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multi-tasking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TV를 보면서 책을 읽거나 전화를 하거나 무언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지만, 라디오는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저의 채널은 89.1, 91.9, 93.1, 107.7에서 움직입니다.
2-4PM: 93.1의 <명연주 명음반>. 93.1중에서도 가장 전문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음악의 정수를 들을 수 있지요. 음반을 낸다고 다 명연주자가 아니며, 명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만섭 씨는 제가 가장 동경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해박한 지식과 부드러운 말솜씨는 물론 곡 하나 틀면 20분 이상이 기본인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얼마나 좋을까요! ^^; 요일별로 긴 곡(보통 40여분)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감상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클래식이 별로이시거나 졸음과 싸우는 중이라면 107.7의 <신성우의 뮤직라이브>를 추천합니다. 또는 91.9의 <윤도현의 2시의 데이트>도 비슷한 느낌이지요. 혹은 93.9(기독교방송)을 선택하시면 생생한 팝송을 김형준 씨의 진행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전 잘 모르는데 꽤 인기있는 DJ라네요...)
4-6PM: 우선 5시까지는 93.1의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듣습니다. 가장 들을 것 없는 시간대이므로, 말 그대로 고전 음악 중 '노래'를 1시간 들을 만 합니다. 타 방송국에서는 안 들어도 뻔한, 흘러간 가요 퍼레이드와 옛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간혹 좋은 곡도 나오지만, 흘렀다는 시간의 정도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107.7 <허수경의 가요풍경>이 좀 낫습니다. 특히 5시에서 6시까지 93.1에서 국악을 틀기 때문에.
6-8PM: 저녁 시간의 시작. 다소 복잡거리던가 아주 고요하던가. 우선 93.1에서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하는데 뉴에이지나 남미 같은 생소한 나라, 크로스오버 음악이 많은 편입니다. 차분히 하루의 마무리를 하는데는 제격이지요. 91.9의 <배철수의 음악캠프> 또한 쿨~한 편. 107.7의 <박소현의 러브게임>도 괜찮아요. 신곡도 많이 나오고.
8-10PM: 온통 10대 판입니다.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89.1의 이본 씨도 있지만. DJ도 20대 초반을 넘지 않는, 예전 청소년 시절 좋아하던 시간. 그러나 나이가 쫌 먹고 들으면 정신없기 그지없습니다. 별의별 희한한 노래 하며, 개편 때마다 바뀌는 아이돌 스타의 진행 등등. 93.1로 가면 <FM 실황음악회>를 하는데, 주로 세계 유수 관현악단의 연주를 적당한 설명과 함께 방송합니다. 때로는 표 값만 몇 만원 이상 가는 유명 연주자의 국내 실황을 공짜로, 생중계로 틀어주기도 해요. 요즘은 모짜르트나 베토벤 류의 음악을 많이 틀어서 그다지 듣기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9시 30분부터 30분간은 <정다운 가곡>이란 프로그램인데, 생각 외로 듣기 괜찮습니다. 조수미의 가곡도 많이 나오는 편이구요.
10PM-MN: 역시 10대 판이 이어집니다. 아 머리아포... 관심있는 분들은 여러 군데 들어보시면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실 수 있을 듯. 참고로 89.1은 강타&신혜성, 91.9는 이소라, 107.7은 플라이투스카이. 93.1은 <당신의 밤과 음악>. 역시 크로스오버 뮤직이 많고, 명곡 소품이 많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김세원 씨 진행과 선곡이 더 맘에 들었는데, 지금의 진행자는 가끔 목소리나 말이 귀에 거슬립니다. 이 시간대는 multi-tasking이 가장 활발한 시간이라 라디오 틀어놓고 딴 일 하는데, 라디오 소리가 튀면 싫거든요.
심야 시간대는 꽉 잡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바뀐 프로그램이 좀 있고, 안 들은 지도 오래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죠.
애독해 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