찾았냐?"
"네? 그냥..보이잖아요.."
지용이형은 당연한걸 묻는다
"지원이 어때?"
"네?"
"지원이 어떻냐고.."
"좋은... 선배님이시죠.."
"선배? 그게 다야?"
"어..왜요?"
"말했잖아 은지원이 널 좋아한다고.."
아..맞다..아... 그래서 내가 어제까지 잠을 못잤지..
왜 이렇게 피곤한가 했네.. 아..맞다 맞어 그랬지..
그런데..
"지원선배는 그런말 한적 없는데요?"
"풋..넌 말로 해야만 아냐?
저녀석 행동으로 안보여?"
"네? 행동이 뭐가요?.. 지원선배는 저한테 한번도 좋아한다고 하신적 없다니까요?"
"푸후...참..은지원도 힘들다 힘들어"
"뭐가요?"
본인이 그런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주변사람들이 난리야..
흥 이건 분명히 날 놀리려는 사기극이 분명해 내가 눈치하난 빠르다고.
"지용이형이 아무래도 두목같은데요.. 단체로 절 놀리려고 하셔도 소용없어요"
은지원이 때때로 멋있고 어쩔 때 내가 마치 애인인 것 처럼 두근거리게 하지만 한번도 그런말을 한적은 없다구
"성훈아~"
"네?"
"그럼..은지원이 그런걸 떠나서 넌 어때?"
"네?..."
난...음....
오늘 목마를까봐 물을 주고.. 그냥 어딨는지 몇번 쳐다보고.. 어..힘들겠다라는 생각을하고.. 이러면..음...
"좋은..선배죠.. 왜 같은말을 또 시켜요?"
"그래? 내가 보기에 너는.."
"타앙! 우와아아아아!!!!!!!! 파이팅! 파이팅!"
함성소리가 들리는걸 보아하니 경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형, 뭐라고 하셨어요?"
"어?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너는 어어엇!!!"
"왜요?"
돌아보는 순간
"우왓! 지원선배!!"
은지원이 날 거꾸로 둘러메었다
뭐야!!!!
"은지원 힘내라!!"
지용이형까지 일어나고, 다들 신이 났나보다
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와아아아아!!!!!!!!!!"
"뭐에요!!!"
하지만 은지원은 묵묵부답이다
그래 넌 원래 그런 인간이었지? 흥.
은지원은 날 둘러맨채 가비얍게 1등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후우 후우"
날 조심스럽게 안아 내리면서 문제를 도우미에게 보여주는데
문제는.. -가장 먼저 만난사람?-
뭐야? 1학년때 친구쯤 되야 하는거아냐?
중학교 동창이던지..
내가 만난건 겨우 반년도 안된 것 같은데
"뭐에요?"
"어? 기억안나면 말구"
"선배?"
날 내려서 먼지를 탁탁 털어주는데 날 다정히 대해주는 그 모습이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것도 같다
"선배, 정말 우리 언제 만난적있어요?"
"몰라."
으구..말좀 하면 어디가 덧나냐.. 니가 그러니까 내가 이렇잖아. .. 은지원은 정말 이상한 인간이다
가장 먼저 만난사람...
가장 먼저 만난사람?
나는...음... 엄마?
엄마 빼고.. 학교에 있는 인간들중에서는... 음...초등학교때 같은반이던 옆반애?
학교에 있는 사람중에선 걔가 가장 오래 알고 지낸사람 같은데.. 내 소꿉친구들은 다들 딴학교에 다닌다구..
"성훈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아니.. 그냥 잠시 너 어디갔다 왔냐?"
"어? 지용이형한테 참, 지원이형 오늘 아파보이더라"
"아파?"
"응.. 갑자기 몸살이라도 걸렸나봐"
"그래?"
설마..내가 너무 무거워서 그랫나?
"너 안가보냐?"
"내가 왜~"
"어제 형 힘든데 너도 일조했잖아"
"내가 뭘~"
정말 내가 무거워서 였나봐..
"우와~ 강성훈.. 정말 매정하다~"
"알았어 알았어 가면 돼잖아"
벌떡 일어나는데 수원이가 잡는다
"지원이형 조금 있으면 조퇴하니까 이따 집으로 가봐"
"응.."
내가 무거워서야...쳇...
조용히 앉는 성훈이 뒤로 수원이가 웃고 있다
"수원이 이자식 약도를 그려줄려면 제대로 그려주지.."
난 거의 한시간째 은지원네 동네에서 뱅뱅돌고 있다
어디야? 도대체...
"아참...여기가 어디야? 도대체"
손을 허리에 집고 휙휙 둘러보는데 누군가 어깨를 터억 집는다
"야 너 여기서 뭐하냐?"
