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 어떻게 풀어써야할지 모르겠군요.
전 일단 말문이 트이면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서
(게다가 처음부터 이야기하는걸 좋아한다.
엄마는 이상한걸 유전으로 남겨주셨다. ^__^;;)
다들 귀찮아서 읽지 못하도록 만들터이니 각오하고 읽으시라요.
2002년 12월 18일
카페 방명록을 만들었다.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할일들이 없으셨나?-요즘 학교는 한가하다)
이 방명록에 무명오라버니의 카페에 들린 사람들의
글들이 빼곡이 채워질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2002년 12월 21일
10:20
학교 시험날이다.
2교시에(10:10~11:00) 과학시험인데 기차표는 11시에 잡았다.
어쩔수 없이 물리선생님을 동원하여 몰래 탈출작전에 성공!
결국 식당뒷문으로 빠져나와 열심히 부산역으로 달렸다.
교감쌤이 봐도 어쩔수 없다.
난 요즘 간이 배 밖에 있다.
10:40
목마님과 만났다.
이 여행 너무 기대된다.
흥분된 마음으로 씨네21과 신문을 샀다. 물도.
11:00
기차가 떠난다.
난 벌써 서울에 가있는데 몸만 기차안이다.
서울에 도착할때까지 이렇게 난 서울과 기차안을 얼마나 왔다갔다 할 것인가.
4시간 30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목마님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니다.
나도 차분함으로 가장하다 잠이 들기도 했다.
12:30
배가 고프군.
식당칸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이렇게 비싼 밥을 이렇게 맛없게 먹을 수 있다니.
가끔 소설에 나오는 식당칸에서의 낭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난 아직 낭만을 꿈꾸는 소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__^;;)
과수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음주 토요일이 정모일거라 계산한 과수원은
지금도 군대에서 휴가를 기다리고 있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했다.
다음주에 보자.. 부산에서... ^__^;;
3:00
자다가 자다가 자다가 또 자다가
몸이 붓는게 느껴진다.
온몸의 모든 세포들이 삐지고 나오는 느낌.
눈을 뜰수가 없었다. 가위눌렸나?
하여간.. 센타로의 전화가 없었으면 그대로 눌린채로 왔을 것 같다.
(혹자는 혹시 목마님이 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__^)
3:40(맞나?)
서울역 도착
소노마루님과 스마일 엔젤님, 센타로가 마중 나와줬다.
이렇게 기쁠 수가.
서울지리에 대해 나와 거의 같은 수준인 스마일 엔젤님.
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30미터 이상 앞달리신 소노마루님.
변함없이 작은 웃음소리를 가진 센타로.
(소노마루님과 스마일엔젤님은 목마님의 팬이라면서요? 아직 몰라서 그래요... )
소노마루님의 권유로 버섯칼국수를 먹었다.
버섯...웁스! 버섯.... ^__^;;;;
5:00(역시 맞나?)
폴링에 도착
살이 쪼옥 빠진 무명씨님이 우리를 반긴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걸까. 내심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오랜만에 진진님도 봤다. 더 예뻐진것 같다.
낯선남자님의 덥수룩한 수염에 또 한번 놀랐다. 잘 어울리네.
여기서부터 모든 기억들이 일그러진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 많은 웃음들...
고래님들이 오셨다.
정말 반가운 모습. 내일 시험이라는데 이렇게 나와도 되나? 걱정도 되었지만
아마 나오시지 않았다면 내가 줄기차게 전화했을 것이다.
요즘 나의 집요함은 어디까지인지...
흰고래님은 여전히 술자리에서 퀸이로구먼. 후후~
(여기서부터 시간은 애매함)
효순이와 미선이를 위한 추도의식이 있었다.
김하늘님의 시낭송에 숙연함은 짙어졌다.
한해동안 서울 정모의 주제를 한번 정리하는 시간도 있었다.
책자리님이 보내주신 책 나눔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술과 안주~
11시를 넘겨서 폴링을 나왔다.
그리고 찾아간곳은 홍대근처의 기차길옆 고기집
그곳은 정말 꿈같은 곳이었다.
