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피 내 인생 일곱 살 때, 어머니의 이불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귀엣말을 했지요. 이 녀석이 있잖아요라고. 그럴 때면 아버지는 눈 찔금 내 이마에 꿀밤 주고 옆방으로 도망. 아버지가 덥혀 놓은 따뜻한 자리에 꿀잠, 까치 우는 소리에 깨어나면, 어머니마저 보이지 않는 텅 빈 이불 속 독수공방에 외로웠 지요. 알고 보노라니, 아, 글쎄 옆방에서 어머니가 아버지 팔을 베고 자고 있더라고요. 서운한 마음 왜 그런지 몰랐어요. 진정 몰랐어요. 나 중학생 되어, 삐딱하게 교모 챙 옆으로 쓰고, 여학생 앞을 으스대며 괜스레 걷고 싶을 때에야, 세상의 바람이 불고 봄바람 불고 꽃을 찾는 나비의 뜻을 알았지요. 아버지 팔을 베고 자는 옆방, 그 아름다운 도피의 의미를. 041599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