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카이사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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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는 참으로 멀고 멀었다.
외곽순환도로에서 서해안고속도로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전주, 광주...제길헐!..참 멀었다.
그리고도 1시간여를 더 달린 후에야 나주시가 나왔는 데, 이렇게 천신만고끝에 나주시를 찾아간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쪄낸 홍어를 소쿠리에 담아 삼베 보자기로 덮어 그늘에 말리고 있을 때, 한참을 놀다 들어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어먹던..홍어찜...!!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이 느지막한 가을...애 밴 새댁처럼 그 홍어찜과 텁텁한 막걸리가 이유도 없이,
미치도록 그리워진 때문이다.
홍어의 맛은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끝을 쫑긋하게 하여 맵고도 구리면서...그러면서도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
뭐라 표현하기도 만만치 않은...처음 접하는 이에겐 지옥에서나 왔을 법한 엠병할 맛이 분명하였다.
나주시는 후삼국을 통일하여 고려건국을 주도한 해상세력인 개성의 호족 왕건이 같은 해상세력인 나주 영산포의 토호세력을
포섭하기 위하여 오씨부인(장화왕후)과 혼인으로 맺은 동맹지역으로 금성이라 이름짓고, 후백제의 영웅 견훤에게 위협적인
세력이 되어 삼한통일의 근간이 되었던 곳이다. 하여튼 그때 왕건은 걸핏하면 여기저기 지방 토호들과 혼인으로 결속을
맺어 하나의 커다란 세력이 되었는 데, 지금 생각하면 참 꿩먹고 알먹고...좋은 계책이지만..힘도 좋아야 할 듯....하다. ㅋㅋ
허나, 그때가 언제적 얘기런가..지금은 영락한 시골지방도시의 조용하고 퇴락한 시골 뒷방같은 풍경만이 쓸쓸함을 더한다.
그러다가 고려 공민왕때 왜구의 약탈로 흑산도가 유린당하자 조정에서는 흑산도를 보호하기 어려워 공도정책을 취함으로써
흑산도 주민들을 나주 영산포로 이주시켜 살게 했는 데, 그때 흑산도 주민들이 가져온 것이 그들이 즐겨먹던 흑산도 홍어...
흑산도 어부들이 한번 바다에 나가면 몇날 몇달이 걸려, 잡은 생선이 다 썩어 먹지 못할 때, 유일하게 썩은 생선이면서도
배탈이 나지 않던 생선...그이름 홍어 되시겠다.
홍어는 날생선을 삭힌 홍어에 돼지수육 그리고 묵은김치와 같이 먹는 삼합, 쪄낸 홍어에 양념장을 뿌려 먹는 홍어찜,
된장과 청보리 잎사귀를 넣어 홍어애를 끓인 애국 등..그 요리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의 흑산도 연안해역에서 잡히던 홍어는 찾아보기 어렵고 그 가격 또한 마리당 오륙십만원을 훌쩍 넘어 쉽사리
접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현재 목포 수산시장이나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팔리는 홍어는 칠레산 홍어가 팔리고 있다.
톡 쏘는 홍어의 살을 탁배기의 텁텁함이 덮어줄 때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사르르 녹아 내리며 느껴지는 환상의 궁합..!!
요리법이나 양념등은 옛날방식 그대로인 건 분명하나 무언지 모를 씹히는 뒷맛은 영...옛날의 그 맛은 아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부드러운 뼈, 갈래갈래 찢겨지는 살결, 톡 쏘는 맛과 구린내...이 맛은 이 맛인 데...아, 이게 아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선택했던 주택관리사....
늦은 나이에 어렵게 공부하여 따낸 자격의 기쁨도 잠시, 기대했던 취업의 문은 좁고 기득권의 벽은 높았다.
웬 경력과 자격, 교육은 또 이리 많이 요구하는 지...?
나의 30년 사회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경력이나 자격은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가 없으련만........ㅉㅉ
기대했던 홍어 맛에 대한 실망처럼 주택관리사에 대한 실망 또한 홍어 거시기 같았다.
그래서 훌훌 떠난 남도 여행,
현실도피가 될런지...아니면 치유가 되어 새로운 용기를 얻는 여행이 될런 지는 알 수 없으나 좌우간 떠나고본 길이었다.
