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술먹고 실수로 지웠던 스크인데 내용 조금 고쳐서 다시 쓴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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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시 마리동에 위치한 마이테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장용품 매장으로, 실장석 사육주라면 한번 쯤 가보는 곳이다.
이 사육주도 오늘 마이테치를 찾았다.
[어서오시는 테치, 주인사마. 마이테치입니다 테치-.]
마법실장 테치카 스티커가 붙은 자동문에 가까이 가니 스피커에서 실장석의 울음소리를 흉내낸 음성이 재생되었다.
[데에?]
동족은 보이지 않는데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걸까, 미도리는 자신을 주인사마라고 불러 준 스피커를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
자동문 너머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실장석 용품으로 가득 찬 매장이 펼쳐져 있었다.
"사육실장을 동반한 고객님께서는 카트에 있는 케이지에 사육실장을 넣어주세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육주는 미도리를 들어올려 카트에 달린 케이지에 넣었다.
미도리는 케이지 속의 폭신폭신한 호박쿠션(바구니 모양의 애완동물 쿠션)이 신기한지 연신 엉덩이를 들썩였다.
사육주가 카트를 밀자 미도리는 놀이기구를 탄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데! 데스! (움직이는 데스! 와타시 마차를 탄 데스!)]
"짜식, 재밌냐?"
사육주는 미도리의 머리를 긁어주었다.
사육주는 먼저 실장복 코너로 향했다.
[데스데스! (굉장한 데스!)]
미도리는 온갖 종류의 실장드레스를 보고 감탄했다.
행거엔 심플한 원피스, 귀여운 투피스, 고급스러운 스리피스 정장, 여러 나라의 전통 의상, 웨딩드레스, 테치카 드레스, 고스로리 드레스, 꽃과 인조보석으로 치장한 반짝이는 드레스, 쉬폰 재질로 볼륨을 살린 캉캉드레스, 몸매를 부각시키는 타이트한 드레스, 살찐 몸을 가려주는 벌크 실루엣 드레스, 골반을 부각시키는 머메이드 드레스, 어깨를 귀엽게 감싸주는 오프숄더 드레스, 겨울 패딩 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실장복은 실장석이 좋아 할 법한 분홍색, 하늘색, 연두색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일부 실장복엔 모자가 세트로 붙어있어서, 챙이 넓은 모자,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모자, 면사포를 두른 모자, 모던 걸 모자 등 종류도 다양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사육실장이 입었던 협찬 사육실장복도 있었다.
선반 가운데 걸린 디스플레이 모니터에는 예쁜 실장복을 입은 미모의 모델석들의 사진이 슬라이드 되고 있었다.
미도리도 다른 모델석들과 함께 런웨이를 걷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실장복이 구비될 수 있는 이유는 마이테치가 전국의 소상공인들과 계약해서 10벌 이하의 소량의 실장복도 납품할 수 있게 해서 그렇다나.
"자실장은 금방 커버리는데,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나?"
손바닥만한 10만원짜리 수제 자실장 드레스를 본 사육주의 소감이었다.
실장석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기 때문에, 알맞은 핏으로 입을 수 있는 기간은 나흘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데스데스. (귀여울 때 많이 입어야 하는 데스.)]
자실장 시절 사육실장복을 한 번도 못 입어본 미도리. 나중에 자를 낳으면 어리고 귀여울 때 드레스를 많이많이 입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반엔 우지챠용부터 성체용까지 모든 사이즈의 실장복이 구비되어 있는데 왜 사육주가 사이즈를 운운하는지 미도리는 알 수 없었다.
실장복 코너 옆에는 양말 및 실장화 코너가 있었다.
양말류는 살색스타킹, 검정스타킹, 망사스타킹, 압박스타킹(품절), 꽃무늬 스타킹, 레이스 양말, 미끄럼 방지 양말 등이 있었다.
신발류는 일반 실장화, LED 발광 실장화, 구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펌프스 힐, 귀여운 메리제인 슈즈, 앞부분이 뚫린 오픈토 힐, 가느다란 스틸레토 힐, 아찔한 킬힐, 발이 편한 웨지힐, 다리가 길어보이는 플랫폼 힐, 부츠, 레인부츠 따위가 있었다.