은지원!!!
"예?"
아프다며...
"어? 이거 우리집 가는길이네 근데 누가 반대로 그려줬냐?"
장수원 이자식을 ..거짓말에 엉터리 약도 까지!!
"가자"
"예? 어..딜까요?"
"우리집"
"네?"
난 은지원한테 손목이 잡힌채로 어느새 집앞에 이르렀다
"아니요..선배 저 그냥 가지요 뭐 폐기치는것도 죄송스럽고"
삐이~
"됐어, 어, 지원이"
탕
대문안으로 들어가자
"멍멍!! 멍멍!!"
개들이 달려든다
"어어~ 알았어..하핫 알았다니까"
엇 개가 많기도 하네.. 어떻게 썰렁한 주인이랑 잘 사나?
"얘들아 인사해..이쁜형이야"
개들이 은지원을 꽤나 좋아하나보다 은지원한테서 안떨어진다
은지원의 표정도 ..참..부드럽다 .. 평소에도 저러면 좋을텐데 말이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사람 없다는데..
"됐어요 들어가세요~"
"됐어 데려다 줄게.."
"어.."
은지원은 어느새 나보다 앞장 서고 있다
"너네집 이리로 가면 되지?"
음..뭐 같이 가는것도..좋을까?
"동물.. 좋아하세요"
"응 너도 좋아하잖아"
"어? 어떻게 알아요?"
"그냥.."
이런 저런 시덥지 않은 얘기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앞이다
"안녕히 가세요"
"어..너네 개키우니?"
"예..한마리 조금 사나워요"
"구경이나 하자"
"사나워요~"
어렸을적 받은 그 하얀 강아지..이름은 켄이라고 졌는데 지금은 사자라 불러도 될만큼 컸다 -__-;;
나만 잘 따르고..첨 보는 사람은 디게 무섭게 구는데
"한번 보자니까"
어느새 우리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위험하다니까요!!"
"우왔"
"켄!! 떨어져!!"
켄이 은지원한테 덤빈다
그러게!!
"하핫 무거워~ 그만~"
엥?
"켄?"
"컹컹"
꼬리까지 흔들며 은지원한테 부비고 있다
"선배?"
"음..잘키웠구나.."
"네?"
"아냐.. 잘있어 나간다"
"선배?"
"컹컹"
"그래~ 너도 잘있어"
은지원은 어느새 저만큼 가고 어두운 골목에는 켄의 짖는 소리만 울린다
음...우리집 개를 잘 키우라고 하고 어렸을 때 날 만났다고 하고
지...원이고
또..아..
"그럼 이 작품의 배경을 보면.."
생각이 모아졌다가 흩어지고 다시 흩어졌다가 모아진다
음..은지원은...도대체.. 그럼 은지원은?
"그렇기 때문에 주제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은지원이..? 아..정말 안돼겠다 복잡해애~~크악
"학습활동 2번을 보자"
"선생님..."
꺼질듯한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렀다
"왜?"
"저..양호실좀.. 토할 것 같아요"
좀 자야지 되겠어
"그래,그래 얼굴이 하얀게..빨리 가라"
"네.."
죽을 듯 말 듯 비척거리며 교실을 나섰다
드르륵 타악
"휴우..."
이제 3교시 잘하면 점심시간 까지도 잘수 있겠다
헤헷 *^^*
양호실은 3층, 2학년 복도에 있다
타닥 타닥 타타닥
리듬을 맞추어가며 양호실 앞에 다다랐는데..
"그래서 몽골족이..."
역사수업인듯한 반이다
항상 선생님들에게 놀라는건 그 엄청난 성량, 복도가 울린다
흐음~ 뒷문을 활짝 열어놓았는데 바로 정면 벽에 거울이 있다
습관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_-;;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데
"허억"
거..거울에 은지원이.. 거울에 비치는걸 보니 바로 뒷문앞에 앉았나보다
빨리 가야지... 하는데 은지원은 멀쩡히 수업을 듣다가 거울을 본다!!!
"하앗!"
두당탕 쿵탕 콰앙
정신없이 양호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허억 허억"
너무 놀랬다 눈이 마주쳐버렸기 때문에...허억
"어떤 자식이야? 매너없이 이렇게 문을 닫는게.. 안아픈가 보구만?"
공포의 베이컨(우리 양호선생 이름)이 다가오더니 놀란다
"야..너 많이 아프냐? 왜 문에 기대서 못떨어져..? 얼굴도 빨간게.. 빨리 누워라"
도리도리
끄덕끄덕
암튼 난 지금 그 눕기 힘들다는 양호실 침대에 누워있다
"휴우...."
