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청년 불러들이려면 농사 지어 소득 얻을 수 있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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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농촌에서 청년들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농업의 특성상 청년 농업인들이 자리를 잡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청년이 나라의 미래이듯이 청년 농업인들도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다. 본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만 35세의 청년 농업인 4명으로부터 ‘청년 농업인이 바라보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청년 좌담을 열었다.

 

“국민 먹거리 책임지는 농업, 당연히 중요하고 마땅히 보호해야”
 

▲정문기<좌장>=우리 신문이 창간 35주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우리와 탄생을 같이 했던 청년 농업인들을 모신 것이다. 청년 농업인들이 앞으로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세대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청년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게 현실이다. 청년 농업인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또 이들이 농업에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달라.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

초기자본 많이 들어가는 농사 준비
아무 기반 없는 귀농은 사실상 불가
농업정책자금 대출 분할 등
정착 뒷받침할 구체적 정책 내놔야

청년 농업인들은 젊은 농사꾼이 필요하다는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유는 단 하나. 농업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찬주 씨는 “우리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은 당연히 중요하고, 보호돼야 한다”며 “5000여년이 넘는 농경문화에서 농업은 어느 분야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이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나로서는 자부심과 긍지가 크다”며 “우리처럼 젊은 농업인들이 농촌에 들어와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이유도 농업보호에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보호가 있다”고 운을 뗀 이규택 씨. 그는 “최근 들어서 GMO(유전자변형농산물)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많아지면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해서 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농업을 보호해야 하는 당위성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의견이다.

그럼, 젊은 농업인이 농사를 짓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이들은 우선 귀농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부터 요구했다. 원론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현장에서도 이 원론이 중요하다는 게 김승수 씨의 생각이다. 김 씨는 “농사를 준비하는데 초기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귀농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농촌으로 청년을 끌어오고 싶다면 이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정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이 물어보는 첫 얘기가 ‘지원자금 어떻게 받아요’인데,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컹한다”며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뚜렷이 없으니 일단 지원자금부터 찾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농사를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찬주 씨는 “청년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오게 하려면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며 “농업도 직업인데 소득이 없다면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소득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편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로봇제초기 등 농업에도 첨단을 접목시켜 편히 영농하도록 해주면 도시에서도 농촌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정성은 씨는 보다 실질적인 의견을 내놨는데 농업정책자금 대출 분할이다. 정 씨는 “귀농하는 청년이 있다면 이들에게 농업정책자금을 대출해줄 때, 한번에 지급해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얼마, 중간에 얼마, 마지막에 얼마 이런 식으로 연계성을 두면서 대출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농사라는 게 한번 대출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출을 분할로 지급받게 되면 꾸준한 영농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총 6억원의 대출이 필요하다면, 초기에 3억원, 중간에 2억원을, 마지막에 1억원을 각각 대출받도록 하는 식이다. ]

이 때문에 정 씨는 “청년농업인에 대한 컨설팅이 중요하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정책’을 바란다

젊은 농업인 원하는 건 ‘돈만이 아냐’
농기계 임대 등 높은 벽 허물고
직거래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 많아
친환경급식 등 소비정책 안정화를

“농사에 의욕이 있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문을 열어주세요.”

청년 농업인들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이 말인즉, 농사에 열의가 있는 청년이이라면 그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당부다.

이규택 씨는 “우리같은 청년들에게 지원해달라는 게 절대 돈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럼 이 씨가 얘기하는 지원이란 무엇일까? 그는 농기계를 중요한 예로 들었다. 이 씨는 “농기계를 임대하는데 있어서 농협에 실적이 많고, 투자를 많이한 기존의 농업인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시작한 청년들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농기계를 임대하는데 있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노후화된 농기계를 계속 사용해 농사를 해야 하니 능률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열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청년들도 농기계를 마음껏 임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씨의 얘기에 정찬주 씨도 거들었다. 정 씨는 “농기계 임대사업의 경우 우리나라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농업인들을 심사해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농업이란 처음에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처럼 초기에만 도움을 준다면 젊은 패기로 그 이후는 우리들이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판로로 넘어갔다. 젊은 농업인들도 기존의 농업인들과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이규택 씨가 “좋은 상품이 있더라도 유통을 우리가 주도할 수 없으니 결론적으로 농업인들은 약자”라고 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이를 떠나, 판로는 농업인들의 공통된 고충이다. 정찬주 씨는 직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다. 정 씨는 “시흥에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는데 도시민이 많이 찾는다”며 “그 때 농산물을 가지고 가서 직거래를 하면, 많이 팔리게 되고, 홍보 역시 많이 되는데, 문제는 2년에 하루, 이틀정도 밖에 안한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씨는 이벤트성으로 한번 하는 행사가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1년에 최소 3~4번 열리는 직거래 장터를 제안했다.