물론 실장석의 다리는 발이 없는 원기둥 모양이기 때문에 뒤꿈치를 올려 모양을 내는 구두류는 그냥 신을 수 없고, 보형물이 있어야 한다.
밑색이 비치지 않는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으면 감쪽같다.
아예 인간 아이의 신발을 신길 수 있도록 인간의 발모양을 본딴 보형물도 있었다.
그 외에도 실장석용 깔창도 있었는데, 어떤 것은 유아신발처럼 누르면 삐꼭삐꼭 소리가 났다.
미도리는 모니터 속에서 메리제인 슈즈를 신고 탭댄스를 추는 예능석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실장화 코너 옆에는 각종 악세사리 코너가 있었다.
악세사리는 목걸이, 귀걸이, 귀찌, 팔찌, 발찌, 캣 가터, 허리띠, 넥타이 핀, 브로치, 머리핀, 티아라, 선글라스 등 걸칠 수 있는 종류는 다 있었다.
어느 것은 리본 모양이었고, 어느 것은 꽃모양, 어느 것은 알록달록한 인조보석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미도리의 눈을 사로잡은건 RGB 3컬러 LED가 반짝이는 헤어핀이었다.
[데에...]
"어휴 눈뽕. 이건 뭐 저세상 패션도 아니고."
사육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장신구 외에도 양산이나 가방도 팔고 있었다.
양산은 망사 레이스로 된 것도 있었고(햇빛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정말 UV코팅이 된 양산도 있었다.
가방은 숄더백, 크로스백 두 타입이 있었는데, 우지챠 얼굴이 프린팅된 것, 가방끈을 진주로 엮은 것, 명품 브랜드를 패러디 한 것 등이 있었다.
그 옆에 진열 되어 있는 목줄과 하네스도 진주와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악세사리 코너 끝자락에는 의안 및 안대 매대가 있었다.
일반 의안 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패션 의안, 취향껏 제작할 수 있는 데코레이션 의안과 그것에 쓰이는 데코레이션 재료들이 있었다.
[뎃! 석녀는 싫은 데스!]
미도리는 눈을 감싸고 쪼그렸다.
다음은 속옷 및 기저귀 코너였다.
속옷은 허리에 리본이 달린 팬티, 하트무늬 팬티, 드로즈 팬티(사각팬티), 풀백 팬티(엉덩이를 전부 덮음), 하프백 팬티(엉덩이를 반만 덮음), T백 팬티(엉덩이를 덮지 않는 끈팬티. 붙는 옷을 입을 때 팬티자국이 잘 안보임), 시원한 망사 팬티, 엉뽕 팬티, 호박 팬티(치마 볼륨을 살림), 코르셋, 브래지어(뽕 별매), 니플 패치, 끈나시가 있었다.
이 중 브래지어, 총구 마개, T백 팬티는 '모델석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옆 선반에는 우지챠용 부터 성체용까지 모든 사이즈의 기저귀가 구비되어 있었다.
[데, 나중에 자들이 운치를 못 가려도 기저귀만 있으면 안심인 데스우.]
기저귀를 본 미도리는 자들의 배변 훈육 문제로 주인과 마찰을 빚을 일은 없겠구나 하고 안심했다.
그런 반면, 기저귀를 차면 되는데 왜 공장에서 브리더에게 혹독하게 배변 훈육을 받은 것인지 조금 허탈해졌다.
미도리는 나중에 태어날 자들에게 배변 훈육을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옆에는 가발 코너가 있었다.
사람처럼 정수리를 다 덮는 통가발과 앞/뒷머리 헤어피스(붙임머리)가 보였다.
가발은 모두 천연 머리카락 재질이었는데 의외로 저렴했다. 아마 식실장 공장에서 도축하고 남은 것을 헐값에 매입하는 모양이다.
가발 뿐 아니라 가발 거치대, 가발 보관함, 가발망, 가발 브러쉬, 가발 에센스, 헤어롤 등 가발 관리용품도 있었다.
관리용품 대부분은 사람용 물건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실장석 스티커 붙여 놓고 2~3배의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사육주의 시선을 끈 것은 히메컷 앞머리 가발이었다.
올해 출시했다면서 샘플샷은 15년 전 옆나라 사육실장 미용사 가X파스X이 인터넷에 올린 개인 작례 사진이었다.
도용이구만.
다음은 향수 코너였다.
