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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최대 수입차 정비소, ‘구두’ 하면 생각나는 곳, 가죽 냄새가 흥건히 배어 있는 동네, 도심 최대의 수제화 장인들이 모여드는 곳, 인쇄 부자재 등 소규모 영세상인이 가득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낡고 오래된 도심의 공장과 창고 사이로 지난 몇 년간 수많은 패션 종사자의 발자국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건국대 교수가 디자인해 이름난 카페 ‘자그마치’에서는 한 달에도 몇 번씩 패션기업 행사가 열린다. ‘자그마치’ 맞은편에는 쇼룸 비즈니스를 위한 ‘수피(SUPY)’가 오픈을 앞두고 있고 지난 3월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레필로소피’도 프랑스 파리의 메르시를 꿈꾸며 패션기업과의 콜래보레이션 기회를 활짝 열어 놨다. “최근 성수동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그야말로 땅값,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예요. 서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풍기며 디자이너, 패션기업의 발걸음을 불러모으고 있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날것의 멋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최근 성수동에 뿌리를 내린 한 패션 디자이너는 성수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생산에서 소비의 도시로, 날것의 미학(!)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종로구 서촌과 북촌, 이태원 경리단길과 녹사평역길 등 최근 몇 년간 뜨고 지는 옛 동네의 재발견 속에서 성수동이 이렇게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합쇼핑몰 백화점 로드숍이 즐비한 번화가를 벗어나 아직은 공장과 창고로 가득한 이곳에서 새로운 상권으로서 어떤 가능성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보다 앞서 도시 개발에 들어간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은 상업화된 일정 스폿을 떠나 골목 상권 개발에 한창이다. 뉴욕의 브루클린* 덤보나 영국의 쇼디치*가 대표적인 예로, 아무도 찾지 않을 동네에 새로운 패션 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찾는 팔로어도 늘어났다. 현재 핫 스폿으로 떠오르는 성수동은 크게 2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뚝섬역에서 서울숲을 둘러싸고 있는 성수1가 1동 2동, 성수역에서 한강 방향으로 내려오는 성수2가 1동 3동이 대표 장소다.(지도 참고) 이곳은 현재 도시재생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성동구청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성장과 보존’이 공존하는 동네 만들기에 한창이다. 도시재생 시범지역 선정, 시작은 대림창고 이 중 패션과 더 밀접한 곳은 성수2가다. 성수1가는 현재 작은 카페와 협동조합, 벤처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옛 주택을 개조해 만든 셰어하우스도 종종 만나 볼 수 있다. 성수2가는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대림창고를 중심으로 ‘자그마치’ ‘베란다인더스트리얼’ ‘수피’ 같은 복합공간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성수역 1번 출구에서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살리기 위해 설립한 매장 ‘프롬SS(From SS)’도 만나 볼 수 있다. 맞은편에서 서울 성동제화협회가 만든 ‘ssst’도 옛 골목으로 새로운 손님들을 불러모은다. 새로운 숍들이 들어선 곳은 대부분 공장과 주거지, 창고이던 곳이다. 한때 수제화 인쇄 봉제의 메카이던 성수동은 2005년 사업체 수가 50%로 줄어들며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생겨나는 공실 창고, 문 닫는 공장 안으로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림창고는 정미소, ‘자그마치’는 인쇄공장, ‘수피’는 봉제공장, ‘레필로소피’는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곳이다. 인쇄 • 봉제공장, 정비소 핫 숍으로 탈바꿈 지난 3월 문을 연 이종환 ‘레필로소피’ 대표는 “복합공간을 오픈하기 전 성수동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는 과거 자동차 정비소가 있던 곳으로 높은 층고를 자랑하죠. 현재 성수역 3번 출구 MG빌딩을 시작으로 뚝도시장이 시작되는 길까지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스폿이 됐어요. 카페뿐 아니라 스튜디오, 디자이너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곳이죠”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 대표는 “파리의 메르시처럼 ‘레필로소피’도 단순한 카페를 넘어선 복합공간으로 만들고자 성수동을 택했어요. 탁 트인 천장 아래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패션기업들의 행사 요청이 많아져 스케줄을 조정 중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림창고, ‘자그마치’ ‘베란다인더스트리얼’에서 「H&M」 「코오롱스포츠」 「팬콧」 등이 패션 행사를 치른 가운데 앞으로 예약된 행사도 끝이 없다. ‘자그마치’에서는 더베이직하우스가 연달아 「마크브릭」 「마인드브릿지」 「스펠로」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창고에서 만나 보는 「H&M」 「코오롱스포츠」 한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를 보여 주고 소통하는 방식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거창한 패션쇼보다는 소규모 프레젠테이션, 깔끔하고 완성된 공간보다는 브랜드 특성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이죠”라며 “그런 면에서 성수동은 패션 피플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주요 매체, 패션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사동, 압구정동과 접근성이 높아 지리적 측면에서 일단 합격점”이라고 설명했다. ‘자그마치’ 맞은편에 새롭게 문을 연 ‘수피’ 역시 이색적이다. 