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수족관에서 사는 물고기
정군수
네가 절집 마당에서 태어났더라면
물속 영혼 구하는 목어가 되었을 것을
네가 높은 기와집 처마에서 살았더라면
하늘 노래 부르는 풍경이 되었을 것을
장례식장 수족관 물고기로 팔려왔으니
날마다 상두꾼 상엿소리 듣고 산다
검은 상복의 숲을 헤엄치는
네 몸짓 어디에도
삶을 거부하는 지느러미는 없다
잠자지 않는 눈이 되려고
어둠이 흰 국화꽃으로 피는 한밤중
조문객 끊어진 장례식장을 지킨다
운구가 나가는 아침이면
수족관 벽을 차고 올라 외로운 영혼을
그의 하늘에 모셔놓고 돌아온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떠난 조문객이
오늘 망자가 되어 그 자리로 찾아온 날
너는 그 곁에서 밤을 새운다
사랑의 칼을 품고 온 사람은
이승과 저승의 다리를 놓아준다
네 비망록에는 망자가 주고 간 언어와
조문객의 눈물이 꼼꼼히 적혀 있다
지옥문과 천국계단을 오르내리는 밤이면
꼬리에 박힌 금빛 무늬 하나가
목어보다 풍경보다 더 자랑스럽다
또 하나의 슬픈 영혼이 들어오고
고독한 운구가 실려나갈 때마다
너는 저승사자와 악수를 나누며
장례식장의 수호천사가 된다
+ 주제 접근 : 불행한 운명을 행복하개 바꾸어 놓고 사는 삶
장례식장 수족관에서 사는 물고기
정군수
네가 절집 범종루에서 태어났다면
수중 영혼 인도하는 목어가 되었을 것을
네가 소슬한 전각 추녀에서 살았더라면
하늘노래 지어나르는 풍경風磬이 되었을 것을
장례식장 수족관 물고기로 팔려왔으니
날마다 상두꾼 상엿소리 듣고 산다
검은 상복의 숲을 헤엄치는
네 몸짓 어디에도
삶을 거부하는 지느러미는 없다
잠자지 않는 눈이 되려고
어둠이 흰 국화꽃으로 피는 한밤중
조문객 끊어진 장례식장을 지킨다
운구가 나가는 아침이면
수족관 벽을 차고 올라 외로운 영혼을
그의 하늘에 모셔놓고 돌아온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어제 떠난 조문객이
오늘 망자가 되어 그 자리로 찾아온 날
너는 그 곁에서 밤을 새운다
사랑의 칼을 품고 찾아온 영혼을 위하여
인연의 긴 다리를 놓아준다
네 비망록에는 망자가 주고 간 언어와
조문객의 눈물이 꼼꼼히 적혀 있다
저승사자와 악수를 나누며
지옥문과 천국계단을 오르내리는 밤이면
꼬리에 박힌 금빛 무늬가
목어보다 풍경보다 더 자랑스럽다
또 하나의 길 잃은 영혼이 들어오고
고독한 운구가 실려나갈 때면
저승문을 향하여 손을 흔든다
너는 슬프게 팔려온 음울한 운명을
아무도 모르게 바꾸어가며
장례식장 수호천사로 살아간다
+ 주제 접근 : 불행한 운명을 행복하개 바꾸어 놓고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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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글
장례식장 수족관에서 사는 물고기
정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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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5 04:1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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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떠나는 그들을 보며 남아있는 나는 행복하다 할까요..
교수님의 이별연습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