우지챠 향, 초콜릿 향, 콘페이토 향, 각종 과일향, 쿨민트향, 라벤더 향 등의 향수가 조그만 향수 용기에 담겨 있었다.
사육주는 시향지에 라벤더 향수를 한 번 뿌리고 미도리에게 쥐어주었다.
[데스우웅- (천국의 향기 데스웅-).]
"향이 너무 세다..."
사육주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화장품 코너로 향했다.
"헐?"
화장품 코너에는 사람이 쓸 법한 화장품이 거의 다 있었다.
- 기초 라인 단계: 부스트 에센스, 스킨, 앰플, 에센스, 로션, 에센스(제조사마다 에센스 단계는 다르다), 크림, 오일, 선크림이 있었다. 일부 제품은 주름개선/미백 기능성 효과도 있었다. 휴대하면서 수시로 뿌리는 미스트나 핸드크림도 있다.
- 메이크업 단계(피부): 베이스(피부톤을 잡아줌), 프라이머(피부 요철을 메꿈), 리퀴드 파운데이션(13-25호까지 있고, 숫자가 낮을수록 밝은 색), 쉐이딩 스틱(광대나 턱에 발라서 명암 만드는거), 하이라이터(이마나 콧대에 바르는 밝은 화장품), 팩트/파우더(유분기를 잡는다. 지성피부에 씀)가 제조사 별로 있었다.
- 메이크업 단계(색조): 아이셰도우,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립스틱, 블러셔(볼터치), 아이브로우(실장석은 눈썹이 없는데 왜 파는지 모르겠다)가 색깔별로 있었다. 그 외 인조 속눈썹과 뷰러(눈썹에 C컬을 넣는 도구)도 있었다.
- 그 외: 마스크 팩(얼굴에 발랐다 떼는 건 다 마스크다), 입술팩(입술에 발랐다 아침에 씻어낸다), 각질 제거제, 폼 클렌징, 바디워시, 샴푸, 린스도 있었다.
미도리는 메이크업을 받는 모델석의 동영상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 했다. 제아무리 나잘났소 하는 실장석이라도 풀메이크업을 하고 눈웃음치는 모델석에게는 메로메로되는 모양이다.
[테에...]
"픽시쨩도 화장하고 싶어? 맞는 색상 있나 한 번 보자."
옆에 있던 다른 사육주는 매대에 비치된 화장품 테스터로 자신의 사육실장에게 즉석에서 화장을 시켜주었다.
다음은 목욕용품 코너였다.
요란하게 치장한 공주님 욕조, 비타민 샤워필터, 목욕 장난감, 장미꽃잎, 수건, 목욕 가운, 샤워캡, 칫솔, 초코맛 치약, 치실 등이 보였다.
성인 남자의 주먹만한 배스 밤은 비닐포장이 되어있는데도 진한 향기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미도리는 풍성한 거품이 터져나오는 배스 밤 홍보영상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분홍색은 와타시의 것, 연두색은 장녀의 것, 노란색은 차녀의 것, 하늘색은 삼녀의 것...)]
미도리는 알록달록한 배스 밤을 보며 가족 계획을 세웠다.
그 옆에는 침구류 및 가구 코너가 있었다.
여름 이불, 극세사 이불, 오리털 이불, 오리털 베개, 바디필로우, 매트리스, 실장석용 전기장판, 무드등, 야광 스티커, 소파, 호박쿠션 등이 보였다.
어느것은 화려한 분홍색, 어느것은 어미의 품을 떠오르게 하는 포근한 녹색이었다.
미도리는 신기한지 메모리폼 베개를 연신 주물러댔다.
실장석용 캐노피 침대(천개 침대)는 원목으로 된 고가형, 금속 파이프와 T조인트로 뚝딱 조립하는 저가형이 있었다. 물론 침대에 놓을 매트리스나 커튼(천개)은 별매다.
캐노피 침대용 커튼은 꿀잠용 암막커튼, 햇살을 은은하게 투과하는 반투명 커튼, 모기를 막아주는 쉬폰 커튼이 구비되어 있었다.
다음은 식기 코너였다.
일반적인 애완동물 식기 외에도 유럽의 코스요리에서 볼 법한 접시나 와인잔도 보였다.
[데스데스! 데데스! (우아한 데스! 맛 없는 푸드도 저 접시에 담으면 맛있어 질 것 같은 데스!)]
