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경찰의 날 특집 지상 토론회(2008년 10월 17일 경우신문)

[최응렬]

제63주년 경찰의 날 특집 지상 토론회

  질의 내용(문항당 4백자 이내)

1. 제63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찰관들이 출신지역ㆍ학력ㆍ입직경로에 따른 편가르기를 지양하고, 국민에 대한 작은 봉사 하나만으로도 무한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경찰조직에 내재된 입직경로에 따른 위화감과 상하계급 간에 쌓여 있는 보이지 않는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봉사자로서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경찰관 모두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경찰 고위직을 정년퇴직한 다수의 경찰관들이 일반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후배 경찰관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조직풍토를 목격하게 된다. 따라서 좁게는 선후배나 민원인으로부터, 넓게는 국민에 이르기까지 상대를 깊이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주기 바란다.

2. 시국사건 등이 불거지면 일각에서는 문제의 본질보다는 치안총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경찰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해 나가기 위한 방안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의 결여에 따른 독자적인 경찰권 행사마저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특히, 승진과 중요 보직 임용시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경찰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자치경찰제와 경찰수사권독립 문제는 어떻게 되었는가? 경무관 이상의 경찰지휘부 모두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수사권 독립에 나섰더라면 지금과 같이 검찰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15만 경찰이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경찰지휘부가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지켜 나갈 때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경찰수뇌부가 여전히 정치권에 이끌리고 언론에 이끌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기를 간곡히 간청한다.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려는 의연하지 못한 지휘부의 모습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라고 감히 진언한다. 또한 적법하고 정당하게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지휘부가 되어 주어야 한다. 적법하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 경찰관에게 정치권의 말 한마디나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 몇 줄에 징계 운운하는 지휘부의 행태가 사라질 때 비로소 당당하고 의연한 경찰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저절로 경찰을 신뢰하고 경찰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리라고 믿는다. 경찰조직 내부에서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경찰청장을 경찰관이 아닌 민간인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고,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의 외청이 아닌 독립된 국무부서로 승격되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경찰이 자질향상과 인권보호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선진국 수준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

   는 시점에서 수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권 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은?

그동안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부여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제기되었던 경찰의 자질문제, 수사의 전문성, 인권침해 등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본다. 결국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고 경찰이 책임감 있게 범죄에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수사권 조정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져야 할 경찰로서는 중대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설사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한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하더라도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이 부여되기 위해서는 경찰의 부단한 자기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 다시 말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에게 경찰수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수사역량을 강화해 고품질의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만 수사권의 조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액튼(Lord Acton) 경의 말처럼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검찰 권한의 남용을 막고, 권력기관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검찰에 독점되어 있는 수사권을 경찰과 검찰 두 기관으로 분산시켜 상호견제와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응한다는 점에서도 수사권을 경찰과 검찰이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참된 인권의 보장은 절대독점권력 하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주의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창경이래 경찰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해오고 있다. 경찰조직 내부만

    족이 곧 고객인 국민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경찰의 사기진작 방안은?

경찰에서는 경찰청장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지휘방침을 담은 현판을 바꿔 달며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하고 있으나 경찰관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도 현판의 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아울러 경찰개혁 또는 경찰혁신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워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애매모호할 때가 많고, 혁신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휘부에서 요란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것 같은데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치안서비스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여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처럼 ‘경찰개혁’이다 ‘경찰혁신’이다 하며 요란스러워지면 내부고객인 경찰관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신경을 쓰느라 피로에 지칠 때가 많다. 오히려 경찰관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경찰관들이 경찰직을 생애직으로 생각하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풍토를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방안으로는 일선에서 국민들을 직접 접하고 대하는 비간부 경찰관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고, 계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직장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개인생활을 철저하게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울러 본청이나 지방경찰청에서 기획업무를 하는 경찰관보다 일선에서 묵묵히 근무에 매진하는 경찰관들에게 승진의 기회가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경찰관의 사기진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警友新聞, 2008년 10월 17일자 (제1368호). 6-7면.

NEWS131.HWP

[박종연]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최용대]

교수님 늦었지만 휼륭하신 말씀 잘 읽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앞으로도 경찰의 조직 발전을 위해서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립니다.

[최응렬]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