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27. 숲에서 암을 이긴다 – 숲에서 즐겁고 효과적으로 운동하기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암은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병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암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암이란 비정상적인 세포가 증가해서 다른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암은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로 공격한다. 암의 심각성은 설령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항암제의 치료율도 15~20퍼센트 정도로 아주 낮다는 데 있다.
암은 어떻게 걸릴까?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유전적/내외적 요인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은 원래부터 암에 걸릴 요인을 타고났다는 것으로, 가족 중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적 요인은 음식, 흡연, 엑스레이나 전자파 등 암 유발 물질에 노출되어 발병했다고 보는 것이다. 내적 요인은 스트레스 등으로 생리적 면역력이 약해지고 비정상적인 호르몬 등이 세포에 자극을 주어 세포가 비정상으로 분화했다고 보는 견해이다.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은 히포크라테스의 명언대로 인간이 가진 자연 치유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숲에서 적당히 운동하고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얻는다면, 체력 저하도 막고 저항력도 높여 암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숲이 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모든 병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 생긴다. 면역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방어 작용인데, 이 임무는 주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한다. 림프구는 기능에 따라 B림프구와 T림프구로 나뉘는데, B림프구는 항원의 자극을 받아 항체를 생성하는 체액성 면역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T림프구는 주로 세포성 면역에 관여해 암과 같은 질병에 면역 반응을 한다. 이외에도 NK세포(natural killer cell)가 있는데, 이 세포는 병균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NK세포 덕분에 우리 몸에 약간의 암세포가 있어도 암으로 발병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의 치료에도 NK세포를 이용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래서 최근에는 NK세포 면역 요법이 암 치료뿐만 아니라 신경 질환, 갱년기 증후군, 당뇨, 소화기 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그 안에 있는 NK세포를 증식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투입시켜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 전이를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숲은 바로 이 NK세포를 증가시키고 활성화시킨다. 최근 일본 임야청의 미야자키 박사가 수행한 실험 결과를 보자. 피곤에 지친 도시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산림욕을 하게 한 후 NK세포 수의 변화를 조사하였더니 그 수가 점점 증가하였다고 한다. 아래 그래프가 그 결과이다.
숲에서 왜 NK세포가 증가하며 활성화될까? 아마도 걷기와 등산 같은 몸의 움직임이 유산소 운동 효과를 주고, 숲의 풍부한 산소와 공기, 피톤치드 등이 사람의 생리적 반응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숲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이 저절로 된다. 숲길을 걷거나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기 때문에 자기 능력에 맞는 적당하고 재미있는 운동을 스스로 하게 한다. 운동생리학자들은 이러한 적당한 운동이 인체 저항력을 높여 NK세포를 증가시키므로, 암을 60퍼센트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연구로 숲의 운동 효과는 꾸준히 증명되어 왔다. 매일 꾸준히 하는 운동은 암의 최대 적인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노폐물과 독소를 땀으로 배출시킨다. 또한 위장 운동을 촉진시켜 소화와 흡수도 도와준다. 이런 효과들이 심리적/생리적 면역력을 증가시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항암제를 통한 치료율이 20퍼센트 미만이라는 임상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놀랄 만한 수준이다.
숲 속의 산소와 음이온, 피톤치드 같은 건강 물질은 세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고 세포 기능도 활성화시켜 저항력을 높인다. 그래서 암세포 공격에도 든든히 맞설 수 있는 것이다. 숲이 주는 심리적/정신적 효과도 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암의 발병과 치료는 환자들에게 많은 정신적 타격을 주고 삶의 질을 훼손시킨다. 그러므로 숲에서 얻는 심리적인 안정, 삶의 질 향상은 암 치료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의 심리적 안정은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켜, 편안히 잠자게 하고 피로감도 덜어 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비디오로 가상 숲 체험을 하게 했더니 환자들이 덜 고통스러워하고 더 행복해 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다른 여러 질병과 마찬가지로 암도 과중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 숲은 이런 발병 요인을 제거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 숲에서 즐겁고 효과적으로 운동하기
숲은 다양한 자극거리와 지형으로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천혜의 헬스클럽이다. 먼저 자신의 체력과 시간적인 여유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 운동할 수 있게 한다. 체력이 약하거나 시간이 많지 않다면 동네 근처의 낮은 산이나 공원에 갈 수 있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높은 산에 도전할 수도 있다.
숲이나 산에서는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무조건 정상만을 향해 오르는 것은 좋지 않다. 숲에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자극이 무궁무진하다. 아름다운 꽃, 곤충, 야생동물, 향긋한 냄새, 심지어 이마를 스치는 미풍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음미하고 교류하는 산행이 이상적이다. 무리하지 말고 숲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며 산행을 하자.
숲에는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가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땐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서 체력 소모를 줄인다. 내리막길에선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로 신발 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이 걷는다. 내리막이 편하다고 뛰거나 빨리 걸으면 발목과 무릎에 부담이 올 뿐만 아니라 넘어져서 다칠 위험이 높다.
또 적당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쉬는 시간과 걷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면 편안한 산행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주 휴식을 취하고, 산행이 익숙해지면 1시간 걷고 10분 정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