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순간이 지난주 또는 작년 이맘때와 똑같은 4월의 봄날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산을 오르고 내리는 중에도 몸이 느끼는 기온과 컨디션도 다르고 바라보는 각도, 감정, 위치 및 날씨에 따라서도 모두 다르다.
일주일, 아니 불과 며칠전과 비교해도 뚜렷한 변화를 끊임없이 체감 할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진달래가 채 지기도 전에 지난주에 볼 수 없었던 산철쭉이 화려하게 피어 있고 말발돌이와 붓꽃도 수줍게, 또 때로는 당당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계절의 가장 확연한 변화, 시간의 흐름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산이 아닐까.
앞다투어 꽃이 피고 새싹이 돋고 풀은 쑥쑥 자라고 나뭇잎의 색깔도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거듭하는등 온 산천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탄생과 성장, 변화와 쇠락을 반복하며 생명의 신비를 일깨워주기라도 하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어찌 올해와 똑같은 계절이 내년에 또 온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드웨어만 동일하고 소프트웨어는 다른 기계처럼 계절이라는 명칭은 같아도 그 내적인 모든 것이 사실상 다른 것이다.
오늘 본 산야가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듯이 오늘 이순간에 보고 느끼는 산의 모습, 야생화들의 향기, 동물처럼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듯한 생동하는 분위기는 개성이 넘치고 독창적이어서 언제 어디에서도 두 번 경험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 아닐까.
더욱이 그 순간들이 모여서 영원(永遠)이 되고 인생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때 그 중요성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였던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사후관(死後觀) '영원회귀론'에서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럽다면 이 고통은 영원할 것이며 반대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이 행복은 영원할 것이다."
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산철쭉
병꽃
말발돌이
불교 경전에서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상서로운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경기도 의왕의 청계사.
청계사의 와불. 길이가 무려 11m 에 이른다.
첫댓글 8시간 걸렸던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리딩 하셨던 그대로 형님,
그리고 함께 했던 모든 분들 수고 많았습니다.
이 정도의 산행소요 시간은 문제 될것이 없으며 거뜬히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일주일이 뿌듯할것 같습니다. 멋진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