앞발에 묶어서 사용하는 포크(손가락이 없어서 수저를 못 드니까)나 일회용 위생장갑, 비닐 앞치마도 구석에 구비되어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난다. 식기 코너 옆은 푸드 코너였다.
"음, 푸드에 사카린을 뿌려주면 밥 투정을 안 하겠지?"
사육주는 사카린을 한 봉지 담았다.
푸드는 일반맛, 빵맛, 우유맛, 크림파스타맛, 돼지고기맛, 데리야끼맛, 스테이크맛, 초코맛, 치즈맛, 사과맛, 고구마맛, 감자튀김맛 등 사람이 먹는 맛은 다 있었다.
각종 성분 함유(콜라겐, 칼슘, 비타민, 마그네슘, 오메가 등), 성장 억제제 함유, 초유 가루, 단백질 보충제 등 기능성 푸드도 있었다.
"공주님, 받아주시겠습니까?"
시식코너의 잘생긴 남자 직원이 미도리에게 고급 시식푸드를 한 점 건넸다.
영업멘트가 비범한 직원이다. 그 직원 주변에는 푸드를 사달라고 아우성치는 실장석들로 가득했다.
[데에...]
두 뺨이 새빨갛게 물든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푸드를 받아 오물오물 먹었다.
이제껏 먹어보지 못 한 우마우마한 푸드의 맛에 미도리는 잠시 황홀경에 빠졌다.
어찌나 풍미가 깊은지 씹으면 씹을수록 마치 입 안에 달콤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사육주는 평소에 먹이던 2+1푸드를 카트에 담았다.
"헐?"
스시 코너의 스시는 자실장도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강낭콩만하다.
연어나 계란 따위로 장식한 조그만 스시는 마치 미니어쳐 같았다.
미도리도 본능적으로 저게 스시라는 걸 알았는지 연신 케이지를 토테토테 두드렸다.
스시 코너 옆에서는 아침마다 신선한 스테이크며 스시를 배달 해 주는 배달 서비스를 홍보 하고 있었다.
[데스데스데스우! (매일 아침 스테이크와 스시를 즐길 수 있는 데스우!)]
미도리는 기쁨의 박수를 쳤다.
다음은 디저트 및 음료수 코너였다.
초콜릿, 마카롱, 콘페이토, 양갱, 솜사탕, 아이스크림, 큐브치즈 등은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져 있었고, 케이크도 종류별로 있었다.
음료수는 논 카페인 커피, 녹차, 탄산수, 콜라, 사이다, 과일 주스 등이 있었다.
한마디로 사람이 먹는 음식은 다 있었다.
사육주는 식용색소 세트를 보고 피식 웃었다. 설탕물이나 사이다에 식용 색소를 타서 가짜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용도랜다.
[데스! 데스데스? (예쁜 데스! 저건 보석을 녹인 물인 데스?)]
미도리도 가짜 칵테일 샘플샷을 보고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 옆은 유모차 및 실장카 코너였다.
유모차는 사람이 미는 타입(새끼-성체 모두 탑승 가능), 친실장이 미는 타입(자실장 이하 탑승 가능)이 있는데, 분홍색 프레임에 인조보석과 레이스 리본을 두르고 있었다.
미도리는 눈부신 햇살 아래 화려한 유모차에 예쁜 실장드레스를 입은 자들을 가득 태우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산책하는 상상을 했다.
실장카는 (사람)유아용 푸쉬카와 같은 물건이었다. 고급 스포츠카를 모방한 디자인을 하고있었고, 차이점이 있다면 웨딩카처럼 리본, 꽃, 인조보석을 잔뜩 달고 있다는 점이다. 뒤에 양산을 달 수 있도록 부속품도 팔고 있었다.
디스플레이 모니터에서는 레이싱 모델석이 실장카 옆에서 포즈를 잡은 사진이 슬라이드 되고 있었다.
[뎃데로게-♪]
임신/출산용품 코너에서는 태교의 노래BGM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신 용품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적색/녹색 식염수나 살균 꽃가루, 눈 색의 변화로 인한 강제출산으로부터 임신실장을 지켜줄 컬러 렌즈, 튼살 크림, 영양제가 있었다.
또 착한 자가 나온다는 태교 음악, 애교 많은 자가 나온다는 태교 음악CD도 보였다.
