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에 대해 일반적으로 내리는 음악적인 정의로는 첫째로, 특정한 개인이 창작한 것이 아니거나 창작한 사람이 문제가 되지 않는 노래. 둘째로, 악보로 기록되어 전해지지 않으며, 음악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앞세대에서 뒷세대로 전승된 노래. 셋째로, 엄격한 규범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이나 부르는 사람에 따라, 또는 같은 사람이 부르더라도 부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요는 ‘예술 가곡’에 맞서는 개념으로서 민중 사이에서 불리고 있는 노래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민요는 시작을 알 수 없는 그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요와 무당이나 소리패와 같은 특정한 사회 집단에서 불리고 있는 민요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곧, 다른 음악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달라지고 넓어진 ‘전통 민요’와, 특정한 지방이나 사회 집단에서만 불리던 민요가 그 밖의 지방과 사회 집단에 널리 퍼진 ‘유행 민요’로 나눌 수 있다. 민요라고 하면 흔히 옛날부터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전통적인 노래로 알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시대에 유행했던 노래가 내용이 조금씩 바뀌면서 민요로 정착된 것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본디 민요였던 것이 그 지역을 떠나 도시에서의 대중 가요로 바뀐 것도 있어서 민요와 유행가를 엄격하게 구분짓기에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의 토인들에게도 유럽 사람들에게도 민요는 있다. 인류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민요는 시가의 원초 형태인 문학으로서의 민요, 생활의 기록인 민요로서의 민요, 민족의 원초의 음악 형태로서의 민요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요는 ‘노래’로 불리고 있으므로 문학적인 면에서 가사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그 본질에 가까워질 수가 없으며, 음악적인 면에서의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 오래된 노래일수록 종교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고, 문학과 음악과 무용의 세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울려 있다. 생겨난 지 얼마 안 되는 민요일수록 그런 점들이 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요의 가락이나 리듬이 어느 특정한 사람의 창작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들의 공감에서 이루어진 집단 창작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민요도, 다른 나라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솔직하고 소박하게 담고 있는 민중의 노래로서, 민족 정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노래에는 민중의 소리가 담겨 있고, 민족 공통의 생활 감정이나 풍습, 그리고 우리 민족의 종교적인 심성이나 소망 따위가 숨김없이 표현되어 있다고 하겠다. 언제 누구의 손에 작사되고 또 작곡되었는지도 모르게 오랜 세월 동안에 한국의 특유한 풍토 속에서 소박성에다 세련미를 더해 온 우리 민요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악적인 자질과 소양을 충분하게 보여 준다. 우리 민요는 그 세련도나 전파 범위에 따라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그 둘을 이르는 명칭은 아직까지도 명쾌한 통일을 보지 못하여, ‘전통 민요’는 ‘토속 민요’, ‘고전 민요’, ‘향토 민요’라고도 하고, ‘유행 민요’는 ‘통속 민요’, ‘소리꾼 민요’, ‘신민요’ 따위로도 일러왔다. 그러나 ‘전통 민요’와, ‘유행 민요’ 또는 ‘통속 민요’로 이르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전통’과 ‘통속’의 개념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도 어렵고, 노래를 형태에 따라 나누기도 쉽지가 않다. 직업적인 소리꾼, 곧 전문 예능인이 부르는 민요는 크게 나누어 ‘경기 민요’와 ‘서도 민요’와 ‘남도 민요’로 일러 왔고, 경기 민요와 서도 민요는 통틀어 ‘경-서도 민요’로도 일러 왔다. 그런가 하면, 조선 왕조 때에 쓰이던 행정 구역에 따라서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그리고 제주도가 포함된 전라도의 팔도 민요로도 나누어 일러 왔다. 그래서 경기도의 소리로는 <방아타령>이나 <창부타령>, 황해도는 <난봉가>나 <산염불>, 평안도는 <수심가>, 함경도는 <애원성>, 강원도는 <정선 아리랑>, 경상도는 <쾌지나칭칭나네>, 전라도는 <육자배기>나 <진도아리랑>따위를 꼽는다. 음악의 면으로는 경기 민요와 구별이 될 수 없는 <천안 삼거리>를 그 가사의 첫 귀절에 있는 지방 이름 때문에 충청도 민요라고도 부르며, 전라도에 들어 있다가 1946년에 독립한 제주도의 <오돌또기>를 제주 민요라고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 ‘동부 민요’라고 하여, 태백산의 동쪽 지역, 곧 동해안 일대의 함경도와 강원도와 경상도 지방을 따로 묶어 분류하기도 하나 아직 정설로 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널리 알려진’ 민요들은 보통 3분박 넷이 모여 이루어진 굿거리나 중몰이 장단, 좀 빠른 속도의 12박 타령 장단, 빠른 3분박 셋이 모인 9박의 세마치 장단, 그리고 느린 6박몰이 장단, 좀 빠른 속도의 12박 타령 장단, 빠른 3분박 셋이 모인 9박의 세마치 장단, 그리고 느린 6박의 진양조 장단으로 불리는데, 정해진 장단이 없이 자유롭게 불리는 노래들도 있다. 이들 민요의 가락이 갖고 있는 특징을 ‘-조’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토리’라고도 한다. 보기를 들면, 소리꾼들이 지방 민요의 토리를 말할 때에 경기도는 ‘창부타령조’, 전라도는 ‘육자배기조’, 경상도는 ‘메나리조’, 평안도는 ‘수심가조’라고 표현한다.