어떤 일의 성과나 관리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자격의 유무나 해당교육의 이수여부에 있기 보다는 그 사람의 자질
이나 태도, 품성 및 의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자격이나 교육은 필요할 경우 취득하거나 이수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중 누가 그러한 품성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지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은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기때문에 반드시 경력자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경력자는 전에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소속 회사의 이익이나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요령에만 익숙하지 않을까?
만일 어떤 경력자가 그렇게 훌륭하다면 그 단지에서 계속해서 근무하지, 왜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 하겠는가?
물론 특수한 사정에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업체,소장, 입대,입주민 모두를 위해서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지금처럼 경력이나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안일한 채용방식인 취업의 문은 활짝 개방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저것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우라질 놈의 세상, 어쩌고저쩌고...구시렁구시렁...이런 험악하고 불순한 생각을 털어내려
선택한 강진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강진하면 떠오르는 것은 옛날부터 우수한 고령토가 있어 품질 좋은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며, 무엇보다도 다산 정약용이 18년이란 장구한 세월동안 한많은 귀양살이로 보내야 했던 유배지이기도 하다.
아마 다산도 지금의 내 심정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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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기념관 전경...본인은 불행한 일생을 보내었으나 후세에 그의 진가를 알아본 후손들의 송구스런 흔적.
1762년, 영조38년 경기도 남양주.. 남인가문의 진주목사를 역임한 정재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다산은 18세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문적 대가로 형조참의(지금의 국장급)를 지내었으며, 당시 금기시되던 천주교를 거부감없이 받아 들이고
그로 말미암아 당파싸움에 연루되어 귀양을 떠나는 불행한 역사의 희생적 삶이 시작된다.
워낙 유명한 다산의 학문적 성취나 역사적 가치는 생략하기로 하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수많은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조선과 백성의 앞날을 걱정하며 글을 쓰고 도구를 발명했던 개혁적, 철학적 사유와 배경에 대해서 주목하기로 한다.
다산이 유배된 곳은 영암 월출산을 병풍처럼 뒤로한 강진군의 한적한 시골이며, 강진만이 바라보이는 동백과 대나무가
우거진 숲속의 다산초당이다.
다산초당을 오르기 위해서는 험한 산길로 5백여 미터를 걸어 산속으로 올라가야 하며 다산초당에서는 숲이 가로막혀
앞과 뒤는 물론 하늘마저 가려져 햇빛한점 들어오기 어려운 곳으로 다산의 세상이 싫어진 심경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하다.
그곳에서 그는 야생 차나무를 채취하여 차를 끓여 마시며 귀양이 풀릴 때까지 오로지 독서와 집필에 18년이란 긴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도 인근에 백련사란 절이 있어 백련사 주지 혜장스님과는 말과 학문이 통할 수 있어 유일한 친구이자
스승과 제자로서 교우를 맺었던 단 한사람의 지기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금도 다산초당 뒷편 산길엔 백련사로 통하는
오솔길이 나 있다.
여튼 요새로 말하면 앞과 뒤가 꽉 막혀 오로지 보이는 건 책뿐인 그런 구조를 가진 옛날식 독서실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구조에서 할 일이라고는 독서나 집필활동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명분에 휘둘리고 실속없는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관료사회를 통렬히 꾸짖고 오로지 서민백성을 위한 실학적, 개혁적 사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분노에 찬 상황이 다산초당의 감옥같은 모습에서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학문적 성취가 이해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그런 모양새가 바로 다산초당이었던 것이다.
울고 싶어지는 다산초당을 뒤로하고 장흥, 녹차로 유명한 보성을 지나고 꼬막동네 벌교를 넘어 2시간여를 달렸을까?
길은 곧게 뻗은 국도로, 왕래하는 차량이 없어 한적하다 못해 심심한 도로를 지나고 지났을 때,
돌연 눈앞에 펼쳐치는 광활한 갈대밭!!....순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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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의 항아리 모양으로 육지에 둘러싸인 바다가 무려 75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여의도 면적의 16배나 되는 어마어마하게 큰 습지로써 약 8천년전부터 퇴적되어진 갯벌에 온갖 생명체가
서식하는 세계 5대 습지중 하나로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하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고니,청둥오리,저어새등 220여종 철새들의 낙원이며 습지위로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
또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지 않고는 순천만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는 당당한 순천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에도
왕복 한시간반은 너무 길어 S자 수로길을 따라 유람선으로 한바퀴 선회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배를 타고 그 옆을 지나도 철새들은 한낱 구경꾼인 인간에게는 관심도 없고 제 할일에 바쁘다.
