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라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촉발시킨 소위 촛불 세력들의 일성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의 보수가 좌익들에게 돌려줘야 할 말이다. 절차도 형식도 무시한 국회의 졸속 탄핵소추안을 보면서, 소송요건을 살펴봐야 한다는 소송법 1장 1절의 기초조차 무시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 보수 세력이 거꾸로 말한다. 이게 나라냐!
1,500만 표를 상회하는 민심을 통해 선출된 정당한 대통령을 고작 100만 촛불 따위로 무너뜨리려던 좌익들의 내란 음모는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부디 역사적이고 그리고 헌법 정신에 기초한 심판이 내려져 오늘날의 혼란을 종식시키길 바란다.
그런데 정작 이 혼란 사태 가운데 중요한 문제는 엉뚱한 데 있다. 이른바 '자유주의자’요, '진정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패션 우파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너무나 손쉽게 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라면 법치를 지켜야지, 왜 광장에 달려가느냐? 진짜 자유주의자는 광장의 대중민주주의에 기대지 않는다! 사뭇 비장함마저 풍긴다.
그러나 이들은 가짜다. 명백히 말한다. 이들은 가짜 보수주의자요, 가짜 자유주의자다. 좋게 봐주면 이들은 그저 공부가 설익은, 무엇이 자유의 본질이요 무엇이 진정 보수의 가치인지를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패션 우파’라 부른다. 오로지 입만으로 세상을 자기 좋은 대로 합리화하는 그들이야말로 입만으로 진보입네, 역사의 발전입네 떠드는 강남 좌파, 패션 좌파들과 한 치의 다름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를 촛불 난동과 동급으로 취급하고, 태극기 집회의 애국시민을 철없는 광장의 촛불들과 동급으로 비견하는 그들은 왜 틀렸는가? 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틀린 것이다. 이 글은 바로 그들, '패션 우파’들의 사고가 얼마나 위선적이거나 무지한 것인지를 고발하고자 썼다. 지금부터 패션 우파로 표상되는 소위 '자유주의자인 척 코스프래 하는’ 이들의 오류를 세 가지 정도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역사 발전에 대한 무지다. 인류 역사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그 발전을 되돌아볼 수 있으나 법치(法治)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명은 사람에 의한 통치(人治)에서 대중에 의한 통치(대중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로, 이어서 법에 의한 지배(法治)로 발전해왔다. 모두가 잘 아는 프랑스 혁명을 생각해보자. 왕정이라는 인치를 깨부수고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노력했던 혁명은 아뿔싸 대중과 인민의 지배라는 '인민독재’를 불러왔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우리 모두가 알 듯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요, 합리와 이성이 질식하고 감성과 선동만이 광장을 메우는 피 비린내 진동하는 광기의 역사였다. 그런 인민의 광기를 보고서야 비로소 인류는 깨닫게 되었다. 왕이라는 일인의 지배도 옳지 않지만, 대중이라는 다수의 지배도 옳지 않다! 오로지 법에 기초한 법치만이 우리가 의탁할 최선의 길이라는 것.
이처럼 근대 시민혁명이 발발한 이후로도 법치가 사회의 중요한 덕목이자 약속으로 자리 잡는 데는 오랜 시행착오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한 시행착오 가운데는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킨 파시즘과 나치즘의 광풍도, 전 세계의 절반을 가난과 절망으로 몰아넣은 공산주의의 열병도 있었다. 그런 분별없는 광기와 덧없는 열정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되었다. 법치란 말로만 떠 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법치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법치를 지탱할 수 있는 조건부터 갖추어야 한다. 그 조건이란 광장의 반(反)법치 세력으로부터 법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촛불을 보라. 그들의 요구를 보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서울,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위헌적이고 위법한 탄핵을 부르짖고 있다. 국회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공갈과 위협으로 대하는 촛불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을 놔두고도 과연 이 땅에 법치가 설 수 있다고 믿는가? 만약 태극기 집회가, 태극기를 들고 나선 애국시민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위헌적이고 위법한 탄핵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물론 광장의 정치는 최소화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불의의 세력이 광장을 점령하며 대한민국의 법치를 뒤흔들려 하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자들이 침묵 속에 숨어서야 되겠는가? 나도 법치를 지지한다. 광장의 광기와 인민의 독재를 우려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법치를 위협하는 광장의 광기와 위력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촛불의 대중과 태극기의 시민을 동급으로 보지 말라. 이번 촛불 집회의 원형은 어디인가? '미선·효순 사건’부터 시작해, 광우병 파동,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사드 배치 반대로 이어진 반미(反美) 데모의 연장이다. 가장 최근에는 '민중총궐기’라 불리는 민중주의 데모가 그 모태다. 이들 집회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실종된 개인이다. 자립적이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독립된 시민 개개인으로서의 정체성 상실이다. 오직 오도된 언론 보도와 파편적인 프로파간다에 선동되어, 자신이 동원되는 전위대인줄조차 모르고 인민대회당에 소집된 민중, 대중, 인민들이다. 그들은 근대 시민혁명이 이루고자 노력한, 계몽주의가 만들어내고자 바랐던 이성과 합리주의로 무장한 개인이 아니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이리로 가자하면 그리로 가고 마는 '좀비’에 불과하다. 상습적인 시위꾼들이 선봉에 서서 불법적 정권교체, 아니 정권 찬탈에 앞장서던 영혼 없는 대중 그 자체다.