경기 민요
가락이 서도 민요나 남도 민요에 견주어 대체로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경기 민요를 부르는 소리꾼들의 음색은, 남도 민요의 구성지고 극적이며 목을 눌러 내는 듯한 소리나, 서도 민요의 하늘하늘하면서도 앓는 듯한, 콧소리를 넣어 떨면서 끌어내리는 소리에 견주면, 대체로 부드럽고 유장하고 서정적이다. <노랫가락>, <창부타령>, <아리랑>과 <긴 아리랑>, <이별가>, <청춘가>, <도라지타령>, <사발가>, <베틀가>, <태평가>, <태평가>, <오봉산타령>, <오돌독>, <양류가>, <방아타령>과 <잦은 방아타령>, <양산도>, <한강수타령>, <경복궁타령>, <닐니리야>, <군밤타령>, <는실타령>, <건드렁타령>, <개성 난봉가>, <천안 삼거리> 따위가 있는데 5음 음계로 되어 있으며 장단은 세마치이나 굿거리 장단의 빠른 한 배로 노래하기 때문에 퍽 경쾌하게 들린다.
서도 민요
평안도와 황해도와 함경도 지방에서 불리는 소리들로서, 어딘지 모르게 한이 맺힌 듯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그 한이 복받쳐 올라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터뜨리듯이 내질렀다가 다시 입안에서 앓는 듯한 중얼거림 같기도 하다. <수심가>와 <엮음 수심가>, <긴 아리>와 <잦은 아리>, <안주 애원성>, <산염불>과 <잦은 염불>, <긴 난봉가>와 <잦은 난봉가>, <사리원 난봉가>, <병신 난봉가>, <숙천 난봉가>, <몽금포타령> 따위가 있는데, <수심가>는 평안도의 대표적인 소리로서, 대부분의 서도 잡가는 끝날 때에 <수심가>의 가락으로 맺는다. 처음에는 낮은 음으로 시작하여 차츰 올라가서 소리를 크게 질러 내고, 다시 슬슬 내려오면서 떠는 소리로 끝맺으며, 거기에 잇대어서 많은 사설을 주워섬기는 <엮음 수심가>를 부르고 난 뒤에 다시 <수심가>로 끝을 맺는다. 창법은 특수하여, 콧소리로 얕게 탈탈거리며 떠는 소리와 콧소리로 길게 쭉 뽑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콧소리를 섞어 가며 가만히 떠는 것이 특징이다. 장단은 <수심가>처럼 일정한 장단이 없거나 불규칙한데, 그 밖의 다른 민요들은 도드리, 세마치, 굿거리를 쓴다.
