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2003년 11월 21일 금요일
7일,
월급쟁이로서 가질 수 있는 결코 짧지 않은 휴가의 마지막날이다.
팔영산.
오늘 코스는 능가사(08:00) - 1~8봉 - 능가사(12:00)
원점회귀 산행.
영덕 팔각산과 마찬가지로 주능선이 암봉으로 되어있다.
팔각산은 뽀족하고, 팔영산은 두리뭉실한 산세를 가진
것이 대비된다
팔영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면 거리가 너무 짧을 것
같아
출발지점을 능가사로 택했고, 능가사는 이번 산행에서의
특이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능가사.
절 입구에서 대웅전까지 전체가 평지위에 전각들이 조성되어
있는 특이함이 있고,
사천왕문이 토담으로 지어진 것도 이채롭고,
상형문자같은 문양을 새겨놓은 부도탑이며....
어린시절 절에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절을 한 바퀴 돌고 산으로 향하는 내 뒤를 진돗개 두 마리가
졸졸졸 따라돈다
주능선까지 오르는 동안 그다지 산의 특이함은 없어 보이는데,
개 두 마리는 계속 따라 오고....
흔들바위에 도착.
좌측은 1봉, 우측은2봉으로 가는 길.
1봉으로 길을 잡으니 이제부터 이눔들이 앞에서 산행안내를
한다.
그것도 아주 능수능란하게, ^^
한가지 걱정이 되는 건 내베낭에는 고기가 없다는 것.
과일과 찰떡뿐인데 이넘들 배고플 때 뭘 줘야하나?
1봉은 간단히 몸풀 듯 지나고 2봉입구로 접어드니 버림받은
지팡이들이
진짜 집채만큼 쌓여있다.
가만히 오름길을 보니 작대기들을 버릴 수밖에 없어보인다.
길은 위태위태한데 바람마져 거세게 불어 가끔 몸이 휘청거릴
지경인데
2봉에는 그 흔한 체인이나 밧줄하나 보이지 않는다.
여차하면 추락하기 쉽상이다.
이러니 이넘들도 더 이상 못 따라 오고 하산한 듯 하다.
안전펜스와 체인을 잡고 3봉, 4봉을 지나 5봉에 오르니
언제 올라왔는지 산을 돌아온 그넘이 정상에서 기다리고(한넘은
하산)
이제사 숨어있는 1봉을 빼고 2~8봉까지 온산이 다 보인다.
줄 것이 없어 찰떡을 주니 잘 먹는다.
4개중 그넘이 3개, 내가 1개 무것다.
7봉과 8봉은 재를 사이에 두고 약간 떨어져 있어
성질 급한 사람들은 아마도 이쯤에서 그냥 내려가지 싶은데
운봉님이 일러주신데로 8봉까지 가 볼참이다.
길이 있으니 가보라고 하셨겠지~~ ㅋㅋ
통천문을 지나 7봉, 8봉에 이르니 그제서야 바다에 잔뜩
끼어있던 안개가 약간 걷혀
조망이 좀 나아진 듯 한데,
아직도 바다며, 섬들이 그렇게 선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어찌 모든 산행이 다 좋을 수만 있으랴,
일과중에서도 좋았다가 혹은 나빴다가.... 기복이
있는데.
하산길.
역시 능가사로 향하는 길이 열려있고 여전히 이넘 길 안내하듯
앞서간다.
계곡 맑은물로 시원하게 세수 한판하고,
전라도 쪽의 산들은 산세는 좋으나 계곡이 많이 약하다.
골 깊이도 그렇고, 특히 수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다.
능가사 뒷마당으로 내려서니 한 부부가 다정스레 산행을
시작하고,
나의 산행파트너는 절간으로 들어간다
혹시나 싶어 절에 들어가서 스님에게 물어봤더니 절에
사는 개란다.
중간에 하산한 넘도 절에서 기거(?)하는 녀석이었고......
그렇게 이번 산행에서 낮선 산동무 하나 사귀었다.
아쉽지만 산동무와 작별하고 차에 오르니 고작 12시.