김승수 씨도 “직거래를 하면 좋은데, 직거래가 어려운 것이 농가가 직접 현수막을 걸고, 아파트 같은 알뜰장터도 직접 돌아다녀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다”며 “직거래가 아이디어라고는 하는데 농사짓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씨는 “말뿐이 아닌 농가들이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밖에 이규택 씨는 “혹여 임대농지가 있을 경우 젊은 사람들에게 우선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찬주 씨는 “친환경농산물이 많이 늘다보니 재고가 많아지는데 학교급식 등 안정적인 소비정책을 마련해달라” 등을 제시했다.
 

▲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청년 농업인들, (왼쪽에서부터) 김승수 씨, 이규택 씨, 정찬주 씨, 정성은 씨. 이들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 만큼 농업에서도 밝은 도약이 있길 기원해본다. 김흥진 기자

|FTA, 어떻게 보고 있나?

시장개방으로 우리농업 위기 속
수출로 기회 만들기 모색
아시아시장서 경쟁력 우위 자신
수입산 유제품 증가 대응 시급 

청년 농업인들은 FTA로 인한 시장개방을 우려하면서도,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들이 말하는 기회의 시작은 수출이었다.

정찬주 씨는 “FTA 등 시장개방이 되면서 우리 농업이 위기를 맞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어쩔 수 없는 FTA라면, 그 안에서 살아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방도라는 게 바로 수출. 특히 유기농업에 관심이 많은 정찬주 씨 답게, 그는 “유기농으로 키운 농산물도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다리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FTA를 통해 이런 것도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씨는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 농산물은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예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등장했던 치맥(치킨+맥주)이 중국 내에서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김 씨는 “특히 유기농의 경우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예인 홍보대사를 위한 예산으로 몇 억원씩 쓰는데, 이 비용의 일부를 해외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을 알리는데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택 씨는 “우리 복숭아의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이 씨는 “이천 복숭아연구소에서 중국의 복숭아 농장과 유통현장을 둘러보고 왔는데, 품종이나 맛 등에서 우리 복숭아의 경쟁력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복숭아는 저장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맛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영연방과의 FTA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가 ‘축산’이다. 이 때문에 젖소를 키우고 있는 정성은 씨는 FTA에 대해 우려에서부터 대책까지 다른 청년 농업인들보다 할 얘기가 많은 듯 했다.

정성은 씨는 “우리나라가 상대 나라에 자동차 등을 얼마나 파는지가 이슈가 되고, 반대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은 가려져 있다”며 “뉴질랜드에서는 낙농제품이 수입되는데, 낙농가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씨는 “국내 우유업체들은 국내산보다 탈지분유 등 수입원료가 훨씬 싸니까 그것을 활용한다”면서 “우리가 먹는 유제품의 원료가 수입품인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정 씨는 낙농업이 유지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가공을 제안했다. 정 씨는 “우유는 보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유제품으로 가공을 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버터나 치즈의 상용화가 덜돼 애석하지만, 우유를 6차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정 씨는 소비도 촉구했다. “수입되는 유제품의 양 또한 중요하지만, 국내 우유의 재고가 많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우유가 얼마나 소비되는지도 중요하다”며 “우유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꿈꾸는 나의 농업

다문화 여성과 함께하는 농업 고민
벼농사 유기농 전환 준비 차곡차곡
‘전국 최고’ 복숭아 전문가 욕심
꿋꿋하게 젖소 옆 내 자리 지킬 것

청년 농업인들은 젊은 나이만큼이나 자신이 꾸려갈 농사일지에 대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꿈꾸고 있는 농업을 얘기할 때 그들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만큼 영농계획이 뚜렷하다는 의미일테고, 그만큼 농업에 애정이 가득하다는 뜻일게다.

김승수 씨는 다문화 여성과 함께 하는 농업을 생각하고 있다. 부족한 농업인력을 다문화 여성으로 풀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김 씨가 “다문화 여성이 앞으로 농촌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만 보더라도, 그의 계획이 짐작된다. 김 씨는 “다문화 여성은 대부분 집안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농업기반이 갖춰져 있어 바로 영농이 가능하다”며 “지역사회에서 다문화 여성을 끌어안는다면, 이들을 통해 생산도 하고, 가공도 하는 등 농촌에 부족한 일손을 채울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씨는 “다문화 여성이 늘고 있는 만큼 농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령지역에 2009년 기준 180여명이 있다고 하는데, 다문화 여성을 농업쪽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정찬주 씨는 유기농업에 더욱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수도작 규모를 현재 26만4463㎡(8만평)에서 66만1157㎡(20만평)으로 확대하는데, 이 논을 모두 유기농으로 바꿀 생각이다. 정 씨는 “지금 벼농사를 유기농으로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이미 도입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 길로 가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시흥지역에 단지도 조성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면서 정 씨는 유기농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유기농을 지향하는 자신의 결정을 확고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엿보였다. 정 씨는 “유기농이라는 게 우리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그 뿐만 아니라 유기농법을 통해서 물과 공기, 국토를 지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 씨는 “미래의 농업은 차별화가 핵심이고, 나의 차별화는 유기농”이라고 강조했다.