디퓨저(방향제)에는 임신 중은 물론 출산 후에도 어미와 새끼들의 정서를 안정시켜준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특이하게도 임신실장용 보충제가 있었는데, 먹으면 임신실장의 혈당을 높여서 뱃속 태실장들에게 가는 영양분이 달콤해 진다고 한다.
자매품으로 산모실장에게 먹여서 모유의 맛을 딸기맛, 초코맛 등으로 바꾸는 보충제도 있었다.
다만 오남용시 고혈당 쇼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구가 구석에 써 있었다.
출산 용품은 극세사 수건, 점막제거용 브러쉬, 깨끗한 지하 암반수, 출산수 살균제, 향초, 출산수에 띄울 장식품(꽃잎과 진주알), 출산수에 첨가하는 달콤한 시럽 따위가 있었다.
"'소중한 우리 아가쨩, 맹물에서 태어나게 하실 건가요? 정말 사랑한다면 달콤한 물에서 태어나게 해주세요.'라고? 풉, 푸하하하!"
사육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실장육아용품 코너에는 총구 괄약근을 다시 쫀쫀하게 조여주는 영양크림, 새끼용 젖병, 젖병 소독기, 공갈젖꼭지, 요람이 보였다.
"출산하면 총구가 손상되서 변실금이 온다고? 그건 몰랐네."
원피스를 벗지 않아도 새끼들에게 수유할 수 있는 수유실장복은 벌써 품절이다.
분홍색 출산 대야는 부드러운 실리콘 손잡이가 달린 것은 물론 물이 식지 않도록 바닥에 열선이 깔려있고, 스파 마사지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자벨라쨩은 건강한 아가들을 낳는 데만 집중하세요. 닌겐마마도 최선을 다할게요."
만삭의 사육실장을 동반한 중년 부인은 그 비싼 출산 대야를 망설임 없이 카트에 담았다.
미도리도 기쁜 표정으로 귀를 파닥였다.
이것도 정말 필요하겠다, 저것도 자들에게 정말 좋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다음은 장난감 코너였다.
알록달록한 스펀지 공, 장난감 블럭, 소꿉놀이 세트, 우지챠및 여러가지 동물 인형, 딸랑이, 모빌, 흔들목마, 그네 등이 보였다.
십 년 동안 부동의 인기를 자랑하는 테치카봉(테치카 티아라 포함)은 엄지용부터 성체용까지 모든 사이즈가 있었다.
[와타시도 테치카 프린세스인 데스우!]
미도리는 테치카 풀세트를 장착 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새로 나온 린갈 입니다. 스마트폰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사용하시면 되구요, 태양열 충전방식에, 가벼워서 우지챠도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습니다."
린갈 코너 직원은 신상 린갈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데스데스. 데스? (거추장스러운 데스. 닌겐이 착용하는건 없는 데스?)]
"있죠. 공주님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벽이나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센서도 있답니다."
린갈은 기기 자체에서 텍스트나 사운드를 출력 하는 타입, 사육실장에게 린갈 센서를 부착하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타입, 그냥 스마트폰 유료 앱만 파는 타입이 있었다.
어떤 린갈은 참피체 뿐 아니라 한글 완역, 일본어, 영어도 지원했다.
"아, 아들내미 영어 공부 시킬 겸 영어 버전으로 사야겠다."
30대로 보이는 어떤 여자는 사운드 타입 영어 린갈을 골랐다.
미도리는 신이 나서 앞발로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저쪽 린갈 코너에는 이것도 갖고싶다, 저것도 갖고싶다, 오늘 당장 임신하고 싶다고 재잘거리는 미도리의 목소리가 번역되고 있었다.
커다란 카트엔 사카린과 푸드밖에 없었지만, 미도리는 이 카트를 자신의 꿈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사육주는 그대로 카트를 계산대로 밀었다.
[데? 데스데스우. (데? 주인사마, 이 쪽이 아닌 데스우.)]
미도리는 초조하게 실장용품 코너를 가리켰다.
실장용품 코너가 눈 앞에서 멀어져 간다. 미도리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육주는 미도리의 마음도 모르고 사카린과 푸드만 결제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안녕히가세요, 공주님-."
"가자, 미도리."
사육주는 미도리를 카트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목줄을 당겼다.
[데에에엥-! 데에에엥-!!]