눈을 감으면 아까 마주친 은지원의 눈빛이 자꾸 생각난다
하필이면 은지원네 반이람..?
또 놀랄 것 뭐야? 인사하고 당당히 양호실로 오면 되지 아..정말 거울이 문제야
뜨끈한 전기장판을 깔고 누웠건만.. 12월의 바람이 으슬으슬 들어오는 것 같다
아..정말 난 은지원을 좋아하는가 보군..보군?
아닌가? 그냥 다들 은지원이 날 좋아한다니까 괜히 설레는거 아냐?
아냐..그렇다기엔 너무 파동이 커.. 이제 또 시험보고 학생회 모임도 있을텐데.. 그때 또 얼굴을 어떻게 보나
은지원이 날 정말 좋아하는거야? 아닌것도 같고...그런것도 같고.. 난 정말 은지원의 진심을 모르겠어
내 진심은 또 뭐야?
휴우..
좋아.결심했어 -__-;;
은지원이 직접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도 마음을 정할래.
근데 은지원에 따라 내 마음도 변하는 거야? 그냥 난 어떤 마음이지?
결국 자려고 왔던 양호실에서 난 더욱 고뇌하고 있었는데.. 쉬는시간종 소리가 들린다
에잉.
달칵
누군가 들어왔다
왜? 왜 긴장이 되지? 꼭..은지원이길 바라는것 같잖아
날 찾아오라는..
저벅 저벅
"선생님?"
헉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었다
은지원.
"선생님 안계세요?"
아마 공.베. 는 밥먹으러 간게 아닐까?
내 침대 쪽으로 다가 온다.. 조용..하더니 풋.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 말어? 떠? 말어?
"이거 완전 애잖아.."
내가 눈을 감고 있는 걸 보고 말하는건가? 내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걷어낸다
에잇 이미 늦었고 자는 척을 하자 자는척.
"음..비공식이긴 하지만..나도 어쩔수 없다 과외비를 받아야 겠어..킥"
그 말과 함께 입에 부드러운 것이 잠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아..아..이..이건....!!.. 입술에만 피가 흐르는 것 같이 화끈거린다 .... 앗앗 얼굴로 피가 몰린다
"핫."
은지원은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나간다
벌떡
"아콩, 뭐..뭐야?."
이마를 침대이층에 부딪히고도 멍청히 눈을 어떻게 더 크게 뜰수 없이 뜨고 사방을 사정없이 두리번 거린다
화..황당해서
은지원..
이..이럴수가 .... 눈 뜰걸 .. 어.. 어떻게 하지? ...... 어...어떻게 하지?
이제 문제가 더 심각해져 버렸다
난 은지원과 키스까지 해버렸다
머엉~
"성훈 강성훈!"
"어? 수원아?"
"무슨 생각해?"
"암것도 아냐..휴..."
난 이제 벗어날 수 없어 은지원과 영원히 함께해야해
키스까지 했잖아 ... 멍청하게 끝이 나버렸네 내 고민이..
아냐 은지원은 도대체 무슨 맘인거야?
좋아한다고 해주지도 않으면서.. 아냐 은지원을 이제 좋아해야해
더 이상 생각하지말고 아냐 좀 두고 봐야해 은지원 이상한 인간이야.
"너 하루종일 얼굴은 벌~개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냐?"
"아냐.."
"힘도 없고 가끔씩 멍청히 웃고 한숨쉬고.."
"아냐 나 집에 먼저 갈게"
"그래~"
내가 왜.. 은지원을 만났나
왜 은지원한테 수학을 배웠나
왜 은지원이 그게 목적인지 몰랐을까
난..이제 은지원이랑 살아야해
아냐 은지원이 무슨마음인지 알아야 겠어
집에 와서도 온통 은지원 은지원 은지원 생각뿐이다
빨리 결정을 내자 내자. 그래, 좋았어
아마..난 은지원을 좋아해
음 맞아 좋아해 왜인건 잘 모르겠지만 자꾸 은지원이 생각이나
자꾸 찾게 되고 느낌이..요상해
난 은지원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아 그러니까 은지원이 고백하면 그 때 확실히 받아들일래 음 좋았어 탁월한
선택이야 핫핫핫
난 요즘 주문을 외우고 있다
말해 말해 말하란말야 날 좋아한다고 말해 ! 말해!
"성훈아..지원이가 뭐 잘못한거 있니?"
"예?"
지용이 묻는다
"왜 그렇게 지원이를 노려봐?"