남도 민요
<육자배기>, <진도 아리랑>, <흥타령>, <새타령>, <농부가>, <날개타령>, <까투리타령>, <둥가타령(남원산성)>, <개구리타령>, <강강술래>와 같이 많은 종류가 있다. ‘남도’라고 하면 경상도도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전라도만 가리키는 것처럼 되어 있고, 민요도 전라도를 중심으로 생겨 난 것이 훨씬 더 많다. 전라도 지방은 판소리, 산조, 시나위와 같은 음악이 생겨 난 곳이기도 한데, 이들 음악이 남도 민요를 바탕으로 하여 세련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가락의 특성도 강하여, 남도 소리의 일반적인 조인 계면조에서 볼 수 있는 떠는 목, 평으로 내는 목, 꺾는 목 따위를 다양하게 구사하여 다른 지방의 민요와 쉽게 구별이 된다. 특히 첫음을 강하게 냄으로써 목소리를 꺾는 듯한 느낌을 주는 ‘꺾는 목’이 특징으로, 그 중심이 되는 음보다 반음에서 3도쯤 높은 음에서부터 꺾어서 흘린다. 장단은 중몰이, 중중몰이가 많이 쓰이고 진양과 잦은몰이는 드물게 쓰인다. 이들 ‘잘 알려진’ 민요들은 거의 모두 저마다 다른 사설을 같은 가락에 붙여 부르는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고,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로 되어 있다. 메기는 소리는 보통 뜻이 있는 말로 되어 있는데, 받는 소리는 뜻없는 말로서 후렴귀를 이루고 있다.
전통 민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널리 알려진 전통 민요가 있는가 하면 국한된 지방에서만 불리는 것들도 있다. 이들 민요들은 사설이나 가락이 소박하고 단순하며, 창법도 세련되지 않고 질박해서 통속 민요와는 달리, 채집한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따르자면, “강 건너 소리가 다르고, 재 너머 가락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할 때면 으레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채집된 민요는 거의 모두 일할 때에 부르는 노래인 노동요이다. 이 노동요는 논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에 부르는 농업 노동요와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때에 부르는 어업 노동요, 그 밖에 집을 지을 때에나 나무를 하면서 부르거나, 부녀자들이 집안일을 하면서 부르는 일반 노동요 또는 기타 노동요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노동요보다는 그 수효가 많지 않으나 유희요와 의식요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일을 혼자서 하느냐 여럿이서 하느냐에 따라서 개인 노동요와 집단 노동요로도 나눌 수 있으며, 성으로 따져서 남성 노동요와, 여성 또는 부녀 노동요로도 나눌 수 있다. 들에서 논매기 할 때에 부르던 노래나 바다에서 고기잡이 할 때에 부르던 노래는 집단 노동요이고, 집안 일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는 개인 노동요이다. 개인 노동요는 흔히 부녀자들이 부름에 견주어 집단 노동요는 남자들이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일하면서 부르기도 한다. 집단 노동요는 힘차게 부르며, 개인 노동요는 서정적으로 부른다. 대개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로 나누어 부르는 집단 노동요에서 메기는 소리는 부르는 사람의 기분에 달려 있어 즉흥적이고 유동적이다. 그러나 받는 소리는 메기는 소리에 견주어 가사와 가락이 일정하고 일의 움직임에 맞춰 힘차게 부른다. 또한 메기는 소리는 흔히 독창으로, 받는 소리는 제창으로 부른다.
농업 노동요는 겨울이 지나고 논이나 밭에 퇴비를 져다 나르면서 부르는 <흙거름 노래>로부터 시작되는데, 일의 과정과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강원도나 경상도의 일부 지방에서는 소 한마리나 두 마리에다 쟁기를 지우고 논이나 밭을 갈면서 <소 모는 소리>를 부르는가 하면, 제주도에서는 조랑말이 밭을 밟게 하면서 <밭 밟리는 소리>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 뒤에 봄철이 되면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모가 자라면 여럿이 모를 찌면서 <모찌기 소리>를 부르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모판 뜨는 소리>라고도 한다. 모를 찌고 나면 논에다 모를 한 포기씩 심으면서 <모심기 소리>를 부르게 된다. 