이곳은 과거 봉제공장이 있던 곳으로 1층은 지금도 제책사 공장이 운영 중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는 공간조차 협소한 이곳은 패션 매장이자 유통망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을 위한 쇼룸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계창 수피 대표는 “자체 브랜드 「수피」와 해외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휴먼포텐셜」 「부리」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를 위한 쇼룸 공간으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으로 바이어 미팅부터 패션쇼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구성으로 만들었어요. ‘수피’ 韓 디자이너 위한 플랫폼으로 주목 최근 성수동을 찾는 소비자가 늘며 패션매장으로서도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이한 점을 꼽자면, 수피는 완전한 플랫폼 역할로 소비자가 이곳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시착하는 것까지 가능하며 브랜드를 결정하면 배송은 따로 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이 공간을 구상하고 서울에 안 가 본 곳이 없습니다. 경리단길, 북촌, 연희동, 문래동 등 최근 뜨고 있는 곳들은 다 가 봤죠. 성수동은 뉴욕의 브루클린이나 첼시처럼 아직도 공장이 운영되고 곳곳에 트렌디한 공간이 공존하는 모습이 정말 이색적이었습니다. ‘수피’ 역시 지금도 1층에 제책사 공장이 운영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곳에 다양한 패션 콘텐츠가 들어와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전했다. 성수2가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국회 소장은 “최근 2~3년간 성수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성수동 일대가 준공업 지역인 만큼 용적률 면에서 주거 지역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고요. 더불어 공장을 개조한 숍들과 함께 새로운 밸리 빌딩이 들어서며 하루에도 몇 건씩 사무실 임대를 위한 패션 관계자들을 만납니다”라고 말했다. 2018년까지 105억 들여 성수동 부활 앞장 성수2가뿐 아니라 1가도 성수 갈비 골목을 지나 주택가에 카페가 들어서며 붐업 중이다. 특히 청년 벤처가와 협동조합이 늘어나며 ‘창업’의 메카로 떠오르기도. 그러나 새로운 바람이 부는 만큼 이곳에서 터줏대감으로 살아 온 사람들의 반대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현재 성수동 건물 중 20년 이상 된 건축물이 67.8%에 이른다. 그만큼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주민과 사업자가 많아 상권 변화에 반감을 느끼는 곳도 많다. 성수동의 도시재생시범사업도 이런 문제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상권 활성화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며 발전을 꾀하는 재생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 이 도시재생사업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105억원을 들여 점진적으로 이뤄 낼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프롬SS처럼 수제화 거리, 수제화의 메카이던 성수동의 오리진을 살리기 위한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향후 구두 테마 공원도 형성할 예정이며 성수동 주민의 삶의 터, 패션기업과 디자이너들을 위한 일터, 또 서울 시민의 쉼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진정한 도시 재생을 실현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 * 브루클린(Brooklyn) : 뉴욕 맨해튼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아티스트들이 몰려 들며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지역. 브루클린 브리지를 중심으로 덤보, 윌리엄스버그등은 트렌디한 카페, 패션 숍이 몰려 들며 맨해튼 소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래되고 낙후한 건물을 뒤로하고 힙한 장소들이 속속 오픈하기 시작했으며 주말 프리마켓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 쇼디치(Shorditch) : 런던 북동부에 있는 지역. 런던의 슬럼가로 꼽히던 쇼디치는 폐공장에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몰려 들며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공장 지대를 배경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색 그래피티, 힙한 레스토랑, 카페 등이 유명세를 타며 쇼핑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쇼디치 메인으로 꼽히는 레드처치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캐주얼 레스토랑과 패션 숍에 슬럼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다.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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