비현실적인 장면 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책친구들은 술과 이야기에 젖어간다.
한번씩 들리는 기차소리에 정신을 놓아보았다.
2시반이 넘어서 고래님들 집으로 출발
근처에 사시는 헤르메스님이 같이 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경사가 어찌가 급한지 올라가는 동안 헤르메스님의 현명함에 감탄을... ^__^
전화박스에 칸칸이 들어가 뒤에 오시는 고래님들 기다리던 기억이 나는군.
부산에는 전화박스에 들어가면 따뜻한데, 서울은 아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서 잠에 빠져들었다.
사실은 쉽게 빠져들지는 못했다.
목마님의 깊은 숨소리와 낯선남자님의 코고는 소리는
음정박자 맞춰가면서 나와 하늘바라기의 잠을 설치게 하였다.
아마 하늘바라기가 일찍 집을 나선건 다 그때문이 아닐까.
두 분은 그렇게 반성을 하였다.
12 22일
8:50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났다.
고래님 시험이 10시라는데 깨워야지. 일어나요~~
"아.. 1시에도 시험이 있어요"
하늘바라기는 이때 일어나서 친척집으로 향하고
그렇게 그렇게 낮술마시자는 약속은 뒤로한 채 또 깊은 아침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2:00
화장실 문이 잠겼다.
약속은 2시 반인데 아직 남자들은 씻지도 못한상태
기어이 화장실 창문을 뜯고 들어가야했다.
아.. 센타로가 기다리고 있을건데..
이제 센타로는 절대로 고래님들과 약속하지 않겠지.
3:00
역시 센타로의 첫말은
이제 고래언니랑 절대로 약속안할거에요...였다.
4:10
신촌으로 갔다.
맛있는 케익을 먹으면서 스마일엔젤님과 소노마루님을 만났다.
이 두분은 정말 의리의 친구들이다.
나와 목마님의 처음과 끝을 맡아주시다니..
5:40
베트남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향해가던중. 반대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말았다.
서울사시는 고래님들, 스마일엔젤님, 소노마루님..
이 글을 읽으시면서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 기차를 놓쳤다는 이야기는 쓰지 않을게요
영화처럼 그 많은 계단을 달리고 달렸다는 이야기도 쓰지 않을게요. ^__^
두루마리 휴지에다 줄줄줄 사연을 엮을 생각이었다는 이야기도 쓰지 않아요. ^__^;;;;
많은 분들이 있었는데 제 기억의 한계가 느껴지는군요.
무명씨 오라버니~ 정말 고생많았죠? 보고싶었어요. ^__^
흑등고래님과 흰고래님은 여전한 금슬이더군요. 부러워죽겠다니까.
저랑 목마님 하늘바라기님 낯선남자님을 재운다고 고생하셨죠?
신세진 거 언젠가 톡톡히 갚을거에요. 기다리세요. 후후~~
아무개님, 즈런나모님 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몰랐는데 제 가방 안에도 귤이 들어있더군요. 집에서 어머니랑 또 맛있게 먹었어요.
흰고래님의 느끼하다라는 공격을 받으신 목토님, 소설 준비 잘하세요.
제 옆에 앉아서 조금 지루하셨을 것 같은 구례님. 죄송해요. 다음에 이야기 많이 해요.
김산님~ 제가 팬인거 알죠? 보고싶었어요. 맨날 못생겼다 그러시는데, 잘생기셨어요.
코퍼스님.. 잊을수가 없군요. "차 다쳐요"
헤르메스님~ 예쁜 청년이더군요. 예쁜 마음 계속 간직하셨으면 해요.
미새님, 미운오리새끼는 결국 멋있는 백조가 된다는걸 상기시켜주셨어요.
하늘바라기님 집에 잘 가셨나 몰라. 아침에 일찍 혼자가시는 거 뒷모습만 봤는데, 아쉬웠어요.
센스님~ 부산분이셔서 그런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왠지 좀머씨애인님과 쌍벽을 이룰듯.
같이 있었던 모든분들께 인사하고 싶네요.
행복하시길~~~
다음에 또 뵈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