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츄르주다가 생각난 글
🍊반응연재
Prologue : 신과 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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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 한번 소원을 말해보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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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
복실한 입가에 츄르를 잔뜩 묻힌 채 내게 소리치는 저것은 분명 고양이었고, 삼각형의 조막만한 입에서 나온 것은 분명 한글이었다. 내가 국어라는 개념을 잘 못 배운 게 아니라면 저건 분명 한글이라고. 소파 위에서 식빵을 구우며 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보던 고양이, 아니, 자칭 '고양이 신(神)'께서는 아직까지도 못 믿겠냐는 표정(표정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얼굴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으로 보더니 기어이 소파 위에서 발톱을 갈기 시작했다. 인간 주제에 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천 년을 살면서 이런 일은 또 처음이네. 그리 중얼거리며 말이다.
"...그러니까. 난 버려진 고양이를 주워다가 츄르를 준 것 뿐인데 그 고양이가 알고보니 고양이 신이었고, 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씀이신거죠?"
"벌써 세 번도 더 말하는 건데. 대체 뭐가 문제인 게냐."
한심하다는 듯이 쯧 하며 혀까지 차는데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을까. 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웃다가도 이 기묘한 상황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생각했다. 물론 내가 생각을 한들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벌써 한시간도 넘게 생각했음에도 여전히 내 앞에 있는 고양이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 최선이라 결론내렸다.
"아, 그러면, 어 음.... 고양이 신님..?"
"뭐냐."
"그, 소원이라는 게.... 정말 어떤 것이든 다 되는 건가요...?"
"거참 인간 따위가 귀찮게 만드는구나. 다 된다고도 세번은 말했다."
사실상 고양이 입에서 사람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기억의 일부를 잃다시피 했다. 채워도 새는 깨진 장독대 마냥 아무리 들어도 뇌를 거치지 않고 한귀로 빠지는 얘기들을 기억할리가 만무했다. 이 기이한 상황에 비명을 안지른게 다행일지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신은 귀찮다는 듯 뒷발로 귀를 탈탈탈 긁어댔다. 5분 줄테니 그 안에 말하도록. 타임리미트까지 거는 고양이 신은 하품까지 늘어지게 하더라.
"정말 말도 안되는 소원도 가능해요? 막 억만장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거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거나..."
"감당 가능?"
고양이 신의 조막만한 얼굴이 썩소를 지으며 묻는다. 물론 대통령 같은,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후폭풍이 심한 소원은 빌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저 소원의 크기와 범위를 가늠하기 위해 물어본 거였지. 사실상 소원을 정하는 데에 있어 큰 고민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조실부모하고 불우한 인생을 살아온 내게 있어, 이 나라는 살기가 너무도 버거웠고 힘들다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원이라기엔 인생목표에 더 가깝겠지만 다행히도 그 문제에 있어 고민할 시간은 많이도 필요없었다.
"인간, 벌써 3분 24초가 지나,"
"정했어요. 소원."
"참 빨리도 말한다."
"하하, 죄송합니다.... 지금 말씀드리면 될까요?"
사람이 고양이 앞에 무릎꿇고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는 모습이란... 난 어차피 나 밖에 없을 집안이지만 혹여 누군가 볼까 싶어 주위를 조심스레 살폈다. 당연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엔 아무도 없었다.
"말해보거라."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풍당당하게 고개까지 쳐들고 거만하게 말하는 고양이 신을 향해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 소원은요....
"헬조선 탈출."
간단 명료한 내 소원에 고양이 신은 무슨 뜻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게 다냐? 라고 하더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희망찬 얼굴로 '들어주시는 건가요?!' 하고 묻자, 고양이 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멈칫하더니 잠깐 이라며 말을 막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자 고양이 신이 짐짓 진지한 얼굴로 말하더라.
"소원을 들어주기 전에."
"네?"
"니가 해줘야 할 것이 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 소원이라는 게 설마 내 목숨의 댓가라느니 아니면 등가교환의 법칙이니 해서 사지를 잘라낸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잔뜩 겁에 질려 고양이 신을 바라보자 신이 말했다.
"나 츄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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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죠."
*****
이것은 앞으로 만나게 될 인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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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민 / 신(神) ]
"여기서 뭐해, 인간?"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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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못 알아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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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 / 인어 ]
"약속할 수 있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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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뭐든 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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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 / 구미호 ]
"너 도망치고 싶지."
"아, 그게 아직은 잘...."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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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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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경수 / 백호 ]
"여기서부턴 국경지역이다."
"....."
"모가지 날아가기 싫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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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게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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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 / 이무기 ]
"인간의 몸으론 살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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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거라고, 너."
Prologue : 신과 츄르 完
첫댓글 착한 제목에 어마어마한 내용..... 좋습니다..... 매우.... 쏘머취.......
아유ㅠㅠ 감사합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츄르를 너무 맛있게 먹길래 생각이 나서 써온 글이에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서 다음편은 언제 나오나요 작가님?○♥○(초롱초롱)
빠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 중으로 1화 올리려구요!! 기대하진 마시고 기다려주세요ㅠㅠ 읽어줘서 감사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7 20:3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6.07 21:13
와아아아악 제가 반응해드릴게요!!!! 너무 좋아요!!!!! 귀여운 고양이 신으로 시작한 판타지물.. 완벽해요.. 진짜로요..ㅠㅁㅠ 글꼬네집 고양이한테 츄르 사주고 싶다 증말..
홍홍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요괴 관련된 걸 한번쯤 써보고 싶어서 가져와봤어요ㅠㅠ 지금 1화 열씨미 쓰고 있으니까 빨리 올릴게요!
이것은 대작의 냄새... 슨상님 담편 기다리겠습니다...!!!!!
저만 망작의 냄새가 맡아지는 건지....^^ㅠㅠ 담편 얼른 갖고 올게요!
제목만 보고서는 고냥이신을 주운 인간 여주와 깨발랄한 요괴 멤버들의 상큼발랄삶의 이야기일거같았는데...이런 반전이.....하....더 좋잖아요.....제 원픽은 누가 뭐래도 경수....경수라면 제 목을 따도 좋습니다....
윽ㅠㅠ아쉽게도 상콤발랄한 분위기는 아닐 거 같아용ㅠㅠ초큼 진지한 분위기로 막, 음, 막 그런거 써보고 싶어서요..ㅎㅎ 경수는 다다음편에 나올 예정인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꼬기의 마음에 힘입어 더 멋진 등장을 구상해 볼게요...! 읽어줘서 고마워요 꼬기!
와....선상님 제가 원하는 판타지+로맨스+신앙적(?)+쨌든 짬뽕으로 깊은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전 그리고 느꼈습니다 약간은 무게가 있을 거란 걸.... 전 그걸 좋아합니다 기대할께요 자가님 사랑...
하핳핳핳 제가 또 짬뽕글을 좋아해서...^^ 원래 무거운 글보다 가벼운 글 쓰는 게 더 힘들자나요ㅠㅠ 그래서 조금 더 쉬운 길을 택했습니다..ㅎㅎㅎ 사실 1,2화까지 다 써놨는데 새벽갬성으로 쓴 거라 멀쩡한 낮에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쫌만 기다려 주세용>_•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와.. 엄청신박한 스토리네요!! ㅠ 기대가 됩니당~~ 얼른 다음편 보러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