결국 미도리는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렸다.
마음같아서는 사방에 운치를 갈기고 싶었지만 단단히 박힌 총구마개가 탈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얘가 왜 이래? 일어나."
10kg가 넘는 미도리를 안고 가기 싫었던 사육주는 간만에 린갈 앱을 켰다.
[와타시도 세레브한 드레스 입고싶은 데스! 와타시도 예쁜 악세사리로 치장하고 싶은 데스!
와타시도 화장품으로 예쁜 피부 가꾸고 싶은 데스! 와타시도 세레브한 식기로 맘마 먹고 싶은 데스!
와타시도 예쁜 욕조에서 거품목욕 받고 싶은 데스! 와타시도 닝겐한테 존댓말 받고 싶은 데스!
와타시 거지같은 수조에서 길러지기 싫은 데스! 와타시도 자 낳고 세레브한 하우스에서 살고싶은 데스!
와타시도 자들이랑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입고, 좋은 것만 하고 싶은 데스우!
다른 닝겐들은 실장석을 공주님처럼 모시는데, 어째서 주인사마는... 데갸악!!]
"까고 있네. 이 새끼는 자기가 무슨 사람인줄 알아! 당장 안 일어나?!"
사육주는 미도리를 뻥뻥 걷어찼다.
[데스우아-! (노예, 똥주인을 때려죽이는 데샤-!)]
방금 전 미도리에게 공주님이라고 했던 직원은 다른 고객을 응대하러 가버렸다.
[데스데스 데스우! (노예, 와타시를 구하는 데스우!)]
"이자벨라쨩, 눈을 감아요. 분충은 태교에 좋지 않아요."
출산용품 코너에서 보았던 중년 여성은 미도리를 분충이라고 일축했다.
이자벨라라고 불린 사육실장은 눈을 감더니 고개를 돌리고 만삭의 배를 쓰다듬었다.
실장샵엔 애호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미도리의 실장용품은 목줄, 푸드, 총구마개가 전부였다.
이 사육주에게 실장석이란 남는 물건으로 적당히 기르는 애완동물일 뿐, 지갑을 털어 소중히 길러야 할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 마이테치를 방문 한 것도 산책하다 즉흥적으로 구경 왔을 뿐이다.
미도리는 마지못해 일어나 눈물을 훔쳤다.
[(와타시가 조금 더 영리해서 S급 사육실장으로 선별되었더라면...)]
[(와타시가 그 때 실장샵에서 주인사마에게 애교를 부리지만 않았더라면...)]
[(와타시도 실장석을 닝겐처럼 사랑해주는 닝겐상에게 길러졌더라면...)]
[오로롱...오로롱...오로로로옹...]
미도리는 울면서 힘없이 사육주의 뒤를 따라갔다.
나흘 뒤, 미도리는 사육주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독라가 되어 공원 풀밭에 버려졌다.
[데스데스 데스우! 데에엥, 데에에엥-! (다시는 투분하지 않는 데스, 다시는 공주님 타령 안 하는 데스우!)]
마이테치에 다녀온 이후 미도리는 세레브 실장복이나 사육용품을 사달라고 밤낮으로 짖었으나, 사육주가 들은 체도 하지 않자 홧김에 투분 한 것이 그 이유였다.
"거지같은 집에서 길러져서 거 참 안됐수다? 공원에서 공주놀이를 하든 거지놀이를 하든 마음대로 해."
[데스우우-! (버리면 안 되는 데스우-!)]
사육주는 바짓가랑이를 잡고 우는 미도리를 거칠게 뿌리쳤다.
[와타시를 공주님이라고 불러주었던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은 데스우...
와타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 데스우... 오로로롱... ]
다른 학대파가 미도리를 발견하고 빠루로 머리를 내려 칠 때까지, 미도리는 자기가 싼 운치더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이테치는 동반 사육실장을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매장방침 탓에 애호파는 가급적 사육실장을 마이테치에 데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첫댓글 아! 옛날에 재밌게 읽었던 글이었는데! 다시 보게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실장짱들이 더 귀여워졌네요!
포카락은 또 뭐임 ㅋㅋㅋ
와우
더 화려하게 부활했네요 ㅎㅎ
우지챠가 좋아하는 마이테치레후~
재미있네요!!
우와 정성과 디테일이 가득...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