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용철씨(40)는 요즘 밤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위에 동전을 던진다. 학창시절에 장난삼아 했던 이른바 '짤짤이'를 혼자 흔들면서 종이에 열심히 숫자를 그리고있다.
서울 모회사의 지하 헬스클럽 카운터에 앉아 있는 최모양(25)은 아침일찍부터 일련번호가 적힌 종이쪽지를 45개 만들어 하나씩 꺼집어내는 일에 몰두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주 전국에서 숫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진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로또복권 광풍이 몰아치면서 '로또중독' 증후군이 곳곳에서 나타나고있는 것이다.
◇전국 강타한 로또중독 증후군= 경상남도 산청군 내리에서 농업에종사하는 이수정 할머니(65)는 6일 편의점을 찾아 읍내로 10리길을걸어가 로또복권을 샀다.
이씨는 "옆집 친구가 당첨금이 600억원이나 된다는 말을 하길래 깜짝놀랐다"며 "하나 당첨되면 아들내외에게 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씨는 "이웃 사람들에게 로또복권을 보여주며 자랑했더니 모두 다음번에 하나씩 사겠다고 말했다"며 "우리 동네 사람들은 로또복권으로몇백억원을 타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 전했다.
설연휴를 전후해 관광차 한국을 찾았던 한 외국인은 때마침 한국에서일고 있는 로또 열풍을 보고 로또복권을 대량 구입했다. 그는 "처음에는 미국에도 로또가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지만 1등 당첨금이 미국 보다 훨씬 커지고 범법행위자만 아니면 외국인도 누구나 살수 있다고 해서 몇장 샀다"고 전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김모 씨(29)는 지난 설날 고향에 내려가는 것도포기하고 여비에 해당하는 60만원어치를 모두 로또구입에 썼다.
전국에서 남녀노소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로또열병에 빠져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토론장에는 네티즌들의 로또 경험담으로 가득차있다.
아이디가 'yahanyujin'인 네티즌은 "한 걸인은 이틀동안 굶으면서도사람들이 적선해 준 돈을 모두 로또복권사는데 썼다고 한다. 700억원을 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굶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이디 'Blackangel'인 네티즌은 "어제 회사에서 문서에 숫자하나 틀렸다고 욕 얻어먹고 퇴근길에 바로 10장 구입했다"며 "백만 장자가된다는 상상을 할수있는 3일동안 그래도 조금은 위로가 되고 기분이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또중독 자가진단법도 등장= 로또가 열풍을 보이면서 꿈에 숫자가보이고, 구슬만 보면 흥분하고, 책상에는 숫자를 조합한 종이가 여기저기 나도는 등 '중독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에는 로또 중독 여부를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들이 떠돌고 있다.
▶토요일 저녁은 약속을 취소한다. (오후 8시45분 로또 방송 봐야 하거든.)
▶ 애완견 이름을 '로또'라고 부른다. (로또야, 너만 믿는다!)
▶포카, 고스톱도 6장으로 친다. (무조건 6장이 최고라니깐.)
▶'로또 천사' 송강호 나오는 영화만 본다. ('공동복권구역 JLA'(JointLotto Area), '대박은 나의 것', '당첨왕')
▶1억원은 돈으로 안보인다. (카지노에서 2억5000만원 잭팟이 터졌다고? 에게게게.)
▶남들이쓴 숫자를 몰래 옆 눈으로 본다. (겹치면 당첨금 줄어드니까.) ▶개꿈 꾸고 필이 왔다며 호들갑 떤다.(돼지 꿈 꾼 사람들 수백명이랍니다.)
▶복권만 당첨되면 한 턱 쏘겠다고 큰소리 친다. (될 리가 없으니까 하는 소리.)
▶당첨자가 없으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음주에는 내가 되겠지. 믿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실실 웃는다. (왜냐? 당신 얘기거든. 딱 걸려쓰~!)
이 같은 항목중 하나라도 자기와 같으면 중독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10명중 6명을 로또 구입= 로또복권 추첨일을 이틀 앞두고 우리나라20,30대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이번주 로또복권을 구입했거나 구입할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10회차 추첨일을 앞두고 전국의 20-30대 미혼남녀 958명(남성 443명.여성 515명)을 상대로 '로또복권 신드롬'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이번추첨과 관련 '복권을 이미 구입했거나 구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로또복권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31.6%)에그쳐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남에 따라 로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계속 구매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67.1%나 됐다.
'1등에 당첨된다면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남성은 주택마련(23.2%), 세계여행(20%), 불우이웃돕기(15.3%), 사업 또는 창업(13.6%)순으로 답했고, 여성은 세계여행(23.5%), 주택마련(23%), 저축 및 주식투자(16.2%), 가족.연인에게 선물(12.4%) 순으로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