그러나 태극기의 애국시민은 그렇지 않다. 평생을 자신의 생업에 매진하며 좋으나 싫으나 자기 삶에 충실하며 스스로의 미래를 자기 힘으로 일궈온 일꾼들이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을 가슴에 새기며 묵묵히 침묵해오던 다수다. 그런 그들이 대체 왜 이 엄동설한에 시청광장으로, 청계광장으로, 을지로로 남대문으로 향했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대한민국이 이대로 불법세력에 의해 모욕당하고, 국민이라는 이름이 촛불 세력에게 참칭되는 일만큼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사주 받아 나온, 돈 몇 만원에 알바를 나온, 그저 촛불 들고 놀아보려고 나온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에 가장 충실한 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분연히 들고 일어선 것이다.
그런 그들을 어찌 아무런 생각도, 회의도 없이 그저 몇몇 언론 보도 쪼가리에 분노해 나온 촛불과 동급으로 취급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천명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자기네들의 삶 속에서 실천해오던 그들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헌정 유린 사태에 분개해 떨쳐 들고 일어난 것이 바로 태극기 집회다. '애국 시민’과 '촛불 인민’을 혼동하는 어리석음에서 이젠 벗어날 때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셋째,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아마 '패션 우파’들이 좌우명인 것처럼 가장 많이 떠드는 말이 이 말 아닐까 싶다. 좌익들의 경제민주화, 무차별 복지에 반대하며 그들이 늘 하는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패션 우파들은 자유를 질식시키고, 자유민주의 헌정 질서를 왜곡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오직 침묵과 냉소로 일관하는가! 만일 그들의 말 대로 좌익들이 헌정 질서를 다중의 위협과 공갈로 뒤흔드는 동안 우파는 법치라는 방패 안에 숨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허울만을 남긴 채 대중민주주의와 인민독재가 횡행하는 인민공화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광장과 관공서마다 인민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서 휘날리는 노란 리본이 인민공화국의 상징으로 대한민국을 물들일 것이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대체 당신들 '패션 우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마 기회를 틈타 멋지게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해 좌익에게 투항하여 빛나는 금배지를 가슴팍에 달고 으스대거나, 골방의 어둠에 갇혀 누구도 듣지 못하는 자유주의, 법치, 민주주의를 키보드로 두들기는 게 전부일 것이다. 기회주의자가 되거나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 외에 당신에게 선택은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당신은 그저 광화문 네거리의 기요틴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시험해볼 수밖에.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그저 내뱉기 쉬운 말로 '법치’를 말한다고 법치가 되며, '자유주의’를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올린다고 자유가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당당히 맞설 때만이 비로소 자유는 지켜지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운집한 수 백 만의 애국 시민을 텔레비전 모니터로 보면서 비겁한 야유와 냉소를 퍼붓는 당신들에게 말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은 대체 누가 만들고, 지킬 것인가? 그저 하나님이 보우하사 저절로 떨어지는 게 자유민주주의인가? 대체 당신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입으로 자유주의자를 떠들며 진정한 자유주의를 모욕하는 자들에게 고한다. 당신들이 그토록 존경해마지 않는 이 땅의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은 태극기 집회에 있다. 그들에게도 당신은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의 귀한 시간을 내고, 땀 흘려 번 나의 돈을 기꺼이 헌신하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를 말할 자격이 있다. 그저 내가 놀 것은 다 놀면서 자기 위로 삼아 '광장에 나가는 것은 우파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당신들 패션 우파와는 격이 다른 그들이야말로 다른 참된 보수주의자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 이 승 수 연세대 대학원 언론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