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로 본 상승 동력과 하락 동력의 메커니즘

[samtoshi]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 인허가 물량이 연간 40만호를 넘었던 기간을 꼽으라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리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와 2021년부터 2022년까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은 특히 수도권 부동산이 뜨겁게 상승하던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인 즉슨, 반대의 경우도 성립이 되겠죠.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연 평균 31만호 내외로, 2005년부터 2022년까지의 중장기 연 평균 39만호를 상당히 많이 밑도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부동산이 상승하면 인허가 물량도 늘어나고 이 늘어난 인허가 물량이 착공/준공 증가로 이어지면서 점차 상승 동력을 깎아먹게 되는 셈이고, 부동산이 하락하면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면서 이 줄어든 인허가 물량이 착공/준공 감소로 이어지면서 하락 동력을 깎아먹게 되는 셈입니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자정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승을 시작하고나서 인허가가 늘다보니 상승기 후반부에 가서야 입주 물량이 많아지고, 하락을 시작하고나서 인허가가 줄다보니 하락기 후반부에 가서야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 즉, 상승기에는 입주 물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상승 동력이 점차 훼손되고, 하락기에는 입주 물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하락 동력이 점차 훼손되는 흐름이죠.

이러한 모습이 지표로서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게 '전세가율'입니다.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은 상승기에는 줄곧 하락하다가 일정 수준까지 떨어지면 매매가가 하락 반전하고, 하락기에는 줄곧 상승하다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매매가가 상승 반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입주 물량과 매매가, 입주 물량과 전세가의 상관계수를 뽑아보니 명확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임대차3법으로 수급 논리가 훼손된 기간을 제외하고 2005년부터 2019년까지의 상관계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관계수
입주 물량과 매매가	전국	-0.09
	서울	0.44
	수도권	0.20
입주 물량과 전세가	전국	-0.69
	서울	-0.30
	수도권	-0.56

두 지표간의 상관계수가 ±0.5 이상이면 두 지표간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이른다고 일컬어지는데요, 위에 보시면 입주 물량과 매매가의 상관관계는 의외로 깊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오히려 서울은 입주 물량과 매매가의 상관계수가 0.44로, 입주 물량이 많으면 매매가가 오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입주물량과 전세가인데요, 상관계수로 볼 때 두 지표는 음(陰)의 상관관계가 깊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서울의 경우 서울의 입주 물량과 전세가의 상관계수는 -0.30이나, 따로 뽑아본 수도권 입주 물량과 서울 전세가의 상관계수는 -0.49로 상당히 유의미한 숫자가 도출됩니다. 즉, 서울의 전세가는 수도권 입주 물량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수도권 입주 물량과 서울 전세가의 상관계수는 -0.61로 음(陰)의 상관관계가 더 깊어지는데, 심지어 해당 기간에 수도권 입주 물량과 1년뒤 서울 전세가의 상관계수는 -0.69까지 올라갑니다. 즉, 수도권 입주 물량이 1년뒤 서울 전세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의외로 입주 물량과 매매가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깊지 않으며 입주 물량과 전세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깊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상승장에서 특이한 일이 발생했죠.

보통 상승장은 전세가율이 줄곧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대차3법 시행후 전세 유통 물량 급감으로 전세가율이 상승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맙니다. 2016년 6월 75.1%로 정점을 찍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0년 8월 53.3%까지 꾸준히 하락하며 매매가 상승 동력을 서서히 깎아먹고 있었는데 임대차3법 시행후 전세가율은 2021년 1월 56.3%까지 반등하기에 이릅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무려 56,784호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가장 많은 입주 물량을 기록한 해였기 때문에 내버려뒀다면 전세가에 큰 하방 압력을 가했을 것이고 이는 전세가율에도 타격을 줬을 상황인데 엉뚱한 정책 개입으로 오히려 전세가율 반등을 초래한 일이 발생한 셈이죠.

(2020년이 역대급 입주 물량을 기록한 해였음에도 2020년 8월 임대차3법 시행후 급감하는 전세 매물 추이가 확인됩니다.)

그리고 펀더멘탈을 무시한 전세가 급등은 2022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물량의 매물 출회와 금리 급등이 어우러져 전세가 급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전세가 급락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로 매물이 많이 소진되었고 시중 금리도 하락하면서 전세가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2009~13년의 중장기 하락장 끝에 2013년 9월 매매가가 상승 전환했는데 그때 전세가율이 60%를 상향 돌파했었다는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볼 때, 결국 전세가율이 60% 정도 되어야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 및 갭투자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는데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4월 기준 50.8%이고 지표상으로 반등을 앞두고 있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 2022년 17.6만호에 이른 수도권 입주 물량이 2023년에 23.1만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전세가의 반등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능가하는 변수가 어떤게 있을지 제 머리속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는데 곧 다가올 2023년 하반기에는 시장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