복숭아 농사가 천직이라는 이규택 씨. 그는 10년후, 20년후에도 복숭아를 재배할 것이란 확고한 뜻을 전했다. 이 씨는 “복숭아는 계속 할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이천에서 복숭아로써 자리를 잡고, 과원도 더 늘려가는 것은 농업인으로서 당연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씨는 “복숭아에 관한 전문가가 돼 주위의 영농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멘토 역할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복숭아만큼은 이천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이규택 씨다.

정성은 씨의 꿈은 소박했다. ‘신선한 우유를 짠다’는 본연의 일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씨는 낙농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아쉬워하면서도, 자신만큼은 낙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우유는 우리의 또다른 식량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젖소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젖소와 함께 할 것”이라며 “성실함을 갖고, 꾸준히 내 길을 가는 것, 이것이 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우리 농업

노력 게을리 않는다면 “미래는 밝음”
농사도 경영, 철저한 계획은 필수
수많은 다원적 가치 생각한다면
농업·농촌·농민 반드시 보호받아야

청년 농업인들은 우리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외쳤다. 물론, 전제는 있다. 자신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

정찬주 씨는 “농업의 밝은 미래는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농사를 짓다가 농사가 잘 안되면 정부 탓을 하기 전에, 그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부터 찾아봐야 한다”며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도 경영이기 때문에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하고, 이 계획에 따를 때에 자연스럽게 농사에도 재미가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승수 씨도 “농사는 자기하기 나름이다”며 “그에 따라서 밝은 빛이 될 수도, 어두운 빛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냉혹할지는 모르지만, 농사는 생존경쟁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잘하는 사람은 남고, 못하는 사람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농업이라는 게 김 씨의 얘기다. 김 씨는 “살아남는 사람이 이끌어가야 한다”며 “그만큼 자기 스스로 농업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규택 씨는 “무작정 농사를 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농사를 짓는 것 만큼 무모한 도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내가 농사짓는 곳에는 최고로 잘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찾아가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하면서 배우고, 준비를 하다보면 농업에서도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준비가 있어야만 앞을 내다보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고 확신했다.

정성은 씨도 “물론 밝다”고 짧게 대답했다. 여기에 정 씨는 “아무리 도시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곳 저곳 가릴 곳 없이 빌딩만 올라간다면 그만큼 삭막한 게 어디 있겠는가”라며 “농업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다원적 기능을 생각하면 농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 때문에 농업을 지키는 농촌과 농민은 충분히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농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김승수/고구마 9만9174㎡·수도작 13만2231㎡ 

농업에 뛰어든 계기는 간단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서울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기계 관련 영업사원을 하다, 귀농했다. 기계를 다루다보니, 이를 접목시킬 수 있는 곳이 농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남들보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고구마로 조청, 분말, 말랭이 등을 만들고 있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내가 원하는대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기쁨. 농업에서 충분히 미래성장가능성을 엿봤다. 규모면이나 금전면에서 크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정찬주/수도작 26만4463㎡   

마라톤 선수였다. 주니어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 중 부상을 당했고, 이 때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가 있었다. 마라톤처럼 땀을 흘린 만큼 성과를 볼 수 있는 게 농업이더라. 농업의 가장 큰 매력은 스트레스없이 나만의 영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농사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농사가 아니라도, 힘 안드는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 마라톤은 42.195km를 힘들어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봄부터 겨울까지 쉼없이 농사를 지으면서 그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규택/복숭아 2만3140㎡

부모님이 복숭아 농사를 짓고 계셨지만 본격적으로 복숭아 밭에 발을 들인 것은 군 제대를 하고 나서다. 이천의 장호원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데, 이곳은 ‘햇사레’로 유명한 곳이다. 장호원의 복숭아는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복숭아 농사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관행농법 대신 교과서 농사를 지으려고 애쓰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해 검증된 방식을 농법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나의 숙명은 농업과 평생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성은/젖소 150두 

내가 성실함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농업이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상처받는 사회가 아니라 내가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가 농업이었기 때문이다. 낙농은 부모님의 일터였지만 지금은 내가 이어받고 있다. 목장일이라는 게 하루라도 소홀히 하면 우유에서 금방 표가 난다. 반대로 정성을 목장에 쏟으면 최고의 우유로 보답해준다. 낙농에 빠져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벽에 우유를 짜는 일은 지금도 힘들다. 그러나 내 천직이기에 끝까지 갈 생각이다.

참/석/자

김승수 씨(충남 보령-복합영농)
정찬주 씨(경기 시흥-복합영농)
이규택 씨(경기 이천-과수)
정성은 씨(전남 함평-낙농)
정문기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 <좌장>

[심터농원]

벼한가마니에 30만원씩만가면 농사짖지말라고해도ㄴ농사짖는다

[등골농장]

대출 잔뜩해 줬다가 청년 빚쟁이 만든다 차라리 농지정리를 해서 밭 한뙈기에 만평짜리로 만들어주면 기계화 가능하고 인건비 줄고 대량생산 가능하다 물론 소득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