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처리 지침' 달라 혼란… 서울 전교조 교사 1명은 학급전체 답안지 제출안해
시교육청 "방해 확인땐 징계"
전주 A중학교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 13일 오전 일부 학생들이 시험 실시를 놓고 혼란을 겪었다.
이 학교는 당초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전북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논술지도·영어일기쓰기 등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학생 34명으로부터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평가 전날인 12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결시 학생은 무단결석(결과) 처리하라"는 공문이 전달돼 학생들에게 교과부 공문을 알려주며 시험 응시를 유도한 것이다. 결국 이 중 27명은 시험을 치렀고 7명은 대체수업을 받았다.
A중 교장은 "상충된 교과부 지침과 도교육청 지침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체 수업을 받은 학생 모두 등교한 것이니 일단은 출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교과부와 도교육청의 입장이 달라 결시학생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시행된 이날 평가에서 시험을 거부해 미응시한 학생은 예상 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전교조 교사, 답안지 제출 거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당일 교과부와 시·도 교육청의 상충된 '지침'이 일선 학교에 내려가면서,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교과부는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에 대해 무단결석 처리 지침을 내린 반면, 교육청은 기타 결석 또는 무결석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학교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업성취도평가 하루 전인 12일 "시험 거부 학생을 '기타 결석' 처리하고, 등교하고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학생들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12일 밤 11시 교과부의 '무단결석 처리' 원칙이 담긴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학교 입장에선 시험 거부 학생에 대한 처리 지침이 '기타 결석'에서 '무단결석'으로 불과 몇 시간 만에 바뀐 것이다. 기타 결석과는 달리 무단결석은 상급학교 진학시 내신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학업성취도평가 첫날인 13일 서울 상계동의 한 복지관에 평가를 거부하고 시민단체가 주최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였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교과부와 교육청 지침이 엇갈리자 시험거부 의사를 철회하는 학생들도 잇따랐다. 서울 지역 한 중학교 교장은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불이익이 없는 '기타 결석'처리로 알고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학생이 3~4명 있었는데 '다시 무단결석 처리하라는 공문이 왔다'고 알려줬더니 시험을 치러 왔다"고 밝혔다.
한편 13일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에서는 전교조 소속 교사 1명이 한 학급 답안지를 통째로 제출하지 않는 '시험 방해 행위'가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전교조 교사가 시험을 방해해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험 거부 학생 저조한 까닭은
13일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지 않은 학생은 전국에서 433명으로 집계됐다.
예상보다 미응시 학생이 많지 않았던 것은 전교조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시험 거부를 유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12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시험 전 학생들에게 응시 여부를 확인하라"는 긴급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내려 보냈지만, 이를 따른 교사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전교조 조합원 A교사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평가를 거부해 과거처럼 파면·해임되는 징계를 감수한다고 해서 제도가 바뀌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학생·학부모들의 공감을 확보하면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자는 게 일반 조합원들 정서"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평가 첫해인 지난 2008년 학생들에게 시험 거부를 안내하는 등 시험을 거부한 전교조 교사 13명이 파면·해임됐었다.
교육현장에서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도 시험 거부 학생이 적은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가 벌써 3년째이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장·교사들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안정적으로 치른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고등학생 이모(17)양은 "시험은 당연히 싫지만 시험을 거부하면 학교에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등 괜히 더 귀찮지 않겠느냐"며 "성적에 들어가는 시험도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그냥 쳤다"고 밝혔다.
강릉지역 한 고교 교사는 "일부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지만 현장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시험 거부를 고민하는 학생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첫댓글 그래도 학업 성취도 평가니까 부담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