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위폐감식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서태석 외환은행 부장이 직접 위폐를 구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
이 신문은 '2005년 가을에 열린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에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있다고 주장해 회담이 틀어졌고, 한반도 긴장상황이 고조됐다'고 전했고, 실제로 전문가들도 당시 미국이 6자회담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증거도 없는 위조화폐 문제를 카드로 꺼내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슈퍼노트'가 지난 20년 동안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유통되어 온 것은 배후에 국가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위폐 제조국으로 지목했지만 북은 정교한 위조화폐 제조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신문은 유럽에서 유통되는 위조 지폐가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중동과 동아프리카, 러시아 등지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7월 인터폴이 소집한 회의에서 미 대표가 북을 위폐 제조국으로 지목했으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신문은 고도의 보안조치가 필요한 인쇄기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CIA가 비밀작전에 대한 의회의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워싱턴 근교의 비밀 인쇄 시설에서 위조 달러화를 제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자작극은 이미 예상했던 일"
“미국이 위조지폐 문제를 떠들며 공화국(북)의 대외 금융기관의 활동을 추적, 실질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지갑정책’이란 것을 채택했다. 미국은 위조화폐에 대해 요란히 떠들지만 아직 이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위조화폐 방지를 위해 협의체를 만들자는 공화국의 제의를 외면하고 있다. 이것은 위조지화설이 미국이 계획적으로 꾸며낸 날조품이란 것을 보여준다. 위조화폐 문제를 통해 미국이 노리는 것은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살로 미국이 6자회담의 재개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제재와 압살의 고삐를 조일수록 공화국은 자기가 선택한 길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2006년 4월 26일 북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개제된 통일신보 보도 중)
북한은 2005년부터 제기된 미국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과 관련, 대북압살을 위한 미국의 계획된 작품이라며 미국의 주장이 거짓임을 강조했고, 이번 보도를 접한 전문가들 또한 이미 예상했던 바라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이번 보도와 관련 “일단 충분히 예측했던 사실”이라며 “미국이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문제라 쉽사리 시인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의 제지술이나 인쇄술을 봤을 때 위조지폐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상당한 의구심이 들었고, 미국 또한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으로 북핵 포기에 따른 상응조치라는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세운 9.19공동성명의 합의를 앞두고 미국이 문제를 터트렸던 것이다. 당시 미국 내 강경파가 6자회담의 판을 뒤집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됐다. 북이 위폐 유통과정에서 관련이 됐을 수도 있는데 그 자체도 미국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여졌다. 우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미국은 이를 시인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북제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심대한 도덕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할 것이고, 이로 인해 북미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이라면 미 CIA가 해체될 수도 있다”
다른 전문가들 또한 이 신문의 보도가 사실 확인이 안된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위조지폐를 만든 것이 미국의 CIA라는 것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일반 황색잡지도 아닌 정통 독일의 유력 일간지가 미국의 CIA가 위조화폐를 만들고 이를 북에 덮어 씌웠다는 보도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라며 “독일뿐만이 아니라 유럽지역에 넓게 퍼진 미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뒤, “물론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연구원도 “아직까지는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어 두고 봐야할 일”이라며 “사실이라면 북미간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 자체적으로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라고 말한 뒤, “미 CIA가 해체될 수도 있으며 내부적인 파장도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화 1백달러 지폐(위)와 정밀위조지폐 '슈퍼노트'(아래).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미국"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번 보도가 사실이든 아니든 세계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입게 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위조화폐 사건도 아직 구체적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행동으로 봤을 때 미국의 이중적 작태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5개 나라 성인 2천6백여명을 대상으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가 미국의 해리스 인터렉티브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세계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는 북을 악의축이라고 규정한 미국이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스페인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는 미국이 북한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미국. 그 미국이 북을 상대로 대북봉쇄작전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을 위폐 제조국으로 몰았던 '꼼수'가 밝혀질 경우, 말 그대로 '악의 축'으로 낙인찍힐 지도 모를 일이다.
2007-01-10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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