미물일 지언정, 먹이를 찾거나 햇볕을 쐬이거나 몸단장을 하여 제각각 제 할일에 분주하건만,
시커먼 먹물처럼 어두운 순천만에 희망찾아 떠나온 나그네는 그저 희망이 쏟아져 내리기를 기다리기만 할 뿐...
무력한 자신의 실망스런 모습을 확인할 뿐이었다.
기회란 준비하는 자의 몫이며.....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해가 뜰 것이라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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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세상 일이 뜻하는 대로 다 이뤄지랴..!
마음 먹은 대로 수월한 일이란 그만큼 보람 또한 적어지리니...
반잔의 맥주가 보는 시각에 따라, 아직 반잔이 남을 수도.. 벌써 반잔을 마셔 버렸을 수도 있듯이 긍정과 부정은 하나의 생각의
작은 차이일 뿐이므로...
기득권의 벽이 높다는 건, 또한 그 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또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겠는가?
위기는 기회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회원들의 권익이나 취업문제에는 손을 놓고 회비받는 일에 열중하는 사이, 한국관리소장협의회가 발족하여
주관협의 행태를 비난하며 취업을 미끼로한 세불리기에 한창인 것 같다.
한관협의 태생은 위탁사의 주도로 태어난 어용의 성격일 수 밖에 없으나 독약이 될 줄을 알면서도 마셔야 하는 주관사의 서글픈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라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잘 판단하여 결정하면 오히려 취업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물론 한관협이 세불리기를 끝낸 후에는 주관사의 권익보다는 위탁사의 권익을 위해 주관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관협은 하루빨리 자신의 본래 목적으로 회귀하여 주관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허나, 본래 관리소장은 피고용인임과 동시에 위탁사를 대신하여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오너에게 있어 경영자는 머슴에 불과할 지라도 기업에게 이익을 주는 유능한 경영자를 많은 보수와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가? 당연히 성과를 내지 못해 기업에 이익을 주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이다.
커다란 틀에서 주관사의 경우에도 이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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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반도의 끝자락, 머나먼 남도 순천만까지 와서....
이러한 주택관리사의 엄연한 현실을 깨닫고 이것을 성공의 모티브로 삼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언가 이루어진 건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그속에서 어떤 실낱같은 한줄기 희망이 있지 않을까?
다만 모티브가 될 구체적 끈....아아, 카이사르.....
이러한 깊은 상념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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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상에 기댄 Desperado Caesar....
순천의 한우등심은 일품이었다.
산수갑산이라도 배가 불러야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는 가.....? 원...
내 인생에 마지막 직장이 될 명품 관리소장을 기대하면서, 배불리 먹었다...순천 명품 한우..!!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한다.
나를 기다리는 건 냉막하고 살벌한 현실의 벽.
그 두껍고도 높은 기득권의 세계에... (끝)
첫댓글 전남 나주 및 순천만 남도의 여행 홍어,순천의 명품한우 을 드셧나 보군요 ㅎㅎ 재충전 잘 하셧으니 ,앞으로의 일이 잘 되기 바라며... 저도 예전에 한번 가 봤는데, 날이 풀리면 한번 가봐야 겠어요
아프로디테님....멋있으십니다.....또한 부럽습니다.....인생 뭐 있겠습니까?
주관사 관리소장보다......지금처럼 인생 달관 하시고..... 준비 하시다 보면..... 분명 좋은날 올것입니다....화이팅....
학생때 답사로 직장때 출장으로 많이 다녔던 곳이라 더욱 정감이 가네요.
충전 잘 하셨으니 용처럼 힘내서 비상하시길 바랍니다.
기품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꼭 올 것입니다.조급한 마음을 한켠으로 두시고 떠나신 멋진 남도여행 축하합니다.그런데 그놈의 홍어 때문에...
남도에서도 대부분 시중에 돌아다니는 홍어는 칠레나 알래스카산입니다.흑산홍어는 암컷기준으로60~70만원(약8kg)하니 비싸기도 할 뿐더러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국내산으로 대청도 근해에서 잡히는 암컷홍어는 25~30만원정도(8kg) 간다고 하는데 강력 추천합니다.---홍어장사 아니니 오해는 사절---
글을 아주 맛깔나게 쓰셨네요
홍어회를 한 젓갈 집어.. ㅎㅎ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