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이은주 지음|거름|229쪽|1만2000원
유명 화장품과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 화장품 업계가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주입한 '잡티 하나 없는 순백의 피부'에 대한 환상이 흔들리고 있다. 낮에 12.9개, 밤에 6.47개의 화장품을 바르고 있는(2007년 로레알 조사) 한국 여성들. 이제 어떤 화장품을 믿어야 하나.
저자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지금 지뢰밭 위에 서 있다"고 말한다. 온갖 화학 첨가물 덩어리인 화장품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는 건 시간 문제란 뜻이다.
책은 화장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자랑하는 제품은 화장품에 사용하면 안 되는 성분(수은·납 등)이 들어간 제품뿐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석유계 화학물을 사용하고 있다. '스킨-로션-에센스-크림'을 갖춰 발라야 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천연 성분' 역시 해당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화학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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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새로운 성분으로 무장한 신상품은 꼭 챙기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일단 화장품부터 바꾸고 보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BB크림과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진실을 접하고 나면 화장품 회사에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밥은 굶어도 보습크림에는 수십만원을 쓰는 여성들이여, 화장품 가격 차는 브랜드 값이란다.
그렇다고 저가 브랜드나 순하다고 알려진 유아용 화장품도 대안은 아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는 작년 10월부터 의무화된 '전성분 표시'를 꼼꼼히 읽고 위험성분을 피하는 것. 책은 미네랄 오일과 옥시벤존 등 가장 피해야 할 화장품 성분 20가지를 따로 정리해 독자들이 화장품을 살 때 참고하도록 했다.
천연 성분도 잘 살펴야 한다. 계피나무나 라벤더, 장미 등은 임신 중에는 사용하면 안 되고, 솔잎도 독성 때문에 장기간 사용을 피해야 한다. 책은 색조화장품과 바디용품, 필링(각질제거) 제품의 위험성도 다룬다. 한마디로 온몸에 바르는 모든 화장품의 본색을 낱낱이 드러내는 책이다. 오랜 시간 화장품 업계에 몸담았던 저자들의 현장 경험과, 잘 축적된 연구성과가 함께 녹아 전문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
저자들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재 화장품에서 독성을 뺄 기술은 없다. 화장품을 최소화하는 수밖에"라는 조언이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
김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