모찌기 소리와 모심기 소리는 가락은 같으나 사설이 서로 다른 데도 있고, 가락과 사설이 저마다 다른 데도 있다. 모가 자라는 동안에는 김을 맨다. 마을 사람들이 몇십명씩 두레패를 이루어 품앗이를 하는데, 풍장을 치면서 농기를 앞세우고 논에 나가 그 농기를 논두렁에 꽂아 놓고는 논을 매면서 <논매기 소리>를 한다. 논매기 소리는 아주 느린 소리, 좀 빠른 소리, 빠른 소리 따위로 부르는데, 경기도와 충청남-북도와 전라북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주 느린 <긴 방아타령>, 중간 빠르기의 <중거리>, 빠른 <잦은 방아타령>을 부른다. 논매기 소리는 지역에 따라 가락의 차이가 크다. 곧, 농사를 많이 짓는 고장은 논을 아시(1) 맬 때와 이듬(2) 맬 때와 만두레(3) 때의 가락이 저마다 다르고, 산간 지방과 농사일이 적은 곳은 가락이 거의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논매기 소리는 모심기 소리에 견주면 힘차고 율동적인데, 그것은 여럿이서 율동에 맞추어 일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논매기가 끝나고 벼가 황금빛으로 누렇게 익으면 벼를 베기 시작하는데, 이때에 <벼베기 소리>를 부르는 지방도 있다. 벼를 벤 다음에는 벼를 일정한 장소로 나르면서 <등짐 소리>를 부르는가 하면, 벼 타작을 하면서 <바심 소리>를 부르기도 한다. 훑어낸 벼는 디딜방아나 도구방아나 연자매에다 찧어 낟알을 '데껴내는데', 이 때에 <방아타령>과 <멧대 소리>를 부른다. 그리고 옛날에는 지주가 소작인 가운데서 그 해에 가장 열심히 일하여 농작물을 많이 거두어 들인 사람을 '장원'으로 뽑아 소 한 마리를 상으로 주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를 소 위에 태우고 풍장을 치면서 논에서부터 마을로 들어오면서 <질꼬내기> 또는 <장원질 소리>, 또는 후렴귀의 가사를 따서 <제화 소리>라고도 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 밖에 모심기와 논매기의 중간쯤에 보리 타작을 하면서 부르는 <보리 타작 소리>는 경상도 일대에서 들을 수 있는데 다양하며 원색적인 느낌을 준다. 이 소리가 전라도에서는 반도 남쪽 끝의 일부 지방과, 제주도에서도 채록되었다. 경상도의 소리는 남성적이고 씩씩하며, 노래라기보다는 차라리 구호나 외침 소리에 더 가깝다.
어업 노동요는 어부들의 작업 반경이 넓어서 지역에 따른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다. 고기잡기 소리에는 고깃배를 노 저어 나갈 때에 부르는 <노 젓는 소리>, 여럿이서 그물을 끌어 올릴 때에 부르는 <그물 걷는 소리>, 그물에서 고기를 퍼낼 때에 부르는 <가래 소리>, 만선이 된 고깃배를 타고 들어올 때에 흥겹게 부르는 소리가 있고, 고기를 잡으러 나가기에 앞서 풍어를 비는 고사를 지내면서 부르는 <배치기>, 또는 배에서 쓸 굵다란 밧줄을 꼴 때에 부르는 <술비 소리> 같은 것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들이 배를 저어 가면서 부르는 노 젓는 소리가 있다. “이엿사나 이여어”라는 후렴귀가 ‘이여도’란 이상향을 뜻한다는 해녀들의 <놋소리>는 뭍의 연안에서 불리는 남성들의 뱃소리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가 한데 섞갈리면서 생기는 ‘이음성'(4)은 색다른 멋을 풍긴다. 동해안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면서 부르는 소리 가운데 어원을 알 수 없는 “쎄누야 쎄누야”라는 말은 '세노야'로 둔갑하여 시와 대중 가요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 노동요 또는 기타 노동요 속에 듬직한 것들로서 집 지을 때에 터를 다지면서 부르는 <지점이 소리>(5), 무거운 돌을 어깨에 메고 나르면서 부르는 <목도 소리>, 대들보를 올리면서 부르는 <상량가>, 나무할 때에 부르는 소리 따위는 지역차가 심하지 않고 대개 비슷비슷하다.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놀면서 부르는 노래들은 유희요나 오락요로 볼 수 있겠는데, 논두렁 같은 곳에서 세벌 논매기를 다 끝내고 놀 때에는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해서 농사 지을 때에 부르던 소리나 칭칭이 소리를 비롯해서 갖가지 잡가 종류의 소리를 하며 흥겹게 논다. 명절날이나 마을의 잔칫집에서 모여 놀 때에 부르는 노래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지리산 일대의 경상도 지방에서 여름철에 산에 들어가 떨어지는 폭포수를 흠뻑 뒤집어쓰고 내려오면서 부르는 질꼬내기는 농요에도 의식요에도 들지 않고, 유희요에 듬직한 노래이다. 또한 아낙네들이 부르는 <쌍금 쌍금 쌍가락지>나 <둥당기 타령>도 유희요로 볼 수 있다.