"아..아니에요"
오늘은 학생회 정기 모임 ..... 이제 내일이면 방학이다 -__-;;
은지원은 그새..더 멋있어 졌다 ..... 음 그렇게 보인다
수원이는 원래 멋있었다고 그랬다 ..... 의심해 봐야겠다--++
말해 말해 말하란말야 ..... 난 은지원을 좋아하는 병이 심각해졌다 ... 후우..처음엔 그냥 그려려니..
좋아한다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하루종일 은지원이 눈앞에 둥둥 떠다닌다
이젠 학교앞에 찾아오는 진선여고애들도 꼴 보기 싫고 누가 은지원. 이소리만 해도 눈이 짝 째려진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은지원을 좋아하나보다 하고 생각하자마자 은지원에게 가까워 지
고 싶어서 난리다
난 무서운 아이였던 것이다
만약 은지원이 날 좋아한다면 아주 난 제대로 걸린 것이고 만약 안 좋아하면
난..바보다 크흑 은지원의 마음은 도대체 어떨까?
내일이 방학, 이제 얼굴도 한동안 볼수 없을텐데 난 그동안 빼빼 마를 것 같다 말해 말해 말하란말이야 ..ㅠ.ㅠ
"자 그러면 오늘은 이만 끝내자"
"예~"
다들 흩어져 집으로 향했다
크흑..오늘도 꽝이다
오늘은 방학식 ... 난 언제쯤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수 있을까
오늘은 학생회실 대청소가 있다
"안녕하세요"
"어~ 왔냐?"
은지원은 창틀에 올라가서 높은 창문을 닦고 있다
쳇..디게 멋있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은지원을 환하게 빛이나게 해주는 것 같다
"성훈아~ 거기 물통에 물좀 떠와"
"예~ 수원.."
수원이는 어느새 빡빡 바닥을 닦고 있다
혼자 다녀와야 겠군
촤아~
물통에 멍하니 물이 받아지는 것을 보며 은지원 생각을 잠깐 했다
계속 기다려야 하나 ......... 다 받아져서 수도꼭지를 잠그고 물통을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에잇 무거워"
안들려진다 ... 이젠 물통까지 내맘대로 안돼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영차 영차"
물통을 간신히 들어올리는데 .. 누군가의 손이 물통을 턱 들어 올렸다
"어?"
은지원이다
"니가 들리겠다"
음..은지원은 항상 내가 필요할 때 옆에 있는 것 같다
날..배려해주는건가? 좋아하는건가?
앞에서 팔에 힘줄이 불거져 나온채로 걸어가는데 문득 기다릴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지 뭐 내 마음 그대로 내 진심을 전해야지
"선배"
"너 아직도 그 어릴적 애만 좋아할거냐?"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예?"
"아뇨..아니에요"
"그래?"
"예..그거 하나로 정할 수는 없잖아요"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뭐..상관없어
"그렇구나..아 맞다 너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이것좀 꺼내와라"
지원이형...은 내게 전철역보관함 열쇠를 던졌다
"네?"
"빨리~"
"예~"
난 학교를 빠져나왔다
"음..22, 22... 아 저기 있다"
뭐가 들어있을까?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음..음...
티릭 찰칵
"어.."
"나나나 나 나나나 나 소중한 널 잊을수는 없을꺼야~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 너만을 그릴게 내 사랑아"
그 안에는.. 꼬마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미니카세트에서 소중한 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은지원의 목소리로... ...... 그리고 빨간 장미 한다발과 반짝이는 반지.. 짧게 써있는 카드...
-진심을 그대에게-
뒤에서 날 감싸안는 팔
은지원
"맘에 들어?"
"예..."
하아.. 핫핫 하..
"음..내 마음..딱한번만 말한다 잘들어"
은지원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내 귀에 그 동안 들은 어떤 소리보다도
크고 정확하게 들리는 한마디
"사랑해"
나나나 나 나나나 나
너무나 투명한 너의 하얀 미소를 난항상 느꼈지 너의 하얀 뺨에 눈물흐를 때면 나는 네게 사랑을 주고 싶었어
너의 향기 그릴때마다 넌 항상 내게 웃음을 주었지 내 마음도 사랑하고 싶은거야
나의 마음 너에게만 주고싶어 소중한 널 잊을수는 없을꺼야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 너만을 그릴게 내 사랑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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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완결-* ┃
[동성/젼훈]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후니워니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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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87
04.01.23 14:4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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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감동이예여... 지원님 너무 멋있어여...
키킥[;] 갑자기 생각 나는 문장[!]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별빛젝키 cafe.daum.net/sechskies415 여기로 퍼갈께여
진짜 이쁜데요~~지원오빠 같은 사람 없을까요???
너무 이쁜 소설이네요.. 이거 퍼갑니다.. 싸이에 있는 저희 클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