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같게 하옵시고...
사제관에서 몇 발자국 안 되는 곳에 구멍가게가 있는데, 점잖게 생긴 부부가 주인입니다. 그 가게에서 늘 담배를 두 갑씩 삽니다. 가게주인 아주머니는 담배를 건넬 때마다 걱정하는 말을 합니다. "아휴, 몸에도 안 좋은 걸, 뭘 두 갑씩이나 사요?" 흐흐... 그냥 빈말로 생각했었습니다. 어제도 담배 두 갑을 사러 갔는데, 세뇨라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몸에도 안 좋은 거, 한 갑만 피워요!" 그러면서도 두 갑을 가져오길래 고맙다고 했더니, 진열장 앞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볶은 콩(강낭콩보다 조금 큰 페루콩) 한 봉지를 뜯어 주면서, 담배 피우고 싶을 때 몸에 좋은 것을 먹으랍니다. 그래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주는 거랍니다. 아이고, 고마워라. 흐흐.
재작년 페루를 여행하기 전에 페루 기행문들을 보았었는데, 페루의 관광명소에 관한 인상보다 페루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선하더라는 이야기가 강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사실 여행 중에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려는 현지인들의 눈빛과 말에 실망했고, 쁘로피나(팁)를 요구하기 위해 사진을 찍자고 달려드는 꾀죄죄한 전통복 차림의 꼬맹이들에게 진저리가 쳐졌었습니다.
본당에서 만나는 이들과 나누는 인사는 무척 따뜻합니다. 남자들과는 악수와 더불어 어깨를 두드리며 안부를 묻고, 여성들과는 베쏘(베싸메무쵸라는 노래의 제목이 '대따 진하게 뽀뽀해 주세요.'라는 의미인 것은 아시지요? *그렇지만, 직접 키스하는 것은 아니고, 가볍게 볼을 맞대는 정도만 하더군요. 섭섭하게스리... 흐흐.)와 아브라쏘(포옹)를 합니다. 그런데도, 사실은 아직 '페루사람들이 확실히 따뜻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합니다. 한국사람들처럼 말과 행동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에 담고 있는 '정감'을 아직 못 읽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신부 말에 의하면, 페루사람들이 외지인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니, 내가 페루사람들에게서 담배가게의 세뇨라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정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월요일 오후. 낼모래, 수요일부터 강신부와 페루 북쪽을 여행하려 합니다. 강신부가 그쪽 지방에 골롬반 성소자와 관련된 일도 있고, 7월 중에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없어지는 휴가도 나에게 아직 30일이나 남아 있어서, 대략 열흘 정도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여행하면서, 조금 다른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하느님은 도대체 그들의 삶 속에서 뭔 꿍꿍이를 가지고 계신 것인지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강론에서 해방. 대한독립 만세!
장마와 무더위에서도 대한민국을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열흘 뒤에 뵙겠습니다. 플라치도.
첫댓글 무씬 담배를 하.루.에.두.갑.씩이나 피우십니까.....두 신부님께서 열흘간 여행을 가신다니 부러워 괜히 심술이 나려고 합니다. 잘 다녀 오시구요,사진 많이 찍어 오세용. (대한독립 만세.....너~무 좋아하십니다요.ㅋㅋ)
따뜻한 사람들과 많이 만나시고, 여행겁게 다녀오셔요 그런데 정말로 는 쫌 줄이셔야 되는 거 아니예요
신부님 저도 몇년 전까지 2갑 피웠는데요.. 지금은 술먹을때만 약간 피거든요.. 저랑 체질이 안맞아서 줄여야겠다고 생각한게 이제는 술먹을때 / 영업할때 빼고는 거의 피지 않습니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절대 담배 끊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는것. 다만, 건강을 위해 조금만 피자, 아껴 피자 는 전략이 주효 했던것 같습니다. 독한 넘이라 욕은 마세요. 토마스
요즘 EBS특집으로 안데스 지역 잉카문명의 후예를 조명하는 프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그곳에 나오는 페루 사람들이 한국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져요. 인상도 비슷하고 아마 정서도 비슷할 거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깊은 정감을 읽어내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여행 좋은 시간되시구요. 여행후기도 대빵 기대합니다. ㅎㅎ
담배! 그놈의 담배! 저는 끊으려하면 더 늡니다. 하루 한갑 반까지 태우고 있습니다. 마누라 잔소리는 늘어만 가고요. 여행이 즐거우시기를.... 하느님께서 갖고 계신 꿍꿍이를 많이 느끼시길............
담배 아직 못 끊으셨군요. 저 처음 영세 받을 때도 신부님 담배 끊기로 하셨다고 하셨는데...그런데 제가 어르신 케어를 해 봤는데 어르신들에게 드시면 몸에 안 좋다고 절제 시키는 음식들이 많아요. 제 생각은 드시고 싶은 음식 드리고 싶어요.사시면 얼마를 사시겠다고 드시고 싶은 것을 못 드시게 하시나? 하구요. 담배도 몸엔 해롭다고 하지만 100 세까지 사신 어르신들도 계시다던데??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제가 나이 들어보니까 건강이 제일이더군요.
신부님 가좌동 떠나실때 담배 끊으신걸로 거억되는데... 하긴 저도 못끊었습니다... 신부님 건강하세요...참 가좌동을 위해 기도해 주삼...
오래만의 휴가와 해방 축하드립니다. 대자연 안에서 편안히 쉬면서 재충전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빕니다. 그간 힘들었던 것 모두 날려버리고 오세요~~
담배요? 그냥 피우지 마시고 아주 맛있게 피우세요, 아주우 맛있게요.ㅎㅎ "대한독립만세"라고 너무 해방감에 젖지 마시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듯이 호젓하게 그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하느님께 건네주시고 온 몸 가득 새로운 기를 채워 오세요. 열흘동안 목빼고 기다릴 신자들을 위해서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담배... 아직 많이 태우시네요. 담배가게 세뇨라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랫만데 들어와 강신부님 사진 보고 한동안 추억에 잠겼습니다. 7,8년 지난 것 같은데 세월이 아직 동안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