의식요는 통과 의례(6)에 얽힌 노래들로서, 혼인할 때에나 고을 원이 행차할 때에 사인교를 메고 가던 교군꾼들이 부르던, 노래라기보다는 구호 소리에 더 가까운 <권마성 소리>가 있다. 또 어느 마을에서나 초상이 나면 운구를 하면서 부르는 <상여 소리>도 있다.
그 밖에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인 동요가 있는데, 이것은 위에서 밝힌 것들과는 달리 처리되어야 하겠다. 흔히 민요권은 방언권과 일치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이 부르는 민요로는 어느 만큼 그렇게도 볼 수가 있지만, 농부나 어부들이 부르는 민요들은 꼭 그렇지도 않아서, 음악 면에서의 민요권을 설정하려면 앞으로 더 깊이 연구해야만 하리라 여겨진다.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서 달리 불리는 민요들은, 문학 측면과 음악 측면의 분류가 서로 다르다. 이를테면, 이미 나온 구전 민요집에 실린, “상주 함창 공골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 연밥일랑 내 따 줄께 요 내품에 안겨 주소”라는 가사의 노래를 연정요에 넣기도 하고 이앙가, 곧 모심기 소리에 넣기도 하여 일정하지가 않다. 연정요라 함은 가사의 뜻으로 보아 분류한 것이고, 이앙가라 함은 그 노래가 불리는 기능의 면에서 분류한 것이다. 또 노래가락으로 보면 김매기 소리나 모심기 소리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민요의 이름은 ‘소리’, ‘노래’, ‘타령’이란 말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노래’라는 뜻의 ‘-가’, ‘-요’를 붙여 부르기도 하여 정해져 있지 않다. 또 민요는 음악의 형식에 따라 장절 형식의 민요, 통절 형식의 민요, 형식이 없이 낭송조로 부르는 민요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긴 농부가와 잦은 농부가, 긴 난봉가와 잦은 난봉가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같은 가락의 노래를 속도만을 바꾸어 부르는 ‘두 틀 형식’의 민요도 있다. 메기고 받는 형태의 민요도 첫째로, 혼자서 메기고 여럿이 받는 형태, 둘째로, 한 사람이 메기면 또 다른 한 사람이 받아서 부르는 형태, 셋째로, 여럿 가운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메기고 여럿이 받는 형태, 넷째로, 여럿이 메기고 여럿이 받는 형태로 더 잘게 나눌 수 있다.
민요의 노래 이름은 흔히 앞머리나 후렴 속에 나오는 가사를 따서 부르는데, 기능이 같은 노래를 두고서도 지방이나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부른다. 모심기와 논매기 소리만 해도, <등지소리>, <정자소리>, <무녈가 3장>, <메도지기타령>, <두룸박타령>, <들소리>, <날소리>, <두름 노래>와 같이 다양하며,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도 꽤 많다.
민요의 속성이 지역과 개인과 시간에 따라 바뀌기는 하지마는 가변성의 범주와, 고정성과 유동성의 한계를 밝혀 내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민요 연구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일진대, 판이 다양한 갖가지 민요가 수집되고 보존되어야 하겠다.
권오성(한양대 국악과 교수)
용어설명
(1) 아시: ‘초벌’또는 ‘애벌’을 뜻하는 방언 (2) 이듬: ‘다음’또는 ‘두벌’의 뜻 (3) 만두레: ‘두레’란 ‘공동 작업’을 뜻하는데, ‘대동 두레’, ‘두렁 넘이’와 함께 매우 큰 규모로 두레를 차릴 때에 쓰이는 말이다. 지방에 따라 ‘세벌 논매기’의 뜻으로도 쓰인다. (4) 이음성(異音性) (5) 지점이 소리: ‘지경 다지는 소리’라고도 한다. (6) 통과의례: 사람이 나서 죽기까지 겪는 탄생, 혼례, 장례 따위의 갖가지 습속이나 의례.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즈네가 처음으로 쓴 말