울산에 7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되니까 고흥반도 구경이나
할까?
고흥반도 젤 끝단 외나로도. 우주과학기지
공사장.
아직 정지작업 단계라 볼 것은 없지만 정말 이 공사가
제대로 되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세금낼 때 불평불만 절반만
하리라.
구름 사이로 내려 쬐는 햇살,
점점이 떠있는 섬들,
그리고 은빛 바다.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은 위대하다.
이렇듯 복잡한 인간에게 감동을 줄 만큼......
울산에 도착하니 6시50분,
총 주행거리는 1,170 km
이렇게 7일간의 전라도 산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악우님들.
장작불로 가마솥에
물 끓여주며 목욕하라시던 추성동 민박집 할매 할배,
잠시 쉬고 있는
내게 먼저 점심 먹고 가라고 손내밀어주시던 스님.
진짠지 뻥인지
모르겠다만,
전라도사람은
국물(찌게)에는 소주 안묵는담서 공짜로 두루치기 만들어주시던 기사식당 아저씨.
비와 땀에 흠뻑
젖어 버린 모습에
집에가서 따뜻하게
차 끓여먹어라고 유자를 한 바구니나 주신 농장 아주머니....
역시 사람사는
곳에 인정이 있다는 말 실감하고 돌아왔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준 와이프가 너무 고맙고,
또. 여행 정보를
쏠쏠하게 알려주신 전라도의 피룽님
그리고 경상도의
운봉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토담으로 된 천왕문, 사천왕 상의 크기가 통도사의 그것과 비교할만 하다.
대웅전 - 절 전체가 평지이다.
문고리가밖에 있다, 왜 그럴까?
응진전이 아니고 응진당이다. 이건 또 왜그럴까?
내려올 때 물어본다는 것이 그넘땜시 이자뭇다. ^^;;
2봉까지 따라오던 백구 2마리
저 많은 나무지팡이, 돈주고 산 등산지팡이는 하나도 아니 보이더라.
해창만
여기가 3봉이지 싶다
7봉과 8봉
6봉에서 본 능가사
통천문
7봉에서 본 해창만
산동무와 함께 한 컷.
팔영산의 서쪽 보성만
하산 삼거리
하산길, 침엽수와 낙엽진 활엽수대
부도탑 - 종모양도 있고 상형문자 비스무리한 것이 조각된 것도 있고 ......
마지막 산행을 함께한 산동무, 안녕~~~ ^^
능가사 담장너머로......
팔영산 자연휴양림(남쪽) 도로에서 본 팔영산
고흥 우주과학기지 공사장
沙丘에 나무를 심어 자연 방파제가 되었다. 현명한 우리 조상님. ^^
육지의 논과 갈대, 갯벌 바다 그리고 섬과 하늘. . . . .
사진이 어찌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울산 도착 - 공업탑 도착
주행거리 : 1,170 km
도착시각 : 6시 50분
목욕탕에 가서 샤워하고 회식장소로 가야겠다.
첫댓글 와~정말 멋져용~쿠쿠 팔영산에 그 산친구요~작년에 갔을때도 있드라구요...산행안내도 해주고 대단한 백구야~~~^^(근데 그백구가 그 백구 맞나 몰라용...^^;;)
정말 멋지십니다..아는것만큼 느끼게 된다는거, 전라도 산들이 일케 멋지단것두.. 많은것 느끼게한 산행기였던것같습니다..저두 이겨울일 다가기전에 전라도로 함 떠나봐야 겠네요..^^
대단히 멋진 산행을 하셨네요. 그리고 산행기와 사진 구경 잘하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한마디로 부럽다. 담에 나두 갈란다. 언제일진 모르고.... 사진도 글도 멋지다
♡.♡ ~~ 감동.. 너무 멋진 산행집을 보는 것 같아요~~
힘들고 힘든 산행 소중한 추억을 이렇게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말 감사히 보고 느끼고 , 그리고 많을 것을 배우고 감니다
내가 갔을땐 여러마리의 새끼들이 있었는데... 벌써 그리 컷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